2011년 5월 14일 토요일

자판기 커피

나는 자판기 커피를 좋아한다.

요즘들어 부쩍 커피전문점들이 늘었다.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다 커피점 차리나 보다. 한때 김밥집 차리는게 유행했듯이...

커피점 차린 사람들이 장사가 잘되고 어쩌고는 내 관심사가 아니고 이 글의 관심은 커피 그 자체다.

커피맛? 난 잘 모른다. 워낙 싸구려 입맛이라 그런지 콩다방이니, 별다방이니 하는 곳의 커피를 마셔봐도 별로 감동을 받지 못한다.

그런 커피점의 커피가 감동을 줄 정도의 맛을 제공하기위한 브랜드는 아닌것 같지만서도...

그리고 가격도 만만치 않더라. 정말 첨들어보는 이름의 테이크아웃 커피점을 가봐도 한잔에 2,000원 정도를 줘야 가장 저렴한 메뉴의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난 자판기 커피를 좋아한다. 동전 300원 넣으면 한잔 마실수 있는...

단순히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좋아하는건 아니다. 나도 위에 말한 커피 전문점에서 하루 한/두잔 정도는 마실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 그런 커피를 마시면서는... 만족감을 얻지 못한다.

자판기 커피를 마실때의 느낌은... 뭔가 끈적한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

어쩌면 가장 안좋은 커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느낌, 그리고 마신후 입에 남아 있는 싸구려 뒷맛.
그게 좋다.

예전부터 너무 많이 마셔서 그맛에 중독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다닐때 부터 교내의 자판기 커피를 하루에 몇잔씩 마시고, 졸업후 회사를 다니면서도 회사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또 하루에 몇잔씩 마시고 살았다.
그렇다고 커피 중독은 아니다. 휴일에 집에 있는 동안은 커피 한잔도 안마시고 잘 산다.
구태여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금단현상도 없고...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면서 담배한대 피우면서 잠시 일을 손에서 놓고 있다보면
정리도 되고, 가끔이지만 안풀릴것 같던 일도 풀린다.

또, 요즘은 눈치 보여서 그러기 힘들지만 자판기커피잔 한잔 들고 걸어가면서 피우는 담배맛도 그냥 포기하기 아쉽다. 그래서 이짓은 주로 밤 늦은 시간에 한다.

물론 누군가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에 자판기 커피한잔 하자고 하면... 좀 궁상맞은것 같아서 삼가하지만 혼자서 또는 예전부터 잘 아는 친구와는 부담없이 자판기 커피를 찾는다.

요즘 나의 이런 즐거움이 점점 사라져 간다.
예전엔 고개만 좌우로 돌려도 어디서나 커피 자판기를 찾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커피 전문점들의 등쌀에 다 쫒겨 났는지 커피 자판기 찾기가 참 힘들어 졌다.

거리의 자투리 공간에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설치되어 300원에 큰 만족을 주던 그 인심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내가 사는 집 주변에 남아 있는 자판기가 단 1대. 그리고 일하고 있는 직장 주변엔 한대도 남아 있지 않은것 같다. 있다면... 식당안에서 있는 디저트용 100원짜리(이건 그 집에서 밥 안먹고 뽑아먹긴 좀 난감하다). 다행히 일하는 사무실에 자판기 커피와 비슷한 맛의 커피믹스들을 쌓아둬서 그걸로 대리 만족을 하고는 있지만...

편의점에서 파는 600원내지 1,000원 짜리 커피들(종이컵에 뜨거운물 부어서 먹는)도 자판기 커피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않는다. 당연히 캔 커피들은 내 입맛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어림도 없다.
내 주둥이가 너무 짧아져서 그런가...

오늘 일요일... 매주 주말이면 시립 도서관엘 간다. 거기서 책한권 빌려서 그거 읽다가 저녁때 집에 오는게 요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그곳엔 층마다 커피 자판기가 한대씩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