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스노우 블라인드 - 라그나르 요나손

먼북쪽 아이슬랜드에서도 최북단 시클로 피요두르 라는 깡촌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다.
겨울, 눈보라가 치면 길도 막혀서 한동안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되는 마을.
세개의 살인사건이 진행된다.

이건 살인인가? 싶은 살인사건.
지금 협박을 받고 있는 피해자는 누구지? 하는 살인사건.
살인인지도 모르게 살해된 살인사건.

마을사람 모두가 용의자 인것 같다.

주인공인 젊은 경찰은 그저 장식품일 뿐이다. 사건들 자체가 워낙 많은 사연을 품고 있어서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을 보는것 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결국 법에 의한 정의는 구현되지 않는다. 법이라는게 워낙 뜨뜻미지근 한 것이다 보니...
정의가 구현 되었다는 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 그럴수 밖에 없던 범인들의 기구한 사연... 짜릿하다. 오랜만이다. 추리소설읽고 이렇게 짜릿한 느낌.
그리고... 주인공의 앞날이 좀 걱정되면서 끝난다. 쟤 저걸 수습할수 있을까? 내가 그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되었을것 같아서 더 공감이 가고 안타깝다.
세상이 원래 이상적이지 못하다 보니... 이런 사건들이 생겨서 원죄를 가진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부수적인 범죄자만을 만들어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아이슬랜드의 그 시골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어진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살인자의 딸 - 잉에 뢰니에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가 죽고 그 남자가 살인범으로 수감된다. 수감된 19년사이 아내는 자살을 하고 딸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학생시절을 보냈다.
남자가 출소하고 어느날 불난집에서 죽는다.
출동한 응급구조원에게 자신은 결백하다고, 이말을 꼭 딸에게 전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연녀는 죽지 않았다. 자신을 임신시키고도 본부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던 남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죽이고 시신은 쓰레기 소각장으로 보내버린 것처럼 증거를 조작하고 프랑스로 숨어버렸다.
이렇게 한 가족이 아작이 나버렸다.
딸이 아버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범인이나 범행방법을 꽁꽁 숨겨두고 작가와 독자가 대결을 벌이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과정을 너무 시시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살인자의 딸로 성장해야했던 딸의 서러움, 진실으로파헤치면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팔수밖에 없던 상황.
이 이야기를 읽으며 "복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불쌍해 지지만 정작 원인을 제공한건 남자였다. 작가의 이상한 화법에 말려들어가서 남자를 동정하던 나 자신한테 깜짝 놀라개 된다.
정말 이 사건의 원흉은 남자의 아내였다.
남자가 바람을 피울수 밖에 없게 만든 그 여자...
남자와 이 책의 주인공 피오나씨가 너무 불쌍하다.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한여름 밤의 비밀 - 얀 제거스

오펜바흐의 발표되지 않은 오페레타 원본 악보가 발견되고 이어서 다섯명이 살해된다.
그후 한명이 더죽고 이어서 또 한명이 죽는다.
총 일곱건의 살인.
2차대전 당시 잔인한 생체 실험을 하던 의사와 연결된 고리까지 따라 가는데 억울한 피해자가 여럿 생겼다.
살인자를 찾기위한 수사 과정은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끝은 영.... 맘에 안든다.
처음에 죽은 다섯명중 네명은 괜히 죽었고...
정작 전범은 자연사 하고...
살인범은 자초지종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사살되고...
뜽금없이 티없던 무기 밀매 회사가 나온다.

내가 독일 경찰이 아니어서 그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있을법한 사건을 수사하는데 좀 비현실적이더라는...
초반에 내무부장관님이 등장하시길래 거대한 정치음모도 기대했는데... 걍 웃음거리 용이었다.
재미있기는 하다. 재미로만 보면 백점준다.

신의 사람들 - 그레이엄 핸콕

고고학 이라는 학문은 역사와 달리 과거의 파편만으로 그 당시를 추측해야만 하는 학문인가 보다.
종이나 목판에 기록된 것들은 시간의 파괴를 견디지 못하고 삭아버리니 돌로 남겨진 흔적들이 대부분의 증거이다.
고고학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대충 2만년이 좀 안된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책을 쓰신 작가분께서는 인류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고 약 1만 4천년전의 짧고 격렬한 빙하기때 대부분 파괴되어 그 재앙의 생존자들이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4대 문명들을 다시 시작했다고 주장하신다.
지질학적 증거와 지금의 고고학 학설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을 부분들을 예로 들면서 그 이전의 문명이 없다면 이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지금 연세가 일흔을 훌쩍 넘으셨는데 일생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모으는데 보내셨다.
고고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내 입장에서 이 분의 주장이 옮고 그름에 대한 논평을 할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양반의 말대로 그런 고대 종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책에 나오는 증거들이 그럴듯한 부분도 있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된다.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밤의 파수꾼 - 켄 브루언

아일랜드의 경찰을 하다가 술때문에 해고된후 사설 탐정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
알콜중독 상태에서도 맡은일은 꽤 잘 처리 해주고 저렴한 수수료로 나름 심심치 않게 살고 있었다.
갑자기 증가한 10대 소녀들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배후에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지역 명사와 경찰서 총감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던 동료는 사건 수사의 선을 넘어서 범죄자들을 죽이는 수준으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한다.
이 책의 매력은 범인을 잡고, 복수하고, 알콜 중독을 극복하고,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등등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일랜드식의 남자들간의 우정, 의리 등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 되어 있는 것이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 시니컬한 척 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지닌 주인공. 이 사람 정말 멋있다. 남자라면 정말 닮고싶은 인격을 가진 사람의 매력에 중독적으로 푹 빠져 버리게 된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아일랜드 문화를 엿볼수 있다.

2016년 5월 17일 화요일

웃지 않는 수학자 - 모리 히로시

괴짜 수학자가 산위에 오리온 별자리 모양으로 지어놓은 집에 산다. 사각형의 넓은 마당의 각 꼭지점에 네개의 탑을 세우고 중앙에 건물 3개를 나란히 지어놓은 집.
벌자리와 달리 마당에 커다란 오리온 동상이 서있다.
어느날 이 양반이 가족과 친구들을 모아놓고 마술을 부린다.
마당의 동상이 뿅 하고 사라지는 마술. 마술이 아니고 수학이라고 우기면서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상속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어서 두명이 살해 당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초대받은 교수님께서 동상 사라지기와 살인사건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과정이다.
상당히 일본 스러운 추리소설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방식으로 진행된다.
막판에 겁나 똑똑한체 하면서 너가 범인이야 라고 밝히는...
SF나 판타지가 아닌데 너무 현실감이 없다. 그리고 오리온 동상이 사라졌을때 나는 이미 그 방법을 알아버렸다. 설마 그런 방식은 아니겠지... 했는데 끝내 그런방식이더라.
열라 구리다.

2016년 5월 14일 토요일

드레스메이커 - 로잘리 햄

오랜기간동안 마을을 떠나있던 여자가 치매를 앓고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돌아온다.
어두운 과거가 있던 모녀의 상봉으로 시골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말을 아끼며 경계한다.
여자의 직업은 옷 만드는 사람이다.
시대적 배경이 20세기 초반으로 아직은 기성복보다 맟춤옷이 더 많았고 왠만한건 집에서 만들어 입던 시절.
이 여인의 등장으로 마을 여자들의 옷 맵시가 달라진다. 밉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고 또 워낙 옷을 잘 만들어 주니까...
이야기의 대부분은 옷에 대한 이야기다. 옷 각종 부위에 그렇게 많은 명사가 있는지 몰랐다.
무서운 코미디다.
등자인물중 3명이 죽는데 1명은 자연사고 2명은 이 주인공과 관련된 남자가 사고사로 죽는다.
주인공의 사연을 보면 안타까운데 죽은 사람 2명은 참 웃기게 죽었다.
막판에 속시원한 복수극이 이루어지는데 쫌 과했다 싶더라...

2016년 5월 11일 수요일

침대 -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형이 25살 생일날 애인도 직장도 모두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웠다. 출근하고, 봉급받고, 청구서 지불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침대에 누운채 20년을 버텼고 체중이 6백 킬로를 넘어 버렸다.
그 가족의 이야기
화자인 동생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건 그 가족의 평범치 않은 삶이 아니다.
사랑.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우중충하다.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탈출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만 동생.
그 가족이 견뎌 낼수 있었던건 형 이라는 고통이 있었기에 더 강하게 뭉칠수 있어서 였던것 같다.
누구나 잊지 못할 무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의 한 때문에 표류하다가 인생도 가족도 붕괴 되버릴수도 있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동생의 애인도 모두 무거운 기억들을 품고 있었다.
그들을 끝까지 하나로 모을수 있었던 이유는 상호간의 사랑과 버거운 존재인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재미는 있는데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재미있으라고만 쓰기에는 너무 무거운 소재 아닌가...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오정근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오정근
아인슈타인씨가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하고 100년만에 중력파를 실제로 관측하기 까지 학자들의 노력과 기술의 발전사를 설명해 주신 책이다.
가상의 픽션이 아니고 실제 있던 일을 설명한 전기적 이야기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고 중력파를 발견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인...
블랙홀정도가 충돌할때 발생하는 중력파의 진폭이 태양정도 크기의 항성을 수소원자 한개의 지름보다 작은 크기로 진동 시킨다고 한다.
그런 미세 진동을 측정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겠다.
용도가 무엇이건 이런 종류의 투자를 통해서 얻어지는 경험, 기술적 성과등은 강물 파헤쳐서 얻어지는 소득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수없겠다.
중력파를 검출한 LIGO라는 관측시설을 짓는데 약 2억달러가 투입이 되었다고 한다. 원화로 3천억원이 안되는돈이다. 강 파느라 퍼부은 돈이 20조가 넘는걸로 알고 있는데...
중력파를 관측한다는게 우리삶에 어떤 이익이 있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겄다.
헤르쯔씨가 전자기파를 관측한후 실험을 시연 했을때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근데 어디에 쓸모가 있죠?" 헤르쯔씨의 답변 "쓸데가 어딨냐? 그냥 발견에 의의가 있는거지"
지금 그럴것이다. 중력파 관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지 어케 아나? 중력의 차원을 이해해서 공중부양 자동차나 공간이동,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등이 가능해 질지....
중력파 자체에 대한 흥미도 있지만 그런 순수과학에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유럽,일본의 사회적 합의와 부가 부러웠다.
강바닥 파헤치는 22조는 아까워 하지 않으면서 애들 급식비에 분노하던 대한민국의 골통을 보고 있자 서글프다.

2016년 5월 8일 일요일

맛있는 녀석들 을 안보는 이유

코미디 채널에서 맛있는 녀석들 이라는 먹방을 한다. 얼마전 재방송을 보고 재미있어서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그 방송이 나오면 재미있게 보곤했다.

그 방송을 보다보니 이건 한국사람이 만드는 방송인가? 하는 의심이 들더라.

청국장을 먹는데 생청국장을 보여주면서
"낫토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 이라는 자막이 나오길래 낫토가 뭔지 찾아봤다. 일본 된장이더라.

그리고 출연진들의 대사에서도
"고급 일식집 같은 분위기야" 라고 한다. 음식은 탕수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급 일식 소스를 먹는것 같다"라는 스크립트.... 먹던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일식은 아니었다.

방송내내 조금씩 일본음식문화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을 만든다. 다른건 다 제끼더라도 청국장 보다 낫토가 더 고급이라는 느낌을 주는 그 방송을 본 이후 맛있는 녀석들은 "재수 없는 녀석들"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일본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차원과는 다른 접근이라 무척 빈정이 상하더라.
멍박과 닭을 거치면서 친일파들이 점점더 뻔뻔해 지는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제 2차 세계대전 시대부터 최근까지 활동하시던 시민 불복종 운동가이자 보스턴 대학 정치학과 교수 이셨던 분의 일생을 거친 투쟁일기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다" 라는 명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자신의 양심을 법의 이름으로 팔아 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셨다. 솔직히 소크라테스씨가 얼마나 많은 독재자들에게 통치의 명분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면 역사를 통털어서 가장많은 저항운동가를 학살한 원흉이라 생각된다.(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분의 의도는 독재자의 응용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1950년대의 인종차별에 저항하고(실제 그시기에는 유색인종에게 참정권은 고사하고 공립도서관에서 조차 합법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 내부의 차별을 넘어 국제적인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셨다. 그 와중에 수많은 투옥 생활을 거치시고... 학자로서 자신의 양심을 팔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서 많은 희생을 감수하셨다.
물론 미국이라는 특수성에서 가능한 삶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이력을 가지고도 계속교수직을 유지 하실수 있었다는 것... 한국에서 그렇게 싸우시던 많은 분들이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것을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이 분의 말씀처럼 저항하는 시민에 의해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차별은 결국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허탈함도 없어지지 않는다. 인종 차별이라는 부분이 예전 보다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부"에 의한 차별은 바뀌기 힘들 거라는...
체 게바라의 일생을 읽으며 느낀것 이상의 안타까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