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31일 목요일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예전에 여행도중 그리스를 지나갈때에(2,000년) 아테네 시내를 보면서 한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 청계천과 동대문시장 일대의 혼란스러움...
이 나라도 우리처럼 이웃나라에 점령되었던 수모를 격었다. 터키와 그리스의 분쟁은 이미 트로이의 목마때부터 시작되어서 우리가 잘아는 300이라는 영화에 좀 편파적인 시각으로라도 소개가 되었으니 다들 잘 알듯하다.
하여간 그때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쓰신 작가분의 자서전이다.
터키의 식민지 시절에 태어나서 독립에 이르는 혼란기에 어린시절을 보내는 과정이 이 분의 인생관에 참많은 영향을 준것같다.
이 분의 일생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에 도달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그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으나 결국 끝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 과정 자체가 자유의 경지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으신것 같은데 아마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만족하시진 못했을 것같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을 공부했지만(상당히 머리가 좋으셨던듯 하다. 대충공부하면 1등이고 외국어 정도는 몇달배우면 그 말로 책을 쓰실정도가 된다) 피속에 녹아있는 투사로서의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자유를 찾는 투쟁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자유의 정의를 육신의 제약을 벗어내고 영혼의 속박까지도 털어내는 상당히 고차원적으로 정의 하다보니 구원을 받는,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경지까지 가고자 하는 수행의 인생을 사신다. 기독교를 통해서 답을 얻지 못하자 붓다의 가르침을 공부하시고 거기서도 만족을 못하시고 니체의 무신론에 심취하고 막스 레닌의 사상을 찬양하는 이력도 가지셨다.(그래서 예전의 번역본은 이 부분이 빠져있기도 하다.)
또, 신을 투쟁의 대상으로 정하실 정도로 호연지기가 대단하시다.
이 분이 노자의 사상을 공부하셨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신에 대한 정의는 노자철학 비스무레한 결론을 내리신다.
너무 어려운 말만 나온것 같은데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를 연대기형식으로 작성하셨는데 그 때부터 이미 일반적인 애들과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더라...

이 분의 일생을 읽으며 나 한테는 없는
세상에 대한 뜨거운 사랑
사람을 향한 뜨거운 사랑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지식에 대한 굶주림
겁나 좋은 머리
등이 부러웠다.

마지막까지도 이 책을 완성할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며 죽음에 저항하시지만... 결국 지금의 책을 남겨두고 가셨다.

2016년 3월 27일 일요일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책, 음악, 영화등을 감상후 여운이 오래 남는 것들을 나는 좋은 책, 음악, 영화라고 말한다.
이책도 내가 그동안 읽은 책중에 몇안되는 좋은 책이다.
어떤 두남자가 보고타 변두리 바에서 술한잔을 하다가 친구가 된다. 20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좋은 시간을 만들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골목길에서 총격을 받고 형님은 사망, 동생은 중상을 입지만 살아났다.
이 동생분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형님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왜 누가 총을 쏘았는가"
이러면서 형님의 수수께끼같은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배경은 90년대초 콜롤비아.
그 당시 콜롬비아는 정부보다 강력한 마약조직이 거의 국가를 주무르고 있었다. 이 형님의 과거도 그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더라는...
소설이 이야기하는건 마약과 관련된 액션이 아니다. 그런 사회적 배경에서 망가져간 한남자와 그 남자의 아내, 아이의 서러운 이야기다.
나는 시내 곳곳에서 폭탄이 수시로 터지고 어두워지면 총알이 날아다니는 사회의 긴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당시의 보고타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짐작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사회가 한 가정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두남자가 총격을 당한것 이상의 폭력은 나오지 않는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 이지만...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팽팽한 긴장감에 공진하게 만든다.
책을 넘기며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지는 한남자와 한여자의 서글픈 과거가 시들지 못하고 짓밟힌 꽃처럼 아쉽다.

2016년 3월 25일 금요일

스카페타 팩터 - 퍼트리샤 콘웰

법의학자 스카페터아주머니 주변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사건을 추척하는 추리소설이다. 작가분이 이런류의 책을 꽤 많이 히트시킨 공력을 가지셨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액션 추리물과 좀 다른 관점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법의학자 아주머니, 프로파일러로 나오는 그 분의 남편, 법의학 빼고 모든 과학수사에 능통한 조카, 사건을 담당한 검사, 단무지 형사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갈 등장 인물로 구성되어있다.
작가분이 여자라서그런지 모르겠는데 프로파일러 남편과 단무지 형사를 제외하고 모두 여자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병렬로 사건을 파헤쳐 나가다 보니 정신줄 놓치면 지금 말하는게 누군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참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지금 진행중인 사건과 등장인물의 과거가 교차로 편집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스케일이 꽤 크다. 핵폭탄이 터지는등의 스케일이 아니고 등장인물들과 범인, 그들의 과거가 거미줄처럼 꽉맞춰져있다. 한사람의 머리로 이런 스케일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 내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쨋건 추리소설은 범인을 잡아야하고 잡아냈다.
범인은 남자더라...

2016년 3월 21일 월요일

화이트퀸을 쫓던 어린 날의 동화 - 요나스 벵트손

화이트퀸을 쫓던 어린 날의 동화 - 요나스 벵트손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호빗도 오우거도 요정도 나오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의 20세기 말 덴마크가 배경이지만 이 부자의 이야기는 우울한 판타지를 들려준다.
좀 심하게 안드로메다적으로 세상을 판단하지만 아들을 끔직히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살아가는 아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들도 만만치 않게 성장한다.
아버지가 사악하거나 싸이코패스적인게 아니다. 그냥 좀 환상적으로 우울할뿐...

그 아들의 유년기 부터 청년기 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서럽거나 슬프기보다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책전체에 깔려있다.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하나? 그닥 행복한 결론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제목과 여성작가 인것을 보고 해리 포터류의 신나는 판타지를 기대했는데 우중충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재미있다. 꽤 두꺼운책인데 읽고 나니 아쉽다. 이 부자가 좀더 방랑해 줬으면 좋겠다는...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류전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류전윈
제목만 보면 살인사건에 연관된 심리 스릴러 일것 같은데 책속에 죽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사했다.
어는 부부가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하고 중국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걸릴까봐 위장이혼을 했다. 이혼후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재혼을 하려는 꼼수...
그 이혼이 진짜가 되어버렸다. 남편이 그 사이에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버렸다는...
억울한 이 여자분 소송을 걸지만 합법적 이혼 서류를 이기지 못하고 패소... 억지부리다가 유치장에 갇히는 수모를 격고, 공무원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한후 그 공무원들을 싸잡아서 한방에 고소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베이징에 올라가서 더 높은 사람에게 호소하려다가 얼떨결에 전국인민대회 기간에 회의장에 난입하게되고 중국 최고권력자가 그 사연을들은 후 그녀를 힘들게한 모든 공무원 사직... 여기까진 시원하다. 그녀 남편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이렇게 "그 해"가 마무리되고 이십년 후로 건너뛴다.
이 양반의 거사후 그 성의 모든 공무원은 그녀를 무서워하고 어떻게든 베이징에 가는걸 막으려든다.
책에 없는 20년간 꾸준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좌절당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그녀와 공무원의 숨막히는 줄다리기가 진행된다.
결론은? 여기에 말 안한다.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빠져서 한권읽는동안 담배피러 가는것도 잊어먹고 있었다.
그해의 이야기로 주인공의 인생이 앞축되어 표현되고 지금의 이야기로 원한, 복수등에 대해서 생각하게된다.
나 개인적으로 복수는 대를이어서라도 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동안 주인공의 삶이 너무 서러웠다.
조마조마한 부분은 없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초강력접착제 같은 작가의 육십갑자 신공을 즐겨보기 바란다.

다르마 행려 - 잭 케루악

다르마 행려 - 잭 케루악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내가 작가분들 많이 알지는 않지만...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좀 빈정상한 부분이 많이나와서 확 덮어 버릴까... 하고 생각했었다.
불교에 심취한 젊은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고자 나름의 방식으로 수행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불교와는 많이 다른 해석들이 건방져 보였다.
주인공이 책한권의 시간인 2년동안 수행하는 과정을 읽다보니 독자로서의 내가 좀 거만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정작 나도 불교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다라는...
깨달음의 길에 어떤 해석이 맞다는 정석은 없다. 내가 부처니 내 스스로 깨달음을 찾는 과정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수행과정인데...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는데 절대로 소설은 아니다. 소설이라면 어떤 목적에 수렴해가며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책은 줄거리가 없다.
예전에 읽은 소로우씨의 월든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내가 건방지게 비교라는 것을 하는건 아니고... 월든의 소로우씨가 요가나 명상을 통해 깨우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 레이 스미스는 오체투지를 하며 깨우침을 찾아가는 방랑선사의 느낌...
글속에 써있는 불교에대한 방대한 지식으로보면 이 분이 지금의 나처럼 느낌만을 끄적이신게 아니고 이 글을 쓰기위해 참 많은 공부와 실제 수행을 하셨다는게 느껴진다.

푸줏간 소년 - 패트릭 매케이브

푸줏간 소년 - 패트릭 매케이브
독특한 관점의 소설이다.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니고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어머니가 말했다 아버지 뭐하시나 보고와 내가 말했다 거실에서 티브이 보고있어요.
이런식이다. 따옴표를 이용한 대화체는 한문장도 나오지 않는다. 화자가 이야기 하듯이 진행되며 유일한 문장부호는 마침표 정도...
처음 반정도는 읽기 참 힘들다. 이런관점에 익숙치 않다보니... 하지만 작가의 화법에 익숙해지면 내가 주인공이 된것처럼 몰입하게된다.
내용은 미친놈이야기다. 주인공(나)이 미친놈이다. 동네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왜 내옆에 이런넘이 있나 싶을 정도로 저주스러운 미친넘이 있다면 그넘이 딱 이 주인공이다. 그 미친사람의 관점에서 이런글을 쓸수있었던 작가의 정신세계가 독특하다. 글을 읽는 내가 그 미친넘에 공감하면서 주변의 안 미친 사람들이 원망스럽게 느껴지는 화법에 빨려들어간다. 아마 사람이라면 누구나 조금씩의 광기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나만 그런게 아니고 이 책을 읽는사람 누구나 그럴것이라 생각된다.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범인을 잡는 과정이 아니고 왜 주인공이 살인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독특한 문장에 적응할 인내심과 갑자기 사방으로 튀어 다니는 주인공의 사고 방식에 길을 잃지 않고 더불어 튀어 다닐 아량이 있다면 읽어볼만하다.

에코보이 - 매트 헤이그

에코보이 - 매트 헤이그
로봇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인조생명체 에코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언론을 조작하고 강력한 정치적 힘을 가진 에코 제작사의 사악한 사장이 등장한다.
에코보다 한단계 더 진화한 대니얼이라는 소년 에코, 고장난 에코에게서 부모를 잃은 오드리라는 소녀.
대충 이렇게 세명이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룬다.
기술의 발달로 특이점을 넘어선 문명에 대한 두려움을 말하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그게 아니다. 너무나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끝이난다.
너무큰 악은 응징할수 없다는...
살아남는 것만으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우울한 결론이다.
책의 종반으로 가면서 계속 어떤 반전을 기다리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세상에 반전은 없다는... 슬픈 현실인식만 남는다. 참 냉소적인 SF액션 소설이다. 혹시 2권을 내려고 그랬나? 안나오면 좋겠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 장미셸 게나시아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저자 : 장미셸 게나시아
2차대전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한 이야기다. 그당시 프랑스는 자유주의의 깃발아래에서 공산주의자 민주주의자 나찌주의자 반나찌주의자가 마음대로 목소리를 내면서 상대에대한 거친공격도 횡횡하던 뒤숭숭한 시기였다.
어느 조그만식당의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 모이던 기구한 사연의 망명자들과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중학생의 이야기가 조곤조곤하게 쓰여있다.

불평등한 세상에 분노하는 젊은 혈기, 사랑, 좋아하는 일에 꽂혀서 모든것을 던져 버리는 무모함과 절제에 실패해서 복구불가능한 실수를 저질러 버리는 젊은학생, 그 시기에 부모로 사는 버거움에 공진을 하고 체스클럽에 모여 서로간의 어두움을 보듬어 주는 망명자들의 거친 사연들이 깨진 유리보다 날카로운 조각들로 가득채워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 끝에 생채기를 남긴다.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며 촉촉한 눈시울에 대한 욕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 - 폴 보가드

잃어버린 밤을 찾아서
저자 : 폴 보가드
제목만 보면 괴기 내지 공포소설일것 같지만 정말 제목 그대로 잃어버린 밤을 찾아 다닌 양반의 작은 바램을 써놓은 이야기다.
전등이 발명된지 백년 남짓만에 우리는 은하수를 잃어버렸다. 밤이오면 당연히 보여야 하는 수많은 별들을 거의 못보고 있다. 먼지로 하늘이 오염된것 보다는 너무 밝아져서이다.
우리나이 또래는 그래도 어릴때 정전도 가끔 생기고 등화관제라는 훈련을 할때 은하수를 볼수 있었다.
나는 사하라사막 한가운데 야영을하는 트럭위에서, 파키스탄 히말라야 산속마을에서, 남반구의 탄자니아 잔지바르섬 시골 마을에서 별을 볼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 어린 사람들은 '푸른하늘 은하수'의 의미도 모를 것같다. 달과 희미해진 북두칠성과 겨울밤의 오리온 자리 정도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단순히 별을 보자는 차원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 않는다. 어둠이 사회에, 인간 생리에, 자연생태계에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설명하고 도시의 과다 조명과 그에따른 폐해에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또 각 문화권 별로 어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도 재미있게 풀어놓았다.
지금의 빛공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각종 단체의 조명 아이디어와 실제 그 아이디어를 채용해서 도시의 미관을 개선한 사례들을 부러운 마음으로 읽어야 했다.
그리고 참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지만 별을 보기 위해 몇시간씩 차를 몰고 떠나는 여정도 재미있다.
안타까운건... 우리나라의 좁은 땅덩이에서 별다운 별을 볼 수 있는곳이 거의 없다는 거...

새의 감각 - 팀 버케드

새의 감각
저자 : 팀 버케드
나와 의사 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대상의 감각, 감정등을 이해 함으로써 가능해질 것같다. 우리는 아직 존재조차 밝혀지지 않은 외계생명체와 대화하기 위해서 수십억의 돈을 쓰며 SETI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보이저를 저 깊은 우주의 심연으로 날려 보냈다. 그런데 정작 우리와 같은 행성에 살고 있는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는 고작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못하는 것' 정도의 분류만을 해놓았다. 그들의 감각을 이해 하려는 시도는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듯 하다. 사용한 비용은 말할것도 없고...
이 책을 쓰신 분은 동물행동과학을 연구하신다. 특히 새를 좋아하는...
새의 감각을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자각과 새의 정서에 대해서 일반인이 이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이 되어있다. 물론 우리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그런 감각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겸손함도 잊지 않으신다.
생명을 사랑한다는것... 그건 상대의 감각을, 생각을 존중하는 것 인가 보다.
책의 제목과 내용만 보면 더럽게 재미없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재미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새의 행동을 연구 하기 위해서 고안해 내는 기발한 실험들도 흥미있고 야생에서 탐조활동을 하는 과정도 재미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가 비둘기가되어 매에게 쫓기는듯한 실감도 느끼고 바다오리가 되어 이웃이 서로 도와가며 새끼를 키우고 보호하는 따듯함도 경험한다.
일독을 권한다.

보이지 않는 수호자 - 돌로레스 레돈도

보이지 않는 수호자
저자 : 돌로레스 레돈도
스페인 동북쪽 프랑스 근처의 엘리존도 라는 작은 마을에서 발생한 연쇄살인범 추적 이야기다. 물론 추리소설이다.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 소설을 보는 재미는 쫓는자와 쫓기는 자의 치열한 머리싸움, 범죄자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피해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다음 희생자 등을 보는 것이다. 거기서 느껴지는 긴장, 그리고 혈관속의 아드레날린...
이 책은 위에 설명한 주제에 관한 재미를 느끼진 못한다. 그런데 또 다른 형태의 재미를 선사한다.
스페인 지역 전설, 한 가족의 어두운 과거, 마을의 부끄러운 역사등이 소설속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은 판타지 소설같은 느낌도 주고...(개인적으로 맘에들지 않는 부분)
요즘 나오는 추리소설들의 꽈배기처럼 꼬인 구성을 하도 많이 봐서 막상 막판 반전이 일어나도 시금텁텁한데 이 책은 꽤 정공법적으로 범인을 찾아간다. 오랜만에 읽은 속시원한 액티브한 추리소설 이라고 할까?
생생함이 느껴진다.

스페인 문학을 자주 접할 일이 없다보니 등장인몰들의 이름만 가지고는 성별 구분이 어려웠다. 한참을 보다가 "그녀" 또는 "그" 라는 지시 대명사를 보고야 성별을 알수있었다는...

네 시체를 묻어라 - 루이즈 페니

네 시체를 묻어라
저자 : 루이즈 페니
누군가 유명한 양반이 소설은 죽었다고 말씀하셨다. 더 이상 소설로 쓸수있는 소재가 남아있지 않다고...
하긴 그오랜 시간동안 그 많은 작가들이 이야기를 지어냈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수 있는 주제는 제한적이다 보니 그런말을 할만도 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창작에 열심이신 작가 분들께 고맙단 말씀 전한다.
그리고 이 책 처럼 몇가지 양념을 더 넣어서 재밌게 조리해 놓은 책들이 아직 많이 나올 것 같다.
이 책은 아가사 크리스티 스타일의 추리소설이다. 마지막에 용의자들을 한방에 모아두고 "이러이러 해서 쟤가 범인 같아 보이지만 진범은 너다." 라고 말하는 수사관 이야기.
그런데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과정을 통해서 수사관이 셜록홈즈만큼 똑똑하다 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대는 캐나다의 퀘벡 지역.
세개의 이야기가 같이 진행된다.
첫번째는 지금 발생한 도서관 지하의 살인 사건
두번째는 이전에 발생했고 증거에 입각해서 범인을 잡았는데 얘가 심정적으로는 범인이 아닌것 같아서 다시 수사하는 사건
세번째는 주인공이 테러범 잡다가 부하여럿죽고 자신도 죽을뻔한 회상.
퀘벡을 배경으로 건국에 얽힌 역사 뒤쪽의 이야기들이 소개 되면서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었다.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살던곳을 빼앗긴 원주민들, 지금 까지도 이어지는 각계의 반목등...
그런데 세개의 이야기가 교차로 특정한 경계없이 흘러가다보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게된다. 나도 몇번을 리와인드해서 다시읽었다.
정작 범인보다 피해자를 죽게 만든 역사속의 어떤 사실이 더 궁금해진다. 결국 세개의 이야기 모두 캐나다라는 나라의 슬픈 과거사에서 시작됐다.

서늘한 광채 - 댄 로이드

서늘한 광채
저자 : 댄 로이드
어느 대학에서 현상학을 가르치시는 철학과 교수가 사라지고 그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구성해간다.
뇌과학, 인지과학, 인지철학, 심리학, 인공지능, 의식, 무의식 등을 공부하는 학생과 선생님들이 주요등장인물이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너무 전문적이라 이해가 안가더라는...
겁나 복잡한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가 '그런 농담 참 재미 있어요' 란다. 머가 재미있다는 건지...
스릴러라는데 긴장감이 전혀 없다. 뜽금없이 비밀조직의 요원이 나와서 총으로 등장인물들을 협박하며 '의식'의 비밀을 알아낸 당신들을 살려둘수 없다고 잠시 협박하다가 할머니 교수님한테 얻어맞고 생포된다. 저요원은 왜 등장 시킨걸까...
실종됐던 교수는 다음날 아침에 멀쩡히 연구실에 나타났다가 프로작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책속의 토론과정에 이런 결론에 이를만한 어떤 암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찾으려 처음부터 다시 읽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해하려면 등장인물들이 공부한 내용을 나도 그만큼씩은 알아야 할것 같아서...
의식, 뇌과학, 인지과학, 현상학 등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보기 바란다.

링월드 시리즈 - 래리 니븐

링월드 시리즈
저자 : 래리 니븐
예전에 아이작 아시모프씨의 파운데이션 이라는 소설을 열광하며 읽은적이 있었다. 전체 10권 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권을 읽으면 다음권을 읽지않고는 못견디고 마지막 권까지를 읽고 나서는 한동안 상실감에 시달렸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또 만나지 못할것 같은 안타까움에... 어쨋든 상실감은 극복했고 세상엔 재미있는 책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지금 말하는 이 책 링월드는
1. 링월드
2. 링월드의 건설자들
3. 세계의 파괴자
4. 세계의 배신자
이렇게 네권이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다. 관악 도서관에 있는게 네권 이어서 그렇게만 읽었다.
3번과 4번은 링월드 시리즈의 프리퀄이다. 그러니 3, 4번을 먼저 읽고 1, 2번을 읽어도 문제는 없다.
공상과학의 형식으로 쓰여진 대하 소설이다. 지구인 이외의 몇개 종족이 더 등장하고 은하계를 누비는 이야기 전개와 각 외계 종족의 모습과 사고 방식을 상상하면서 읽는 재미가 앞서 말한 파운데이션 못지않게 흥미진진 하다.
아쉬운점 이라면 내가 나이들면서 약아진 탓에 예전 만큼 열광하지 못한다는 거.....
이렇게 커다란 스케일의 대하소설을 읽다가 지금 한 학교내의 실종 사건을 다룬 심리 스릴러를 읽으려니 책속의 등장인물들이 불쌍해 보인다.

종교 유전자 - 니콜라스 웨이드

종교 유전자
저자 : 니콜라스 웨이드
예전에 짧은 여행을 통해서 다양한 국가와 민족의 언어, 문화, 종교등을 접하면서 그 다양함 속에 어떤 모호한 공통점이 있을것 같다는 진짜 판타지적 상상을 해었고 가능하다면 세상의 모든 언어와 모든 신화와 모든 종교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생각만 했다. 절대로 결심따위는 하지 않는다. 아둔한 머리와 종이보다 얇은 인내심으로 그런 공부는 엄두가 안난다. 대신 그런공부를 열심히 하고 압축된 엑기스만 정리해둔 책이 있으면 일부러라도 찾아 읽으려는 노력 정도만...
지금까지 신화에 관한 건 그리스 신화를 잘정리한 저서정도만 접할수 있었지만 다른 문화권의 신화까지 총망라한 책은 찾아볼수 없었다.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개인이 접근하기는 힘들었으리라...
언어에 관한건 솔직히 찾아보지 않았다. 재미 없을것 같아서...
종교에 관해서는 이책 '종교 유전자'가 어느정도 굶주림을 채워주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토속종교를 연구한 문헌을 통해서 종교의 발생학적 과정을 시원하게 설명해 준다. 물론 이 양반이 이 책을 쓸수있게 현장에서 토속신앙을 연구한 앞선 거인들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이 책이 모두 마음에 드는건 아니었다. 제목에서 알수있듯이 사람이 신앙을 가지고자 하는건 유전자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좀 억지스런 주장도 하신다. 종교가 있어서 상거래의 신뢰가 유지 된다든지 종교가 지구의 인구조절을 한다든지.... 등등
나 개인적으로는 종교가 없어서 금단현상이 생기거나 종교를 가지고자하는 욕구가 전혀 생기지 않고 상거래에서 진상을 부린다든가 아이를 낳고 싶어 지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종교를 가진 사람과 논쟁하고 싶지 않으니 여기 까지만...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쓰기위해 수많은 문헌 논문을 열심히 공부해서 이렇게 정리해준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폰으로 글을 쓰려니 쉽지 않아서 많은 부분을 생략 축약해야했다.

사치코 서점 - 슈카와 미나토

사치코 서점
저자 : 슈카와 미나토
요즘 시간이 많아서 책을 자주접한다. 주로 구립도서관에서 대출받은 책들... 내가 읽은 모든 책을 이렇게 소개해주지는 않는다. 내 마음에 드는 책,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책만을 이런 자리를 이용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글로 타인에게 말하는 것의 장점은 나도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정리할 마음가짐을 가지다는 것...
이 책 사치코 서점은 공포소설이다.
응징, 복수, 살인 등의 말초적인 공포가 아니라 보은, 아쉬움, 배려등을 표현하는 깜직한 귀신이야기 7편이 실려있다. 배경은 모두 도쿄시 변두리의 작은 마을이고 모든 이야기의 조연 형태로 사치코 서점 주인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7편이 모두 각자 다른 이야기의 옴니버스 형태 이면서도 배경의 연속성이 보인다.
낮동안 책을 읽으면서는 앙징맞은 귀신에 끌리다가 밤에 술한하고 와서 읽다보니 척추를 타고 쭈빗함이 가늘게 진동하더라...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책을 덮으면서 왜 이렇게 책이 얇은걸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 몇안되는 책중의 한권이 되었다. 밤에 혼자 의자에 앉아서 발목까지만 잠기는 은근한 공포분위기에 젖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 시몬 드 보부아르

모든 인간은 죽는다.
저자 : 시몬 드 보부아르
사람은 누구나 유한한 존재다. 지금 이 세상에 불과 150년전에 태어난 사람들중에도 한명도 남아있지 않고 죽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불멸을 원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불로불사의 몸을 가지게 된다. 책이 말하는 내용은 예상대로다. 인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삶에 의미가 있다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항상 생각하고 산다는게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기에 이런식으로라도 포장을 하는 거겠지... 솔직히 삶이 의미 없어서 죽고싶은 생각이 들만큼 지루해 질때까지 살수있다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재미는 그런 철학적 고찰이 아니다. 19세기 초에 태어난 주인공이 지금까지의 시간을 살아오면서 격고 듣고 본 이야기들을 통해서 제국주의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기 까지의 역사속에 존재하는 한 개인의 시각을 볼수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한명이라 한사람이 가진 제한된 공간과 시간의 역사뿐이지만...

모든 역사가 흘러가고 세상이 멸망한 후 혼자 이 행성을 표류할 주인공이 가질 공포가 느껴진다.

다락방의 꽃들 - V.C. 앤드루스

다락방의 꽃들
저자:V.C. 앤드루스
한마디로 막장드라마다. 아무리 픽션이라고 위안을해도 책속의 주인공인 4남매가 너무불쌍하다. 드라마가 가져야할  요소들... 완벽한 아빠 우아한 엄마 의젓한 아들 말괄량이딸 철모르는 이란성쌍둥이 막내...
그런데 알고 보니 아빠와 엄마가...

로보트도 안나오고 외계인도 없고 귀신도 등장하지 않는데 재밌다.
아슬아슬한 스릴도 없고 아찔한 로맨스도 없고 숨겨진 음모도 없고 총싸움 한번 나지 않는데 책을 손에서 놓을수가 없었다. 끝까지 희망만을 가지게 만드는 어른들과 그 희망 한오라기를 붙잡고 버티던 아이들이 안타까우면서도 책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그러지 말라고 말하고 싶도록 조바심을 느끼게 하지도 않는다.
1900년대 중후반에 활동하시던 작가다. 소공자나 소공녀 올리버트위스트 류의 책을 생각나게하면서 그 당시 사회적으로 굉장히 금기시 되었을 소재로 과감하게 글을 쓰셨다. 솔직 지금도 편안하게 논의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고...

스틸미싱 - 체비 스티븐슨

스틸미싱
저자:체비 스티븐슨
필리핀에 다이빙간동안 읽으려고 대출 받았다가 조금만읽어야지... 한게 오기도 전에 다 읽어 버렸다.
어느 여자가 납치되서 일년간 노예보다 못한 생활을 하다가 자신을 납치한 범인을 죽여 버리고 집으로 돌아 왔다는 이야기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다른 이야기와 비슷하다.
이 책의 매력은 납치기간동안 학대받은 이야기와 탈출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의 이야기가 교차로 기술되어 있어서 피해자에게 격렬하게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해자의 성장과정과(성장과정의 불행때문에 사람이 그렇게 됐다는 공식에는 공감하지 못하지만) 피해자의 성장과정이 역시 같이 표현되어 공감의 강도가 더 강해진다.
이야기의 끝으로 가면서 이 사건의 발화점에 가까워지다가... 개인적으로는 떫떠름한 결론을 만나게 된다.
나는 책을읽고 책에대한 평가를 후하게 내리는 사람인데 ... 막판은....
궁금하면 읽어보기 바란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 예사롭지 않은 꾼의 재주를 즐길수 있다.

야간시력 - 카린포숨

야간시력
저자:카린포숨
노르웨이 작가다. 우리가 자주접하지 못하는 문화의 작가. 어느 요양원 남자 간호사의 이야기.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이 급류한번 없이 바다로 들어가 버리듯이 이야기가 전개되고 결론이 난다. 두건의 살인이 발생했는데도 그렇게 잔잔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손을 놓을수 없는 은근한 긴장... 읽다보면 살인자를 응원하며 공감하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툭툭 던져놓듯이 말하는 살인자의 심리묘사를 읽다보면 더 자세한 부분을 나름대로 상상하게 만드는 묘한 화법...
작가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인간심리에 대해 짧게 공부한 사람이 아닐것 같은 감탄.
그리고 요즘에 출간되는 심리 스릴러들이 영화화될 바램을 가지고 쓰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세속적인 욕심이 보이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든다. 일주일쯤 전에 읽은 책이다. 마음속의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되나... 많이 고민했지만 짧은 글솜씨로 이 이상은 힘들것 같고 그래도 좋은책을 꼭 소개시켜주고 싶었다.

먼 북쪽 - 마이클 서루

먼 북쪽
저자 : 마이클 서루
별 생각없이 담근 낚싯대에서 대어를 낚아올린 기분이다. 정말 오랜만에 독서후의 뿌듯함에 지금도 배시시 미소가 지어진다.
내용이 어떤건지는 말하지 않겠다. 이 책의 맛중의 하나가 예상과 다른 전개를 보인다는 점이니...
이 외에도 감상 포인트는 열거할수없이 많다. 어떨때는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긇다가 또 아름다운면이 부각된다.
간단히 배경만 이야기 하자면 일년에 10개월이 추운 겨울로 변해 버린 이 행성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걸로 뻔한 이야기 일거라는 속단은 말아주기 바란다. 꼭 한번 읽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동물을 깨닫는다 - 버지니아모렐

동물을 깨닫는다.
저자:버지니아모렐
이상한 책이다. 사람을 제외한 동물은 자아가 없다. 마음이 없다. 생각이 없다. 라는 전제들을 깨기 위한 학자들의 연구를 취재하면서 그 내용을 책으로 남겼다. 좋은 내용이긴 한데...
동양의 사상으로 볼때 우리는 당연히 동물도, 하다못해 미물도 나름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알고있는데... 그것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 책에 등장한 학자분들은 자신들의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내놓을때마다 기존 학계의 비난을 받고 연구비 지원도 거의 받지 못하신다.
우리도 이미 서양의 학문에 중독되었지만 그  불쌍한 학자들을 이상하다고 판단할 사람은 얼마 되지 않으리라 본다.
우리가 비록 개를 먹을지언정 개의 자아를 부정하진 않는다. 소나 돼지도 마찬가지고...
서양의 이런 오만함의 근본은 어디서 나온건지 궁금하다. 동물은 생물학적 기계일 뿐이라는 근거없는 철학을 고수하는 미련한 사람들...

몬테규 로즈 제임스 단편선집 - 몬테규 로즈 제임

몬테규 로즈 제임스 단편선집
저자:몬테규 로즈 제임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을하신 분이다. 지금을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엔 너무 익숙한 공포의 표현들 이지만 그 당시에는 무척이나 신선하고 기발한 소재들로 공포소설으로썼다는 평가를 받았을것 같다. 그런데 이 양반이 살던 시대가 시대이니만치 그 시대 작가들의 필체가 그대로 남아있다. 화려한 배경 정밀묘사들... 읽다보면 내 어휘의 부족함을 실감나게 한다. 공포소설의 주무대가 시골마을 교회나 숲 또는 고택이다보니 건물의 세부명칭을 모르면 지금 묘사 하는곳이 방인지 부엌인지 뒷마당인지 모르게된다.
움베르토 에코씨의 작품만큼이나 배경묘사에 참 많은 공을 들이셨다.
움베르토 에코씨의 글은 주로 장편이라 초반에 묘사한 배경의 이해가 소설전체를 이해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책은 단편집이라 배경묘사가 절반을 넘어가고... 스토리에 중요한 영향으로주진 못한다. 그러나 공포소설의 주목적인 공포감의 조성에는 배경이 중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다고 평가 할수는 없겠다.
19세기라는 배경을 고려하고 읽는다면 감동받을 부분이 많이 있지만 21세기 사람으로서 19세기를 배려할 아량이 없다면 일독을 권하진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