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9일 목요일

불타는 세계 - 시리 허스트베트

해리엇 이라는 미술가의 이야기다.
여성인데 60이 될때까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그냥 보통 예술가 취급을 받으셨다.
남편이 돌아가신 후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1부. 자신의 작품을 신인 남자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했다. 결과는 대박. 이름을 빌려줬던 작가는 그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잠적.
2부. 역시 자신의 작품을 게이 흑인 행위예술가의 이름을 빌려서 전시했다. 결과는 갤러리들을 경악시키면서 대서 특필. 이 행위 예술가는 다시 자신의 분야로 복귀. 엄청 재밌어 하면서...
3부. 어느 중견 작가의 이름으로 발표. 이 친구 천재 대우를 받고 진짜 자기거라고 우긴후 자살. 진실 규명의 방법이 없어진다.
주인공인 해리엇양(?)은 남자 위주의 화단으로조롱하기 위해서 이런 장난을 치셨다. 현대 미술을 하는데 그렇게 많은 공부가 필요한건지 모르겠는데 뇌과학, 인지과학, 각종 철학사조등... 엄청난 공부를 기반으로 작품에 ㅈ신의 철학과 이야기를 녹여 놓는 대단한 작가다.
이 책은 이 양반의 이런 이야기를 주루룩 늘어놓는 형식이 아니다. 이 분의 노트, 일기, 그 당시의 언론 기사, 주변인과의 인터뷰, 서면질의한 내용을 시간순을 늘어놓았다. 작가의 설명은 친절하게도 한마디도 없다.
어느챕터는 화가분의 지독히 어려운 일기가 있고 또어느 챕터는 주인공이 까마득히 멀어보이는 제삼자의 관점이 서술되어 있고 또 다른 챕터는 이 분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에 대한 비평과 남자의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에 대한 비평을 비교해 놓았다.
로드무비를 보는것 같은 느낌.
독자가 상황파악해가며 읽어야 되다보니 좀 힘든감이 있지만... 신선한 접근법이 재미있다.

2016년 6월 7일 화요일

전날의 섬 - 움베르토 에코

움베르토 에코씨의 작품이다.
이 양반의 책을 읽을때는 항상 긴장하게 된다.
상세한 묘사의 숲에서 길을 읽어버리기 딱 좋다.
예전 대항해 시대에 경도의 정확한 측정을 위하 떠난 배가 침몰하게되고 이 배에 타고 있던 젊은 남자가 바다위를 표류하다가 다프네 라는 난파선에 오르게 된다.
이 친구가 이 배에 타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느라 책의 절반이 지나간다.
그리고 텅빈 난파선에서의 삶.
빤히 보이지만 헤엄쳐 가긴 너무먼 섬 하나.
그 섬이 날짜 변경선 바로 너머에 있어서 이 친구는 그 섬을 전날의 섬 이라고 부른다.
섬으로 가고 싶지만 어찌 해볼수 없는 막막함. 남아도는 시간. 당연히 많고도 깊은 사색.
날짜 변경선 이라는 인위적인 기준 하나를 놓고 시간, 공간, 죽음, 사후 등에 관한 많은 생각들.
에코씨의 책을 읽을 때마다 놀라는 거지만 이 양반 정말 공부 많이 하셨다. 그리고 난 공부가 깊은 사람을 좋아한다.
신화, 철학, 종교, 역사, 천문학, 언어.... 등등.
이 책으로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많은 선수 과목이 필요하지만 그런것들 다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수 있다. 번역 하신분이 참 고생 많이 하셨겠다는 측은함...

2016년 5월 25일 수요일

스노우 블라인드 - 라그나르 요나손

먼북쪽 아이슬랜드에서도 최북단 시클로 피요두르 라는 깡촌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다.
겨울, 눈보라가 치면 길도 막혀서 한동안 다른 지역으로부터 고립되는 마을.
세개의 살인사건이 진행된다.

이건 살인인가? 싶은 살인사건.
지금 협박을 받고 있는 피해자는 누구지? 하는 살인사건.
살인인지도 모르게 살해된 살인사건.

마을사람 모두가 용의자 인것 같다.

주인공인 젊은 경찰은 그저 장식품일 뿐이다. 사건들 자체가 워낙 많은 사연을 품고 있어서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사연을 보는것 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결국 법에 의한 정의는 구현되지 않는다. 법이라는게 워낙 뜨뜻미지근 한 것이다 보니...
정의가 구현 되었다는 쾌감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사건의 전말, 그럴수 밖에 없던 범인들의 기구한 사연... 짜릿하다. 오랜만이다. 추리소설읽고 이렇게 짜릿한 느낌.
그리고... 주인공의 앞날이 좀 걱정되면서 끝난다. 쟤 저걸 수습할수 있을까? 내가 그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되었을것 같아서 더 공감이 가고 안타깝다.
세상이 원래 이상적이지 못하다 보니... 이런 사건들이 생겨서 원죄를 가진 사람은 처벌받지 않고 부수적인 범죄자만을 만들어냈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
아이슬랜드의 그 시골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어진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살인자의 딸 - 잉에 뢰니에

내연관계에 있던 여자가 죽고 그 남자가 살인범으로 수감된다. 수감된 19년사이 아내는 자살을 하고 딸은 살인자의 딸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학생시절을 보냈다.
남자가 출소하고 어느날 불난집에서 죽는다.
출동한 응급구조원에게 자신은 결백하다고, 이말을 꼭 딸에게 전해달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죽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연녀는 죽지 않았다. 자신을 임신시키고도 본부인과 헤어지지 않으려던 남자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자신을 죽이고 시신은 쓰레기 소각장으로 보내버린 것처럼 증거를 조작하고 프랑스로 숨어버렸다.
이렇게 한 가족이 아작이 나버렸다.
딸이 아버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다.
다른 추리소설처럼 범인이나 범행방법을 꽁꽁 숨겨두고 작가와 독자가 대결을 벌이는 구조가 아니다. 모든 과정을 너무 시시하게 밝히고 시작한다.
살인자의 딸로 성장해야했던 딸의 서러움, 진실으로파헤치면 더 아플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팔수밖에 없던 상황.
이 이야기를 읽으며 "복수"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된다. 책을 읽으면서 남자가 불쌍해 지지만 정작 원인을 제공한건 남자였다. 작가의 이상한 화법에 말려들어가서 남자를 동정하던 나 자신한테 깜짝 놀라개 된다.
정말 이 사건의 원흉은 남자의 아내였다.
남자가 바람을 피울수 밖에 없게 만든 그 여자...
남자와 이 책의 주인공 피오나씨가 너무 불쌍하다.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한여름 밤의 비밀 - 얀 제거스

오펜바흐의 발표되지 않은 오페레타 원본 악보가 발견되고 이어서 다섯명이 살해된다.
그후 한명이 더죽고 이어서 또 한명이 죽는다.
총 일곱건의 살인.
2차대전 당시 잔인한 생체 실험을 하던 의사와 연결된 고리까지 따라 가는데 억울한 피해자가 여럿 생겼다.
살인자를 찾기위한 수사 과정은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끝은 영.... 맘에 안든다.
처음에 죽은 다섯명중 네명은 괜히 죽었고...
정작 전범은 자연사 하고...
살인범은 자초지종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사살되고...
뜽금없이 티없던 무기 밀매 회사가 나온다.

내가 독일 경찰이 아니어서 그들의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있을법한 사건을 수사하는데 좀 비현실적이더라는...
초반에 내무부장관님이 등장하시길래 거대한 정치음모도 기대했는데... 걍 웃음거리 용이었다.
재미있기는 하다. 재미로만 보면 백점준다.

신의 사람들 - 그레이엄 핸콕

고고학 이라는 학문은 역사와 달리 과거의 파편만으로 그 당시를 추측해야만 하는 학문인가 보다.
종이나 목판에 기록된 것들은 시간의 파괴를 견디지 못하고 삭아버리니 돌로 남겨진 흔적들이 대부분의 증거이다.
고고학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대충 2만년이 좀 안된다고 보는 것 같다.
이 책을 쓰신 작가분께서는 인류의 역사는 훨씬 오래되었고 약 1만 4천년전의 짧고 격렬한 빙하기때 대부분 파괴되어 그 재앙의 생존자들이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4대 문명들을 다시 시작했다고 주장하신다.
지질학적 증거와 지금의 고고학 학설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을 부분들을 예로 들면서 그 이전의 문명이 없다면 이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지금 연세가 일흔을 훌쩍 넘으셨는데 일생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모으는데 보내셨다.
고고학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내 입장에서 이 분의 주장이 옮고 그름에 대한 논평을 할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양반의 말대로 그런 고대 종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다.
책에 나오는 증거들이 그럴듯한 부분도 있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도 많았다고 생각된다.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밤의 파수꾼 - 켄 브루언

아일랜드의 경찰을 하다가 술때문에 해고된후 사설 탐정으로 살아가던 한 남자.
알콜중독 상태에서도 맡은일은 꽤 잘 처리 해주고 저렴한 수수료로 나름 심심치 않게 살고 있었다.
갑자기 증가한 10대 소녀들의 자살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배후에 상당한 인지도를 가진 지역 명사와 경찰서 총감이 있음을 알게된다.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던 동료는 사건 수사의 선을 넘어서 범죄자들을 죽이는 수준으로 나름의 정의를 구현한다.
이 책의 매력은 범인을 잡고, 복수하고, 알콜 중독을 극복하고,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등등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일랜드식의 남자들간의 우정, 의리 등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표현 되어 있는 것이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 시니컬한 척 하지만 따뜻한 가슴을 지닌 주인공. 이 사람 정말 멋있다. 남자라면 정말 닮고싶은 인격을 가진 사람의 매력에 중독적으로 푹 빠져 버리게 된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아일랜드 문화를 엿볼수 있다.

2016년 5월 17일 화요일

웃지 않는 수학자 - 모리 히로시

괴짜 수학자가 산위에 오리온 별자리 모양으로 지어놓은 집에 산다. 사각형의 넓은 마당의 각 꼭지점에 네개의 탑을 세우고 중앙에 건물 3개를 나란히 지어놓은 집.
벌자리와 달리 마당에 커다란 오리온 동상이 서있다.
어느날 이 양반이 가족과 친구들을 모아놓고 마술을 부린다.
마당의 동상이 뿅 하고 사라지는 마술. 마술이 아니고 수학이라고 우기면서 이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재산을 상속시키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어서 두명이 살해 당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초대받은 교수님께서 동상 사라지기와 살인사건 두가지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과정이다.
상당히 일본 스러운 추리소설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방식으로 진행된다.
막판에 겁나 똑똑한체 하면서 너가 범인이야 라고 밝히는...
SF나 판타지가 아닌데 너무 현실감이 없다. 그리고 오리온 동상이 사라졌을때 나는 이미 그 방법을 알아버렸다. 설마 그런 방식은 아니겠지... 했는데 끝내 그런방식이더라.
열라 구리다.

2016년 5월 14일 토요일

드레스메이커 - 로잘리 햄

오랜기간동안 마을을 떠나있던 여자가 치매를 앓고있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돌아온다.
어두운 과거가 있던 모녀의 상봉으로 시골마을 사람들은 서로서로 말을 아끼며 경계한다.
여자의 직업은 옷 만드는 사람이다.
시대적 배경이 20세기 초반으로 아직은 기성복보다 맟춤옷이 더 많았고 왠만한건 집에서 만들어 입던 시절.
이 여인의 등장으로 마을 여자들의 옷 맵시가 달라진다. 밉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고 또 워낙 옷을 잘 만들어 주니까...
이야기의 대부분은 옷에 대한 이야기다. 옷 각종 부위에 그렇게 많은 명사가 있는지 몰랐다.
무서운 코미디다.
등자인물중 3명이 죽는데 1명은 자연사고 2명은 이 주인공과 관련된 남자가 사고사로 죽는다.
주인공의 사연을 보면 안타까운데 죽은 사람 2명은 참 웃기게 죽었다.
막판에 속시원한 복수극이 이루어지는데 쫌 과했다 싶더라...

2016년 5월 11일 수요일

침대 -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형이 25살 생일날 애인도 직장도 모두 던져버리고 침대에 누웠다. 출근하고, 봉급받고, 청구서 지불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다른사람들과 똑같이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침대에 누운채 20년을 버텼고 체중이 6백 킬로를 넘어 버렸다.
그 가족의 이야기
화자인 동생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건 그 가족의 평범치 않은 삶이 아니다.
사랑.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우중충하다.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탈출하지만 결국 집으로 돌아오고만 동생.
그 가족이 견뎌 낼수 있었던건 형 이라는 고통이 있었기에 더 강하게 뭉칠수 있어서 였던것 같다.
누구나 잊지 못할 무거운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 기억의 한 때문에 표류하다가 인생도 가족도 붕괴 되버릴수도 있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도, 동생의 애인도 모두 무거운 기억들을 품고 있었다.
그들을 끝까지 하나로 모을수 있었던 이유는 상호간의 사랑과 버거운 존재인 형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재미는 있는데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재미있으라고만 쓰기에는 너무 무거운 소재 아닌가...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오정근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선물 - 오정근
아인슈타인씨가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서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하고 100년만에 중력파를 실제로 관측하기 까지 학자들의 노력과 기술의 발전사를 설명해 주신 책이다.
가상의 픽션이 아니고 실제 있던 일을 설명한 전기적 이야기다.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고 중력파를 발견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인...
블랙홀정도가 충돌할때 발생하는 중력파의 진폭이 태양정도 크기의 항성을 수소원자 한개의 지름보다 작은 크기로 진동 시킨다고 한다.
그런 미세 진동을 측정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니었겠다.
용도가 무엇이건 이런 종류의 투자를 통해서 얻어지는 경험, 기술적 성과등은 강물 파헤쳐서 얻어지는 소득과는 감히 비교조차 할수없겠다.
중력파를 검출한 LIGO라는 관측시설을 짓는데 약 2억달러가 투입이 되었다고 한다. 원화로 3천억원이 안되는돈이다. 강 파느라 퍼부은 돈이 20조가 넘는걸로 알고 있는데...
중력파를 관측한다는게 우리삶에 어떤 이익이 있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겄다.
헤르쯔씨가 전자기파를 관측한후 실험을 시연 했을때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근데 어디에 쓸모가 있죠?" 헤르쯔씨의 답변 "쓸데가 어딨냐? 그냥 발견에 의의가 있는거지"
지금 그럴것이다. 중력파 관측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지 어케 아나? 중력의 차원을 이해해서 공중부양 자동차나 공간이동, 웜홀을 통한 우주여행등이 가능해 질지....
중력파 자체에 대한 흥미도 있지만 그런 순수과학에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미국,유럽,일본의 사회적 합의와 부가 부러웠다.
강바닥 파헤치는 22조는 아까워 하지 않으면서 애들 급식비에 분노하던 대한민국의 골통을 보고 있자 서글프다.

2016년 5월 8일 일요일

맛있는 녀석들 을 안보는 이유

코미디 채널에서 맛있는 녀석들 이라는 먹방을 한다. 얼마전 재방송을 보고 재미있어서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가 그 방송이 나오면 재미있게 보곤했다.

그 방송을 보다보니 이건 한국사람이 만드는 방송인가? 하는 의심이 들더라.

청국장을 먹는데 생청국장을 보여주면서
"낫토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 이라는 자막이 나오길래 낫토가 뭔지 찾아봤다. 일본 된장이더라.

그리고 출연진들의 대사에서도
"고급 일식집 같은 분위기야" 라고 한다. 음식은 탕수육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고급 일식 소스를 먹는것 같다"라는 스크립트.... 먹던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일식은 아니었다.

방송내내 조금씩 일본음식문화는 고급문화라는 인식을 만든다. 다른건 다 제끼더라도 청국장 보다 낫토가 더 고급이라는 느낌을 주는 그 방송을 본 이후 맛있는 녀석들은 "재수 없는 녀석들"이  되었다.

이제 우리도 일본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차원과는 다른 접근이라 무척 빈정이 상하더라.
멍박과 닭을 거치면서 친일파들이 점점더 뻔뻔해 지는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
제 2차 세계대전 시대부터 최근까지 활동하시던 시민 불복종 운동가이자 보스턴 대학 정치학과 교수 이셨던 분의 일생을 거친 투쟁일기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악법도 법이다" 라는 명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자신의 양심을 법의 이름으로 팔아 버려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셨다. 솔직히 소크라테스씨가 얼마나 많은 독재자들에게 통치의 명분을 주었는지를 생각하면 역사를 통털어서 가장많은 저항운동가를 학살한 원흉이라 생각된다.(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분의 의도는 독재자의 응용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1950년대의 인종차별에 저항하고(실제 그시기에는 유색인종에게 참정권은 고사하고 공립도서관에서 조차 합법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미국 내부의 차별을 넘어 국제적인 인종차별과 제국주의적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하셨다. 그 와중에 수많은 투옥 생활을 거치시고... 학자로서 자신의 양심을 팔지 않고 지켜내기 위해서 많은 희생을 감수하셨다.
물론 미국이라는 특수성에서 가능한 삶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 이력을 가지고도 계속교수직을 유지 하실수 있었다는 것... 한국에서 그렇게 싸우시던 많은 분들이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것을 생각하면 부럽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이 분의 말씀처럼 저항하는 시민에 의해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간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차별은 결국 바뀌지 않는 것 아닌가... 하는 허탈함도 없어지지 않는다. 인종 차별이라는 부분이 예전 보다 좋아졌고 앞으로도 더 좋아질거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부"에 의한 차별은 바뀌기 힘들 거라는...
체 게바라의 일생을 읽으며 느낀것 이상의 안타까움이 남는다.

2016년 4월 30일 토요일

사이버 스톰 - 매튜 매서

사이버 스톰 - 매튜 매서
한겨울 뉴욕의 맨하탄.
원인불명의 사이버공격으로 인터넷과 전화망이 마비된다. 며칠후 전기가 끊어지고 상수도 공급도 막힌상태에서 폭설로 구조대도 들어올 수 없다.
몇일은 사람들이 보유한 식량과 식수로 버티지만 곧 바닥을 드러낸다.
도시의 사람들은 인프라가 망가지면 생존이 너무 어렵다.
수돗물이 끊어지면 물을 구할 우물, 개천도 없다.
슈퍼마켓이 문을 닫으면 당장먹을 빵한조각 못구한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살아남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있다. 백과사전 식의 생존방법을 나열한게 아니고 정말 실제 상황에서 목숨을 건 투쟁을 통해 살아 남는다.
살인, 절도, 폭력, 식인, 무정부 상태의 정부, 그런 상황에서의 공포...
너무 실제 상황처럼 쓰여있어서 책읽는 내내 바깥으로 나가기가 싫어졌다.

생존에 대한 의지와 살아남는 방법도 흥미있지만 등장인물들끼리 개인의 자유, 공포를 이용한 통치, 기술이 발전 할 수록 침해도가 높아지는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토론 그리고 절대절명의 상황에서 인간의 도덕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된다.
또 나도 좀 그런 경항이 있는데 조각의 정보를 모아서 내가 보기에 그럴듯한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재미있다.

약 두달간의 이야기가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참신한 이야기라기 보다 익숙한(영화나 다른 책을 통해서) 공포라 더 사람을 빨아들인다. 하루치만더 하루치만더 하면서 읽다보니 한권을 다 읽었다.
옥에 티라고 하면 몇장안되는 에필로그가 너~~~무 해피엔딩이라 유치했다.
서울을 떠나 지하창고에 물과 식량을 비축해 두고 살아야 하나...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조지프 애드루스/섀멀라 - 헨리 필딩

조지프 애드루스/섀멀라 - 헨리 필딩
1742년에 출판된 책이다. 고전...
그 당시의 책이 대부분 그렇듯이 해피엔딩.
원래 두권이 각각 나온건데 역자의 의도에 의해서 한권으로 묶였다.

조지프 앤드루스
조지프라는 청년과 애덤스라는 목사님이 런던에서 고향마을까지 가는 과정에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가 밝히길 돈키호테와 유사한 모험이야기라고 했다.
예전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묘사가 굉장히 정밀하다. 이 분의 경우 배경보다는 인물 묘사에 집중하신다. 중간에 만나는 등장인물의 과거, 성격등을 무척 친절하게 설명하신다. 글을 쓰실때 희극 이라는 전제를 달고 쓰셨듯이 전체가 코미디다. 이런 희극을 통해서 거만한 사람, 사기꾼, 착한사람, 위선자, 말과 행동이 다른 성직자등을 재미있게 비꼰다.
성직자와 정치가와 부자들이 욕먹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가 보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은 얼떨결에 부자가 된다는...
소공자, 소공녀, 신데렐라의 요소가 모두 등장한다. 물론 신데렐라의 마녀는 안나온다.
요즘에 나오는 소설들은 등장인물 각자의 싯점, 시간, 공간등의 병렬로 쓰여있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어야 하는데 예전 책들의 좋은점은 할머니가 옛날이야기 해주듯이 1차원적으로, 시간순서로 진행되다 보니 읽기가 참 편하다.
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야기의 소재가 유치해 보일수도 있지만 글쓰는 재주가 탁월하셔서 푹 빠져서 읽게되고 주인공이 행복해 할때 같이 웃게된다.

섀멀라
이 책에 앞서 패멀라 라는 제목의 책이 베스트셀러 였던가 보다. 패멀라가 실존인물이라고 가정하고 실제 패멀라의 이야기는 그게 아니고 미화된거라고 주장하면서 그 여자분의 실생활을 파헤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책 제목이 shame의 앞부분을 따서 섀멀라 라고 지었다.
이 양반이 패멀라 작가분한테 무슨 나쁜감정이 있어서 이런 책을 쓰신건지는 모르겠는데 그 당시에도 많이 팔리진 않았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 책쓰신 분보다 번역하신분이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문 철자를 변경해서 유머를 만드는 부분이나 라틴어, 그리스어 인용구가 많아서 그 당시 영국의 문화와 정치상황, 사회 분위기등을 모르면 이렇게 훌룡한 번역을 못 하실것 같다.

2016년 4월 25일 월요일

셜로키언 - 그레이엄 무어

셜로키언 - 그레이엄 무어
셜로키언 이라는 사람들이 있다. 셜록홈즈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세계에 이런 사람들의 모임도 있다고 한다. 셜록홈즈 시리즈를 거의 달달 외우는 셜록학 전문가들.
셜로키언 들에게 수수께기 같은 1900년초의 몇달치의 코난도일씨 일기장이 없어졌다. 이건 실제다.
없어진 일기장때문에 코난도일씨가 셜록홈즈를 죽인후 왜 다시 부활시켰는지 이유를 모른다.
이 소설은 이 일기장과 관련된 픽션이다.
두개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하나는 1900년도, 또 하나는 2010년도.
코난도일씨가 셜록을 죽인 후(소설속에서 모리아티 교수에 의해 살해된것)  런던에 발생한 살인범을 수사하는 과정과 2010년 셜로키언 학회에서 없어진 일기장을 발견하여 그 내용을 발표하겠다던 셜로키언 한명이 살해당한 사건이다.

두사건 모두 셜록씨는 등장하지 않는다. 두개의 사건이 한 막씩 교대로 편집되어있다.
소설은 일기장이 없어지는 과정과 일기장을 찾아가는 과정이 각각 진행된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책을 읽는 재미는 셜록홈즈 씨리즈에 대한 깊이있는 공부와 탐정이 아닌 작가와 팬이 셜록에 빙의되어 수사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더라는 것...
그리고 그당시 셜록홈즈 시리즈가 일반 시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셜록홈즈의 죽음으로 시민들이 받은 상실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엿보는 것이다.

실제로 없어진 일기장때문에 복기가 되지 않은 부분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작가의 상상력이 재미다.
시대적 배경에 대한 공부가 왠만해서는 이런 탄탄한 작품을 만들어 내지 못할것 같다.
정말 재밌다. 꼭 읽어봐라.

2016년 4월 22일 금요일

파놉티콘 - 제니 페이건

파놉티콘 - 제니 페이건
영국의 청소년 보호시절에서 살고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십대의 어린 나이에 부모가 없거나 양육이 불가능한 집의 아이들..
이것만 봐도 짐작이 가겠지만 정상적인 아이들은 아니다. 폭력, 마약, 매춘, 절도등의 이력이 화려한 아이들.
주인공은 15세 소녀다.
그 시설에 살아가면서 생기는 일들이 이 책의 내용이다. 어찌보면 참 할말 없을것 같고 안읽어도 어떤 이야기일지 짐작이 가고 실제 그렇다. 읽는 내내 혹시 무슨 반전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 했지만 그런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런 책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재미없지...

이 책의 첫번째 매력은 화자의 화법이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 되는데 이주인공의 판타지적인 시니컬함이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물론 내 주변에 이런사람이 있으면 피곤하겠지만... 어딘가에 있는 이런 시니컬함은 항상 흥미롭다.
나도 참 시니컬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좀 겸손해 져야겠다. 난 이제부터 낙천주의자다.
두번째 매력은 이 얄미운 주인공이 안 미워보이게 만드는 작가의 공부깊이다.
우리가 문제아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관점을 어떻게 이정도로까지 이해하고 대변할수있는지...
솔직히 이런 시설에 근무하거나 관련직종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그들을 너무 감싸안는 모습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통아이들에게 폭력을 가해도 이해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면 우리의 보통아이들은 부모가 정상이고 생활환경이 윤택하니까 맞고 다녀도 되는거냐고 묻기도했다. 물론 대답은 없고 다른 이야기만 하더라...
하여간 이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런 개인적 생각같은거 내려놔도 된다. 정상인 아이는 한명도 안나오니까...
화자의 시니컬하면서도 재미있는 화법을 즐기고 싶다면 읽어보기 추천한다.

2016년 4월 18일 월요일

우리는 누구나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 캐런 조이 파울러

우리는 누구나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 캐런 조이 파울러
다섯살 아들과 1개월된 딸을 가진 가족이 3개월된 침팬지 암컷을 입양한다. 심리학자이던 이 가족의 아빠는 입양한 침팬지와 딸의 관계를 보면서 연구를 하려는 목적으로...
아이들에게 침팬지는 반려동물이 아니고 가족이었다. 주인공인 막내딸은 "펀"이라는 이름의 침팬지가 언니였고 오빠 로웰에게는 사랑스러운 여동생이었다.
어느날 침팬지가 가족을 떠난다. 자의가 아니고 대학의 자산이었던 펀 양을 연구기금부족을 이유로 팔아버렸다.
그리고 그 가족은 붕괴된다. 가족이 없어졌는데 멀쩡할 집안은 없다. 간난아기때부터 같이 살아온 막내딸은 이 상황을 더더욱 이해할수 없다는...
이야기는 상실감만을 투덜대는 아이의 징징거림이 아니다. 인간이 느끼는 상실감을 이용해서 펀양이 가졌을 상실감, 버려진 고통을 느끼게해준다. 어짜피 인간이 비인간의 마음을 알수없고 인간의 언어로 그들의 생각을 표현할수 없기에 아예 인간의 관점을 이용해서 연민과 공감을 끌어내는 작가의 글쓰기 재주가 놀랍다.
왜 사람들은 동물에게 자신의 언어를 이해시키려고, 가르치기만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이며 우리가 그들의 언어를 배울생각은 하지 않냐던 로웰군의 이야기가 지금도 눈시울을 젖게 만든다.
제발 이 책은 꼭 읽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결국 나보다 먼저 떠나게될 동물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나이 먹고도 상실감이란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2016년 4월 14일 목요일

무너진 세상에서 - 데니스 루헤인

2차세계대전중의 미국이 배경이다.
한때 주먹쫌 쓰시다가 은퇴한 형님과 현직 갱들의 이야기.
은퇴한 형님이 아주은퇴한건 아니고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사업을 운영하는데 탁월한 재주를 가지셨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아낌없는 기부와 선행으로 젊은날의 죄값을 조금이라도 값으려는 노력을 하신다. 거기다 젊고 잘생기고 목소리 갑이고 몸도좋다. 은퇴할 정도의 형님이 40대 초반...

거친 남자들의 세계.
조직내에서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전략, 다른 조직과 충돌을 최소화 하지만 일단 충돌하면 여자와 애들 빼고 모두 과잉살상을 해버리는 잔인함...
등을 보여주는데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해도 이건 남자들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예전에 본 "영화는 영화다" 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거친 남자들의 세계로 포장한 달달한 순정만화 같은 분위기...
항상 등장하는 뜨거운 남녀관계(물론 불륜이다)

전쟁이 터지고 젊은 사람들이 전쟁터로 징발되어가자 조직도 운영이 힘들어진다. 마약을 사주고 매춘을 해줘야 하는데 그 시장이 줄어들자 조직간의 충돌이 발생한다.

작가분이 조직생활을 좀 해보셨거나 대부같은 영화로 공부를 좀 하신듯... 꼭 읽어보라고 추천은 못하겠다.

해피엔딩보다 더 - 테일러 젠킨스 레이드

결혼한지 일주반된 부부의 남편이 씨리얼한통 사러갔다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아내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사람이고 이 슬픔을 극복하는건 사랑하는 남편을 배신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점점 어두워진다.
시어머니 - 몇년전 남편을 떠나 보내고 이제 아들마져 가버린... 정말로 세상에 혼자 남은 분.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슬프다는 오만한 상실감에 젖어있는 며느리가 모든것을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설이다보니 이야깃 거리를 써야하고 이런 설정을 만들어야 했겠지만...
너무 쉽게 이야기를 풀어간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비극적인게 진짜 세상이라는걸 이미 알아버린 나이에 이런 말랑말랑한 책을 읽어서 그런가 보다.
오랜만에 좀 가벼운책을 한권읽고 내 마음도 가벼워진듯하다.
어찌보면 참 할말없는 주제의 이야기 인데...
두 부부의 행복했던 지난 시간들과 고부가 슬픔을 극복해 나가는 지금의 시간들이 교차로편집되어있어서 읽는데 지루하지 않다.

2016년 4월 3일 일요일

메타볼라 - 기리노 나쓰오

밀리언셀러 클럽이라는 시리즈중의 한권이다. 한마디로 많이 팔린 책들이라는...

시작이 엄청나게 화려하다. 뭔가 엄청난 복선을 깔고 있을것 같은 기대.
어느 남자가 밀림을 헤메고 있다. 이 남자 살아야 한다는 본능으로 밀림을 헤메고 다니다가 갑자기 자기가 누군지, 왜 여기서 이런 개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참 걸리고 싶은병 "기억상실증"에 걸렸다.
어쨋든 이 남자 살려는 의지로 숲을 빠져 나가고 다른 교육기관에서 탈출한 사람을 만나서 동행을 한다.

엄청난 비밀을 품고 있을것 같은 이야기의 시작. 내 혈관은 아드레날린을 이미 듬뿍 머금고 있다.

기억을 잃어버린 이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려는 과정과 그 배경의 거대한 음모를 기대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까짓 기억 없어지면 어떠냐 오늘부터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 가면 되지... 하면서
"오늘만 살자"를 목표로하는 일본 젊은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인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물론 일본의 현실을 좀 과장해서 말한것이겠지만 우리나라도 지금 하는 꼬라지 보면 조만간 이 책의 일본처럼 변해갈게 너무 빤히 보여서 우울했다.
첫장을 읽고 펌프질했던 내 아드레날린은 우울함속에 기화해 버렸다.
그런데 책은 무척재미있다. 밀리언셀러 클럽에 들어갈만하다.

2016년 3월 31일 목요일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예전에 여행도중 그리스를 지나갈때에(2,000년) 아테네 시내를 보면서 한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 청계천과 동대문시장 일대의 혼란스러움...
이 나라도 우리처럼 이웃나라에 점령되었던 수모를 격었다. 터키와 그리스의 분쟁은 이미 트로이의 목마때부터 시작되어서 우리가 잘아는 300이라는 영화에 좀 편파적인 시각으로라도 소개가 되었으니 다들 잘 알듯하다.
하여간 그때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쓰신 작가분의 자서전이다.
터키의 식민지 시절에 태어나서 독립에 이르는 혼란기에 어린시절을 보내는 과정이 이 분의 인생관에 참많은 영향을 준것같다.
이 분의 일생은 진정한 의미의 자유에 도달하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서 그 경지에 도달하고자 했으나 결국 끝이란 존재하지 않고 그 과정 자체가 자유의 경지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으신것 같은데 아마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만족하시진 못했을 것같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을 공부했지만(상당히 머리가 좋으셨던듯 하다. 대충공부하면 1등이고 외국어 정도는 몇달배우면 그 말로 책을 쓰실정도가 된다) 피속에 녹아있는 투사로서의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자유를 찾는 투쟁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
자유의 정의를 육신의 제약을 벗어내고 영혼의 속박까지도 털어내는 상당히 고차원적으로 정의 하다보니 구원을 받는, 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경지까지 가고자 하는 수행의 인생을 사신다. 기독교를 통해서 답을 얻지 못하자 붓다의 가르침을 공부하시고 거기서도 만족을 못하시고 니체의 무신론에 심취하고 막스 레닌의 사상을 찬양하는 이력도 가지셨다.(그래서 예전의 번역본은 이 부분이 빠져있기도 하다.)
또, 신을 투쟁의 대상으로 정하실 정도로 호연지기가 대단하시다.
이 분이 노자의 사상을 공부하셨는지 모르겠는데 결국 신에 대한 정의는 노자철학 비스무레한 결론을 내리신다.
너무 어려운 말만 나온것 같은데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어린시절부터의 이야기를 연대기형식으로 작성하셨는데 그 때부터 이미 일반적인 애들과는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더라...

이 분의 일생을 읽으며 나 한테는 없는
세상에 대한 뜨거운 사랑
사람을 향한 뜨거운 사랑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픈 지식에 대한 굶주림
겁나 좋은 머리
등이 부러웠다.

마지막까지도 이 책을 완성할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며 죽음에 저항하시지만... 결국 지금의 책을 남겨두고 가셨다.

2016년 3월 27일 일요일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책, 음악, 영화등을 감상후 여운이 오래 남는 것들을 나는 좋은 책, 음악, 영화라고 말한다.
이책도 내가 그동안 읽은 책중에 몇안되는 좋은 책이다.
어떤 두남자가 보고타 변두리 바에서 술한잔을 하다가 친구가 된다. 20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좋은 시간을 만들어간다. 그러던 어느날 골목길에서 총격을 받고 형님은 사망, 동생은 중상을 입지만 살아났다.
이 동생분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형님의 과거가 궁금해졌다. "왜 누가 총을 쏘았는가"
이러면서 형님의 수수께끼같은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배경은 90년대초 콜롤비아.
그 당시 콜롬비아는 정부보다 강력한 마약조직이 거의 국가를 주무르고 있었다. 이 형님의 과거도 그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더라는...
소설이 이야기하는건 마약과 관련된 액션이 아니다. 그런 사회적 배경에서 망가져간 한남자와 그 남자의 아내, 아이의 서러운 이야기다.
나는 시내 곳곳에서 폭탄이 수시로 터지고 어두워지면 총알이 날아다니는 사회의 긴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당시의 보고타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짐작도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사회가 한 가정을 얼마나 쉽게 무너뜨리는지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두남자가 총격을 당한것 이상의 폭력은 나오지 않는 아주 평화로운 분위기 이지만... 언제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는 그런 팽팽한 긴장감에 공진하게 만든다.
책을 넘기며 한꺼풀 한꺼풀씩 벗겨지는 한남자와 한여자의 서글픈 과거가 시들지 못하고 짓밟힌 꽃처럼 아쉽다.

2016년 3월 25일 금요일

스카페타 팩터 - 퍼트리샤 콘웰

법의학자 스카페터아주머니 주변에서 발생한 2건의 살인 사건을 추척하는 추리소설이다. 작가분이 이런류의 책을 꽤 많이 히트시킨 공력을 가지셨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반적인 액션 추리물과 좀 다른 관점으로 진행된다.
주인공인 법의학자 아주머니, 프로파일러로 나오는 그 분의 남편, 법의학 빼고 모든 과학수사에 능통한 조카, 사건을 담당한 검사, 단무지 형사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갈 등장 인물로 구성되어있다.
작가분이 여자라서그런지 모르겠는데 프로파일러 남편과 단무지 형사를 제외하고 모두 여자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병렬로 사건을 파헤쳐 나가다 보니 정신줄 놓치면 지금 말하는게 누군지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참많은 체력이 소모된다. 나도 나이 들었나 보다.
지금 진행중인 사건과 등장인물의 과거가 교차로 편집되어 재미를 더해준다.
스케일이 꽤 크다. 핵폭탄이 터지는등의 스케일이 아니고 등장인물들과 범인, 그들의 과거가 거미줄처럼 꽉맞춰져있다. 한사람의 머리로 이런 스케일의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해 내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쨋건 추리소설은 범인을 잡아야하고 잡아냈다.
범인은 남자더라...

2016년 3월 21일 월요일

화이트퀸을 쫓던 어린 날의 동화 - 요나스 벵트손

화이트퀸을 쫓던 어린 날의 동화 - 요나스 벵트손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호빗도 오우거도 요정도 나오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의 20세기 말 덴마크가 배경이지만 이 부자의 이야기는 우울한 판타지를 들려준다.
좀 심하게 안드로메다적으로 세상을 판단하지만 아들을 끔직히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방랑하며 살아가는 아들.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들도 만만치 않게 성장한다.
아버지가 사악하거나 싸이코패스적인게 아니다. 그냥 좀 환상적으로 우울할뿐...

그 아들의 유년기 부터 청년기 까지가 이 책의 내용이다.
서럽거나 슬프기보다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책전체에 깔려있다. 이걸 해피엔딩이라고 해야하나? 그닥 행복한 결론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제목과 여성작가 인것을 보고 해리 포터류의 신나는 판타지를 기대했는데 우중충한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재미있다. 꽤 두꺼운책인데 읽고 나니 아쉽다. 이 부자가 좀더 방랑해 줬으면 좋겠다는...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류전윈

나는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 - 류전윈
제목만 보면 살인사건에 연관된 심리 스릴러 일것 같은데 책속에 죽는 사람들은 모두 자연사했다.
어는 부부가 계획에 없던 둘째를 임신하고 중국정부의 산아제한 정책에 걸릴까봐 위장이혼을 했다. 이혼후 아이를 출산하고 다시 재혼을 하려는 꼼수...
그 이혼이 진짜가 되어버렸다. 남편이 그 사이에 다른 여자를 만나서 결혼을 해버렸다는...
억울한 이 여자분 소송을 걸지만 합법적 이혼 서류를 이기지 못하고 패소... 억지부리다가 유치장에 갇히는 수모를 격고, 공무원으로부터 인격적 모독을 당한후 그 공무원들을 싸잡아서 한방에 고소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베이징에 올라가서 더 높은 사람에게 호소하려다가 얼떨결에 전국인민대회 기간에 회의장에 난입하게되고 중국 최고권력자가 그 사연을들은 후 그녀를 힘들게한 모든 공무원 사직... 여기까진 시원하다. 그녀 남편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게 문제다.
이렇게 "그 해"가 마무리되고 이십년 후로 건너뛴다.
이 양반의 거사후 그 성의 모든 공무원은 그녀를 무서워하고 어떻게든 베이징에 가는걸 막으려든다.
책에 없는 20년간 꾸준히 노력했지만 번번히 좌절당했다는...
그리고 지금도 그녀와 공무원의 숨막히는 줄다리기가 진행된다.
결론은? 여기에 말 안한다.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한다.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빠져서 한권읽는동안 담배피러 가는것도 잊어먹고 있었다.
그해의 이야기로 주인공의 인생이 앞축되어 표현되고 지금의 이야기로 원한, 복수등에 대해서 생각하게된다.
나 개인적으로 복수는 대를이어서라도 해야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시간동안 주인공의 삶이 너무 서러웠다.
조마조마한 부분은 없다.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초강력접착제 같은 작가의 육십갑자 신공을 즐겨보기 바란다.

다르마 행려 - 잭 케루악

다르마 행려 - 잭 케루악
꽤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처음 들어본 이름이다. 내가 작가분들 많이 알지는 않지만...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 좀 빈정상한 부분이 많이나와서 확 덮어 버릴까... 하고 생각했었다.
불교에 심취한 젊은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고자 나름의 방식으로 수행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불교와는 많이 다른 해석들이 건방져 보였다.
주인공이 책한권의 시간인 2년동안 수행하는 과정을 읽다보니 독자로서의 내가 좀 거만 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정작 나도 불교에 대해서 아는게 거의 없다라는...
깨달음의 길에 어떤 해석이 맞다는 정석은 없다. 내가 부처니 내 스스로 깨달음을 찾는 과정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수행과정인데...
이야기는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는데 절대로 소설은 아니다. 소설이라면 어떤 목적에 수렴해가며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치는데 이 책은 줄거리가 없다.
예전에 읽은 소로우씨의 월든 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내가 건방지게 비교라는 것을 하는건 아니고... 월든의 소로우씨가 요가나 명상을 통해 깨우치고자 했다면 이 소설의 주인공 레이 스미스는 오체투지를 하며 깨우침을 찾아가는 방랑선사의 느낌...
글속에 써있는 불교에대한 방대한 지식으로보면 이 분이 지금의 나처럼 느낌만을 끄적이신게 아니고 이 글을 쓰기위해 참 많은 공부와 실제 수행을 하셨다는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