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목요일

셰익스피어4대비극-진영종 역

 글쓴날 : 2025.06.26

 도서관의 서가를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내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각잡고 읽어본적이 있던가?

생각을 해보니 어릴때 소설 형태로 출판된 책을 읽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4대비극이라... 베니스의 상인은 아닌것 같고(이거 셰익스피어 작품 맞나?) 로미오와 줄리엣 인가?

어쨋든 희곡의 형식을 유지한 책을 읽어본적이 없는 건 분명하다. 이걸 여태 안 읽었다니...

책 표지부터 압도적이다. 표지에 아무글자도 없는 그냥 흰색이다. 게다가 겁나 두껍다. 엄두가 안나지만 대출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고전이라 굉장히 고리타분할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지다.

햄릿의 고뇌에 동감하고

오셀로의 미련함에 답답하고

리어왕의 둔감함에 짜증이 나고

맥베스의 사악함에 열불이 난다.

요 4개가 셰익스피어 형님의 4대 비극이라고 한다. 이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직 성숙도가 낮아서 안쳐주고...

책의 구성은 등장인물들 소개와 연극의 각 막 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이 들어 있어서 대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자주 접한 형식의 글이 아니다 보니 무대에 올라선 배우들과 그들의 대화를 상상하면서 읽는데 좀 난해했다. 연극을 많이 본 사람은 나보단 쉽게 접근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번역하신분이 최대한 원서의 분위기를 즐길수 있게 번역하셨다고 그러는데 시적인 표헌들과 무지막지한 도치법, 구어체 문장들을 읽다보면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난감하여 몇번씩 다시 읽어본 대사들이 많았다.

"연극을 많이 본, 음악을 사랑하는, 빨간 구두, 가방, 드레스로 깔맞춤을 한, 훤칠한 키의 미남 옆에 앉아있는 자 그대 여자여..."

이런식의 문장이 많아서 읽다가 누굴 말하는 거지? 헤매게 되더라.

또 시대적 상황이(1600낸대)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얇은 여성혐오가 느껴진다.

유명한 작품들이고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을것이니 내용을 이야기 하진 않겠다.

이책을 읽으며 "서지학"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남아있는 다양한 종류의 판본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어느 판본이 원본과 가장 가까웠을까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비극의 비밀"(한번 독후감을 공유한적이 있었나...?) 에서 고전을 연구하는 학문 "고문서학" 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책을 쓰신분이 상당히 다양한 판본, 번역본을 공부하시고 집대성 해주신것 같아 고마웠다. 그 피곤한 공부를 이리 훌륭하게 해 주셨으니...

하여간 내 인생 첫 셰익스피어였고... 부디 마지막은 아니면 좋겠다.

언젠가 이야기 한것 같은데 이렇게 독후감을 공유하는 이유는 내가 책을 좀더 정성스레 읽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 공유해주려다 보니 읽으면서 메모도 하고 정리도 하고 등등 나에게 많은 도움이된다. 귀찮아도 꼬박꼬박 받아읽기 바란다.   

데볼루션-저:맥스 브룩스, 역:조은아

 글쓴날 : 2025.06.14

한마디로 오랜만에 읽은 끝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쓰신 양반 필력이 엄청나다. 포탈을 타고 책속에 쭉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남긴 일기와 사건이 종료된후 관련자들의 인터뷰가 조미료처럼 가미된 형식이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이런책은 내용보다 필자의 글에 반해서 읽게된다. 물론 번역하신분 실력도 대단하시다.

미국 서북부 숲속 깊숙히 짱박아 개발한 조그마한 마을 그린루프가 배경이다. 통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친환경 주택들. 그래도 불편한것 없다. 쇼핑을 하면 드론이 배달해 주고 광섬유로 연결된 인터넷은 굳이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게 만든다(술집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거기 못산다).

주민들은 예술가, 은퇴하신분, 재택근무하시는분 등 다양하다.

어느날 먼 북쪽의 레이니어 화산이 분화해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길이 막히고 통신이 끊겼다. 곧 겨울인데 난감한 상황이다.

거리가 문제되지 않고 부족함이 없던 상황에서

거리가 실감나고 모든게 부족해진 상태로 갑작스레 바뀌자 생존이 막막해진다.

구조대가 언제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창고에 농사지을 준비도 하고, 사냥도 시도해 본다. 그런데 다가올 겨울이 문제가 아니다. 막힌길은 사람뿐 아니라 그 숲에 살던 다른 포식자도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빅풋 또는 사스콰치 같은 영장류 포식자의 습격. 심지어 꽤 똑똑한... 

보통 책속애 등장하는 인물들이 초반에 정리가 안된다.

특히 이쪽 문화에서는 성으로 불렀다가 이름으로 불렀다가... 정신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책에 출연하신 분은 11명이고 관련자 인터뷰에 3명정도이다.

둘쨋날 일기까지만 가면 다 정리되고 심지어 잘 알던 사람 같기도 하다.

일기의 중간중간에 제인구달 박사님이 묘사하신 침팬지의 자극적인 잔혹함을 적절히 끼워넣어서 독자들에게 점점 더 무서운 상상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짜증이 안난다. 출연하신 분들의 캐릭터는 모두 독특한데 다른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밉상, 진상, 갈등, 충돌이 없다.

곰인형 떨어뜨렸다고 징징거려서 멀쩡한 아빠, 무고한 삼촌 희생되는 일도 없고,

강아지를 두고 나왔어요 하면서 죄없는 남편, 세상착한 옆집 아저씨 죽음으로 밀어넣는 아줌마도 없고,

그냥 지나 가자는데 굳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들어가서 순진한 남자친구 죽게 만드는 여자친구도 없고,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도 없고,

누가 너한테 대장하라고 했어? 라고 깐족거리는 새끼도 없다.

이야기의 주 소재인 갸날프게 유지되던 풍요로부터의 격리, 개 똑똑한 포식자와의 치밀한 대결에 충실하다. 이 포식자들과 싸우기 위한 계획만들기, 무기의 제작, 싸움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나중에라도 깊은 오지에 들어가서 자연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다시 생각해 봐라. 인터넷은 언제라도 끊길수 있고, 하필 그때 날이 흐려서 태양광패널도 먹통이고, 차에는 배터리도 방전됐는데 멧돼지떼 오백마리가 우리집 마당을 헤집고 다닐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 - 저:칼리 윌리스, 역:유혜인

 글쓴날 : 2025.06.13

인공지능이 아마 인간보다 더 도덕적이고 현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책에 나온 인공지능 뱅가드는 단순한 목표지향적 인공지능 수준이 아니라 맹자의 사단론을 적용시켜도 이미 충분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사람이 지어낸 상상속의 이야기이니 뭐든 될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면 조만간 이정도 수준의 인공지능이 나타나도 놀랍지 않겠다.
몰입감이 상당한 책이다. 사고로 기구한 삶을 살게된 인공지능 전문가가 의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며 사악한 회사의 부정을 밝혀내는 과정이다. 워낙 뻔한 이야기 였지만 재밌다. 그럼 됐다.
 

대홍수이전의세계 Atlantis-저:이그나시우스 도넬리, 역:박지우

 글쓴날 : 2025.06.10

보통 책을 읽기전에 저자의 이력을 훑어본다.

예전에 어떤책을 읽는데 "이건 성경에서 나온 이야기 인데", "성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등의 말씀을 계속 하시는 작가, 역자 분이 있었다.

인도 힌두의 경전 베다를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우기는 황당한 주장(개인적으로 역겨웠던)을 하시는 분이 있길래 이양반 뭐 하시던 양반인가... 하고 책 표지쪽의 저자 약력을 봤더니 어느 교회 목사님 이시더라.

그 이후로 저자 약력을 보고 그쪽 계통이시면 아예 읽지 않는다. 이책의 저자는 이그시우스 도넬리 라는 20세기 초반에 돌아가신 오컬트계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라(이 책보고 안 거임) 그냥 대출 받았다가 역자 약력을 봤더니... 이런. 침례교 쪽 인사시더라... 기왕 대출 받은거 반납은 하지 않았고, 역자일 뿐인데 머... 이상하기야 하겠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옛날에 쓰인 책이다. 거기다 전형적인 고전의 형식(대화체)가 많이 사용된 책이다. 책 초반부에 플라톤 형님이 "아틀란티스"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 부분이 몇 페이지에 걸쳐 인용이 되는데 참 읽기 어렵다. 지형, 항구의 위치, 모양등을 그림한장, 사진한장 없이 말로만 서술하시는데.... 내가 옆에 종이두고 그 양반 말씀대로 그려가며 겨우 이해했다. 궁금한가? 읽어 봐라. 나혼자 고생할 수 없다.

책의 내용은

- 플라톤 형님의 묘사

- 현재 각 대륙의 오래된 문화에 남아있는 아틀란티스의 흔적(지명, 단어, 이름등)

- 지질학적으로 아틀란티스와 같은 대 격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찰

- 바다속 지형(이 양반이 책 쓰실때가 1800년대 후반이니... 기술적으로 성숙하진 않았다.)의 증거

- 유럽 서쪽끝과 북아메리카 동쪽끝의 동식물 유사성(이것 좀 억지스럽긴 했다)

- 다른 민족과 종교의 홍수 설화

- 구세계(유럽,아시아)와 신세계(아메리카)의 문명 비교 등을(분량이 어마어마 하다) 예로 들어 주시고

그리스, 페니키아, 중동, 북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의 신화를 통해서 아틀란티스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내가 보기엔 좀 억지 같더라.

이랬을 것이고, 저랬을 것이고, 것이고, 것이고...의 억지와

그랬다면, 저랬다면, 다면, 다면...의 겹겹이 쌓인 가정을 해두고

모두가 알다시피... 라고 하면서 말도 안되는 동의를 받아두는 등...

쫌 짜증스런 부분이 많았다.

저자분이 1800년대에 사시던 분이라 종교적, 인종적 편견이 당연한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빈정상하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는...

세상 모든 문화와 문명이 아틀란티스의 유산이라는 주장을 하기위해 그 많은 신화, 유물, 문헌등의 참조를 보면 공부한 양이 어마어마 하셨다는 점은 인정한다.(존경할 만한 분은 아니다.)

총 5부, 2권의 책으로 출판됐는데 오랜만의 독서때문인지 몰입해서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겁나긴 서술들...예를들어 나침반 이라는 발명품을 1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야기 한다. 그게 그렇게 길게 써야할 내용인가? 읽어도 읽어도 이 양반의 수다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스컹크웍스-저:벤리치, 역:이남규

글쓴날 : 2025.06.05

도서관 신착도서 서가를 훓어 보다 발견한 스컹크웍스.

무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은 세계적인 방산회사 록히드마틴의 이름을 몇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고 그 회사내의 별동대 스컹크웍스라는 조직에 대해서 어렴풋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이책을 안읽어 볼수 없다. 공대생이라면, 그래서 신제품 개발이라는 일을 해본 사람들 이라면 이 환상적인 조직에 몸담고 싶어질 것이다.

스컹크웍스라는 톡특한 조직을 만들고 발전시킨 초대 부서장 존 켈리라는 인물과 그 뒤를 이은 이 책의 저자 밴 리치라는 인물이 성공한 개발, 실패한 개발들을 이야기 하고있다.

물론 외계인 고문등의 비밀프로젝트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설적인 U-2 정찰기,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 F-117, 아직도 최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SR-71(이건 원래 RS-71 이었는데 공군 장군이 이름을 잘못 발표하는 바람에 SR-71이 되었다).

실패한 수소연료 폭격기 개발, 무인정찰기 태그보드, 스텔스 전함등의 개발 이야기도 재미있게 말해주고 계신다.

이 조직은 나의 상상과 달리 천재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물론 나보다 유체역학, 열역학등 물리 영역과 전장을 위한 전자공학, 소프트웨어등을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천재는 아니더라는... 이쯤되면 나도 거기서 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해보게 된다.

바닥엔 기름때 잔뜩낀 부품들이 굴러 다니고, 공작기계들의 소음이 가득하고, 항공기 각 체계를 통합하기위한 엔지니어들의 원활한 소통이 시끄럽게 이루어지는 환경... 딱 내과다.

이 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많은 선도적 무기를 만들어 낼수 있었던 이유는 효율적인 관리, 실패할 자유, 끈질긴 실험등에 있었다. 새로운 항공기를 만들며 굳이 모든 부품을 새로 설계하지 않고 이미 잘 쓰고있는 항법장치, 카메라. 엔진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짧은 시간내에 시제기 두세대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내는 추진력과 전체를 통섭하고 있는 훌륭한 리더,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경영진등의 찰떡같은 합이 있었다.

저자가 이야기 하고싶었던 내용은 스컹크웍스풍의 효율적인 조직(통제나 관리는 조금 느슨해 지더라도)이 치열한 경쟁 분야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 꾸준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인것 같다. 특히 켈리존슨 이라는 인물에 대해 내 주변의 누가 그런류의 리더였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나 그런류의 사람이 아니다) 

호모포에티카-저:최상욱

 글쓴날 : 2025.06.02

제목이 참 말랑말랑하다. 시쓰는 인류.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제목 그대로 인류가 언어를 만들고 문자를 발명하고 세상 모든것과 현상들에 이름을 지어주면서 신성성이 부여되고 신화가 탄생하고 종교로 발전한 과정을 작가 나름의 공부를 바탕으로 쓰여있다. 어렴풋이 알던 그리스 신화의 내용들, 기독교에 사용된 각종 사실 혹은 이야기들에 대한 철학적 해석들을 흥미롭게 읽을수 있다.

2부는 신화와 철학자를 시대순으로 비교해가며이야기가 이어진다. 디오니소스와 니체의 대치성을 비교하고 오이디푸스, 오디세이아 를 소개하면서 칸트, 헤겔, 맑스로 이어지는 현대 철학의 개념들을 소개해주신다. 니체 부분을 읽으며 "이 새끼 지랄하네" 라고 혼잣말을 한거보면 나도 꽤 나이 들었나보다. 아마 이 책의 저자께서도 그런 느낌이지 않으셨을까?

이후 사회비판론의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그 배경이된 카프카와 까뮈씨의 저작들을 설명해 주시는 공부의 깊이를 느낄수 있었다. 한페이지 정도 소개한 홉스와 로크의 사상을 비교한 부분은 불과 몇달전까지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만든 저자의 의도도 읽을수 있었다.(홉스, 미친 나쁜새끼...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