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6일 목요일

데볼루션-저:맥스 브룩스, 역:조은아

 글쓴날 : 2025.06.14

한마디로 오랜만에 읽은 끝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쓰신 양반 필력이 엄청나다. 포탈을 타고 책속에 쭉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남긴 일기와 사건이 종료된후 관련자들의 인터뷰가 조미료처럼 가미된 형식이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이런책은 내용보다 필자의 글에 반해서 읽게된다. 물론 번역하신분 실력도 대단하시다.

미국 서북부 숲속 깊숙히 짱박아 개발한 조그마한 마을 그린루프가 배경이다. 통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친환경 주택들. 그래도 불편한것 없다. 쇼핑을 하면 드론이 배달해 주고 광섬유로 연결된 인터넷은 굳이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게 만든다(술집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거기 못산다).

주민들은 예술가, 은퇴하신분, 재택근무하시는분 등 다양하다.

어느날 먼 북쪽의 레이니어 화산이 분화해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길이 막히고 통신이 끊겼다. 곧 겨울인데 난감한 상황이다.

거리가 문제되지 않고 부족함이 없던 상황에서

거리가 실감나고 모든게 부족해진 상태로 갑작스레 바뀌자 생존이 막막해진다.

구조대가 언제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창고에 농사지을 준비도 하고, 사냥도 시도해 본다. 그런데 다가올 겨울이 문제가 아니다. 막힌길은 사람뿐 아니라 그 숲에 살던 다른 포식자도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빅풋 또는 사스콰치 같은 영장류 포식자의 습격. 심지어 꽤 똑똑한... 

보통 책속애 등장하는 인물들이 초반에 정리가 안된다.

특히 이쪽 문화에서는 성으로 불렀다가 이름으로 불렀다가... 정신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책에 출연하신 분은 11명이고 관련자 인터뷰에 3명정도이다.

둘쨋날 일기까지만 가면 다 정리되고 심지어 잘 알던 사람 같기도 하다.

일기의 중간중간에 제인구달 박사님이 묘사하신 침팬지의 자극적인 잔혹함을 적절히 끼워넣어서 독자들에게 점점 더 무서운 상상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짜증이 안난다. 출연하신 분들의 캐릭터는 모두 독특한데 다른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밉상, 진상, 갈등, 충돌이 없다.

곰인형 떨어뜨렸다고 징징거려서 멀쩡한 아빠, 무고한 삼촌 희생되는 일도 없고,

강아지를 두고 나왔어요 하면서 죄없는 남편, 세상착한 옆집 아저씨 죽음으로 밀어넣는 아줌마도 없고,

그냥 지나 가자는데 굳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들어가서 순진한 남자친구 죽게 만드는 여자친구도 없고,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도 없고,

누가 너한테 대장하라고 했어? 라고 깐족거리는 새끼도 없다.

이야기의 주 소재인 갸날프게 유지되던 풍요로부터의 격리, 개 똑똑한 포식자와의 치밀한 대결에 충실하다. 이 포식자들과 싸우기 위한 계획만들기, 무기의 제작, 싸움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나중에라도 깊은 오지에 들어가서 자연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다시 생각해 봐라. 인터넷은 언제라도 끊길수 있고, 하필 그때 날이 흐려서 태양광패널도 먹통이고, 차에는 배터리도 방전됐는데 멧돼지떼 오백마리가 우리집 마당을 헤집고 다닐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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