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일 금요일

당구장

예전에 학교 다닐때 좀처럼 당구장엘 가지 않았다.
워낙 운동신경도 둔하고... 그래서 그런지 별로 재미가 없어서...

그래서 내 당구수는 천하무적 물30이다.

최근들어 한달에 한번정도 당구장엘 간다. 직장 동료들과 저녁때 소주한잔 가볍게 하고
당구장에서 당구를 친다.

이 나이에 "물30"이다. 라고 하긴 쑥쓰럽고 너무 이기기만 하는거 같아서 당구수를 50으로 올렸다. 그래도 가끔 이긴다.

내 당구수가 얼마인지, 당구가 재미있는지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게 아니다.
당구장엘 가면... 참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온다. 성별은 다양하지 않아서 99.5%가 남자..

나이 또래끼리 당구장엘 찾아와서 당구를 치며 억눌러왔던 동심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친구끼리 모이면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가보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도 친구들과 당구를 칠때는 아이들처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재미있게 친다.
가위바위보도 하신다.
나이 젊은 사람들도 당구를 치며 아이들처럼 농담을 주고 받는다.

그래... 누구나 다 어리고 싶어한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어른인척 해야하는 삶의 중압감을 당구장에서나마 털어내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당구 자체의 재미(이것도 얼떨결에 쓰리쿠션 들어가면 짜릿하긴 하더라마는...)보다는 그렇게 잠시나마 삶이 가벼워 진다는게 더 끌리는거 같다.

가족과의 소풍? 여행? 힘들다. 천하무적 아빠여야 하고 강철같은 남편이어야 한다.
친구들과의 소풍? 여행? 이것도 힘들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나이 지긋한 노인들끼리 어딜 놀러갈만한 곳이 없다. 그리고 시간도 돈도 많이 든다.
골프? 안쳐봐서 모르겠지만... 골프를 즐기기 위해서 평소에 들여야하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자주 찾아가기 힘들다.(그런데 재미는 있나보더라...)

그에 비해 당구장은... 저렴한 비용, 손쉬운 접근성으로 즐기기가 훨씬 쉽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 부근엔 아직도 당구장이 많다. 예전엔 당구장엘 가면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 그런일은 없는것 보면... 사람들이 즐길만한 다른 것을 찾았던가... 아니면 그나마도 즐길 여유가 없어져 가나보다.

당구장 의자에 앉아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차라리 내 앞의 사람들이 좀 오래 쳐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다른 당구대에서 당구를 치는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대화들, 분위기들을 엿보는것 만으로 나도 즐거워 진다. 물론 나도 당구장에서 큐대 잡으면... 엄청 가벼워진다.

어릴때...(지금도 나이가 많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친구들과 당구를 치다보면... 정말 얼굴 붉히는 사람들도 가끔 있었다. 승부근성들...

언제부터인지 당구장에서 얼굴 붉히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
당구자체보다... 승부보다... 그 분위기가 좋아서 인가...

나도 계속 치다보면... 넘들처럼 당구수 100 정도 될날이 오려나?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