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2.21
베르베르씨의 글은 읽을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옳다.
알리스 라는 학자분이 조만간 지구에 닥칠 대 멸종의 시대에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 끝에 동물과 인간의 혼종을 만들어 보시기로 한다.
두더지와 인간의 혼종으로 땅속과 지표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거"(D)
돌고래와 인간의 혼종으로 물속과 지표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노틱"(N)
박쥐와 인간의 혼종으로 오염된 지표면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에어리얼"(A)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고 심지어 암살 협박까지 받게 되자 과학부 장관이 이 학자분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주 정거장에 머무르는 동안 지상에 핵전쟁이 발생하여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지고, 이 학자분의 연구는 성공한다. 단순한 혼종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방사능에 대한 내성을 가지도록 만드셨다.
배양에 성공한 배아를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온 이 과학자는 살아남은 인류를 만나서 키메라 아이들 키우며 새로운 인류와 구 인류의 조화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시는데...
인간이 보통 종족인가. 당연히 패거리가 뭉쳐서 싸우고, 죽이고, 결별하고, 번성하고 또 만나서 전쟁하고... 키메라도 결국은 인간의 DNA를 기본으로 만들어 진 종족이니 다른 넘이 나 보다 잘 사는 꼴은 못본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의 기본 배경이다. 나머지 내용은 기꺼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욕심 부리지 말고, 관용을 가지고, 같이 잘먹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어?" 라는 계몽적 내용이 아니라 "인류는 원래 그렇고 그 마저도 자연의 일부이고, 치고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균형이 만들어 진다." 라고 시니컬하게 바라 보시는 부분이다.
또 한가지는 다윈 선생의 "자연 선택설"에 의한 진화가 아니라 라마르크 선생의 "용불용설"도 받아 들일 수 있는 진화 가설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자연 선택설에 의해서 지금 만큼의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 지기에는 지구의 역사가 너무 짧지 않나? 하는 게 내 생각이라...
이런 류의 책(내용이 아니라, 내게 주는 즐거움이 큰)을 읽다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것도 결국 끝이 나더라는 허탈함 때문에 책의 마지막이 점점 다가오는 게 무서워 진다. 베르베르 씨 연세가 조만간 칠순이 되시는데 부디 건강하게 지내시며 더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