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0일 토요일

키메라의 땅 - 베르나르 베르베르

 글쓴날 : 2025.12.21

신작 『키메라의 땅』 발표한 베르베르, “본 적 없는 소재 꺼내는 건 소설가의 일” | 중앙일보 

베르베르씨의 글은 읽을까 말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언제나 옳다.

알리스 라는 학자분이 조만간 지구에 닥칠 대 멸종의 시대에도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고민을 하신 끝에 동물과 인간의 혼종을 만들어 보시기로 한다.

두더지와 인간의 혼종으로 땅속과 지표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디거"(D)

돌고래와 인간의 혼종으로 물속과 지표면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노틱"(N)

박쥐와 인간의 혼종으로 오염된 지표면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에어리얼"(A)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많은 윤리적 문제에 부딪히고 심지어 암살 협박까지 받게 되자 과학부 장관이 이 학자분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우주 정거장에 머무르는 동안 지상에 핵전쟁이 발생하여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지고, 이 학자분의 연구는 성공한다. 단순한 혼종이 아니라 어느 정도 방사능에 대한 내성을 가지도록 만드셨다.

배양에 성공한 배아를 데리고 지상으로 내려온 이 과학자는 살아남은 인류를 만나서 키메라 아이들 키우며 새로운 인류와 구 인류의 조화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시는데... 

인간이 보통 종족인가. 당연히 패거리가 뭉쳐서 싸우고, 죽이고, 결별하고, 번성하고 또 만나서 전쟁하고... 키메라도 결국은 인간의 DNA를 기본으로 만들어 진 종족이니 다른 넘이 나 보다 잘 사는 꼴은 못본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의 기본 배경이다. 나머지 내용은 기꺼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 글이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욕심 부리지 말고, 관용을 가지고, 같이 잘먹고 잘살아야 되지 않겠어?" 라는 계몽적 내용이 아니라 "인류는 원래 그렇고 그 마저도 자연의 일부이고, 치고 받는 과정을 거치면서 또 다른 균형이 만들어 진다." 라고 시니컬하게 바라 보시는 부분이다.

또 한가지는 다윈 선생의 "자연 선택설"에 의한 진화가 아니라 라마르크 선생의 "용불용설"도 받아 들일 수 있는 진화 가설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자연 선택설에 의해서 지금 만큼의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 지기에는 지구의 역사가 너무 짧지 않나? 하는 게 내 생각이라...

이런 류의 책(내용이 아니라, 내게 주는 즐거움이 큰)을 읽다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것도 결국 끝이 나더라는 허탈함 때문에 책의 마지막이 점점 다가오는 게 무서워 진다. 베르베르 씨 연세가 조만간 칠순이 되시는데 부디 건강하게 지내시며 더 좋은 글 많이 남겨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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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 S.A.코스비

 글쓴날 : 2025.12.16

죄를 지은 모두 피를 흘리리 | S. A. 코스비 - 교보문고 

이게 범죄 스릴러다. 내가 가진 어휘, 표현력으로 이 책에 대한 느낌을 설명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읽었다" 외에 생각 나는 게 없다.

예전 남부 연합의 일부 였던 작은 마을, 그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그들의 땅에는 "인종차별"의 악취가 남아 있다. 단지 글 속의 배경이 아니라 실제 그 나라의 분위기가 그렇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이런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진 다는 것이 문학의 풍성함에 더 기여하는 것이겠지... 우리나라의 분단 상황 때문에 그와 관련한 다양한 작품이 나오듯이... 우울 하지만 사실이고, 슬픔과 반항이 더 좋은 문학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학교의 백인 교사를 흑인 청년이 총으로 사살 후 경찰에 의해 사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을 사람들은 분노한다. 살인 사건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감히 흑인이 백인을 죽였다는 사실에...

이 마을의 보안관 타이터스 씨는 이 마을 역사상 첫 흑인 보안관이다. 전직 FBI 대테러팀 출신.

이 양반이 어쩌다가 이 촌 동네 보안관으로 왔는지 궁금하면 책 읽어 보시기 바란다.

보안관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조사하다 보니 이들은 한 팀으로 어린이(흑인)를 납치해서 고문, 살인 하고 그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겨두는 고약한 취미를 가진 새끼들 이었다. 지들끼리 치고 받고 하다가 살인이 발생 한건가? 했는데 동영상 속에 미지의 인물이 한 명 더 있다. 한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이 난리 법석에 몇 명 더(목격자, 방조자 등) 죽는데 살해된 사람의 모습을 너무 자세하게 묘사 하셔서 오늘 저녁을 어떻게 먹어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다.

이 와중에도 마을의 백인 꼰대들은 죽은 교사를 옹호하고, 흑인 꼰대들은 억울해 한다. 미친 것들...

세면대에 고인 물이 회오리 치면서 빨려 내려가는 것처럼 정신 없이 읽었다. 다 읽고 나니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온전히 글 솜씨 만으로 나를 "쪽" 빨아 당기셨다. 이 정도면 상 줘야 한다.

이야기의 짜임새도 탄탄하다. 고약한 취미를 가졌던 3명의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시간들, , 잠시 나마 용의자가 됐던 사람들의 그럴 듯한 배경, 경찰의 구구절절한 사연 등등. 엊그제 읽은 우중충함에 묵직해 진 심장을 겨우겨우 매달아 두고 있었는데 이 책 한 권으로 다시 힘이 날 것 같다.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어두움의 연습 - 나야 마리 아이트

 글쓴날 : 2025.12.14

어두움의 연습 | 민음사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덴마크 작가의 작품이다. 덴마크 라는 곳을 예전에 두 번 여행을 해본 적이 있다. 모두 여름철 이어서 겨울의 우중충함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한여름의 태양도 지평선에 붙어서 나즈막 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여기가 고위도 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겨울은 더 우중충 하겠지.... 이 책의 배경이 이런 우중충함이다. "겨울에 눈은 안 오는데 먹구름이 낮게 깔리고 얇은 바람이 선득선득 불고 있는 날씨"를 생각하며 읽으면 된다.

50 후반의 여성이 어떤 사고로 PTSD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아버지가 상습적으로 두드려 패던 집안), 막 살던 20대, 엄마가 된 후 세 아들은 이미 독립을 했고, 남편과는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다.(돈도 없다. 끊임 없이 아르바이트 라도 해야 겨우 먹고 산다) 거기다 막내 아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허무주의에 빠져 막 살고 있다. 이 와중에 어떤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하다. 새로 산 하얀 운동화를 신고 눈이 끈적하게 녹은 길을 걷고 있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여자라서 겪는 아픔을 이야기 한다. 나는 여자로서의 삶도, 엄마로서의 삶도, 아내로서의 삶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는데도 같이 아파진다.

축축한 담요로 몸을 두르고 진흙 바닥 위에 앉아 있는 느낌. 그런데 춥지는 않다. 겨우겨우 살아가는 상황에서도 주변의 친구들이 가끔 씩 햇살을 비춰주고, 손주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다.

책 뒷면의 짧은 소개글을 읽으면서 많이 고민했다. 이걸 대출 받아? 말아? 재미 없으면 어쩌지? 등등...

그런 걱정은 다 잊어 버리고 한방에 다 읽어 버렸다. 번역을 잘 하신 건가? 긴 시를 한편 읽은 것 같이 가슴속을 툭 치고 지나가는 묵직한 통증이 있다. 아프지 않은 통증.

유치 하지 않고,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던 마무리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살아 가면서 고통이 없어지지는 않고 줄어들기만 해도 살만 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 작은 위로들.

어릴 때 읽었다면 못 읽어낼 책 이다. 나이 먹다 보니 이 나이에는 읽어 보고 싶지 않은 책들도 생기지만 이렇게 이 나이가 되어야 읽어 볼 수 있는 책도 생긴다. 여자가 아니라서, 엄마가 아니라서(아빠도 아니라서) 충분한 공감을 하진 못했지만 곧 60을 바라보는 "사람" 으로서 심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누구든 읽어 보시겠다면 강력 추천한다.

2025년 12월 8일 월요일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글쓴날 : 2025.12.09

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 문예출판사 - 예스24 

국민학교 다닐 때 던가? 부모님이 사주신 어린이 동화 100권짜리 전집 중의 한 권인 폭풍의 언덕을 읽었었다. 워낙 예전에 읽은 책이라 내용은 당연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전율", "짜릿" 했던 느낌만이 남아 있다.

이 오래된 책을 최근에 다시 출판해서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 꽂혀 있길래 "고전이면 한번 쯤 더 읽어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대출 받았다.

물론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책은 어린이 용으로 적절한 각색을 해서 출판을 하셨을 거다.

이 책이 꽤 유명한 여러 대학(국내, 국외 포함)에서 권장도서 목록에 올라 있다고 하던데... 

나이 들어 다시 읽은 이 책은 누군가에게, 특히 어린이에게 읽어 보라고 전혀 권장하고 싶지 않다.

3대에 걸친 로맨스, 복수 이야기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서늘한 살기라도 읽혔는데 이 책의 등장 인물들은 세상 찌질이들만 모아 놓은 듯 하다.

최소한 어린이한테 읽히려면 "아름다운 세상", "불굴의 의지", "권선징악" 등의 내용이어야 하지 않을까? "비열한", "추잡한", "더러운" 사람들의 세상을 보여 준다.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이런 걸 어린이한테 읽히려고 하신 분...  마음 그렇게 쓰시면 안된다. 각색을 잘 하셔서 내가 착하게 살았지 만약 이 내용 그대로 그 어린 나이에 읽었다면 꽤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거다.

어떻게 하나같이 두 집안의 할아버지, 아들.딸, 손주들이 치명적일 정도로 이기적에 밉상일 수 있을까... 이 책이 쓰였던 그 당시의 사회 분위기는 그랬나? 그렇게 미워하다가 말 한마디에 사랑으로 바꾸고 또 죽을 만큼 미워하고... 거기다 막장 이다. 막장은 그런대로 참아 줄 수 있다. 그래야 드라마지...

등장 인물 중 하나 정도는 이기적이고 밉상일 수 있다. 그런데 하나 같이 이기적이고 밉상이고, 서로 치고 받고 음모를 꾸미고, 거기에 당하고, 또 복수하고 난리를 치는데 하나도 안타깝지 않다. 거기다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멍청하다고 해야 하나?

모든 사람이 대를 이어 진흙탕을 뒹굴다가 마지막에 그나마 쬐금 해피 엔딩인 척 하는데 이것도 읽다 보면 두피 속의 머리 뼈까지 닭살이 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세상 유치한...

그런데 재미는 있다. 드라마의 최고봉은 막장이라는 말이 맞다. 이 동네를 방문한 록우드 씨를 도와주는 "넬라 딘" 이라는 아주머니가 두 집안을 오가면 관찰한 예전 이야기를 아주 찰지게 며칠에 걸쳐 풀어 내신다. 아마 작가인 에밀리 브론테 씨 자신을 이렇게 등장 시키신 듯.

영국이 배경인데 이 쪽 문화는 애 이름을 엄마나 아빠 이름으로 따라 짓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 하다. 저 양반 쫌전에 돌아 가셨는데 갑자기 또 등장 하시면 살짝 현기증이 날 때도 있지만 이야기의 라인이 직선적이라 두 집안의 사람들 관계만 파악되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에밀리 브론테 씨가 너무 젊은 시절에 이 책을 쓰셨고, 좀 더 무르익도록 다듬기 전에 요절 하시는 바람에 이 모양이 된듯하다. 이 분이 훌륭한 작가 이신지 모르겠으나 조금 있으면 나이 60인 내가 29살 아가씨가 쓴 글에 무조건적인 존경과 찬사를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슨 비평을 받기도 전에 이 책 출판하고 그 다음 해에 폐병으로 돌아 가셨다.

겁나 퇴폐적인 막장 드라마를 즐긴다면 동화 버전 말고 이 번에 출판된 책을 읽어도 좋다. 퇴폐적 이라는게 무슨 얼레리 꼴레리 하다는 뜻 아니다. 그냥 세상 유치한 공명심, 이기심, 복수심 같은 걸 퇴폐적 이라고 표현했다.

2025년 12월 3일 수요일

하늘의 모든 새들 - 찰리 제인 앤더스

 글쓴날 : 2025.12.04

하늘의 모든 새들 | 찰리 제인 앤더스 - 교보문고 

상큼한 판타지 소설이다.

근 미래, 책에 정확한 날짜가 나오지 않았는데 대충 100년 언저리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듯... 

학생시절에 교내에서 쩌리로 지내던 괴짜 남학생, 여학생. 남학생은 공학자로 성장하고 여학생은 마법사로 성장한다. 그나마 학교 다니는 동안 유일하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던 두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각자의 길로 쓸려 갔다.

과학자가 되고 싶은데 굳이 그걸 말리는 남학생의 부모,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둘째 딸을 미워하고 첫째 딸을 편애하는 여학생의 부모. 학교에서 얻어 맞고 다니는 두 학생이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선생. 참 서러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 생활 내내 집에서, 교실에서 행복할 날이 없던 두 주인공의 성장 과정이 불쌍하기도 하고.. 

기후 위기로 지구가 거의 맛이 가서 당장이라도 해결책을 만들지 못하면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생태계가 붕괴할 위기가 왔다. 60일 후가 될지 60년 후가 될지 모를 뿐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상태이다.

남학생이던 주인공은 반 중력 이론을 이용해서 지상에 웜홀을 만들어 인류의 10% 만이라도 다른 행성으로 이주 시킬 계획을 세우고, 여학생이던 주인공은 마법을 이용해서 인류 뿐 아니라 지상의 모든 생물을 구제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웜홀을 만드는 팀이 있고 마법사 팀이 있었다.

이 두 팀은 서로를 불신하며 상대의 계획을 방해한다. 주로 마법사 팀이 방해한다. 웜홀팀은 마법사팀 만큼 상대의 상태를 알아 낼 수 있는 천리안 같은 능력이 없으니...

두 철부지의 성장 소설이면서, 인간이 지구상에서 책임 져야 할 대상이 인간 뿐인지 동물, 식물도 포함되는지 등에 대한 고민을 잠깐 이나마 하게 만든다. 둘 사이의 연민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남자애도 성장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잠깐 만나게 되고, 여자애도 자라면서 이 남잔가? 하는 사람을 만나게도 된다. 헤어지기도 하고... 오해도 하고... 미워도 하고... 이런 부분은 그랬구나... 하면서 읽어 넘기면 된다. 여성 작가가 쓴 작품들을 보면 나는 별 관심 없는 부분을 묘사하는데 참 많은 공을 들이시는 것 같긴 하다. 이 책의 작가 분도 여성이다 보니 나랑 취향이 좀 다른 부분은 접고 넘어 가자.

엄청남 몰입감을 끌어내기 위해서 로런스(남학생)와 퍼트리샤(여학생)의 성장 과정이 교차로 편집돼 있다. 그리고 결국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건 마법사일까 웜홀일까... 조바심 내며 읽게 된다.


2025년 12월 1일 월요일

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 아마네 료

 글쓴날 : 2025.12.02

메피스토 수상작-[공감각 아름다운 밤에] 표지공개 - 추리소설 마이너 갤러리 

공감각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다. 내 주변에서 본적이 없어서...

공감각이란 그림을 보면 음악이 들리고, 소리를 들으면 색깔이 보이고, 어떤 모양을 보면 맛이 느껴지고 등등 일반적인 사람은 하나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을 두 개 이상의 감각으로 느끼는 거라고 한다. 병인가? 초능력인가? 내가 그런 감각을 경험해 보지 못해봤으나 그런 감각이 있으면 사는 게 좀 고단해 질 것 같다. 컴퓨터 화면을 보는데 라면 냄새가 나거나 친구가 술 마시는 걸 보면 파리가 주변에 맴도는 게 보이거나... 끔찍하다.

이 책의 주인공 탐정은 소리를 들으면 색깔이 보이는 공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살기를 가진 사람이 말하면 붉은색이 보이고, 거짓말을 하면 똥색이 보이고 등등의 재주를 가졌다.

한 마을에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고 살인 후 남기는 시그니쳐도 일정하지 않은... 난감한 사건이다. 경찰의 요청을 받고 살해 현장을 방문하고, 용의자 심문을 곁에서 지켜보고... 그렇게 하면서 아주 간단하게 용의자 수준이 아니라 범인을 집어 낸다. 문제는 범인의 알리바이나 정황이 너~~~무 완벽하고 증거가 전혀 없다는 것. 내가 거짓말 할 때 보이는 똥 색을 보았소, 그 넘의 목소리에서 붉은색을 보았소 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그게 법정 증거로 채택 되진 않으니...

어떻게 범인을 잡냐 하면... 읽어 봐라.

이 책의 신선한 점은 "공감각" 이라는 소재를 추리 소설에 적용 했다는 점이다. 보통 공감각 같은 건 예술가들이 사용할 것 같은데...

편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너무 얇아서 뻔히 보인다는 아쉬움도 남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거의 마법사 수준의 판타지 냄새가 살짝 나기도 하는데 이미 수많은 작가들이 꽤 두툼한 구조를 다 써먹어서 더 이상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 어려울 것도 같다.

일본인이 만들어내는 모험, 액션등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대부분 10대라는 한계를 이 책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 어떤 평론가의 말씀에 따르면 일본이 2차대전때 군인으로 동원할 수 있는 성인이 거의 소모돼서 10대 소년 병을 동원했던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의 모든 액션 만화의 주인공을 10대로 표현 했다고 말씀 하시더라. 이와 반대로 미국의 영웅들은 배가 나왔을지언정 어른이 하고 있다고... 그 말에 동의 한다. 추잡한, 부끄러운 역사를 합리화 하는데 익숙한 것 들이니...

이런 심각한 주제 떠나서 일본 애들 고생 하거나 말거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 된다. 서너 시간 정도면 읽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