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2.14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하는 덴마크 작가의 작품이다. 덴마크 라는 곳을 예전에 두 번 여행을 해본 적이 있다. 모두 여름철 이어서 겨울의 우중충함을 느껴보진 못했지만 한여름의 태양도 지평선에 붙어서 나즈막 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 여기가 고위도 지역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겨울은 더 우중충 하겠지.... 이 책의 배경이 이런 우중충함이다. "겨울에 눈은 안 오는데 먹구름이 낮게 깔리고 얇은 바람이 선득선득 불고 있는 날씨"를 생각하며 읽으면 된다.
50 후반의 여성이 어떤 사고로 PTSD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우울했던 어린 시절(아버지가 상습적으로 두드려 패던 집안), 막 살던 20대, 엄마가 된 후 세 아들은 이미 독립을 했고, 남편과는 이혼해서 혼자 살고 있다.(돈도 없다. 끊임 없이 아르바이트 라도 해야 겨우 먹고 산다) 거기다 막내 아들은 세상 다 산 것처럼 허무주의에 빠져 막 살고 있다. 이 와중에 어떤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하다. 새로 산 하얀 운동화를 신고 눈이 끈적하게 녹은 길을 걷고 있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여자라서 겪는 아픔을 이야기 한다. 나는 여자로서의 삶도, 엄마로서의 삶도, 아내로서의 삶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아픔이 무엇인지 모르는데도 같이 아파진다.
축축한 담요로 몸을 두르고 진흙 바닥 위에 앉아 있는 느낌. 그런데 춥지는 않다. 겨우겨우 살아가는 상황에서도 주변의 친구들이 가끔 씩 햇살을 비춰주고, 손주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다.
책 뒷면의 짧은 소개글을 읽으면서 많이 고민했다. 이걸 대출 받아? 말아? 재미 없으면 어쩌지? 등등...
그런 걱정은 다 잊어 버리고 한방에 다 읽어 버렸다. 번역을 잘 하신 건가? 긴 시를 한편 읽은 것 같이 가슴속을 툭 치고 지나가는 묵직한 통증이 있다. 아프지 않은 통증.
유치 하지 않고, 제발 그렇게 되기를 바라던 마무리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살아 가면서 고통이 없어지지는 않고 줄어들기만 해도 살만 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 작은 위로들.
어릴 때 읽었다면 못 읽어낼 책 이다. 나이 먹다 보니 이 나이에는 읽어 보고 싶지 않은 책들도 생기지만 이렇게 이 나이가 되어야 읽어 볼 수 있는 책도 생긴다. 여자가 아니라서, 엄마가 아니라서(아빠도 아니라서) 충분한 공감을 하진 못했지만 곧 60을 바라보는 "사람" 으로서 심하게 공감하며 읽었다. 누구든 읽어 보시겠다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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