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07.03
초등학교를 다닐때 문방구 한켠에 꽂혀있던 "괴수대백과사전" 이란 책을 나만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당시 어린 남자 아이가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괴수는 제발 진짜로 존재했다고 믿는게 당연한 일이다. (나만 그랬나?)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근대 괴물 사기극" 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 공짜로 읽을 수 있는데 안읽어볼 이유가 없다.
일단 대출 받고, 이미 읽고 있던 겁나 재미없는 "케미스트" 라는 책을 읽어 치우는 동안 이 책을 읽고 싶어 생기는 조바심을 억눌렀다.(케미스트는 너무 식상한 추리 소설이라 독후감을 공유하진 않았다. 연애 소설이라고 봐야 하나?)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퍼져나가던 "미지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를 100년 단위로 정리해 두셨다.
이 책에 소개된 괴물중에는 심지어 생물 분류 체계를 만들고 "학명" 부여 기준을 제시하신 "린넨" 선생의 "자연의 체계"에 등재되었던 것도 있고, 존재에 대한 학술 논문이 발표된 것들도 있다.(공식적인 학명도 부여됐었다.)
단순히 흥미 거리로 괴물에 대한 소개를 한 것이 아니고 그 괴물들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과학적으로 퇴출 되었는지에 관한 역사 책이다. "괴물 사기극의 역사" 라고 해도 될듯하다.
킹콩, 고질라 같은 상상속의 괴물(누구나 실제가 아닌것을 아는 괴물)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인어, 공룡의 후손, 요정, 우주인, 로보트등(이미 1700년대에 사람을 이긴 체스 로봇이 있던 것을 아는가?) 사람들이 실제 믿었던 것들에 대한 연대기이다.
괴물이 탄생한 원인은
- 발견자 및 분석가의 실수
- 아이들의 장난이 일파만파 퍼져버린 해프닝
- 고의적으로 유명세를 타기위한 사기
- 돈을 벌기위한 쇼
- 인종차별을 정당화 하기 위한 똥고집
- 무지
- 정치적 풍자를 목적으로한 연출
- 그냥 순수한 작가의 소설을 오해한 군중 등
여러가지 사연이 있지만 결국 괴물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이유는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렇게 판판이 깨져버린 괴물의 역사를 보면서 실망도 하게되고
"아직 부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존재할수 있어"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가지고 있다.
- 인어가 어딘가 숨어 살고 있는 바다,
- 모켈레음베베가 어슬렁 어슬렁 걷고 있는 콩고의 밀림,
- 네시가 헤엄치는 네스호
진짜라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세상을, 인생을 어떻게 과학적, 이성적 분석과 판단만으로 살아 갈수 있나...
난 좀 비과학적, 주술적인 면도 너그럽게 봐주면서 살고 싶고
세상에 대해서 사람이 모르는 부분이 아직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어린시절 꽤 심각하게 "은서동물학(Cryptozoology)"에 심취하셨던듯 하다.
이 책을 쓰기위해 조사힌 기간이 어마어마하고, 참고한 문헌의 목록만 봐도 존경심이 우러러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