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08.05
도서관에 있던 사피엔스의 죽음, 사피엔스의 의식을 읽고 나니 이분들의 연작중 첫번째인 "루시의 발자국"이 궁금해 졌다.
혹시나 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의 "도서신청" 메뉴에 신청을 했는데 한달도 안돼서 책이 들어왔다. 대한민국 훌륭한 나라다.
책을 읽고 보니 아... 이 시리즈는 이 책부터 읽었어야 하는구나... 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그래도 어쩌냐 이미 2, 3번
을 읽어 버렸는데...(그것도 3번부터 거꾸로...) 아직 안 읽어본 사람들은 루시의 발자국부터 읽어 보길 권한다.
지식의 습득 순서는 중요하지 않고 두분의 관계 변화 과정을 즐기게 된다.(동성애 같은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라.)
미야스 할아버지가 아르수아가 교수를 잠시 만난 후 반해서 그와 함께 책을 써보기로 결심한 대목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아
르수아가 교수가 더 까칠했고, 미야스 할아버지도 만만찮게 개구지셨다. 첫번째 책을 쓰신 이후부터 조금씩 서로 맞춰가신
듯 한다.
책의 전체적은 내용은 진화에 관한 것이다. 진화는 "인위적" 선택이나 창조가 아니라 "많은 우연의"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강이 만들어 진게 아니고 거기에 강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모여든 것이다. 강이 없는 곳에 살던 사
람들은 모두 떠나거나 멸종했고 우연히 강 옆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살아 남듯이.
도킨스씨 처럼 "이 멍청한 것들아 진화가 맞단 말이다." 라고 꾸짖는게 아니고 아이들을 달래듯이 "네가 사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상의 뇌가 우연히 커지다 보니 큰 뇌를 위해서 열량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커진 뇌 때문에 사회성
이 발달했고 그래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져서 네가 태어날수 있었다." 라고 조근조근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을 들은 아이는
존재의 하찮음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게 되지 않을까? 잔인하지만 어쩔수 없다. 그 녀석도 나이들면 나처림 되겠지.
전체적으로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 인데(특히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 정말 공부 많이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
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 창조론다들 다 덤벼라 내가 상대해 주겠다. 는 근자감도 생기고...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까칠한 아루스아가 교수의 말을 미야스 할아버지의 유머와 감성을 섞어서 재미있게 쓰셨다는 것이다.
또 읽다보면 갑자기 잡생각이 끼어들어서 유체이탈 현상이 나타나며 기계적으로 몇페이지를 읽어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
데(이런 경우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글의 흡인력이 좋아서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더 유식해 지는 것 같은 뿌듯함. 가끔 라마르키즘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분들이 계신데(나도 가끔 그랬는데)
진화는 의지에 의해 발생하는게 아니고 우연의 결과라는 차분한 설명. (라마르키즘이란 기린이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목이 길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진화론이다. 예전에 우리 담임 선생님도 나한테 이렇게 설명해 주신 기억
이난다. 무책임한 양반...) 이 책 읽으면 이런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야스 할아버지의 감성적인 표현들이 가슴에 푹 박힌다. 기분이 안좋거나 우울할때는 "마치 수의 처럼 지면을 감싼
안개속을 걷는 듯한", "타이탄의 식도로 넘어가는 음식 덩어리 처럼 동굴을 지나가는 우리" 같은 표현을 하시고, 기분이 좋
을때는 "상쾌한 아침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편가루를 끌어와 삶의 고통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같은 말씀
을 하신다. 이런 표현들 읽으면 내가 책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듯 하다. 이런 표현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책 읽는 재미중
의 하나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메모도 해두고...
가장 눈이 반짝 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사회성을 가진 뇌로 인류가 진화를 했기 때문에 사람의 세상이 지금과 같은 국가, 종
교, 시장등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 지금 세상의 주요 종교들이 이런 형태를 가진 이유도 진화론
으로 설명이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면 읽어 보길 바란다.
세권의 책
1. 루시의 발자국
2. 사피엔스의 죽음
3. 사피엔스의 의식
강력 추천한다.
이번해는 이 책 세권이면 양심의 가책 없이 "나 쫌 읽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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