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수요일

모비딕-허먼 멜빌

 글쓴날 : 2023.02.19

모비딕(무삭제 완역본) | 허먼 멜빌 - 교보문고 

어릴때 동화로 읽은 모비딕 이라는 책은 자신의 다리를 잃게 만든 모비딕이라는 고래를 쫒는 에이햅 선장의 모험

이야기였다.

도서관에서 최근에 출간된 완역본을 발견하고 어릴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신나는 바다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읽은 동화버전이 아닌 정식판본의 모비딕은 해양 모험소설이 아니었다.

691페이지에 달하는 긴 내용에 들어 있는 내용은 "포경업"에 관한 다큐멘터리 소설이었다.

EBS다큐멘터리 "극한직업"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 세계에서 포경업의 경제적 위상, 고래 한마리의 가치, 고래를 잡기위한 도구,

고래를 찾고 추격해서 사냥하는 방법,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방법, 해제한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

추출된 고래 기름의 정유 방법, 고래의 해부학적 구조, 항해방법,

포경선에 일하는 뱃 사람들의 나름의 사연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책장에 끈적, 미끄덩한 기름이 베어 나오는 듯 하고

포경선과 포경장비들을 이야기 하는 동안엔 날카로운 작살의 날에 손등의 솜털이 깍이는 듯하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포경선에 올라탄 선원들, 항해중에 마주하는 다른 포경선의 이야기들, 고래에 얽힌 신화,

전설등...

에이햅 선장이 모비딕을 만나 추격하고 사냥하는 부분은 책 전체의 10%도 안된다.

작가인 허먼멜빌씨가 포경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서 이토록 선명한 글을 남기실 수 있던것 같다.


책을 절반쯤 읽고나니 멜빌선생의 유머코드가 보이고 읽으며 배시시 웃게되는 장면도 여러곳 있다.


모비딕에 관한 여러곳의 간단한 감상평들인 "나만의 모비딕을 찾아 인생을 모험처럼 살라는 격려의 말"은...

구라다. 그런 말씀 하신분들 모두 동화버전의 모비딕만 읽어 보신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은 엄청난 양의 참조다.

생전 처음듣는 신화, 역사, 성경속 인물들이 현재 상황에 맞춰 한번씩 은유로 호출되는데... 어렵더라.

각 페이지마다 각주 또는 원주가 붙어 있지만 그런거 일일이 보게되면 독서의 흐름이 깨져서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셨을텐데 겨우 며칠 읽은 내가 평가할 자격은 안될 것이나...

워낙 오랜시간 쓰여진 책이다 보니 조금씩 어긋난 빈틈들이 보이는건 어찌할 수 없나보다.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것 같던 초반의 등장 인물이 존재감이 없어 진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훌륭한 영어문학작품으로 인정되는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봐야 할것 같았다.

(영어로 쓰인 원문을 읽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나 모비딕 읽어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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