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6일 수요일

와인라벨 모으기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2년동안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한가지 찾았다.

우즈베키스탄,,, 일조량이 충분해서 이곳 포도가 굉장히 달고 맛있다.
포도가 좋다보니 와인도 종류가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내가 사먹는 우즈벡 와인들의 가격이 주로 3,000숨 - 6,000숨 사이.

1달러가 현재 2,400숨 정도 이니 와인값이 얼마나 저렴한지 감 잡을수 있을거다.

와인을 마시기만 하는건 재미 없어서 와인 병을 종류별로 한가지씩 모으기 시작했다.
와인병을 모으는것의 문제점은 엄청난 공간을 차지 한다는 거다. 책장에 나란히 세워두면 금방 모든 공간을 차지해 버린다. 처음에 약 30개 정도의 와인병을 모았더니 감당이 안된다. 그래서 방향을 바꿔서 라벨을 모아서 스크랩 하기로 했다.

와인 라벨을 떼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한국엔 이미 와인라벨 모으는 사람을 위해서 라벨을 깔끔하게 띠어 내는 테이프도 판다고 들었다. 우즈벡에서 그런 도구를 찾기는 어렵고...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하다 찾아낸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삶는 거다.
와인병에 물을 채우고 커다란 냄비에도 물을 채워서 병을 가라 앉히고 삶는다.

접착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대부분은 30분정도 삶으면 깔끔하게 떼어 낼 수 있다. 착한 라벨은 삶는 것 만으로 지 혼자 떨어져서 물에 동동 떠다니고 좀 안 착한 라벨도 삶은 후 면도칼로 살짝 살짝 뒷면을 파고들면 어렵지 않게 떼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모은 와인 라벨이 지금까지 60종이 넘는다. 이 정도면 와인 대국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곳에 오기 전까지 와인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어떤 와인이 좋은거고 맛있는건지 잘 모른다. 그냥 이곳에서 마셔본 우즈벡 와인이 내가 맛본 와인들의 전부이지만... 내 생각에 우즈벡 와인들 참 맛있다. Sweet Wine, Dry Wine이 있고 Sweet Wine은 또 당도에 따라서 여러 단계로 분리된다. 나 같은 경우 Dry Wine 이나 저당도 Wine을 좋아한다.

와인 라벨을 모으기로 한 다음부터 와인의 맛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못보던 와인이 있으면 무조건 구입하고 가능한 한 빨리 마신후 라벨들을 떼어서 모아둔다. 걔중엔 정말 수집만 아니라면 안쳐다보고 싶은 와인도 있고...

우즈벡 와인을 마시다 보니... 왜 이나라는 와인으로 이탈리아나 프랑스나 칠레 처럼 유명해지지 않았을까 궁금해 졌다. 이렇게 종류가 많다는 건 그만큼 경쟁도 심하다는 이야기 이고, 그러면 품질도 어느정도 확보 되었을듯 한데...

내 생각에 이 나라에 바다가 없다는게 치명적인 약점 같다. 와인팔아서 얼마나 남길지 모르겠지만 그 와인들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면 별로 장사가 될것 같지 않다. 또 주변 나라들도 우즈벡만큼 일조량이 좋아서 잘은 모르지만 나름의 포도와 와인이 발달했을 것 같다.

정말 운하가 필요한건 이 나라다. 이란에서 시작해서 투르크메니스탄 거쳐서 우즈베키스탄까지 연결되는 운하가 있다면 이 나라의 경쟁력도 더 좋아질텐데... 그럼 나같은 사람 한국에 돌아 가서도 우즈벡의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즐길 수 있을텐데...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이곳 만큼 와인을 즐길수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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