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켄 제닝스

 글쓴날 : 2025.10.28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켄 제닝스 - 교보문고 

여행기와 여행 가이드북은 다르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여행기는 흥미 진진 하다. 낯선 곳, 낯선 음식,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바람, 낯선 태양, 낯선 밤하늘 등을 느끼며 즐기며 모험하는 필자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즐기게 된다.

반면에 역시 읽는 사람 입장에서 여행 가이드 북은 당장 해결해야 될 숙제(음식 조달, 이동 방법, 가격, 어디를 가야 하나, 어디서 자야 하나 등)를 처리하기 위해 참고하는 자료이지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고 덤비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 이다. 그런데 너~~~무 가이드북 이다. 제목은 짜릿해서 달고, 짜고, 맵고, 신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매우 건조하게 쓰여진 진짜 가이드북 같다.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기타. 총 7개 분야에서 묘사한 사후 세계를 묘사해 두었다. 이 책 쓰기 위해 공부하신 양이 만만치 않으셨을 것 같다. 작가 분도 너무 건조한 내용을 걱정 하셨는지 유머러스한 상상도 많이 추가해 주셨는데 큰 도움은 안되더라.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신화", "종교" 분야의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는 무척 좋았다. 우리한테 익숙한 신화, 종교 뿐 아니라 생소한 문화권의 신화와 종교들(아프리카, 남미, 호주 일대의 섬들)도 소개를 해주신다. 저런 종교도 있어? 싶은 것들 까지 언급하시며 그 안에 설명한 사후 세계를 소개해 주신다. 신화와 종교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머지 부분의 사후 세계는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다.

그리고 번역 하신 분과 교정 하신 분도 나와 마찬 가지로 읽다가 지치셨던 것 같다. 아래와 같은 이상한 표현들이 나온다.

"고양이가 거대한 트랙터 타이어를 비행접시들이 나는 곳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게 무슨 뜻이지? 타이어가 올라 갔어? 고양이가 올라 갔어?...

이런 식의 어색한 표현들이 책 속에 자주 등장한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명칭들(천국, 지옥, 겁나 많은 종류의 신들의 이름)과 거기에 딸린 각주들 때문에 읽기 사나운데 저런 문장들이 턱 하고 나오면 급 담배를 피고 싶어 진다.

종교, 신화에 언급된 사후 세계와 거기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 역할 등은 기억해 두면 두고 두고 인용할데가 많을 것 같다. 문제는... 기억력이 오래 가지 않는 다는 거... 

 

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글쓴날 : 2025.10.26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밀리의 서재 

한 30년쯤 됐나?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었다. 당연히 30년이 지났으니 책이 향긋했다는 느낌 말고는 기억 나는 것이 없다. 그리고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 이 책이 있기에 그 때의 향기에 이끌려 홀리듯 대출 받았다.

워낙 유명한 작가분의 유명한 책 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고 내용을 어렴풋이 나마 기억들을 하실 것 같다.

30년 이라는 시간이 길긴 하지만 이렇게나 새롭게 읽히다니... 좀 좌절했다. ㅠㅠ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은 "나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 였다. 물론 내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지금도 이렇게 블로그에서나 깨작거릴뿐 구체적으로 글 쓰기를 시도해 본적도 없다.

참 편안하게 이야기를 끌어 가신다. 자신의 어릴 적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야기이다.

처음 이 글을 읽을 때 추운 겨울날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방의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서 달달한 군고구마 까먹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에 새로 읽을 때도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를 다시 느끼며 입고 있던 옷에 고구마 냄새가 배어든 느낌이다. 지금도 입 안쪽에 고구마의 뒷맛이 남아 있는 것 같다.(물론 예전에 읽을 때 고구마 먹으며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책을 아끼는 사람이라 손에 뭐라도 찐득한 것 묻은 상태로 책을 만지지 않는다. 고구마 다 먹고 손 씻고 읽었다.)

어린 아이 시절에 본 세상, 일제시대에 국민학교(이 책에 국민학교 라고 언급을 하셔서 나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에 다니며 본 세상, 중학교(이 때는 중학교가 6년 과정이었고, 이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제 였다고 한다.)시절에 맞이한 해방,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발생한 한국전쟁.

담담히 그 시절의 즐거움, 고생등을 이야기 하시는데 고생 마져도 맛이 있다. 쓴 술이 맛있듯...

연못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게 아니라, 강물에 들어가서 같이 흘러 가는 듯 하다. 어떨 땐 그 물이 달고, 또 어떨 땐 그 물에서 흙탕물 맛이 난다. 그럴 때 조차 이 강물에서 기어 나오고 싶지 않고 이 강의 끝을 보고 싶어진다. 뒤에 붙은 평론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책에 취해서 해롱거리고 있었다.

책의 뒤편에 평론가 한 분과 작가 한 분이 분석글? 추천글? 평론? 같은 것을 달아 두셨다. 난 책을 읽을 때 맨 앞장부터 맨 뒷장까지 글자란 글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 편이다. 점 하나라도 이 작품의 표현을 위한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작가, 편집자, 출판사에 일하시는 분들이 나보다 백만 배는 더 고민 하시면서 뭐 하나라도 대충 해둔 것은 없을 터이니 그 정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다.

좋은 책 행복하게 읽은 후 더해진 평론을 읽고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라는 그 분의 잘난체 하는 평론을 읽고 토할 뻔 했다. 저따위로 글을 써야 모양이 산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 왜 소설의 모양을 정의하고 격을 나누지? SF는 글도 아냐? 좀... 심한 욕을 하고 싶지만 나도 품격이 있는 사람이라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올해 다시 출판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다면 "명예 교수" 님의 쓰레기 같은 평론은 읽지 말 것을 권한다. 그 평론의 역겨움 때문에 어제 꿈도 꿨다.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 계셨다면 졸도 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추가된 어느 작가분의 이야기는 너무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 만큼이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설명을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전생여행 - 김영우

 글쓴날 : 2025.10.23

전생여행 1 | 김영우 - 교보문고

전생여행 2 | 김영우 - 교보문고 

1996년에 출판된 "전생 여행" 이후 몇 가지 사례를 더 추가해서 이번에 두권짜리 책으로 다시 출판 하셨다.

저자가 신경 정신과 의사 이시다. 의사라면 일반적으로 "전생", "윤회", "빙의", "최면" 등의 현상을 쳐다 도 안볼 것으로 생각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상당히 많은 정신 의학과 의사들의 "최면"을 통한 "전생" 기억의 호출에 진심이신 것 같다.

저자가 최면을 통한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좀처럼 낮지 않는 심리적 장애를 치료한 사례를 주로 실어 두셨다. 1권은 특정 환자의 치료 과정과 그 환자를 통해 만난 저~~~ 높은 곳의 "지혜의 목소리"를 주로 소개 하시고, 2권은 다수의 환자를 치료한 예를 많이 설명 하신다. 그리고 무조건 "최면"을 이용한 "전생" 치료를 진행하는 게 아니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치료가 안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만 전생 요법을 적용 하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전생이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떻냐" 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고통이 줄어 들고 치료 효과가 있는데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

윤회 라는 말만 으로도 이 블로그를 읽는 일부 사람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비판 할지도 모르겠으나 있다는 증거도, 없다는 증거도 없음을 겸손하게 받아 들이고 지금의 인류가 가진 "과학기술", "지식" 이라는 것이 얼마나 알량한 것 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솔직히 인류가 가진 의학 기술이라는 것이 아직 "모기에 물린 가려움" 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많은 사람이 매년 여름마다 모기의 공포에 떨며 사는데 기껏 나온게 가려움 완화제 정도이다. 난 그거 발라도 별로 완화 되는 것 같지는 않더라.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때문에 모기를 두려워 하나? 일부 열대 지방에 사는 분들은 그럴 수 있지만 대다수의 온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려움"이 무섭지 극히 낮은 확률의 전염병은 별로 두렵지 않다. 그 하찮은 가려움도 치료를 못하는 수준의 의학 기술로 "최면", "전생", "윤회"를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뜻이겠지.

개인적으로도 윤회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은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인 이라도 "목사"님이 으르렁 거려서 그렇지 윤회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살짝 조미료 치자면... 원래 기독교도 윤회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슬람에도 당연히 윤회가 있고. 그런데 사람이 윤회를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하면 "목회자"의 권위가 없어지고, "면죄부"를 팔아 먹을 수 없어서 몇 번의 종교회의를 거치며(대표적으로 이케아 총회) 경전에서 "윤회" 관련 부분을 삭제했다. 의심되면 역사적 사실을 찾아 보시라.

어쨋든, 다시 독후감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미약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버리고 탐구, 수용 하는 자세를 보여 주신 것이 너무 좋았다. 맞다. 아직 우리 인류를 좀 더 공부 해야 한다. 특히 나는 더 많이 공부 해야 한다.

그리고 도구가 무엇이건 그게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한다면 눈치 때문에, 명성 때문에 사용하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도 전생 여행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내 정신 상태가 꽤 건강해 보여서 이번 생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심각한 상태 아니면 이 방법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언디바이디드:온전한 존재 - 닐 셔스터먼

 글쓴날 : 2025.10.19

언디바이디드: 온전한 존재 | 닐 셔스터먼 - 교보문고 

 근 미래. 장기 이식의 수요가 늘어나고, 항상 그렇듯이 장기 공급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사고나 선천성 기형에 의한 수요 뿐만 아니라 낡은 장기를 교체 해가며 젊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어마 어마 하다. 사람이 그렇지 뭐... 건강, 아름다움, 젊음에 대한 욕구는 나이 들수록 더 강해질 것이니...

장기 밀매가 암시장에서 큰 수익 원이 되자 이 시장을 양지로 끌어 올려 장기 거래가 합법화 된다.

언제부터 인가 문제아들(아들이 아니다. 문제아 의 복수 형이다.)의 부모로부터 언와인드 동의를 받아서 이들을 교화 시킨다는 명분으로 강제 수용하고 애들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판매하는 사업자를 인정한다.

더 나아가서,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공권력으로 언와인드 시킬 수 있다는 법안까지 발의 된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의 배경이다. 

당연히 혈기 왕성한 10대 애들이 고분고분 수용되어 있지 않는다. 탈출하는 넘들이 부지기수고, 이 애들을 거둬서 보호해 주는 사람, 이 애들을 선동해서 언와인드 업자를 공격하는 사람, 조각나 팔린 후 남은 부산물을 모아 모아 프랑켄슈타인 같은 군인을 만들려는 군대, 도망간 애들을 추적해서 잡아다가 기어이 조각조각 팔아 치우는 회사들의 이야기.

주제만 보면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읽기에 부담스럽거나 끔찍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애를 기계에 넣는다. 부위 별로 포장되어 나온다" 정도가 좀 잔인하고, 가까스로 살아난 아이들의 수술 흉터(전신을 난도질 했으니 바느질 자국이 꽤 길고 크게 나 있겠지)를 상상하는 게 가장 끔찍한 장면이다.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다. 등장인물이 좀 많아서 처음에 동기를 맞추기 어렵지만 전체 이야기의 구성이 아름답게 치밀하다. 외국 서적 번역하시는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건 한 사람의 이름을 계속 동일하게 번역해 주시면 좋겠다. 조금 전에 카뮈 였는데 갑자기 캠이 등장하면 맥락을 짚어서 가며 같은 애구나... 하고 추가적인 연산을 해야 된다. 원문이야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여러가지 형태의 이름을 사용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태어나기 전 "태명" 과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 취직 후 일하면서 듣는 "성"+"직급" 정도의 호칭만 가진다. 내 생각에 한국 소설에 등장하는 김대리-김개똥씨를 현지어로 번역 하면서 원문 그대로 김개똥 또는 김대리를 섞어가며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의 문화에 맞게 적용을 하겠지... 그러니 번역가 분들 제발 우리 문화도 존중해 가며 번역해 주시길 바란다. 나는 캠과 카뮈의 호칭에서 오는 의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애를 키워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얼마나 애가 밉상짓을 해야 부모가 저런 동의를 해서 애를 치워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들리는 청소년 폭력 기사들 보면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걔들이 뭘 했건 조각난 상품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사형이나 무기 징역을 선고해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켜주면서 사회로부터 고립 시켜야 하지 않을까?

책의 시작부터 강력한 갈등이 시작된다. 좀 당황했다. 그래도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다.

다 읽고 나니 "언와인드-디스톨리지" 시리즈 중의 마지막 책이더라.

첫 번째부터 나열해 보면

  • 언와인드 : 하베스트 캠프의 도망자
  • 언홀릭 : 무단이탈자의 묘지
  • 언솔드 : 흩어진 조각
  • 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이다. 중간 중간 근거 없는 과거 이야기, 쟤들 왜 싸우지? 하는 궁금증 들이 앞선 책의 제목을 보니 대충 이해가 가면서 감이 잡혔다.

안 읽은 앞선 세 권을 굳이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없다. 이미 다음에 읽으려 대출 받은 책이 두 권 있으니 그걸 다 읽고 나서 고민해 볼란다.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자비의 시간 - 존 그리샴

 글쓴날 : 2025.10.17

자비의 시간 1 대표 이미지자비의 시간 2 대표 이미지

 얼마만에 존 그리샴씨의 글을 읽는지 모르겠다.

까마득한 예전,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팰리컨 브리프", "의뢰인"등 피를 끓게 하는 이야기를 해주시던 그리샴씨가 아직도 글을 쓰신다닌... 고맙고 반갑고...

이 글의 배경은 이렇다.

동거중인 남,녀 나이는 30대 중반.

여자한테 아이가 둘 있다. 첫째 아들, 둘째 딸.

처음 동거를 시작한 이후 몇달만에 남자는 동거녀의 자식들이 부담스러워 졌고...

술 먹고 온 날은 동거녀에게 가혹한 폭행을 행사한다. 무려 1년 넘도록...

동거녀만 팼겠나? 애들도 당연히 팬다. 물론 애들 엄마를 더 심하게 팬다. 애들 엄마와 아이 둘은 그동안 이 집에서 나가면 갈 곳이 없는 우울한 삶을 살아왔다.

이 남자. 직업이 경찰이다. 사회에서는 유능하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나름 외모도 빠지지 않고... 등등으로 직장 및 지역에서 평판이 좋았다. 그러면서 동거녀와 그 애들한테는 무한히 잔인하던, 한마디로 찌질한넘... 애 엄마가 신고를 해도... 유야무야 넘어간다.

그 날도 역시 이 새끼는 만취해 들어와서 여자를 죽도록 팼다. 애들은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하게 두들겨 맞은 상태. 아들은 이렇게 살다가는 저 넘이 우리도 죽이겠다 는 공포에(나라도 그랬을 거다) 이 찌질한 넘이 술에 쩔어서 잠들었을때 그 넘의 총으로 관자놀이를 쏴서 죽여 버린다. 겨우 16살 꼬마가....

바로 경찰에 체포된 아들, 죽은 줄 알았던 엄마는 턱뼈 골절들의 중상을 입고 몇 차례의 수술을 거친 후 회복.

재판을 하는데... 참 조바심 난다.

이 가족의 사연을, 얘가 그 새끼를 쏴버린 사연을 책 속의 등장인물 중에 누구도 모른다.

경찰을 죽여? 나쁜넘. 배은 망덕한 넘. 등의 비난만 쏟아지는 억울한 상황.

읽고 있는 나와 책속의 변호사 제이크 씨만 그 억울한, 절박한 사연을 안다. 이 애가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이나 30년짜리 징역을 살아야 하나? 미치겠더라.

결론이 궁금하면 읽어 보시라.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로운 변호사 제이크씨를 응원하며 읽는다.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 하면서, 내가 그 아이가 된듯한 감정 이입을 한다. 그리고 엄청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베베 꼬아서 짜증 나는 상황도 없다. 초반에 안타까워 하다가 마지막 1/4 정도는 눈물 날 정도로 시원하게 전개된다. 역시 그리샴씨...

미국의 사법 제도와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러운 부분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법 이라는 것은 가해자에게 응당 의 댓가를 치르게 해서 피해자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 하는데 우리의 사법 제도는 어떤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주로 피해자가 도망쳐야 하는 이상한 구조다. "자력구제"를 헌법이 금하고 있기에 결국 큰 도움 안되는 "공권력"에 의한 뜨뜻 미지근한 정의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법이 피해자의 보상과 보호를 위해서 촘촘하게 작동할 자신이 없으면 피해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총기 소유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야구 방망이로 나를 못살게 구는 놈을 패 버릴 권리 정도는 인정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성폭력 가해자가 석방되면 피해자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나?

왜 어느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던 가해자가 석방되면 그 가족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물론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래서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니, 섣불리 변경하긴 어렵겠으나... "정의"를 구현할 자격을 공권력만 가진 다는 건... 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술 한잔(실은 여러 잔) 마시고 들어와서 쓰는 음주 독후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청 쪽팔릴 듯...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B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글쓴날 : 2025.10.12

배드(B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 교보문고 

첫 번째 책 MAD에 이은 이야기다.

앞 선 MAD와 동일한 사람, 미친 여자가 주인공인...

내한테 책 제목을 번역하라고 했다면 첫 번째 책은 미친년, 두 번째 책은 나쁜 년 이라고 했을 것 같다.

앞의 책에서 이 여자를 휴지통에 빈 깡통 버리듯 툭 던져 버리고 차와 돈을 몽땅 들고 도망친 남자를 찾으려고 용쓴다. 실제 이 여자가 한 건 별로 없다. 개똥 추리를 해가며 런던, 부카레스티, 로마 등을 돌아 다니는데 실은 이 남자가 이 여자 뒤를 따라 다니며 이것 저것 조종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이쁘긴 한가보다. 쓰레기처럼 버리고 나서도 이렇게 따라 다닌 걸 보면...

정신없이 작가가 끌고 가는 데로 질질 끌려 다니며 읽는 기분이다. 좀 더 달콤한 것 없나... 하는 기대를 하면서... 다 읽고 나니 기분이 좀 구리네... 읽을 땐 재밌었는데

이런 식의 스릴러는 대부분 범인을 쫓거나, 보석을 찾아 헤매.거나, 나쁜 놈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복수를 위해 추적하거나 등등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번에 읽은 이 두 권의 책 MAD, BAD는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특정한 목적 없이 닥치는 대로 지랄을 하며 다닌다. 그 남자를 추적한다 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별로 절박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입장을 즐기며 여기저기 사고 치며 다니는 여자다. 그리고 사람을 겁나 죽여도 경찰은 이 여자한테 관심 없이 다른 사람을 살인자로 잡아 넣고... 그냥 하는 거 없이 밉상인 운 좋은 나쁜 미친 여자.

제발 이런 사람 인생 잘 풀리길 바라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막판에 또 한번 대판 사고를 친다.

번역을 잘 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문장이 굉장히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청양고추, 마카롱, 마라탕, 탕후루를 골고루 한번 씩 집어 먹는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넘치는 자극에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다. 오늘 저녁때 겁나 매운 비빔국수 한 그릇 말아 먹어야겠다.(난 아직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없다.)

막판에 저지른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지... 했는데 3번째 책 Dangerous가 있다. 이건 1, 2번과 달리 라임을 맞추지 않으셨네...

도서관에 이 책이 있나 찾아 봤는데 없다. 아쉽네... 국립 중앙 도서관도 검색해 봤다. 역시 없다.

3번째 책은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듯... 그래도 별로 궁금하거나 아쉽지 않다. 아마 위험하기까지 한 년이 됐겠지...

미치고 나쁜 위험한 년.

2025년 10월 8일 수요일

M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글쓴날 : 2025.10.08

전자책] 매드 | 클로이 에스포지토 | 알라딘 

세상에 작가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이 작가 분 글 처음 읽는데(난 대부분 처음 읽는 작가다.) 이야기가 독특하다.

한마디로... 미친년 이야기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바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등등

동생은 언제나 삐딱선을 탄다. 싸우고, 훔치고, 속이고, 불 지르고 등등

성인이 되서 언니는 꽤 괜찮아 보이는 남자를 만나서(돈도 많고, 잘 생기고, 몸도 좋고, 매너도 있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 살고 있다. 동생은... 신문사 3줄광고 부서에 근무하며 겨우겨우 월세 내면서 담배, 술, 가끔 마리화나, 더 가끔 코카인, 매우 자주 남자를 밝히며 산다.

어느 날 회사에서 잘리고, 쉐어하우스에 살던 친구들한테 쫓겨나서(월세를 안내고, 소리 지르고, 딴 애들 음식 훔쳐먹고 등의 혐의로) 우울해 있는데 언니한테 메일이 온다. 비행기 표 보냈으니 휴가차 시칠리아에 놀러 오라고, 와서 이쁜 조카도 보고, 나랑 회포도 풀자고...뭔가 마음에 안 들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언니한테 간다.

책 내용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주인공은 미친년, 읽는 내내 이 여자한테 호감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저렇게 밉살스러운 생각만 하고, 진상 같은 행동만 하고, 사악하고, 욕심꾸러기이고, 옆에 속 타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지... 그저 내용을 보면 남자를 잘 꼬시는 걸로 봐서 이쁜가? 하는 정도. 아무리 이뻐도 저런 진상이라면 난 옆에서 못 버틴다.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사람이다.

첫째 날, 둘째 날은 이 여자 불평 들어 주다가 지친다. 내 친구나 가족 중에 저런 애 없어서 다행이다 싶다.

마지막엔... 좀 위안이 됐다. 이런 년은 저런 꼴 되도 하나도 안타깝지 않다. 

이런 인간 이렇게 망가져 버리자 갑자기 작가 분이 좋아졌다. 그래, 작가 분 이상한 양반인 줄 알았는데 정의로운 분이셨다. 

이런 진상을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흔하진 않다. 내가 읽은 책 중에도 무미건조한 사람 또는 정의로운데 까칠해서 주변 사람 피곤하게 하는 정도는 많이 있었지만 이런 밉상은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다. 7일간의 이야기다. 정신이 없다. 이 여자가 말려 들어갈 뻔한 이야기의 복선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데 차라리 말려 들어가는 게 더 좋았을 정도로 개고생 한다.

한 권 호로록 읽어버리고 허전 했는데 2번째 책이 있더라. 제목은 BAD. 제목 라임을 잘 맞추셨다. 2번째 책에서 마저 더 망가져 버려야 하는데... 설마 잘 먹고 잘 사는 결말은 아니겠지.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글쓴날 : 2025.10.04

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 교보문고 

1954년에 출판된 책이다. SF소설이긴 한데 첨단 기술이나 상상도 못한 통신 방식이나 거대 괴수같은게 등장하지 않고 모험, 위기 같은 것도 없다.

이미 우리는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등 여러대의 화성탐사 로버를 보내서 화성의 환경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구글 마스에서 화성 표면 사진도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사실들을 전제로 깔고 보는건... 싸우자는 이야기다. 좀 겸손해지자.

물론 이 이야기를 쓰실 당시에도 화성이라는 곳이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행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산소도 없고, 기압도 낮고, 춥고 등등. 그리고 작가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하지만 작가분은 이런 제약조건 다 무시해 버리시고 신대륙 발견후 정착하고자 도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셨다. 제목이 화성이지 그냥 척박한, 그런데 꽤 넓은 무인도을 어떻게 해보자고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몽환적이라고 해야 하나?

1999년부터 2026년까지 화성에 정착하고자 그곳으로 이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것 저것 들어있다.(작가분은 이때쯤이면 인류가 화성에 갈수 있을거라고 기대 하신듯 하다.) 짤막한 여러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이야기에 연결성 같은건 거의 없다시피 느슨 하지만 신 개척치 특유의 활기, 긴장, 배경지명(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파란언덕이다) 등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초기 원정대 몇개가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정착에 성공하고, 대신 화성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화성인)은 지구인이 옮겨준 전염병으로 대부분 죽어버린다. 지저분한 스페인 애들이 남미 원주민을 몽땅 학살한 상황과 비슷하다.

배경이 화성이다 보니 지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고, 살아 남은 화성인을 개종 하겠다고 찾아간 신부가 거꾸로 그들에게 교화되어 화성인을 신으로 믿게되는 경우도 있고, 지구의 생활에 찌들어서 화성으로 도피한 사람, 핵전쟁의 공포 때문에 화성으로 피난한 사람 등등...

어떤 장은 시를 읽는 듯 몽환적이고, 또 어떤 장은 다큐를 보는듯 사실적이고, 또 다른 장은 구구절절한 사연에 서럽기도 하고, 저런 이기적이고 꽉막힌 것들이 왜 화성까지 가서 저 지랄일까 하면서 분노도 하고 밑도 끝도 없이 이건 무슨 이야기지? 하면서 궁금해도 한다. 즐겁고, 힘차고, 성취해 내는 이야기는 한편도 없다.

어떤 장이든 앞.뒤 다 잘라내고 현재 그곳에서 격는 일만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그들이 여기 오기전 지구에서 이런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된다. 내가 소설을 같이 쓰는 기분.

한장 한장이 살을 잘 붙이면 영화 한편씩 나올법한 스케일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대장금" 이라는 이름 딱 세번 나왔는데 그걸로 36부작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극작가 들이다. 존경한다.

화성연대기 한챕터면... 2시간짜리 영화 한편씩 만들어 낼수 있을 것 같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결말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그저...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또 다른 연대기가 시작할 것같은 엔딩 이었다... 정도로만 말하겠다.

재미있냐 물어보면 재미있다고 답하겠다. 그리고 꼭 한번 읽어볼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