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0.26
한 30년쯤 됐나?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었다. 당연히 30년이 지났으니 책이 향긋했다는 느낌 말고는 기억 나는 것이 없다. 그리고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 이 책이 있기에 그 때의 향기에 이끌려 홀리듯 대출 받았다.
워낙 유명한 작가분의 유명한 책 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고 내용을 어렴풋이 나마 기억들을 하실 것 같다.
30년 이라는 시간이 길긴 하지만 이렇게나 새롭게 읽히다니... 좀 좌절했다. ㅠㅠ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은 "나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 였다. 물론 내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지금도 이렇게 블로그에서나 깨작거릴뿐 구체적으로 글 쓰기를 시도해 본적도 없다.
참 편안하게 이야기를 끌어 가신다. 자신의 어릴 적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야기이다.
처음 이 글을 읽을 때 추운 겨울날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방의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서 달달한 군고구마 까먹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에 새로 읽을 때도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를 다시 느끼며 입고 있던 옷에 고구마 냄새가 배어든 느낌이다. 지금도 입 안쪽에 고구마의 뒷맛이 남아 있는 것 같다.(물론 예전에 읽을 때 고구마 먹으며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책을 아끼는 사람이라 손에 뭐라도 찐득한 것 묻은 상태로 책을 만지지 않는다. 고구마 다 먹고 손 씻고 읽었다.)
어린 아이 시절에 본 세상, 일제시대에 국민학교(이 책에 국민학교 라고 언급을 하셔서 나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에 다니며 본 세상, 중학교(이 때는 중학교가 6년 과정이었고, 이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제 였다고 한다.)시절에 맞이한 해방,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발생한 한국전쟁.
담담히 그 시절의 즐거움, 고생등을 이야기 하시는데 고생 마져도 맛이 있다. 쓴 술이 맛있듯...
연못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게 아니라, 강물에 들어가서 같이 흘러 가는 듯 하다. 어떨 땐 그 물이 달고, 또 어떨 땐 그 물에서 흙탕물 맛이 난다. 그럴 때 조차 이 강물에서 기어 나오고 싶지 않고 이 강의 끝을 보고 싶어진다. 뒤에 붙은 평론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책에 취해서 해롱거리고 있었다.
책의 뒤편에 평론가 한 분과 작가 한 분이 분석글? 추천글? 평론? 같은 것을 달아 두셨다. 난 책을 읽을 때 맨 앞장부터 맨 뒷장까지 글자란 글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 편이다. 점 하나라도 이 작품의 표현을 위한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작가, 편집자, 출판사에 일하시는 분들이 나보다 백만 배는 더 고민 하시면서 뭐 하나라도 대충 해둔 것은 없을 터이니 그 정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다.
좋은 책 행복하게 읽은 후 더해진 평론을 읽고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라는 그 분의 잘난체 하는 평론을 읽고 토할 뻔 했다. 저따위로 글을 써야 모양이 산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 왜 소설의 모양을 정의하고 격을 나누지? SF는 글도 아냐? 좀... 심한 욕을 하고 싶지만 나도 품격이 있는 사람이라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올해 다시 출판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다면 "명예 교수" 님의 쓰레기 같은 평론은 읽지 말 것을 권한다. 그 평론의 역겨움 때문에 어제 꿈도 꿨다.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 계셨다면 졸도 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추가된 어느 작가분의 이야기는 너무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 만큼이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설명을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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