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7일 수요일

신 엔진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28

신 엔진 : 알라딘 

존 스칼지씨의 글에 푹 빠졌다. 도서관에 비치된 이 양반의 책을 다 읽을때 까지는 계속 이 분 책만 읽어 제끼려고 한다.

新엔진 아니고 엔진 이다.

스칼지씨의 책에는 시니컬한 유머가 마블링 잘된 소고기의 하얀 반점처럼 글 여기저기 송송 박혀있다.

그런데 이 책 신엔진은 웃음기가 싹 빠졌다. 한마디의 유머없이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믿는 신 "주"와의 싸움에 져서 포획된 "신"이 우주선의 엔진의 역할을 한다. 싸움에 졌어도 "신" 이기에 60광년정도는 뚝딱 이동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모르겠으나(아마도 까마득한 미래 또는 역사 이전의 과거 일듯) 이들의 문명은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함선도, 무기도 사람들의 믿음이 없으면 고장 나거나 동작하지 않는다. "주" 에 대한 믿음.

최고의 권위는 주교가 쥐고 있으며(번역이 주교일뿐 현재의 카톨릭 신앙과는 관련 없어 보인다.)

어느날 테페함장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으로 가서 그들에게 "주"의 믿음을 전파하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믿음"에 충만한 함장은 정의호를 타고 정의호에 포획된 "신" 나부랭이를 채찍질해서 그 행성까지 날아간다.

행성에 도착 후 몇명의 부하와 사제를 데리고 촌장을 설득 및 협박해서 믿음을 전파하고 촌장의 아들을 첫번째 신자로 만들기 위한 의식을 행한다.

이들의 "주"가 그 아들을 통해서 이 행성에 오셨는데... 어라 이 양반이 사람들을 잡아 먹는다. 이들의 "주"는 기대했던 전지전능하고 정의로운 신이 아니라 그저 군림하고 식량을 찾는 양아치였다. 짜증나게도 겁나 힘세고 똑똑하고 싸워서 이길 방법이 없는 자식이다.

부하와 사제를 데리고 허겁지겁 자신의 함선으로 돌아온 함장은 자신이 목격한 "주"의 실체에 신앙심을 잃어간다. 함장만 봤나? 부하들도 봤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모두가 신앙심을 잃었다. 함선의 엔진으로서 결계에 갇혀있던 하잖은 "신"은 결계가 부서지자 탈출해서 선원들을 먹어 치운다. 결계도 선원들의 신앙심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함선에 있는 함장의 연인 샬레 양은 아직 "주"의 실체를 모르기에 자신의 몸을 통해 우리 "주"를 불러 저 하잖은 신을 이겨내려고 시도한다. 나타나신 "주"는 샬레양을 맛나게 잡수시고 우리 함장님도 먹어버리려 하는데 결계가 풀리고 많은 식사로 체력을 회복하신 하잖은 신이 자신을 통해 또 다시 자신들의 더쎈 신을 소환한다.

더쎈 신이 "주"를 제압하고 자신을 소환한 하잖은 신에게 정의호의 모든 인간을 잡아먹어 버리라는 명을 내리고 뿅 사라지신다.

 이게 먼소리냐... 내가 뭘 빼먹고 읽었나? 해서 한번 더 읽었다. 책이 통째로 시니컬 코미디인가?

스칼지씨 답지 않은 글... 어떤 이야기를 하시고 싶었지?

책에 작가의 말이 한마디도 없다. 보통 머릿말이나 마치는 글에 작가의 생각을 써두는데 이 책에는 아무것도, 한마디도 없다. 우리 죄없는 옮긴이만 애써 변명을 해 두셨다. 현대 사회의 종교를 비꼬는 것인지(베베 꼬여 허리가 똑 끊어져도 그들이 할말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만) 단순히 종교를 SF화 해서 이야기를 하신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주인 - 로버트 휴 벤슨

 글쓴날 : 2023.02.07

세상의 주인 

프란체스코 교황이 추천한 책


100년쯤 전에 쓴 책인데 세계화 라는 현대의 흐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전 세계가 3개 권역으로 통일되고

통일된 각각의 세계는 합리, 인본을 주요 가치로 삼아 변화해 가고 있었고 비합리적이고 사람보다 신을 더

가치있게 평가하는 종교가 박해를 받는다는 내용이 주제로 쓰여있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종교가 박해받고 사라져가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글쓴이의 의도는 그런 세상은 슬프다고

웅변하는 모양새더라고...

교황도 세계화에 따른 획일화가 세상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경고 하기위해서 이 책을 추천 하신것 같고...

 

나도 획일화에는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 반대의 힘이 반드시 종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하거든.

100년전 책이라 그 당시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다. 겁나 세밀한 상황, 주변에 대한 묘사가 읽기 어렵게도

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네. 한동안 글로 묘사된 것을 읽고 상상해 내던 감각이 많이 무뎌진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좋은 책이다. 어느 관점을 더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이가 자신의 시각대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모비딕-허먼 멜빌

 글쓴날 : 2023.02.19

모비딕(무삭제 완역본) | 허먼 멜빌 - 교보문고 

어릴때 동화로 읽은 모비딕 이라는 책은 자신의 다리를 잃게 만든 모비딕이라는 고래를 쫒는 에이햅 선장의 모험

이야기였다.

도서관에서 최근에 출간된 완역본을 발견하고 어릴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신나는 바다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읽은 동화버전이 아닌 정식판본의 모비딕은 해양 모험소설이 아니었다.

691페이지에 달하는 긴 내용에 들어 있는 내용은 "포경업"에 관한 다큐멘터리 소설이었다.

EBS다큐멘터리 "극한직업"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 세계에서 포경업의 경제적 위상, 고래 한마리의 가치, 고래를 잡기위한 도구,

고래를 찾고 추격해서 사냥하는 방법,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방법, 해제한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

추출된 고래 기름의 정유 방법, 고래의 해부학적 구조, 항해방법,

포경선에 일하는 뱃 사람들의 나름의 사연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책장에 끈적, 미끄덩한 기름이 베어 나오는 듯 하고

포경선과 포경장비들을 이야기 하는 동안엔 날카로운 작살의 날에 손등의 솜털이 깍이는 듯하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포경선에 올라탄 선원들, 항해중에 마주하는 다른 포경선의 이야기들, 고래에 얽힌 신화,

전설등...

에이햅 선장이 모비딕을 만나 추격하고 사냥하는 부분은 책 전체의 10%도 안된다.

작가인 허먼멜빌씨가 포경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서 이토록 선명한 글을 남기실 수 있던것 같다.


책을 절반쯤 읽고나니 멜빌선생의 유머코드가 보이고 읽으며 배시시 웃게되는 장면도 여러곳 있다.


모비딕에 관한 여러곳의 간단한 감상평들인 "나만의 모비딕을 찾아 인생을 모험처럼 살라는 격려의 말"은...

구라다. 그런 말씀 하신분들 모두 동화버전의 모비딕만 읽어 보신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은 엄청난 양의 참조다.

생전 처음듣는 신화, 역사, 성경속 인물들이 현재 상황에 맞춰 한번씩 은유로 호출되는데... 어렵더라.

각 페이지마다 각주 또는 원주가 붙어 있지만 그런거 일일이 보게되면 독서의 흐름이 깨져서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셨을텐데 겨우 며칠 읽은 내가 평가할 자격은 안될 것이나...

워낙 오랜시간 쓰여진 책이다 보니 조금씩 어긋난 빈틈들이 보이는건 어찌할 수 없나보다.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것 같던 초반의 등장 인물이 존재감이 없어 진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훌륭한 영어문학작품으로 인정되는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봐야 할것 같았다.

(영어로 쓰인 원문을 읽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나 모비딕 읽어본 사람이다. 

2025년 8월 26일 화요일

노인의 전쟁 시리즈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27

3권의 엄청 두꺼운 책이 하나의 시리즈이고, 조이 이야기라는 외전이 한권 더있다. 세이건의 일기라는 책도 있는데 이건 도서관에 없어서...

1. 노인의 전쟁

2. 유령 여단

3. 마지막 행성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순서 무시하고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이 작가분의 세계관을 이해 하려면 처음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나도 이런 시리즈인줄 모르고 마지막 행성 부터 대출 받았다가 책 머릿말에 앞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길래 1, 2번도 대출 받아 순서대로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 "마지막 행성"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으면서 깊은 허무감에 젖었다. 당분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아서... 

1. 노인의 전쟁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지구에 사는 인류가 우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도약" 기술이 발명 되면서 꿈도 못꾸던 먼 우주를 쉽게 여행할수 있게 되면서 정착 가능한 행성을 찾아 인류를 이주 시키고, 다른 외계 지성체를 만나서 싸움도 하고, 전쟁도 하는 세상 복잡한 상태가 무르익은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구에서 75세를 넘긴 사람에 한해서 입대 지원을 받는 우주개척방위군.

책에서는 CDF(Colonial Defense Force) 이니... 액면으로는 식민지 방위군인데 우주개척방위군이 더 적절한 표현 같다.

존 이라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 캐시가 돌아 가시고 존 페리씨는 입대를 결심 후 CDF에 지원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나이든 사람이 어떻게 군인이 되라는 건지 모르는 상태로 입대한다.

CDF는 살벌한 우주전쟁에 투입할 군인을 모집하는데 한참 일할 "젊은이"를 소모하기보다 이제 살만큼 사신 노인을 군인으로 만들어 인력자원을 보호하려는 용도였다고... 하더라.

존 페리 할아버지가 입대후 "피닉스"라는 행성(방위군 사령부가 있는)으로 도약하고 거기서 "강화된 육체"를 받게된다. 사람의 의식을 이동 시킨다는 정말 재밌는 SF적 설정. 이 기술을 만드신 부탱 박사가 다음에 이어질 책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새로운 육체를 받고 훈련을 마친 후 "코렐" 이라는 식민행성을 빼앗으려는 외계 종족 "르레이", "콘수"등의 종족과 전쟁을 한다.

거의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수많은 전우들이 죽는 과정이 꽤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창이 오른쪽 쇄골에 꽂혀서 왼쪽 옆구리로 튀어 나온다든지, 전우의 배가 갈라져서 내장이 흘러 내린다든지... 등등

물론 전투과정이 더 재미있고 자세하다. 이런 묘사를 위해서 실제 전투를 기록한 전사를 많이 공부하신듯 하다.

그리고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 특수부대 여군의 얼굴이 자신의 아내였던 캐시를 너무나 닮은 제인 세이건에 대한 떡밥을 뿌려둔다. 두번째 이야기로 넘어 가기전에 둘이 만날 기회도 만들어 지고... 밥도 같이 먹고, 아내 캐시의 이야기도 전해주고 등등...

2. 유령 여단

유령여단 | 존 스칼지 

1편과 달리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에 잠시 나왔던 "부탱" 박사를 클로닝한 군인과 제인 세이건, 존 페리(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인류를 배신하고 오빈 이라는 외계 종족에게 기술과 인간의 작전을 팔아 넘기고 죽은 것으로 알려진 부탱 박사, 오빈의 습격으로 역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부탱 박사의 딸 조이.

부탱이 왜그랬을까? 또 부탱이 뭘 알고 있었을까? 알아야 했던 CDF는 부탱이 실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사해둔 자신의 의식 정보를 이용해서 "디렉" 이라는 강화 육체를 만들고 그안에 부탱박사의 의식을 부어 넣어봤는데 처음에는 기대와 달리 영 신통치 않았다.

여차저차한 사연을 거치며 조금씩 부탱의 기억을 찾아가는 디렉, 알고보니 부탱이 죽은게 아니라 오빈 종족이 데려가서 보호하고 있다는 첩보, 그냥 둘수 없다며 부탱을 다시 찾아오려는 작전.

찾으러 갔더니 조이양도 아빠랑 같이 살아 있고...

이 이야기 역시 숨쉴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된다. 치밀한 작전, 현실적인 묘사를 읽다 보면 코끝에 살짝 피비린내가 스치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날즈음에... 콘클라베 라는 범 우주 연맹 조직이 튀어 나온다. 이 역시 다음 책을 위한 떡밥이다. 이 책에 주로 나오는 종족들인 인류, 콘수, 오빈, 르레이 외에 듣보잡들 약 400여개 종족이 연맹을 구성해서 "우리끼리 잘 나눠 먹고, 다른 넘들이 새로운 행성을 찾으면 박살내자" 라는 의지를 가지고 뭉쳤다. 

여기서 존페리 씨는 제인 세이건과 함께 전역후 보통 인간으로서의 삶을 택한다. 

3. 마지막 행성

마지막 행성 | 샘터 외국소설선 6 | 존 스칼지 | 알라딘 

다시 1인칭 존 페리씨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허클베리 행성에서 조이(부탱 박사의 딸)를 입양해 농사지으며 유유자적 살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예전 장군이 새로운 행성 개척민의 대표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존페리, 제인 세이건, 조이 그리고 조이를 거의 신으로 섬기는 오빈종족에서 파견한 조이의 보호자 히코리, 디코리 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오빈 종족이 왜 조이양을 거의 신으로 섬기는 지는 유령여단에서 기구한 부탱 박사의 삶을 이해해야 된다.

개척연맹에 의해서 "로아노크"라는 새로운 행성의 2,500명 개척민 대표를 맏게된 존 페리 부부.

열악한 환경의 새로운 행성 로아노크, 그리고 갑자기 끊어진 개척 연맹과의 연결, 콘클라베 세력이 이 행성을 조지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상황. 이 행성에 이미 살고 있던 원시 부족의 위협(뗀석기시대 쯤의 문명 수준을 가진).

새로운 모험을 찾아 왔다가 완전 망했다.

개척연맹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 행성을 버리는 미끼로 사용한 것이고(초기 개척민 2,500명쯤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은 희생양 삼았다.),  이 사실을 알아버려 빡친 존 페리씨와 제인 세이건 부부는 이 행성의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죽을똥 살똥 용쓴다.

1, 2편의 화려한 우주 전쟁 액션 보다는 낯선 환경의 적응과 외계 종족과의 "외교"가 주된 이야기다.

여기서 수양딸 조이 양이 갑툭튀로 엄청난 일을 해낸다. 읽다보면 이 꼬마애가 어떻게 이런일을 해내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똑똑해도...

외전. 조이 이야기

조이 이야기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3편 마지막 행성에서 뭔가 허술했던 부분에 대한 공백을 메꿔주는 이야기다.

조이양이 주인공이다.

마지막 행성이 존 페리씨 관점의 이야기 이고

조이 이야기는 조이 양 관점의 이야기 이다.

동일한 시간대, 동일한 배경에서 각 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절대로 굳이 읽어볼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이 책도 반드시 읽어 보아야 마지막행성의 부실한 부분이 의도된 구멍이었음을 알게된다. 책한권 더 쓰고 싶으셨나보다 했는데 이렇게 구성하지 않았으면 마지막행성의 분량이 두배는 넘었을 것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속도감이 없어서 힘이 빠졌을 것 같다. 

작가가 남자이도 보니 10대 소녀였던 적이 없을 텐데도 10대 소녀관점의 생각들이 잘 묘사 된것 같다.(물론 나도 10대 소녀였던 적이 없어서 이게 맞는건지는 모르겠다.)

2025년 8월 19일 화요일

구원의 날-칼리 윌리스

 글쓴날 : 2025.08.19

구원의 날 - 예스24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인류가 거의 폭망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재건한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이전 세대의 인류가 새로운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몇대의 우주선을 보냈는데 모두 연락이 두절되고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진후 조그만 무인 연락선이 지구 근처에서 하우스오브위스덤호에 포획됐다.

그 우주선의 메시지는 이미 몇백년전에 기록된 내용이라 긴 여행동안 우주 방사선의 영향으로 데이터가 파괴되어 일부만 복구할 수 있었는데 그 복구 과정중에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망하고 어린 남자 아이 한명만 탈출선을 타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우주선안에 전염병이 돌아서 전원 사망이라는 소문만 돌고 그 전염병을 퍼트린 것으로 추정되는 나쁜 과학자가 있었다는 괴담... 

그리고 약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는 자체 방어 시스템이 있어서 상황 파악을 위한 접근조차 불가능해져서 "접근금지" 영역으로 남아 지구 궤도상에 돌고 있다.

여기까지가 배경이고....

지구에 재건된 문명은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과 그게 싫어서 도시 바깥으로 나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두개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이들을 난민이라 불렀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를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고 만들고자 했던 난민들과 그 조직 소속의 "전염병을 퍼트린 나쁜 과학자의 딸", 제도권에 살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둘이 주인공이다.

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생존자 아들의 1인칭 시점이 교차로 전개된다.

정신줄 놓으면 내가 보는 "나"가 얘인지 쟤인지 헷갈릴때가 있더라.

여객선을 납치한 조직(딸이 속한)과 여객선에서 납치된 인질들(아들이 속한)이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활극이 끝나고 결국 제도권의 의원들이나 난민들의 지도자나 모두 똑같이 나쁜 개새끼더라는...

그다지 해피 엔딩도 아니고 허무한 새드 엔딩도 아니다. 쫌 쑥쓰럽게 "진실, 인류애"등을 들먹거리며 이야기가 끝을 맺는데 많이 아쉽지도 않고, 여운도 별로 남지 않는다.

머리통이 날아가고, 뭔가에 맞아서 몸이 관통되며 피와 살점과 뼛조각이 무중력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광경과 10년넘게 표류해서 그 안에 있던 탑승객들의 말라 비틀어져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상상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다.

내가 싫어하는 고리타분한 남녀 관계, 등장인물간의 쓸데없는 갈등 같은게 없어서 좋았다.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으스스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읽을만 하다.(나는 에일리언 팬이다. 요즘도 가끔 1편부터 프리퀄까지 정주행 하며 감상한다.)

2025년 8월 18일 월요일

스타터 빌런-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19

스타터 빌런(Starter Villain)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식전에 사탕 한알만 먹어도 식욕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한밤중에 배고파서 와작와작 씹어먹는 당근빼고.

식전에 먹어도 식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반대로 식욕을 돋궈주는 그런 음식들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먹는 동안 즐겁고, 먹고 나서 포만감따위 느껴지지 않고, 이제 쫌 묵직한 책 읽어볼까? 하는 의욕도 생긴다.

찌질하게 살고 있는 이혼남(애는 없고, 전 처는 멋진 남자 만나서 겁나 잘 먹고 살고 있다), 신문 기자일 하다가 이래저래 그만두고 초등학교 임시교사 아르바이트 하면서 겨우겨우 연명하며 산다.

유산이라고 받은 집도 배다른 형제들과 공동명의 이고, 그나마 아버지가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신탁에 걸어둬서 쫓겨나지 않고 살고 있다.

어느날 5살 이후로 얼굴도 못본 외삼촌이 돌아 가시고, 그 양반 변호사라는 사람이 찾아 왔는데...

이쯤되면 짐작될거다. 겁나 부자, 혼자사는, 내가 유일한 혈육인... 그런 삼촌의 상속 관리자가 나를 찾아왔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거의 올리버트위스트다. 신파극인가?

신파는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이 불쌍한 조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삼촌은 범죄조직에 연루된 엄청 구린듯 멋진 사람 이었고, 삼촌이 가지고 있던 재산, 첨단 기술 회사등을 호로록 먹겠다고 덤비는 또 다른 거대 조직의 도전...

변태 돌고래, 천재 고양이, 더 변태인 대왕고래 등등 판타지 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고리타분한 남여상열지사도 없고, 식상한 배신자도 없고, 갑자기 숨겨진 능력이 드러나는 천재적인 주인공도 없다. 그냥 한가지 이야기에 충실하며 끝까지 흘러간다. "단순하다". 

SF는 아니고 영화 킹스맨 정도? 심각하게 읽을 내용은 1도 없다. 그리고 읽으면서 지루할 상황도 1도 없다. 거기다 해피엔딩이다.

책읽으면서 흐믓하면 됐지 뭘 더 바라나. 딱 내스타일 이다.

이글 쓰신 존 스칼지씨의 글이 너무 맛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맛있게 매운 낚지볶음 한사발 비벼먹고 한잔 가득 따라 마시는 시원한 냉수의 맛.

도서관에 이분이 쓰신 책이 몇권 더 있길래 낼름 대출 받았다.

M
T
G
Y
Text-to-speech function is limited to 200 characters

2025년 8월 15일 금요일

체인 갱 올스타전-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글쓴날 : 2025.08.16

체인 갱 올스타전 |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 교보문고 

저자의 성함이 "나나 크와네 아제 - 브레냐" 이기에 두명의 공저인가? 했다. 한명이더라. 필명인지 본명인지 모르겠으나 이름에 대쉬 표시 들어가는게 불법은 아니니...

장기수 또는 사형수중에 지원자를 모아서 3년을 버티면 사면, 면책, 석방 시키는 조건으로 데스매치를 벌이는 깜찍한 미래의 이야기다.

그저 그런 액션 소설... 오랜만에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며 즐겼다.

크게 4개의 팀이 나온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는 팀, 나중에 이들과 적수가 되는 두개의 팀, 이런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팀(이들은 죄수가 아니라 그냥 인도주의적 민간인이다.)

거기에 이 매치를 이용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듯한 양아치 회사와 정부. 

죄수로 구성된 3개의 팀에 마지막 매치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각 팀 알파들의 과거사(?)로 구성된 이야기다.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팀에서 모의하는 뭔가 큰 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들은 그냥 그러다가 끝나더라.

실망 했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거만한거 아닐까? 해서 책의 말미에 작가가 써두신 "감사의 말"을 꼼꼼히 읽어보니 한국 사람은 들어서만 알뿐 실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이라는 나라의 어두운 면"에 대한 고자질인듯 하다. 흑인은 범죄자라는 편견. 흑인 범죄자 따위 그러다가 죽든지 말든지 크게 개의치 않는 사회 분위기를 고발했다. "그러지 말자, 다르게 해보자" 같은 하나마나한 소리는 없다. 그래서 더 품위있고 당당해 보인다.

그래도 시위를 주도하던 사람들... 너무 허무했다.(죽은 사람은 없다.) 그냥 큰소리 몇번 지르고 말았다. 그들중의 일부 과거도 상당히 긴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 했는데 정작 이룬게 없다.

그리고 읽기 어려운 문장이 꽤 자주 나왔다. 말랑말랑한 주제라 쉽게 읽힐줄 알았는데 난해한 문장 만나면... 주어가 너~~~~무 길어서 한국어로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가 주어구나" 라고 분석해 가며 읽어야 했다. 예전엔 이런 글도 잘 읽었던것 같은데 나이 들다보니... 슬프다.

등장 인물들의 개인적인 감정 표현, 서로간의 관계 설명, 전투 행동등에 대한 묘사가 "윌리를 찾아라" 한페이지를 보는것 만큼이나 자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별거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 하면서도 주인공이 벌일 마지막 매치를 기대하면서 읽는데 숨이 찰 정도다. 헬스장 러닝 머신에서 뛰는 기분으로 읽게된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읽어 보기 바란다.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단식 존엄사-비류잉

 글쓴날 : 2025.08.13

단식 존엄사 - 예스24 

타이완의 재활의학과 의사가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인생의 마지막 수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격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아직 환자가 되어 본적은 없고 가족으로서 지켜본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직도 선득선득 꿈을 꾸곤 한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아득해 지는 우울함에 빠진다.

죽음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게 사실이다. 자식으로서 차마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는것은 누구라도 공감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신분의 어머니는 "소뇌실조증" 이라는 유전병 발현후 재활로 몇년 더 건강하게 사시다가 병세가 악화되자 스스로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시고 자식들은 그 과정에 동의를 했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마지막 몇달을 더 애뜻하게 보낼수 있었다.

내가 부모님을 떠나보낸 방법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읽으며 계속 생각나는 나의 그 마지막 몇달 때문에 도서관에 앉아있기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

이 책을 예전에 읽었다해도 내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 드릴때의 경험을 어머니도 하셨기에 연명치료를 거부하신다는 의사를 밝혀 두셔서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어려운 선택. 나도 결국 언젠가 맞이할 "판정"을 들은 후 이런 선택을 할수 있을까? 지금도 평소에 항상 죽음을 대비하며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연명치료 같은건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어쨋든 지금 하루 하루를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시간을 쓰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고는 있다.

우리 세대는 이미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정작 "죽음"을 준비 하시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다. 이번생은 망했으니 최소한 우리 자식 세대는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죽음"을 같이 공유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자식도 차마 우리한테 "죽음" 이라는 주제를 입밖에 내기 어렵다. 내가 이야기 해줘야된다.

한 세상 살면서 떠나 보내는, 또는 내가 떠나는 경험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도 많지 않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도 어렵다. 내가 갈때야 후회고 뭐고 없겠지만 떠나 보내는 입장에서는 어떤게 맞는 건지 선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존엄사" 라는 제도가 만들어 질지 모르겠으나 만들어 진다고 한들 "내가 떠날땐" 자신있게 그걸 선택하리라 생각 하지만 "나를 떠나 보낼때" 자식들이 그러시라고 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분들은 꼭... 늦기전에 자식들과 합의해 두기 바란다. 그들이 우리를 후회없이, 고통없이 보내 줄 수 있도록...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나를 닮은 동물사전-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글쓴날 : 2025.08.12

나를 닮은 동물 사전 - 예스24 

예전에도 자주 접할수 있었던 "잡학사전" 같은 분위기의 책이다.

다만, 잡학은 아니고 동물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원제는 "THE MODERN BESTIARY" 이다. "현대우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왜 "나를 닯은"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지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공감이 되질 않는다.

나같은면 "너를 닮은" 또는 "그 새끼를 닮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겠다. 

제목이야 어찌되었건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기괴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이것 저것 쓰셨다.

어릴때 어린이 잡지등을 통해서 소개되던 재미있는 동물의 소개 같은 건전한 내용은 아니다.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읽지 못하게 말려야 한다. 애들 이책 보면 울거나 토할 수도 있다. 부디 어른들만 읽어보기 바란다.

암기력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온 모든 동물들의 특징을 다 외워 버리고 싶다.

살면서 그런 넘들을 심심찮게 마주하는 경우가 있고, 그럴때 아주 재미있게 써먹을수 있을 것 같다.

기왕 써먹을거... 동물 이름이라도 재대로 인용해야지 "그딴짓 하는 동물이 있대" 수준의 인용은 부족하다.

식량이 부족하면 자신을 기꺼이 새끼들의 먹이로 내주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새끼를 잡아 먹는 엄마도 있고

기껏 만나서 힘들게 자식의 생산을 위한 일을 마치고, 남자 친구의 거시기를 홀랑 뜯어 먹어 버리는 무서운 여친들도 있다.

작가님의 의도는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동물 소개가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뿐이고 항상 강조하는 내용은 "그런데 이미 90%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다~~~~ 인간 때문이다." 는 안타까움이다. 어떤 종은 그 종의 보호를 위해 생태를 연구할 만큼의 개체도 남아있지 않다. 이 넓은 지구에서 250마리 남은 조약돌 만한 새를 어떻게 찾아서 연구를 하나...

저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토록 게걸스레 세상을 소모해 버리는 인간들이 더 이상한 것들 일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지구에 욕심꾸러기 인간들이 너무 많다.

어찌 보면 참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름의 유머 감각을 발휘 하셔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신다. 

2025년 8월 9일 토요일

너희 모든 좀비는-로버트 A. 하인라인

 글쓴날 : 2025.08.10

너희 모든 좀비는 | 로버트 A. 하인라인 - 교보문고 

이 분이 쓰신 단편 소설들을 모아둔 모음집 10번째 책이다.

도서관에 이전의 9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굳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재미를 주었다. (도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여긴 없더라.) 

20세기 초(1907)에 태어나셔서 1988년에 돌아가셨다.

이 분이 생존해 계시던 시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각각의 소재들이 "상큼" 했다. 굳이 그 시대를 고려해 관용을 베푸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짜릿한 모험도 아니고, 숨죽이게 만드는 스릴러도 아니고, 서늘한 공포도 아니다. 큰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질리지 않고 맛나게 계속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뻥튀기 같은 느낌. 소설 이라는게 "일반적", "일상적"인 이야기를 써두진 않는다. 그런 일상적 이야기를 찾아 읽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분의 글은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를(시간여행, 외계탐사, 초능력자 등) "일상적"인 말투로 풀어 놓으신다. 홀린듯이 읽게된다.

작가분이 일관성을 가진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한편씩 쓰신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발표 되었던 이야기들 모아둔 책이다 보니 각 편의 주제가 당연히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전 편의 여운이 남아서 지금 읽는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필요 하더라.

다행히 단편중에 긴(10페이지 내외) 글을 읽을때는 절반이 가기전에 이전 편의 여운이 가시고 지금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짧은(2,3페이지) 글은 이전 편이 남긴 물결에 휩쓸려서 자유낙하 중인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이 잘못된게 아니고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것이겠지. 

한편을 읽고 하루쯤 쉰후 다음편을 읽어야 그런 간섭 없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하고 보니 좀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2025년 8월 4일 월요일

루시의 발자국-저: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호세 아르수아가

 글쓴날 : 2025.08.05

도서관에 있던 사피엔스의 죽음, 사피엔스의 의식을 읽고 나니 이분들의 연작중 첫번째인 "루시의 발자국"이 궁금해 졌다.
혹시나 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의 "도서신청" 메뉴에 신청을 했는데 한달도 안돼서 책이 들어왔다. 대한민국 훌륭한 나라다.
책을 읽고 보니 아... 이 시리즈는 이 책부터 읽었어야 하는구나... 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그래도 어쩌냐 이미 2, 3번
을 읽어 버렸는데...(그것도 3번부터 거꾸로...) 아직 안 읽어본 사람들은 루시의 발자국부터 읽어 보길 권한다.
지식의 습득 순서는 중요하지 않고 두분의 관계 변화 과정을 즐기게 된다.(동성애 같은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라.)

미야스 할아버지가 아르수아가 교수를 잠시 만난 후 반해서 그와 함께 책을 써보기로 결심한 대목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아
르수아가 교수가 더 까칠했고, 미야스 할아버지도 만만찮게 개구지셨다. 첫번째 책을 쓰신 이후부터 조금씩 서로 맞춰가신
듯 한다.

책의 전체적은 내용은 진화에 관한 것이다. 진화는 "인위적" 선택이나 창조가 아니라 "많은 우연의"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강이 만들어 진게 아니고 거기에 강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모여든 것이다. 강이 없는 곳에 살던 사
람들은 모두 떠나거나 멸종했고 우연히 강 옆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살아 남듯이.

도킨스씨 처럼 "이 멍청한 것들아 진화가 맞단 말이다." 라고 꾸짖는게 아니고 아이들을 달래듯이 "네가 사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상의 뇌가 우연히 커지다 보니 큰 뇌를 위해서 열량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커진 뇌 때문에 사회성
이 발달했고 그래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져서 네가 태어날수 있었다." 라고 조근조근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을 들은 아이는
존재의 하찮음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게 되지 않을까? 잔인하지만 어쩔수 없다. 그 녀석도 나이들면 나처림 되겠지.

전체적으로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 인데(특히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 정말 공부 많이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
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 창조론다들 다 덤벼라 내가 상대해 주겠다. 는 근자감도 생기고...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까칠한 아루스아가 교수의 말을 미야스 할아버지의 유머와 감성을 섞어서 재미있게 쓰셨다는 것이다.


또 읽다보면 갑자기 잡생각이 끼어들어서 유체이탈 현상이 나타나며 기계적으로 몇페이지를 읽어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
데(이런 경우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글의 흡인력이 좋아서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더 유식해 지는 것 같은 뿌듯함. 가끔 라마르키즘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분들이 계신데(나도 가끔 그랬는데)
진화는 의지에 의해 발생하는게 아니고 우연의 결과라는 차분한 설명. (라마르키즘이란 기린이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목이 길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진화론이다. 예전에 우리 담임 선생님도 나한테 이렇게 설명해 주신 기억
이난다. 무책임한 양반...) 이 책 읽으면 이런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야스 할아버지의 감성적인 표현들이 가슴에 푹 박힌다. 기분이 안좋거나 우울할때는 "마치 수의 처럼 지면을 감싼
안개속을 걷는 듯한", "타이탄의 식도로 넘어가는 음식 덩어리 처럼 동굴을 지나가는 우리" 같은 표현을 하시고, 기분이 좋
을때는 "상쾌한 아침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편가루를 끌어와 삶의 고통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같은 말씀
을 하신다. 이런 표현들 읽으면 내가 책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듯 하다. 이런 표현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책 읽는 재미중
의 하나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메모도 해두고...

가장 눈이 반짝 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사회성을 가진 뇌로 인류가 진화를 했기 때문에 사람의 세상이 지금과 같은 국가, 종
교, 시장등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 지금 세상의 주요 종교들이 이런 형태를 가진 이유도 진화론
으로 설명이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면 읽어 보길 바란다.

세권의 책
1. 루시의 발자국
2. 사피엔스의 죽음
3. 사피엔스의 의식
강력 추천한다.
이번해는 이 책 세권이면 양심의 가책 없이 "나 쫌 읽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