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1.24
난 전에도 말했지만 책을 고르는 기준이 "표지"의 아름다움 이다. 이 책의 표지는 전혀 내 취향이 아닌데 얼떨결에 대출 받았고,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읽었다. 표지가 이쁘지 않아도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구나... 얼마 전에 소개했던 "루시의 발자국, 사피엔스의 의식, 사피엔스의 죽음" 시리즈 이후 이렇게 전율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는 게 짜릿하다. 프랑스에도 이런 작가가 있구나...
지금도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읽으라고 추천해 주고 싶어서 조바심이 난다.
2049, 2050년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추리 소설이다.
추리 소설 보다는 사회 고발 소설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꽤 미래가 배경이라 재미있는 SF 류의 추리 소설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시간은 아무 상관 없는 듯...
어릴 때 동네 아저씨한테 성폭행을 당한 소녀가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성인이 된 후 그 아저씨를 찾아내서 깔끔하게 죽여 버린 이후 법원은 이 여자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다. 사연을 알게 된 시민들이 분노하여 혁명을 일으키고 사법부를 해체해 버린 이후의 이야기다.
갈수록 잔인해 지는 청소년 범죄에 때문에 정식 처벌 가능 연령을 7세로 낮추는 법안까지 통과 됐다. 그리고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 "투명화"가 진행된다. 전자정부 같은 투명화가 아니라 관공서, 교도소, 학교등의 건물을 진짜 유리로 투명하게 만들어 버렸다. 더 나아가서 개인의 주택 까지도 투명화를 권장하고 더 이상 사생활은 없어졌다. 투명한 집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경찰도 소방도 배치하지 않고 우범지역으로 낙인 찍어 버린다.
여기서 럭셔리 투명촌과 그냥 투명촌, 불투명촌의 계급이 생겼다.
투명화의 장점으로 살인도, 폭력도, 가정 폭력도, 성폭력도, 불륜도 발생하지 않는 곱게 평화로운 사회가 만들어 지는 듯 했다.
어느날 럭셔리 투명촌에서 한 가족(엄마, 아빠, 딸)이 홀랑 사라지는 일이 생겼다. 모든 주민이 투명한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감시하고 있는데, 저 집 아저씨랑 아줌마가 언제 싸웠는지, 언제 외출 했는지, 그 집 아들래미가 무슨 게임을 하는지, 어떤 TV프로를 보는지 모두가 아는데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지나...
이 사건을 시작으로 수사하는 형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주인공 형사분이 50대 여자다. 딸도 하나 있고, 바람 피는 남편도 있고)
책 내용은 여기까지만...
지금의 세상도 이미 충분히 투명하다. SNS로 자신의 사생활을 낱낱이 자랑하고, 남들의 사생활을 아무 죄의식 없이 쳐다보는 세상이다.(나는 SNS 안 한다. 불투명촌의 우범지역 사람이다)
이런 투명화의 과격한 버전이 이 책의 투명화 사회인 듯 하고, 저자 분도 이런 세상이 정말 괜찮은 세상인가에 대한 고발을 하신다. 추리 소설로만 보면 결론은 좀...
조지오웰씨의 1984는 빅브라더가 모든 사람을 감시하는 사회라면 이 책의 프랑스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이 들의 표현으로는 보호하는) 사회가 만들어 졌다.
형사가 사건을 추적하는 추리 뿐 아니라, 형사 개인의 사적인 생각, 이 막 나가는 딸과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바람 피는 남편 놈에 대한 연민, 너무 과격 해진 사법 체계에 대한 고민 등이 꽤 깊이 있게 다루어 진다.
추리 소설류의 스릴, 모험을 기대하지 말고 갈수록 사생활이 없어지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고민에 동참 한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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