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1.06
전 우주의 수만 가지 종족이 네트워크라는 연맹에 가입돼서(거의 강제적으로) 강제된 평화를 누리는 시대다. 지구의 인류는 연맹 가입을 거부하다가... 멸종된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녀 사라는 좀 흉악하게 생긴 종족의 암컷에게 입양되어 양딸로 자라게 된다. 인간임을 들키면 바로 제거 대상이기에 다른 종족으로 속여서 등록하고 살아간다.
배경이나 주제가 재미 없을 수 없는 이야기다. 딱 내 취향.
그런데 읽기 참 힘들었다. 읽다 보면 멀미가 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이 양반 글이 문제인가? 번역을 이상하게 하셨나? 계속 궁금했다. 한참을 읽고 나서야... 멀미가 나고, 읽기 거북해지는 이유를 찾았다.
"전율이 흐른다. 그들을 봤다. 사야의 눈으로 봤다. 그때 그 눈은 어머니의 것이었을지라도. 다른 것도 봤다. 그 녀석을 봤다. 사야의 동족을 보살피던 자. 그 녀석의 금색 눈동자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겁나 긴 문장. 결론은 "봤다" 이다. "어떤 것"을 봤다고 표현하기 위해 "어떤"을 온갖 형용사로 묘사한 글과 달리 "봤다" 라는 행위를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니 내 뇌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본 것으로 해석하는데 결국 본 것은 한 개다. 이러니 멀미가 나고... 거북해지고...
이런 방식의 문장이 거의 두 세 페이지 마다 한번 씩 나온다. "동사"의 반복이 어떤 식의 효과를 주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적응하기 참 어렵더라. 시 적인 표현인가?
참 마음에 안 드는 문체다. 읽다가 지쳐서 후반 30%정도는 전혀 진지해 지지 않았다. 진지하게 되려고 하다가... 또 멀미나고, 용서하고 계속 읽어보자고 하다가... 또 멀미나고.
책 읽고 나서 내용이 아니라 힘겨운 문장이 진하게 남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 누군가 영화로 만들어 주시면 그 때 찾아 보시기 바란다. 이런 책은 읽는 게 아니다. 혹시 이런 방식의 표현을 즐긴다면... 최대한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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