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1.30
고양이는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지고 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이 책은 9번째 삶을 살고 있는 무척 시니컬한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주인공 고양이의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가 풀려 나간다.
과거 8번의 삶에서 고양이들한테 치이고, 사람한테 치이고 등의 경험으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시니컬한 삶을 선택한 고양이가 9번째 삶에서 어찌어찌 북두당 이라는 헌책방에 흘러 들어간다.
책방의 주인은 에리카 라는 여자분인데 마녀다. 무려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진 마녀.
배경이 일본이고, 줄리가 좋아라 하는 아마테라스도 나오지만(여기에서는 아마테라스를 세상 못돼 쳐먹은 년으로 표현하더라.)
오랜만에 읽은 판타지 소설이다. 그리고 편하게 읽었다.
더 이상 글을 쓰면 안되는 저주를 받아 인간의 모습으로 글에 둘러 쌓여 사는 형벌을 받고 있는 책방 주인, 글을 쓰고 싶어 피가 끓는 어린 학생, 나름 9번이째의 삶을 사는 건방진 검정 고양이, 그 외에 엑스트라로 등장해 주는 고양이 네 마리.
주인공 고양이가 과거의 삶 중에 각별한 애착을 가진 어느 작가와의 인연, 이런 저주를 받게 된 책방 주인의 사연, 작가가 되고 싶은데 길이 보이지 않는 학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 준다. 격렬한 감정선 없이 차분하게... 오후에 마시는 마테차 같은 밍밍함.(난 설탕을 한 스푼 정도 넣어서 마신다.)
끈적거림이 없어 좋았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 남는 여운이 차의 향기처럼 코 끝에 살짝 찌릿하게 맴돈다. 부디 그 책방 주인은 고양이와의 대화를 포기 하더라도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저주가 풀리면 좋겠고, 그 학생은 성공하진 못하더라도 세상에 자기 이름으로 책 몇 권은 출판 했으면 좋겠고, 이미 아홉 번을 살아버린 시니컬한 고양이씨도 더 이상 힘든 인연 만들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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