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30일 화요일

구월의 보름 - R.C 셰리프

글쓴날 : 2025.10.01

구월의 보름 | R. C. 셰리프 - 교보문고 

무려 1931년에 쓰인 책이다. 어느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추천했다는 말에 혹해서 대출 받았다.

런던 근교에 사는 소시민 스티븐스씨 가족(엄마, 아빠, 큰딸, 큰아들, 막내아들)이 매년 가는 2주간의 휴가를 간다. 이 가족은 매년 보그너 해변의 씨뷰 호텔에 머물렀다.

올해로 20번째. 애들은 다컸고(큰딸, 큰아들은 졸업후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만 아직 어린이다.)

내용은 별거 없다. 휴가 준비를 한다. 기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한다. 기차를 탄다. 보그너에 도착한다. 2주간 휴가를 즐긴다. 

무슨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험을, 위기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휴가를 준비하고, 기차를 타고, 보그너에 도착했더니 이미 책의 절반을 지났다. 여기까지 참고 읽느라 이를 악물었는데... 이거 겨우 3일친데... 휴가 2주는 얼마나 더 이를 악물고 읽어야 하나... 앞이 캄캄하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바닷가 오두막을 빌려서 해수욕을 즐기고, 저녁때 호텔로 돌아와서 또 식사를 하고...

그냥 이런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재미없다. 왜 이런 글을 쓰셨지? 그리고 이런 책을 추천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어떤 새끼지?

솔직히 내가 며칠 휴가를 가도 이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휴가를 누군가에게 굳이 글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랑질하려고 사진 몇장이나 공유하지... 

그냥 정물화 같은 책이다.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 해변, 호텔의 내부구조, 장식을 상상하고(화려하지 않다. 소시민답게 평범하고 때론 우중충한 그런 배경) 실제 말로 토해 놓지는 않지만 각자가 가진 혼자만의 생각(합리화, 반성, 미안함등)을 엿보며 즐기는 책이다.

이런 저런 소소한 장면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놀랍다. 역시 작가다... 그리고 번역 하신분도 많이 고민 하셨을 것 같다. 영어에 없는 "의태어"를 적당히 버무려 넣으시며 원작의 감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셨다.(영어에 의태어 없는거 맞나?) 

내가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봤지만 전공서적 말고 이렇게 재미없는 책은 처음 본다.

전공서적은 내가 이걸 알게된다, 이제 시험볼때 낙제는 안하겠다 정도의 재미라도 있었다. 

2025년 9월 27일 토요일

휴먼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 매트 헤이그

 글쓴날 : 2025.09.28

휴먼 / 매트 헤이그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질서와 무한을 포기한 어느 외계인의 기록 : 네이버 블로그 

앤드루 마틴 이라는 수학자가 드디어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 공식 발표전에 동료 수학자의 검증을 요청하고 기다리다가...

이 사실을 알아버린 보나도리아 행성 외계인이 인류의 발전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되기에 이 양반을 제거하고 그 사실을 아는 관련자도 제거하고 모든 자료를 제거하기 위해 동족중 1명을 지구로 파견한다. 앤드루 교수는 제거되고 파견된 외계인이 앤드루 교수로 위장해서 직장(학교)과 집에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보나도리아 행성인의 사고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생활 방식도 부럽고...

더이상 알아야할 지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최고의 지성으로 이루어진 사회. 갈등도, 감정도, 욕구도 없는 인종. 더 이상 추구할, 정복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기에 심심할정도로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임무를 부여받은 가짜 앤드루 교수가 슬금슬금 지구인에 동화 되더니 나보다 더 사람같이 되어 버렸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겨우겨우 리만가설을 증명한 문서만 제거하고 지구인의 수학적 능력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않게 억제시키는 정도로만 일을 하시며 사랑을 알고, 감정을 알고 등등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머... 재미있다. 큰 고민 할 필요도 없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아서 읽기 버겁지도 않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으로서 내가 지금 가진 "감정" 이라는 것이 참 거추장스러운데 그걸 굳이 가지려고 동족을 배신하고, 보나도리안인의 초능력도 포기하고... 이해가 안된다.

"외계인 알프"나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정도의 재미를 준 책이다. 난 "솔로몬 가족"이 더 좋았다. 

2025년 9월 25일 목요일

살면서 꼭 한 번은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글쓴날 : 2025.09.26

살면서 꼭 한 번은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교보문고 

존 스튜어트 밀-이름만 알고 있던 유명한 철학자...

자유론 이라는 책을 인생에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겠어? 라는 마음에 호기롭게 대출 받았다.

예상대로 겁나 어렵다. 논하고자 하는 주제의 특성상 행위나 생각이 비평의 대상이다 보니 주어가 살벌하게 길다.

"밥먹는 개를 건드리면 그 개가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과 같이 주어가 길고 주어가 긴 만큼 목적어는 더 길다. 읽으며 내 뇌와 글이 동기화가 안되니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며 힘겹게 읽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270여 페이지로 그다지 두껍지 않았다는 것과 책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삽화가 한가득씩 차지하고 있었다. 책의 내용과 삽화의 관련성은 모르겠다. 타인의 의지에 대해 개입할수 있는 범위를 논하면서 빅벤 삽화를 왜 넣어 두셨을까?

그리고 원문의 문제일수 있는데

무엇하고, 무엇하고, 무엇하고...

이거라면, 저거라면, 그거라면...

식의 서술들 거기다 가정법들... 철학자가 이렇게 쓰셔도 되는건가? 철학자라서 괜찮은가? 술 한잔 하시고 취기에 스스로 흥분해서 마구 써내려 가신 느낌...? 내가 밀 선생을 이렇게까지 까도 괜찮나?(죄송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 단위씩 읽다보면 좀 허무해 진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성인 이라면 밀 선생이 말씀하신 주제를 이미 알 뿐 아니라 몸으로 깨우쳤을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뜻 이겠지... 

물론 자유의 범위 즉, 개인이 주장하고 누릴수 있는 자유의 범위와 사회가 제약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등 우리가 다각도로 고려해야할 부분을 체계적으로 나누어 짚어 주신건(그것도 그 옛날에) 존중받을 통찰이라 하겠다. 

이 책의 또 한가지 문제는 "번역"인 듯하다. 번역이란 원문을 우리 언어로 기계적으로 바꾸는게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좀 기계적으로 번역 하신듯 하다.

그리고 많은 수의 오자. 특히 조사를 엉망으로 사용한 부분이 많다. 좀 불성실하게 번역 하신듯...

"이런 개인을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규제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는 문장을 읽고 멍해지는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개인이" 라고 해야 맞는거 아닐까?

안그래도 긴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이런식의 조사 오용이 나오면 읽는 맥이 툭 끊어지면서 의미를 어색하게 만든다.

갑자기 "세번째로..." 가 나오면 당황한다. 첫번째, 두번째는 어디있었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꼼꼼하게 다시 읽어도 첫번째, 두번째는 없는 경우도 있다. 원저가 문제인지 번역이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불편하다. 

혹시라도 두번째 판을 내실 계획이라면 독한 마음 먹고 이런 저런 어색함들 수정해서 출판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훈장질"하는 책이다. 머... 이건 내 취향이니 비평은 사양한다. 자유라는 것의 허용 범위, 구체적인 예시등을 해주시다가 "그러니까 이래야 한다" 고  말씀 하실땐 토나올 것 같았다. "꼰대새끼 지랄하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이미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자유, 민주, 평화등에 대해 개인의 고민의 깊이가 왠만한 나라의 철학전공 학사 학위자들보다 깊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의 저자인 밀 선생에 필적할 만큼의 깊이를 가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말이나 글로 표현을 못할뿐... 

지적 만족을 위해서 "자유론" 이라는 책을 꼭 읽어 보시고 싶다면 내가 읽은 이 번역본 말고 다른 번역본을 찾아 보거나 영어에 자신 있으면 원문을 읽어 보시길 권한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설레스트 잉

글쓴날 : 2025.09.24
PACT(Preserving American Culture and Trandition act)법이 발효된 미국.
물론 현실보다 과장된 미국의 모습을 배경으로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SF같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PACT에 의해 해체된 가정. 불량부모 슬하에 아이를 키워서는 안된다는 명분으로 아이를 강제로 기관이나 위탁가정에 보내버리는 일이 적지않게 자행된다.
미국의 경제위기(이 책에서는 "위기"시절 이라고 표현하셨다)를 거치며 국민들은 이 위기의 핑게를 중국으로 지목한다. 불량국가 중국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 졌으니 미국을 사랑하지 않는, 중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처벌하는 법 pact가 만들어진다.
중국인뿐 아니라 pact를 반대하는 사람도 비애국적 시민으로 간주하고 처벌할 구실로 삼았다.
이 책의 주인공 가정. 미국인 아버지(교수)와 중국계 어머니(시인)와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
시인인 어머니는 세상에 큰 관심을 두지않고 시를 가끔 발표하머 사시는데 그녀가 쓴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이라는 싯구 하나를 pact 반대시위자가 피켓에 적어 사용하다가 진압대의 유탄에 맞아 사망한다.
저 시를 쓴 사람이 누구냐... 어라 중국인이네.
끝났다. 이 작은 가족을 향해 감당하기 어려운 협박이 가해진다.
어머니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고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우울한 아동기를 보낸다.
여기까지가 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책의 전반부는 아들의 시각에서 건조하게 현 시대를 바라본다. 동양인 외모 때문에 이유없이 구타를 당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푹 절어 살고 있다. 거의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엄마를 찾아나선다.
책의 후반부는 엄마의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변명한다. 아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떠남과 자기같은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땀한땀 모아가며 몇년간 전국 각지를 떠돌아 다닌다. 시의 저자로서 거의 도망자 처럼 사회의 그늘로만 다니게 된다. 이전에 세상의 불행에 무심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글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를 죽이러 오는 살인마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전쟁터의 참호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이나 팽팽하다. 한가득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
내가 그 안에서 같이 뒹굴며 도망치는 듯 뒤숭숭한 압박을 계속 받으며 읽게된다. 이런글이 재미있는게 내 인성의 문제인가?

독재자 치하의 살벌한 사회도 아닌데도 숨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독재보다 무서운 대중의 심판.
작가분이 이책을 2022년에 탈고 하셨다. 그때 미국 대텅이 누구더라...?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예전부터 그들은 피부색의 차별을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해왔으니...
인디언을 말살시키려고 그들의 아이를 강제로 납치해서 백인 아이들과 함께 교육시키고 결국 그들의 부모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 새끼들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지금 그 나라가 다시 이렇게 되어가는 듯 하다. 넘의 나라 쫌 썅 이면 어떠냐. 난 솔직히 그리되어 가는 모습이 고소하다. 힘만 쎈 천박한 것들.

2025년 9월 21일 일요일

베네치아에서 죽다 - 토마스 만

 글쓴날 : 2025.09.22

베네치아에서 죽다 | 민음사 

고전이다. 토마스 만 선생이 1875~1955년까지 생존하신 기간중에 펴내신 글이니 고전이라 칭해도 될것 같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지만 글이 무척 끈적 거린다. 거리에서 본 어떤 사람의 인상, 느낌 등을 설명하는데 한페이지 내지 두페이지를 사용하고 지금 보고 있는 해변의 인상을 설명하는데 세페이지 분량을 사용하고... 등등 이렇다. 술취한 아저씨가 앞에 앉아서 한말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갑자기 주제 바꿔서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이 주제로 왜 넘어갔지? 언제 넘어갔지? 같이 술취한 나는 쫓아가기 바쁘다. 그냥 끈적한게 아니라 근쩍한 술 느낌? 읽다보면 나도 같이 취한다.

주인공은 현재 독일의 유명한 시인(토마스 만 선생은 아니다.)

50을 훌쩍 넘긴 이분이 긴 세월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시다가 "이제 나도 여행 한번 갈수 있는거 아냐?" 하는 일탈의 충동을 느끼자 마자 후다다닥 챙겨서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여행을 가셨다.

주인공 소개부터 여행충동을 느끼고 실제 베니스에 도착할때 까지가 책의 절반을 넘었다.(절대 후다닥은 아닌듯 하지만 시간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기대와 달리 날씨도 우중충 하고  호텔에 투숙중인 손님들 웅성웅성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해서 떠나려고 하다가 폴란드에서 온 가족의 막내 아들인 듯한 미소년을 발견한다. 애가 이뻣나 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해번에서 비치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랄볼때 모두 이 소년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애가 엄마와 누나들에게 질질끌려서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소년에게만 집중한다. 가서 머리라도 쓰다듬고 싶고,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 가며 그냥 바라만 본다. 겨드랑이에 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열살 언저리 일 것이라는 추측도 하시고(자세히도 보셨다.)...

이러다가 "아 내가 쟤를 사랑하는 구나" 라는 자각이 오고 더 더욱 그 소년에게 집착하면서도 가까이 가질 못한다. 소아 성애자 였던것 같다. 어쩌냐 그렇게 태어나신걸... 이 양반 인성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여간 자신이 그 소년을 사랑함을 깨달은 후 오는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그 폴란드 가족이 떠나기 전까지 자신도 그 호텔을 떠나지 못한다.

이 시기에 베니스에 "콜레라"가 유행하며 사람들이 죽고, 여행자들이 떠나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찾아 오는데 이 양반은 그래도 그 소년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계속 근처를 떠돌며  베니스에 머무르셨다.

이러다가 망하셨다. 콜레라에 감염되고 폴란드 가족이 떠나는날 오후에 해변에서 돌아 가신다.

이걸로 끝.

공부를 많이한 우리의 상식으로 볼때 콜레라에 걸리면 하루종일 설사에 구토에... 모양 빠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의 그런 모습은 하나도 안보였다. 그냥 며칠을 불편해 하며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가셨다. 현대 소설이었다면 이런 부분도 꽤 그로테스트하게 묘사했을텐데 토마스 만 선생이 이 작가의 마지막 품위는 지켜주고 싶으셨나보다. 아니면 콜레라의 증상을 모르셨거나...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보니 온갖 심리학자(융, 프로이트 등)의 이론을 들먹이며 주인공의 행위를 통한 작가주의 비판이네.. 하시는데 소설하나 읽자고 심리학을 먼저 공부하긴 좀 억울하다.

이 독후감의 앞에서도 말했지만 글이 달콤하게 끈적거린다.(취기도 쫌 오고) 그냥 이 글 자체를 즐기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독후감을 쓸때 책의 내용은 말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이 책은 이야기가 너무 단순해서(책도 얇다. 학생때 많이 보던 사다리문고 시리즈 정도)...

이 글은 내용을 읽는게 아니다. 글 자체를 즐겨라. 그림을 볼때 물감의 종류, 캔버스의 가격, 그림을 그릴 당시 그 도시 인구의 GDP 같은것이 중요하지 않듯이 좋은 그림을 보는 자세로 글을 즐기면 된다.

토마스 만 선생의 다른 글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25년 9월 20일 토요일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 그래디 핸드릭스

 글쓴날 : 2025.09.21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영화를 보는 취향에 따라 슬래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장르의 영화를 즐겨 봤는데 나이들다 보니 별로 안좋아하게 되더라.

내가 본 슬래셔 영화중 생각나는 제목은 스크림, 나이트 메어, 13일의 금요일 정도...

슬래셔 영화는 최후의 여성 출연자 1명이 괴물같은 살인자를 때려잡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생존자를 "파이널 걸" 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등장하시는 여성 6명은 실제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 숨고, 다치고, 도망치고 등등 죽도록 고생하다가 결국 나쁜넘을 죽이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우리가 영화로 보니까 "아... 저 분은 이제 행복하게 잘먹고 잘사시겠군" 하고 끝낼 수 있지만 실제 그 상황에 있던 사람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인생의 대부분을 공포에 쩔어 살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시는 6명을 치유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박사님(이 양반도 여자분이다)이 파이널걸 서포트 그룹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생존자들의 심리 상담을 16년째 해오고 계셨다.

많은 사람은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서 결혼, 마약, 외딴목장으로의 은둔등을 선택했고 이책의 1인칭 화자는 편집적으로 보안에 신경을 쓰며 생존에 필요한 일 이외의 외출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토리로 지낸다. 16년의 치료가 제일 효과없던 환자이다.

어느 정기모임에 한명의 회원이 벌써 두번째 결석하고 연락도 안되더니...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외출한 사이에 집이 불타고, 창문으로 총알이 날아들고... 누군가 이 회원들을 차례차례 죽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주인공 리넷 타킹턴 양.

나름의 추리를 하며 도주하고, 회원들을 구하려고 용써보는데 취미로 쓴 소설같은 글을 누군가 해킹으로 빼돌려서 회원들에게 뿌리고, 이로 인해 회원간에 심각한 오해가 발생하고...

이야기가 숨쉴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급류와 폭포가 줄지어 서있는 개천을 갸냘픈 카누한정에 올라 앉아 흘러가는 느낌이다. 뒤집히는데로, 튀어 오르는데로, 바위에 부딪히는데로 버티면서 급류가 잔잔한 호수를 만날때까지 버텨야만 하는 느낌으로 읽는다.

대량 학살 이야기는 연쇄살인범 또는 무차별학살(슬래셔) 부류로 나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는 죽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으며 죽고, 죽은 후 그 "사람"으로 기억된다. 전쟁이나 재난 이야기에서 죽는 사람은 그저 "숫자"로만 처리되는 것에 비하면 꽤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는 범죄자의 성격, 희생자의 유형등을 학술적으로 분석해서 다음 살인의 시기와 피해자를 예측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고(죽은 분들한텐 죄송하지만) 슬래셔 이야기는 도망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지에 대한 이야기와 누가 나를 노리는 거지? 하는 나름대로의 개똥분석을 즐긴다.

읽다가 도망자에게 과도하게 감정이입이 되서 나와 도망자의 관점이 비슷해지고 동일한 넘을 범죄자로 추론해 버리기 때문에 짜릿한 "반전"을 감상할 수 있다. 개떡같인 쓴 소설은 말도 안되는 반전이 일어 나지만 이 책은 개떡 아니었다.

화자의 관점에서(이 양반 페미니스트 인듯) 세상 모든 남자들은 몽땅 다 개새끼 인것처럼 묘사 하다가 결국 반전부분에서 쓸만한 것들도 있긴하네... 정도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페미니스트이신가? 해서 찾아봤다. 남자더라. 남자도 페미니스트 할수 있다. 

2025년 9월 17일 수요일

가축인 야푸 - 누마 쇼조

 글쓴날 : 2025.09.18

가축인 야푸 | 누마 쇼조 - 교보문고 

내가 지금까지 읽다가 포기한 몇 안되는 책중의 하나가 되었다.

1950년대에 일본작가가 쓴 글이라는데... 내 생각에 이 양반 변태다.

먼~~~ 미래에 지금의(1956년)의 시대로 시간관광을 온 유럽인의 기체가 불시착했고 그 근처에 있던 일본인 남자와 독일인 여자 커플이 우연히 그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불시착한 관광객(여자 1명)이 사는 시대는 백인이 인간이고 흑인은 노예이고 일본인은 가축인 시대이다. 책에서 굳이 황인종은 일본인만 언급을 하기에 나도 이렇게 쓴다. 이 작가놈이 아시아인 모두를 그렇게 도매로 팔아 버렸으면 저주받아 마땅한 인간이다.

어쨋든, 어찌 저찌 미래로 가게된 이 커플중 남자는 강제로 가축화 시술? 수술?을 당하고 여자는 내가 어떻게 여태 저 남자를 사람으로 생각했지? 하면서 그들의 세계관에 동화되어 버리는 부분까지 읽다가 점심때 먹은 짜장면을 토할것 같아서 덮어 버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못볼것을 본 것처럼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후회한다. 이 따위 책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표지에 써있듯이 "극찬"한 미시마 유키오 라는 사람도 만만찮은 변태인가 보다.

혹시... 사람 팔 다리를 잘라서 키를 조절후 의자나 발받침으로 사용한다거나, 화장실 변기대신 이 가축의 입을 이용해서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거나, 유전자 조작으로 팔뚝만한 크기의 인간으로 만든 다음에 아이들이나 앵무새의 장난감으로 사용하는 광경등을 상상하며 즐거움을 느낄수 있다면...

다른 사람한테 읽었다는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볼것을 권한다.

"지적유희가 낳은 기서"라는 저 표지의 글에 속지 마시라.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들어서, 너무 지겨운 전개라서... 등등 책을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토할것 같아서 덮어버리기는 처음이다. 책에 대한 평가를 주로 후하게 주려하고 내가 감히 평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감상만을 남길 뿐이다. 그런데 이책은 감히 평가 하겠다... 그냥 쓰레기다.

예전에 너무 잔인하게 묘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적이 있다. 제목은 뭔지 기억 안나는데 대충 칼 이나 악귀를 소재로 쓰는 만화에 잔인한 부분이 많고 또 이것을 과장한다.

그래 잔인한 것들은 그렇게 봐줄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더럽다. 

2025년 9월 16일 화요일

마지막 황제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7

마지막 황제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스칼지 씨의 책 이름 작명 기준에 공감하기 어렵다.

그냥 상호의존성단1-무너지는 제국, 상호의존성단2-타오르는화염, 상호의존성단3-마지막황제

이렇게 작명만 하셨어도 처음 이 작가를 만나고 책을 읽으려고 할때 순서에 맞춰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치 전~~~혀 다른 이야기 인것 처럼 작명을 하시니...

어쨋든,

그레이랜드 황제가 온갖 음모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며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을 엔드 행성으로 이주 시키려는 계획, 플로우 물리학자 마르스의 치열한 연구, 기타 등등

많은 사람과 사건이 빡빡하게 얽혀서 긴장감있게 전개 되는데...

책의 마지막은 좀... 아쉽게 끝나더라.

책 내용 슬쩍 흘리기는 싫지만... 굳이 이 양반이 죽었어야 하나? 하는 부분도 있고

전에 거기서 생긴 반란은 어떻게 정리 한거지? 하는 궁금함도 있고,

저딴걸 왜 굳이 살려 두지? 하는... xxx도 있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아쉬움도 있다.

너무 긴 이야기를 쓰시다 보니 좀 지친것 같다. 출판사와 약속한 기간과 책 권수가 있으니 어쩔수 없던 사정도 있으시겠지만 스칼지씨의 글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건 좀 많이 섭섭하다.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모두 죽느냐, 쫌 덜 죽느냐, 조금만 살아 남느냐 하는 우울한 배경이라 꿈같은 해피엔딩을 바라지 않았고, 숭고한 희생들(겁나 많은 사람의)을 거름삼아 많은 사람이 살아 남는 유치한 결말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게 까칠할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누구나 할수 있는 상상, 뻔한 결말을 만들어 내는 수준은 아니어야 할 것 같다.

이전의 책들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서 느꼈던 만족감 만큼의 흐믓함은 없었다.

이 분도 잠시 휴식이 필요 하셨겠지... 이 책이 2020년대 초에 나왔으니 몇년 푹 쉬시고 더 좋은 글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헌책 식당 - 하라다 히카

 글쓴날 : 2025.09.14

헌책 식당 | 하라다 히카 - 교보문고 

오랜만에 일본작가가 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인간계의 책을 읽었다. 여태 우주 공간에서 전투하다가 잠시 휴가나온 기분으로, 표지가 이뻐서 고른 책이다.

헌책방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 가신후

할아버지의 여동생이 가게를 물려 받아 영업을 하고, 할아버지 생전부터 자주 찾아오던 문학전공의 조카손녀가 짬짬이 고모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있다.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고, 각 에피소드마다 별거아닌 시시콜콜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주변의 식당주인, 출판사 직원, 다른 헌책방의 사장, 고모 할머니 친구, 조카 손녀의 대학교수등) 찾아오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한번은 할머니의 1인칭 관찰 시점으로, 또 한번은 조카손녀의 1인칭 관찰 시점으로...

그리고 하나의 에피소드는 그 사연에 도움이 될만한 "헌"책이 추천되고, 주변 식당, 카페의 "음식"이 나온다.

나같은 유물론자의 시각으로 볼때 전~~~혀 중요하지 않은, 큰 의미없는 이야기들.

아들한테 미안했다, 선생님한테 미안했다, 친구가 그립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등 별거아닌 잡담들이다. 그런데 나 같은 유물론자를 홀리고, 울리고, 아침에 받아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망각하게 만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글 참 잘 쓰신다.

새책 서점이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누어지는 자리를 만들기 어렵지 않았을까?

전자책은 더더욱 어림도 없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나무한테 좀 미안 하지만 모든 책을 전자화 하는건 반대한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만날때 편안, 불편, 시기, 질투, 행복, 만족등 "감정"을 가질 수 있게된다. 그리고 아직 싱싱한 새책 보다는 누군가의 손이 탄, 구하기 어려워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헌책 이기에 사람간의 교감이 더 많이 일어날 것 같다.

물론 내가 책을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다르다. 난 유물론자니까...(짐 늘어 나는거 싫고, 무겁고...)

친구들과 수다를 털고 있는데 나를 가르치려는, 나를 이기려는, 나에게서 뭔가 얻어 내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금방 피곤해진다. 반면에 서로간에 아무 이해가 없는 이야기, 예를 들어 어제 본 영화, 어제 읽은 책, 언제가 가본 몽골 사막에서 만난 꼬마, 아프리카에서 나를 도와주신 현지인 할아버지, 외국에서 일할때 만나면 즐거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려주면 행복하게, 편안하게 시간이 흘러 간다.

그런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땐 살짝 눈물도 글썽 했다.

나. 비록 유물론자 이지만 이런 책 읽으면서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정도의 감정은 가진 사람이고 내가 감정을 가졌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 시켜준 이 책이 고맙다.

일본을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이 책의 서점이 있다는 "진보초" 라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접었다. 일본어 1도 모르는 사람이 가봤자 아무리 책이 좋다해도 한글자도 못읽을 거라... 그냥 먹는거만 엄청 찾아 다니다 올것 같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식탐이 별로 없다.

책 이라는 매체는 그냥 물질 이전에 "생명"을 가지고 있던 "식물"의 시체이다. 한때 살아 있던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2025년 9월 12일 금요일

타오르는 화염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3

타오르는 화염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무너지는 제국이 큰 아쉬움을 남기며 끝나는줄 알았는데 다음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 타오르는 화염.

상호의존성단을 유지시켜주는 플로우가 곧 붕괴할거라는 과학자의 예측이 발표되고 제국의 각 왕조는 요때다 싶어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나름대로의 음모가 진행된다.

황제 그레이랜트2세는 흉악한 음모에 대항하기 위한 작전을 구상하면서도 플로우가 붕괴되어 고립된 경우 인류를 살아남게 하기위해 과학자들에게 연구를 지시한다.

200년전에 플로우가 붕괴되어 연락이 끊어진 달라시슬라에 간헐적 플로우가 다시 열린 틈을 이용해서 그곳으로 투입된 과학자 마르스는 아직도 살아 남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곳에 고립된 "지구"에서 온 함선도 발견하여 플로우의 비밀에 좀더 접근할수 있었다.

이 와중에 황제를 제거하려는 일당이 파견한 군함에 마르스가 타고온 배가 파괴되고...

독후감을 쓰면서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 내용이 귀족들간의 음모이기에 그들간의 대화(이간질, 작당, 밀담등)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번역하신분의 실수? 의도? 인지 또는 출판사의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A와 B가 작전을 이야기하다가 줄바꿈도 없이 갑자기 A와 C가 또다른 장소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또 줄바꿈도 없이 A와 D가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대화 주제와 대화 내용과 대화 상대가 바뀌는... 장조 음악을 듣고 있는데 잠시 휴식도 없이 갑자기 한마디 안에서 단조로 바뀐 느낌. 읽는데 심하게 불편했다. 농락당한 억울함. 독자들이 안졸고 열심히 읽는지 확인하려 한건가? 

이 시리즈는 "노인의 전쟁"과 다른 배경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간 여행에 도약 대신 플로우라는 인간이 통제할수 없는 개념을 도입해서 긴장의 농도가 한층더 깊어졌다.

예전에 읽은 "엔더의 게임"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엔서블" 이라는 신박한 통신장치도 없어서 성단간에 정보교환은 무인기에 실려 플로우를 타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교환도 불가능한 상황들이 좀더 현실적인 제한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작가들 참 대단하시다.

직전의 책 "무너지는 제국"만 있었으면 이렇게 흥미진진 하지는 않았을텐데 두번째 책을 읽으니 첫번째 보다 몰입도가 강해진다. 

좋은건 이책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황제"라는 진짜 마지막 책이 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관악중앙도서관에는 없고 관악글빛도서관에 있길래 대차 신청을 해두었다. 설렌다.

2025년 9월 9일 화요일

무너지는 제국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0

무너지는 제국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데 "플로우" 라는 원인모를 현상을 발견한다. 물리학이라는게 다 그렇다. 원인은 모르지만 모델링을 통한 계산을 이용해서 예측할수 있을 뿐이다. 그 모델링 이라는게 겁나 복잡해서 일반적인 인간의 이해력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초 고난도 수학만이 장애물이다.

까짓거 이해 못하면 어떠냐. 난 베루누이 정리를 이해하지 못했어도 비행기를 잘 이용한다.

하여간, 우주에 여기저기 뻗어 있는 플로우를 이용해서 인류는 허브 라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행성계에 무척 잘 분업화된 조직을 운영해서 "상호의존성단" 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60광년 거리쯤은 플로우를 이용하면 1년안에 도착할 수 있다.

약 1,000년전 지구와 연결되어 있던 플로우가 붕괴되어 지구는 전설로만 남았다. 그리고 200년전 한 행성에 연결된 플로우가 순식간에 붕괴되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아마 먹을게 없어서 전멸했을 것이다... 라고 추정만 한다. 플로우가 왜 있는지 모르듯이 왜 붕괴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의 의지와 다르게 우주에 랜덤하게 분포하는 플로우는 우연히 특정 행성을 중심으로 여기 저기로 이동할수 있게 망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행성의 이름이 허브이다.

행성계의 최변방에 위치한, 발견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야 뭔가를 해보려는 곳이 "엔드"이다(and가 아니고 end일 것이다. 영문 철자가 쓰여있지 않지만 설마 "and"는 아닐것 같다.) 아직은 가난하고 안정적이지 않아서 뒤숭숭한 곳.

플로우의 출구에 있는 대부분의 행성은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대규모의 우주정거장 또는 지하도시 형태로 각각의 왕국이 건설 되었다. 농사를 짓는 왕국, 특정 공산품을 생산하는 왕국, 특정 자원을 채굴하는 왕국등...

엔드 행성만이 인류가 정착 가능한 암석형 행성으로 안정적으로 살수 있는 곳이지만 이미 다른 왕국들이 경제권을 꽉 쥔 상태에서 이 행성의 발전을 구조적을 방해하며 발전을 가로 막고 있었다. 몇년에 한번씩 반란이 일어나서 안정적인 지배권력이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

처음에 허브라는 곳에 자리잡은 가문이 지리적 잇점을 이용해서 인류 거주지역을 왕래하는 무역선을 대상으로 삥을 뜯으며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황제의 지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 황제의 지위는 아주 굳건하다. 침략을 통한 교체? 불가능하다. 플로우의 출구는 우주선 1대씩만 나올수 있기에 출구에 대포 1문씩만 배치해둬도 침공은 불가능하다.

어느 플로우 물리학자가 조만간 플로우가 재배치 되어 "엔드" 행성이 플로우의 중심이 될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을 비밀리에 입수한 가문이 엔드 행성을 지배한 후 자기가 우주의 황제가 될 계획을 세운다.

또 다른 물리학자는 조만간 플로우가 붕괴하여 모든 왕국들이 고립될 것이며, 철저히 분업화된 각각의 왕국은 몇년내에 자연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이 결과를 입수한 황제 가문은 인류를 다만 몇명이라도 더 엔드 행성으로 이주시켜서 인류의 생존을 유지할 계획을 만든다.

두가지 다른 이론, 두가지 다른 계획이 충돌하며 어쨋든 엔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야기는 결론을 보여주지 않았다. 플로우의 재배치를 믿고 까불던 가문이 음모가 들통나서 폭망한다는 이야기 까지만 있고 실제 플로우가 어떻게 됐는지는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행성 "지구"와 비슷하다. 세계화 라는 이름으로 각 국가들이 나름의 특화된 산업으로 공조가 꾸준히 유지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생산과 유통이 무기가 된 세상. 어느날 갑자기 당연한줄 알았던 "부력" 이라는 물리현상이 붕괴되어 물위에 아무것도 띄울수 없게되고 "전자기력"이 사라져서 자동차와 기차가 이동할수 없게 되다면 효율 위주로 분업화된 세상은 몇년대로 무너져 버릴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쌀가마니 지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너무 효율적인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2025년 9월 8일 월요일

레드 셔츠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9

레드셔츠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이 책도 존 스칼지식 시니컬한 유머가 가득하다.

우주 함대의 기함 인트레피드호는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선도적인 탐사업무를 주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행성에 들어 가기도 하고, 매복하고 있던 적과의 전투도 자주 발생한다. 당연히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책의 주인공 시점에서 볼때

저 대위는 어떻게 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결국 살아나고, 총상을 입어도 2주,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살이 거의 녹는 상태에서도 2주, 식인 벌레에게 어깨를 물어 뜯겨도 2주면 멀쩡하게 일어나서 마치 한번도 다친적 없는 사람처럼 다음 임무를 처리하러 나간다.

저 기술 장교는 뭔지도 모를 현상을 분석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결과를 그냥 5초만 보면 해결책을 만들어서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물론 잘 된다.

함장은 그냥 배에만 있는데 항상 전투에서 이기고,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내는데도 자리를 유지한다.

전함이 적의 공격을 받으면 항상 6번에서 12번 사이의 갑판만 피격을 당한다. 그리고 2주면 뚝딱 수리가 완료되서 작전투입이 가능해 진다.

다른 전함에 근무할때 이런 상황을 본적이 없는 잔잔바리 선원들은 이게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뭔가 억울하다. 수많은 내 동료들은 그 임무들에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는데 저 대위는 항상 살아남고, 며칠밤을 지새워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는데 그 장교는 5초만에 답을 찾는다.

이 전함은 항상 이랬나? 해서 전함의 이력을 찾아 보니 최근 몇년전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다. 함장이 교체된 이후.

뭔가 공포소설인가? 외계귀신이라도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함이 스르륵 발끝부터 스며들어 온다.

잔잔바리중 한명이 가설을 세운다. "이건 드라마야". 어디선가 함장, 대위, 기술장교가 주인공이고 자신들은 그저 등장인물들인 드라마가 이 전함에 연결되었다는 가설. 과거의 드라마를 열심히 검색해 보다가 2012년에 방영한 "인트레피드" 라는 드라마와 자신들의 상황이 거의 일치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작전과 그 과정에 발생하는 도플갱어적인 만남들이 주된 이야기이다.

레드셔츠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배우들중 존재감없이 사망하는 선원들의 상의가 붉은색이어서 나온 "하찮은 죽음"의 상징이다.(머릿말에서 봤다. 레드셔츠 라는 단어가 아예 그런 의미로 굳어 버린듯)

존스칼지씨가 계속 우려먹으시던 "개척연맹" 에서 드디어 빠져 나왔다. 물론 이 전함도 개척연맹 소속일지 모르지만... 

2025년 9월 5일 금요일

작은 친구들의 행성 - 저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6

작은 친구들의 행성 |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 존 스칼지 

존 스칼지씨의 개척연맹 우주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에피소드 이다.

이 양반 "개척연맹" 이라는 소재를 참 다양한 방법으로 우려내신다.

자라투스투라 라는 자원 개발 기업이 우주 곳곳의 행성을 탐사하며 쓸만한 자원을 채굴하고 있다.

또 개척연맹의 법도 많이 발전해서 "지성체"가 존재하는 행성의 자원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덜 발전한 지성체(인류로 따지면 원시인 수준의)가 존재 한다면 그 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인류가 가질수 없다는 규정이고 그 규정들이 꽤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행성에서 겁나 가치있는 자원을 발견했는데 그곳에 "지성체"로 추정되는 생물이 살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들은 지성체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을 것이다.

자라23 행성에서 발견된 "태양석"(뭔지 모르겠는데 겁나 비싼) 광맥을 발견했는데 하필 요때 "보송이"라는 좀 똘똘해 보이는 생명체가 발견된다.

이들의 지성체 여부를 증명하려는 사람들과 그걸 인정해서는 안되는 기업간의 암투와 법정 투쟁이 이어진다.

생명체를 발견한 사람과 그들을 연구하려는 과학자를 암살 하려는 시도, 기업의 이익 보호와 보송이 보호를 위한 변호사들의 법정 다툼이 재미있다.

발견된 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에일리언 또는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가혹한 환경등)를 소재로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꽤 많이 봤다.

반면에 이런 귀여운 존재를 등장 시켜서 사람이 그들을 보호 하려는 깜찍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신 작가분의 상상력에 한번 더 엄지척을 보낸다.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류의 소재에 별다는 이견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에 실제로 인류가 이런식으로 우주에 진출할 기술과 자본을 가질 날이 온다면 결과는 별로 아름답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그들이 우리보다 발전했고, 도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인류보다 우월해서 인류가 감히 건드릴 엄두를 못내기를 바란다. 우리가 들어가면... 거긴 끝난다. 지구 곳곳이 엉망이 됐듯이...

아직 읽어야할 스칼지 씨의 책이 몇권 더 남아 있다. 소비할 책이 더 남아 있는 동안 푹 빠져서 즐기겠다. 

2025년 9월 2일 화요일

모든 것의 종말 - 존 스칼지 그리고 "노인의 전쟁 세계관"

 글쓴날 : 2025.09.03

모든 것의 종말 1 대표 이미지모든 것의 종말 2 대표 이미지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가?

이전 편인 휴먼디비전에서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설명한다.

휴먼디비전에서 누구인지 모를 적의 공격으로 지구와 개척연맹, 콘글라베가 서로를 의심하고 자기가 한짓 아니라고 우기거나 설명하는 내용들 이었다.

여기에 등장한 윌슨(CDF군 출신 기술자), 아붐웨(개척연맹 외교관), 로언(지구 대표 외교관), 슈미트(아붐웨 대사의 비서), 소르발(콘클라베 지도자, 라라 행성 출신 외계인) 등이 주요 인물이고 이들이 "모든 것의 종말"에서 계속 활약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역선 챈들러호가 누군가에게 나포되고 조종사(레이프 다킨)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살된다. 이 불쌍한 조종사는 뇌가 적출되어 챈들러호의 일부가 되고 고문 약물 때문에 자신을 납치한 조직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이 와중에 귀신같은 해킹 능력으로 뇌와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해킹하여 함선의 제어권을 손에 넣고 탈출에 성공, 개척연맹으로 도주한다.

이 친구가 도주하면서 들고 나온 정보를 통해서 개척 연맹은 "이퀄리브리움" 이라는 조직을 알게 되고 이 조직의 최종 목표인 콘클라베 해체를 위해 지구와 개척연맹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파악한다.

이전 편 휴먼디비전에서 누구인지 모를 나쁜 넘들이 얘들 이었다. 

이제부터 엄청난 불신이 쌓여있는 3개 조직(콘클라베, 개척연맹, 지구)의 숨막히는 외교전이 주요 내용이다. 결론은... 읽어 보셔라. 그냥 내용 조금 스포일 해보면 팽팽한 긴장과 불신속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데 길게 가지는 못할 것 같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 총 8권(어마어마하다)을 읽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시리즈를 기획할때 이렇게 긴 장편을 생각하고 쓰신건지 모르겠는데 이야기의 구성이 몹시 치밀하다. 물론 이 긴 이야기를 몇번씩 다시 읽으며 곱씹으면 어딘가 헛점이 보일지 모르겠으나 몰입도가 강해서 한번 읽는 것 만으로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라 다시 읽기를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몇번의 책을 그렇게 했듯이 몇 년의 시간이 지난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노인의 전쟁 세계는 대충 아래 4개의 거대한 조직과 

  • 지구, 개척연맹의 인류 진영과
  • 콘클라베 라는 외계 지적 존재들의 연합체
  • 기타 혼자 잘먹고 잘살겠다는 외계 종족들(르레이, 오빈...)
  • 콘클라베를 제끼겠다고 생겨난 이퀄리브리엄

이들 사이를 오가며 전쟁, 외교를 하는 사람들

  • 존 페릴, 제인 세이건(노인의 전쟁 첫 3권에 등장하는 주인공 부부)
  • 샤를 부탱(뇌 과학자), 조이 부탱(샤를의 딸, 샤를 사후에 존-제인이 입양)
  • 히코리, 디코리(오빈 행성인. 조이 부탱의 경호)
  • 윌슨(CDF의 기술자), 아붐웨(개척연맹 외교관), 소르발(콘클라베 대표)

등이 적당한 밀도로 얽혀서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스칼지 씨의 책을 몇권째 읽다보니 이 분의 글이 재미있는 이유가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묘사" 인 것 같다.

시리즈를 다 읽고나니 이제 진짜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 거릴 시간이 온것 같다.

2025년 9월 1일 월요일

휴먼 디비전-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2

휴먼디비전 1 | 존 스칼지 - 교보문고휴먼디비전 2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 이어서 출간된 책이다.

노인의 전쟁에서 우주 스케일의 행성간 전쟁, 외교 문제등이 주제였고 마지막편 "마지막 행성" 에서 존 페리씨(주인공)가 우주개척연맹의 비리를 폭로하며 지구인들에게도 외계 지적 존재를 소개한다.

이제 지구도 본격적으로 우주무대에 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년간 지구는 우주개척연맹의 계획적인 스크리닝으로 우주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고 외계문명의 존재도 몰랐다. 그저 외계 행성의 개척과 방어를 위한 인력을 착취 당하며 지금 처럼 국가간의 분쟁이 계속되어 있다. 우물안 개구리 처럼.

존 페리씨의 영웅적 행동으로 지구는 개척연맹과 계속 친하게 지내거나(지금 처럼 인력을 착취 당하면서) 콘클라베 라는 외계 문명 동맹에 가입하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개척연맹은 인력을 꾸준히 공급 받기위해서  어떻게든 지구를 기존과 같은 자기네 통제하에 두고 싶었고 콘클라베는 지구를 자기네 동맹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모, 간첩질, 게릴라식 전투등이 이어진다.

누구의 소행인지 모를 개척연맹과 콘클라베의 무역선 실종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지구인을 달래기 위해 파견된 개척연맹의 외교관이 탑승한 전함이 공격을 받아 상당수의 지구 외교관과 개척연맹 외교단의 피해가 발생한다.

책의 끝까지 이런 일을 벌인 넘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분이 다음 책을 쓰시기 위한 작업인지 모르겠는데... "모든 것의 종말" 이라는 이야기가 이 다음의 이야기 인듯하다.. 

개척연맹의 외교관, 함장, 격렬한 전투를 처리해 주는 CDF 출신 기술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앞의 세권(노인의전쟁,유령여단,마지막행성)을 다 읽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가 그 이후의 이야기 "휴면 디비전"을 발견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아직 "모든 것의 종말"이 남아 있어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