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25.10.01
무려 1931년에 쓰인 책이다. 어느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추천했다는 말에 혹해서 대출 받았다.
런던 근교에 사는 소시민 스티븐스씨 가족(엄마, 아빠, 큰딸, 큰아들, 막내아들)이 매년 가는 2주간의 휴가를 간다. 이 가족은 매년 보그너 해변의 씨뷰 호텔에 머물렀다.
올해로 20번째. 애들은 다컸고(큰딸, 큰아들은 졸업후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만 아직 어린이다.)
내용은 별거 없다. 휴가 준비를 한다. 기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한다. 기차를 탄다. 보그너에 도착한다. 2주간 휴가를 즐긴다.
무슨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험을, 위기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휴가를 준비하고, 기차를 타고, 보그너에 도착했더니 이미 책의 절반을 지났다. 여기까지 참고 읽느라 이를 악물었는데... 이거 겨우 3일친데... 휴가 2주는 얼마나 더 이를 악물고 읽어야 하나... 앞이 캄캄하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바닷가 오두막을 빌려서 해수욕을 즐기고, 저녁때 호텔로 돌아와서 또 식사를 하고...
그냥 이런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재미없다. 왜 이런 글을 쓰셨지? 그리고 이런 책을 추천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어떤 새끼지?
솔직히 내가 며칠 휴가를 가도 이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휴가를 누군가에게 굳이 글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랑질하려고 사진 몇장이나 공유하지...
그냥 정물화 같은 책이다.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 해변, 호텔의 내부구조, 장식을 상상하고(화려하지 않다. 소시민답게 평범하고 때론 우중충한 그런 배경) 실제 말로 토해 놓지는 않지만 각자가 가진 혼자만의 생각(합리화, 반성, 미안함등)을 엿보며 즐기는 책이다.
이런 저런 소소한 장면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놀랍다. 역시 작가다... 그리고 번역 하신분도 많이 고민 하셨을 것 같다. 영어에 없는 "의태어"를 적당히 버무려 넣으시며 원작의 감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셨다.(영어에 의태어 없는거 맞나?)
내가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봤지만 전공서적 말고 이렇게 재미없는 책은 처음 본다.
전공서적은 내가 이걸 알게된다, 이제 시험볼때 낙제는 안하겠다 정도의 재미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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