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15일 토요일

2034 미중 전쟁 - 엘리엇 애커먼,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글쓴날 : 2025.11.16

2034 미중전쟁 | 엘리엇 애커먼 - 교보문고 

지금부터 약 10년쯤 후의 미래에 약 4개월간 발생하는 미국-중국간의 가상 전쟁 이야기.

저자 두 분이 해병대 작전 팀장, 해군 함장 출신이라 매우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만들어 졌다. 재미있다.

쌓이고 쌓인 불만으로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 내려는 중국과 멍청하고 과격하고 힘만 센 어리바리 미국이 중국의 작전에 말려들어 전면전 까지는 아니고 꽤나 심각한 수준의 교전이 발생한다.

각자 꽤 비싸 보이는 군함(항공모함 포함)이 몇 척 침몰하고 전략 핵 몇 발 주고받는 수준의 대립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역시 약은 인도가 개입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고, 미국보다 더 꺼벙한 러시아는 뭔가 틈새를 비집고 한자리 차지해 보려고 껄떡 거리다가 쪽만 팔고 찌그러진다.

전쟁의 결과는... 궁금하면 읽어 보시기 바란다. 밀리터리 매니아 수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다. 전투기 이름, 미사일 이름 같은거 몰라도 된다. 날아가고, 터지고... 뻔하다.

이 전쟁을 해결한 것은 미국인도, 중국인도, 인도인도 아닌 사람들 이었다. 중국계 미국인, 인도계 미국인. 각자 만난 적도 없고 둘 사이의 어떤 접점도 없지만 각자가 중국과 인도에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활동이 눈물겹다. 

작가가 미국 군인 출신인데 미국의 오만함과 무자비함에 대한 반성이 읽힌다. 중국이 저렇게까지 행동하게 만든 것도 결국 미국의 거만함 때문이라는...

전쟁을 가장 두려워 하는 사람은 군인들 인가보다. 그들은 실제 무기의 위력과 상대방의 힘을 알기 때문이다. 전쟁을 훌륭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 하는 것들이 정치인 들이고... 정치 혐오를 말하는 게 아니고 정치인 잘 뽑자는 말이다. 우린 그렇게 망할 뻔한 경험이 있고(불과 얼마 전에), 근처 나라가 그렇게 망해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신의 이름으로 - 존 티한

글쓴날 : 2025.11.13
오늘날도 그렇고 역사속에서도 종교의 이름(특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전쟁과 폭력이 정당화 됐다. 이 글을 쓰신분은 이런 아이러니가 종교 문제인지, 인간의 본성 문제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신듯 하다.
그러기위해 우선 인간의 "도덕성", "도덕적 보상, 처벌"의 범위가 진화의 산물 이라는 것을 증명하기위해 책의 한 장을 할애 하셨다. 이기적 유전자, 종의 기원, 게임 이론등을 배경으로 그럴듯하게 설명 하신다. 죄를 짓거나 거짓말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걸 보면 그런것도 같다.
"이타", "협동" 등의 성향이 절대로 "이기적 유전자"와 진화의 범주를 벗어 나는게 아니라는 이론. 여기 까지는 별로 신선한게 없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뇌에 문신이 새겨질 정도로 많이 보았다. 그래서 유대교, 기독교의 경전에 나오는 내용도 결국 진화의 결과라는 설명을 잔뜩 구겨 넣으셨다. 웃긴다.
이쯤되면 이 저자분은 거의 무신론자여야 할것 같은데 종교학과 교수시다. 종교학 교수가 무신론자인게 문제는 아니지...
이 책이 말하는 것은 그런 꺼벙한 종교가 진짜 사악한 신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원래 그런 인간"이 만든 것 이라는데... 내 생각엔 기독교에 준 면죄부다.
"유대교의 야훼는 쫌 썅 이었는데 그 아들 예수가 와서 많이 착해졌어" 라고 말한다. 신이 변하나? 사랑인가?
내가 아는 종교가 불교, 아브라함교(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유교, 무(巫)교 정도인데 아브라함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에서 진멸법을 명하시는 신은 없었다. "너희가 가는 길에 나오는 적의 마을에 가서 남자와 여자와 아이와 가축과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다 죽여 버려라"... 씨발...
쫌 기분 좋은 날에는 "처녀는 살려둬서 너히 전사들이 즐겨라" 고 선심도 쓴다. 절라 자애롭다.
진짠가? 싶으면 신명기, 민수기, 출애굽기 같은 것들을 찾아보기 바란다. 이 책에서 존 티한 교수님이 다 발췌해서 보여주셨다.
이 양반 말대로면 정치 체제도 진화의 산물이어야 하는데 독재와 민주가 동일하게 발현하는 진화는... 이해가 안된다.
불교도와 가독교도가 결혼하면 자손을 낳지 못하나? 아니면 노새처럼 2세 이후이 대는 끊기나? 다른 종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다른 형태는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더 기분 나쁜건 진화의 결과로 퉁 쳐버리면서 전 인류를 한바구니에 몰아넣은 주장에 1도 동의 할 수 없다.
유전자에 새겨진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그 지역의 협소한 밈일 뿐이다. 천박한 것들이 천박한 종교를 만들고 약탈을 통해 만들어진 천박한 힘으로 세상을 힘들게 만든...
요즘도 세상을 보면 품위 있는 사람은 천박한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나도 쫌 천박해질 팔요가 있나?

2025년 11월 10일 월요일

언솔드:흩어진 조각들 - 닐 셔스터먼

 글쓴날 : 2025.11.11

언솔드: 흩어진 조각들 | 닐 셔스터먼 - 교보문고 

전에 읽은 "언디바이디드:온전한 존재" 이전의 책. "언와인드 디스톨로지"의 3번째 책이다.

굳이 이 책의 시리즈를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게 보였고.. 굳이 안 읽을 이유는 없어서 대출 받았다. 재미 있기도 하고...

이 시리즈의 주제는 "사람의 장기를 상업적으로 판매 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갈등이다.

언솔드 라는 한글 제목을 보고 "안팔린" 인가? 했는데 표지에 쓰인 영어 제목을 보니 UNSOULED 다. 굳이 번역 하자면 영혼이 탈탈 털린 정도?

결말의 책을 이미 읽어 버린 다음에 읽게 되니 또 다른 재미가 있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지? 했던 부분들이 이 책에서 보인다. 오히려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는 느낌이다.

세 번째 책인 이 책의 내용 중 "이건 뭐래?" 했던 것들이 두 번째 책을 읽을 때 보일 수 있다는 기대도 된다.

거꾸로 읽으니까 안 좋은 점은 여기서 겁나 재수 없는 넘이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본다는 점이다. 그냥 순서대로 읽었다면 조바심이 났겠지만 난... 이미 저 넘이 어떻게 되는지 결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화가 나진 않더라는 것. 이런 넘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까... 기대 하는 재미도 있는 건데 결론을 미리 알고 보니 그런 재미는 반감이 됐다.

읽다 보니 책 내용의 기획을 애초에 잘 짜두고 시작 하신 것 같다. 꽤 두꺼운 책인데도 불구하고 짜임새가 아주 단단하다. 이 전에 읽었던 스칼지 씨의 책 "노인의 전쟁" 시리즈는 나중에 부실했던 부분을 설명하는 외전 형태의 책을 또 쓰셨는데(즉, 독자는 또 사야 한다는... ㅠㅠ) 언와인드 시리즈는 굳이 외전을 출판해서 변명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예전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 미켈란젤로 씨의 다비드 상 조각을 본적이 있다. 크기가 꽤 크다. 내가 그 조각상을 보고 감탄한 이유는 "아름다움", "균형", "좋은 대리석" 이 아니었다. 거친 돌덩이를 가져다 놓고 그 안에 잠들어 있는 다비드 씨를 세상에 내놓으려면 감각대로, 되는대로 끌 질을 하는 게 아니고 다비드 씨를 제대로 꺼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기획 단계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천재는 그럴 필요 없다고? 웃기지 마라. 손바닥 만한 조각상이야 주먹구구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정도 규모의 조각상은 어림도 없다. 근처 다른 박물관에 있는 다빈치씨의 작품과 비교를 해봐라.(다빈치 형님이 조각은 영... 별로였다.)

 이 시리즈 겨우 두 권 읽었을 뿐이지만 혼자서 이런 규모의 세계관을 기획하는 게 가능 했을까? 하는 존경심이 생긴다.

전체 시리즈 중 2권을 읽어 버렸으니 이전 책 두 권도 찾아서 읽어 봐야겠다. 도서관에 있어야 하는데...


2025년 11월 6일 목요일

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글쓴날 : 2025.11.07
오랜만에 고전적으로 쓰인 추리 소설을 만났다. 고전적이라는 게 책의 내용을 말하는 게 아니고 이야기의 전개 방식을 말하는 거다.
 
여러 등장인물 각각의 시선과 시간을 별도로 이야기 해서 여러가지 색의 선을 꼬고 꼬아서 잔뜩 거품을 불어넣은 전개 방식이 아니고 주인공 수사관 두 명의 동선에 따라, 시간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간다.
국물이 맛있어서 한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는 순댓국 같은 느낌.
 
편안하게, 잔머리 굴리지 않으면서, 작가의 장난에 짜증 내지 않으면서 푹 빠져 읽었다. 하도 이상한 구조로 쓰인 책을 자주 접하고 보니 이렇게 직선으로 쓰인 책이 반갑다.
 
플로리다의 어느 동네에서 연방 판사(여자)와 그 경호원(남자)이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연방 판사의 죽음이다 보니 주 경찰이 아니라 연방 경찰(FBI)수사관을 파견한다. 우리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씨와 파트너 프레데리카 화이트양.
 
사건을 추적하다 보니... 이게 점점 커진다. 얘가 범인인가? 했는데 살해당하고... 추적하다가 죽을 뻔하고 등등 온갖 개고생을 한다. 쟤는 왜 죽였지? 하는 궁금증도 계속 생기고...
 
보통 추리 소설을 절반 정도 읽으면 사건의 구도가 딱 보인다. 원한, 치정, 쾌락 등...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수준을 넘어선다. 속았지? 얘가 범인이야.. 하는 수준의 반전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를 확 뒤집는 반전이 짜릿했다.(그런데 범인은 쫌... 너무 하셨다.)
 
등장 인물 수가 10여명 내외여서 그다지 복잡하지도 않다. 
 
이 정도의 설명 만으로도 이미 상당 수준의 노출이 된 것 같아 조심스럽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2025년 11월 5일 수요일

라스트 휴먼 - 잭 조던

 글쓴날 : 2025.11.06

라스트 휴먼 | 잭 조던 - 교보문고 

전 우주의 수만 가지 종족이 네트워크라는 연맹에 가입돼서(거의 강제적으로) 강제된 평화를 누리는 시대다. 지구의 인류는 연맹 가입을 거부하다가... 멸종된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소녀 사라는 좀 흉악하게 생긴 종족의 암컷에게 입양되어 양딸로 자라게 된다. 인간임을 들키면 바로 제거 대상이기에 다른 종족으로 속여서 등록하고 살아간다.

배경이나 주제가 재미 없을 수 없는 이야기다. 딱 내 취향.

그런데 읽기 참 힘들었다. 읽다 보면 멀미가 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더라. 이 양반 글이 문제인가? 번역을 이상하게 하셨나? 계속 궁금했다. 한참을 읽고 나서야... 멀미가 나고, 읽기 거북해지는 이유를 찾았다.

"전율이 흐른다. 그들을 봤다. 사야의 눈으로 봤다. 그때 그 눈은 어머니의 것이었을지라도. 다른 것도 봤다. 그 녀석을 봤다. 사야의 동족을 보살피던 자. 그 녀석의 금색 눈동자가 지금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른다."

겁나 긴 문장. 결론은 "봤다" 이다. "어떤 것"을 봤다고 표현하기 위해 "어떤"을 온갖 형용사로 묘사한 글과 달리 "봤다" 라는 행위를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니 내 뇌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본 것으로 해석하는데 결국 본 것은 한 개다. 이러니 멀미가 나고... 거북해지고...

이런 방식의 문장이 거의 두 세 페이지 마다 한번 씩 나온다. "동사"의 반복이 어떤 식의 효과를 주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적응하기 참 어렵더라. 시 적인 표현인가?

참 마음에 안 드는 문체다. 읽다가 지쳐서 후반 30%정도는 전혀 진지해 지지 않았다. 진지하게 되려고 하다가... 또 멀미나고, 용서하고 계속 읽어보자고 하다가... 또 멀미나고.

책 읽고 나서 내용이 아니라 힘겨운 문장이 진하게 남은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혹시 누군가 영화로 만들어 주시면 그 때 찾아 보시기 바란다. 이런 책은 읽는 게 아니다. 혹시 이런 방식의 표현을 즐긴다면... 최대한의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홀리 - 스티븐 킹

 글쓴날 : 2025.11.01

홀리 | 스티븐 킹 | 황금가지 - 교보ebook 

스티븐 킹. 이 이름 만으로 재미는 보장된다. 지금까지 이 분의 글을 읽어본게 몇편 되지는 않지만 한번도 빠져들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가 읽었던 이 분의 글은 보통 초 자연 현상, 심령, 미지의 괴 생명체 등이 주제 였는데 이 책은 추리 소설 이라고 해야하나?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현재(2021년 7월~8월)와  2012년 10월 부터의 이야기가 교차로 편집되어 있다. 내가 작가 였다면 현재의 이야기 다 쓰고, 그 배경이던 2012년 부터의 이야기를 또 쓰고 교차로 섞어서 편집 했을 것 같다.

사설 탐정 홀리 기브니씨한테 실종된 딸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그래서 이 양반이 딸을 찾으러 탐문을 하다보니... 비스무레하게 실종된 사람들이 꽤 여럿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냥 보통 탐정이면 의뢰 받은 사건만 추적 할 것 같은데 이 양반은 보글보글 끓어 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하고 다른 실종자와의 연관성을 찾기 시작한다.

2012년 10월부터는 사회에서 존경 받던 노부부가(무려 두 분다 대학 교수 셨다. 지금은 은퇴...) 한 명 씩 납치해서 부위 별로 요리해 먹는다. 인육의 부위별로 노화 방지 및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첫 사냥에서 먹어 본 결과 "어라, 신경통이 없어졌네. 어라, 머리도 좋아졌네" 하는 신박한 경험을 한 이후 신경통이 재발 하거나, 머리가 나빠졌다고 느껴지면 또 하나씩 사냥헤서 잡아 먹는 일을 계속한다.-약 3년 주기였다. 이 정도면 플라시보 효과로 설명하기 힘들 것 같은데... 소설이니 시비 걸지 말자.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보통의 추리 소설처럼 "누가 범인이지?", "다음 희생자는 누구지?", "왜 죽였지?"가 아니다. 그런 것들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다 까발리고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래서 나도 줄거리의 배경을 공개하고 독후감을 쓴다.

현재의 일은 대충 하루 단위로 진행되고, 과거의 사건은 좀 빠른 속도로 진행 되면서 책의 마지막에 두 관점의 시간이 일치한다. 2021년, 2012년... 생긴 게 비슷해서 이런 시간 차로 이야기가 전개되는지 모르고 며칠 치를 읽다가 작가의 의도에 동기가 맞으면서 편안하게 읽힌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머릿속에 그래프로 그려 지면서 과거의 화살표가 좀 더 빠른 속도로 현재를 따라오는 느낌이 신선했다. 다른 분들이 쓴 글에 이런 방식의 접근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런 식의 글을 처음 접했고 무척 재미 있었다.  물론 살인, 맛있게 먹는 뇌 파르페, 바삭하게 튀긴 인육 강정등의 이야기가 편안 하지는 않다. 나도 정상적인 사람이다.

잔인한 장면을 못 견디는 사람도 쓸데 없이 과장해서 상상만 하지 않으면 그다지 잔인한 묘사는 없다. "납치된 피해자가 지하 철창에 갇혀 있는데 저쪽 건너편에 목재 분쇄기가 보였다" 정도의 표현이 그다지 잔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븐 킹 의 책에 주로 등장하는 심령 현상, 초자연 현상이 "식인" 으로 대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이 탐정을 주인공으로 한 이 전의 책이 있었다. "피가 흐르는 곳에" 라는 제목 만으로도 섬뜩한 소설... 지금 대출 받아둔 책을 다 읽을 때쯤 이 책도 찾아 봐야겠다. 

2025년 10월 27일 월요일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켄 제닝스

 글쓴날 : 2025.10.28

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켄 제닝스 - 교보문고 

여행기와 여행 가이드북은 다르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여행기는 흥미 진진 하다. 낯선 곳, 낯선 음식,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바람, 낯선 태양, 낯선 밤하늘 등을 느끼며 즐기며 모험하는 필자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즐기게 된다.

반면에 역시 읽는 사람 입장에서 여행 가이드 북은 당장 해결해야 될 숙제(음식 조달, 이동 방법, 가격, 어디를 가야 하나, 어디서 자야 하나 등)를 처리하기 위해 참고하는 자료이지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읽겠다고 덤비지 않는다.

이 책은 여행 가이드북 이다. 그런데 너~~~무 가이드북 이다. 제목은 짜릿해서 달고, 짜고, 맵고, 신 맛을 기대했는데 그냥 매우 건조하게 쓰여진 진짜 가이드북 같다.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 기타. 총 7개 분야에서 묘사한 사후 세계를 묘사해 두었다. 이 책 쓰기 위해 공부하신 양이 만만치 않으셨을 것 같다. 작가 분도 너무 건조한 내용을 걱정 하셨는지 유머러스한 상상도 많이 추가해 주셨는데 큰 도움은 안되더라.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신화", "종교" 분야의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는 무척 좋았다. 우리한테 익숙한 신화, 종교 뿐 아니라 생소한 문화권의 신화와 종교들(아프리카, 남미, 호주 일대의 섬들)도 소개를 해주신다. 저런 종교도 있어? 싶은 것들 까지 언급하시며 그 안에 설명한 사후 세계를 소개해 주신다. 신화와 종교를 나누는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머지 부분의 사후 세계는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다.

그리고 번역 하신 분과 교정 하신 분도 나와 마찬 가지로 읽다가 지치셨던 것 같다. 아래와 같은 이상한 표현들이 나온다.

"고양이가 거대한 트랙터 타이어를 비행접시들이 나는 곳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게 무슨 뜻이지? 타이어가 올라 갔어? 고양이가 올라 갔어?...

이런 식의 어색한 표현들이 책 속에 자주 등장한다.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명칭들(천국, 지옥, 겁나 많은 종류의 신들의 이름)과 거기에 딸린 각주들 때문에 읽기 사나운데 저런 문장들이 턱 하고 나오면 급 담배를 피고 싶어 진다.

종교, 신화에 언급된 사후 세계와 거기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 역할 등은 기억해 두면 두고 두고 인용할데가 많을 것 같다. 문제는... 기억력이 오래 가지 않는 다는 거... 

 

2025년 10월 25일 토요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박완서

 글쓴날 : 2025.10.26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밀리의 서재 

한 30년쯤 됐나?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었다. 당연히 30년이 지났으니 책이 향긋했다는 느낌 말고는 기억 나는 것이 없다. 그리고 도서관 신착도서 코너에 이 책이 있기에 그 때의 향기에 이끌려 홀리듯 대출 받았다.

워낙 유명한 작가분의 유명한 책 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고 내용을 어렴풋이 나마 기억들을 하실 것 같다.

30년 이라는 시간이 길긴 하지만 이렇게나 새롭게 읽히다니... 좀 좌절했다. ㅠㅠ

어릴 때 이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은 "나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 였다. 물론 내가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 쓰기를 전문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도 안 해봤고, 지금도 이렇게 블로그에서나 깨작거릴뿐 구체적으로 글 쓰기를 시도해 본적도 없다.

참 편안하게 이야기를 끌어 가신다. 자신의 어릴 적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이야기이다.

처음 이 글을 읽을 때 추운 겨울날 황소바람이 들어오는 방의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 뒤집어 쓰고 앉아서 달달한 군고구마 까먹는 느낌을 받았고, 이번에 새로 읽을 때도 군고구마의 달콤한 향기를 다시 느끼며 입고 있던 옷에 고구마 냄새가 배어든 느낌이다. 지금도 입 안쪽에 고구마의 뒷맛이 남아 있는 것 같다.(물론 예전에 읽을 때 고구마 먹으며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책을 아끼는 사람이라 손에 뭐라도 찐득한 것 묻은 상태로 책을 만지지 않는다. 고구마 다 먹고 손 씻고 읽었다.)

어린 아이 시절에 본 세상, 일제시대에 국민학교(이 책에 국민학교 라고 언급을 하셔서 나도 이 표현을 사용한다.)에 다니며 본 세상, 중학교(이 때는 중학교가 6년 과정이었고, 이 후 대학에 진학하는 학제 였다고 한다.)시절에 맞이한 해방, 대학에 입학 하자마자 발생한 한국전쟁.

담담히 그 시절의 즐거움, 고생등을 이야기 하시는데 고생 마져도 맛이 있다. 쓴 술이 맛있듯...

연못에 풍덩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게 아니라, 강물에 들어가서 같이 흘러 가는 듯 하다. 어떨 땐 그 물이 달고, 또 어떨 땐 그 물에서 흙탕물 맛이 난다. 그럴 때 조차 이 강물에서 기어 나오고 싶지 않고 이 강의 끝을 보고 싶어진다. 뒤에 붙은 평론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책에 취해서 해롱거리고 있었다.

책의 뒤편에 평론가 한 분과 작가 한 분이 분석글? 추천글? 평론? 같은 것을 달아 두셨다. 난 책을 읽을 때 맨 앞장부터 맨 뒷장까지 글자란 글자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는 편이다. 점 하나라도 이 작품의 표현을 위한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한 작가, 편집자, 출판사에 일하시는 분들이 나보다 백만 배는 더 고민 하시면서 뭐 하나라도 대충 해둔 것은 없을 터이니 그 정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다.

좋은 책 행복하게 읽은 후 더해진 평론을 읽고 몹시 기분이 나빠졌다. 어느 대학 명예 교수라는 그 분의 잘난체 하는 평론을 읽고 토할 뻔 했다. 저따위로 글을 써야 모양이 산다고 생각 하시는 건가? 왜 소설의 모양을 정의하고 격을 나누지? SF는 글도 아냐? 좀... 심한 욕을 하고 싶지만 나도 품격이 있는 사람이라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올해 다시 출판된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다면 "명예 교수" 님의 쓰레기 같은 평론은 읽지 말 것을 권한다. 그 평론의 역겨움 때문에 어제 꿈도 꿨다. 박완서 작가님이 살아 계셨다면 졸도 하셨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더 추가된 어느 작가분의 이야기는 너무 좋았다. 박완서 작가님의 글 만큼이나 사람의 가슴을 울리는 설명을 해주셨다. 고맙습니다.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전생여행 - 김영우

 글쓴날 : 2025.10.23

전생여행 1 | 김영우 - 교보문고

전생여행 2 | 김영우 - 교보문고 

1996년에 출판된 "전생 여행" 이후 몇 가지 사례를 더 추가해서 이번에 두권짜리 책으로 다시 출판 하셨다.

저자가 신경 정신과 의사 이시다. 의사라면 일반적으로 "전생", "윤회", "빙의", "최면" 등의 현상을 쳐다 도 안볼 것으로 생각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상당히 많은 정신 의학과 의사들의 "최면"을 통한 "전생" 기억의 호출에 진심이신 것 같다.

저자가 최면을 통한 전생의 기억을 이용해서 좀처럼 낮지 않는 심리적 장애를 치료한 사례를 주로 실어 두셨다. 1권은 특정 환자의 치료 과정과 그 환자를 통해 만난 저~~~ 높은 곳의 "지혜의 목소리"를 주로 소개 하시고, 2권은 다수의 환자를 치료한 예를 많이 설명 하신다. 그리고 무조건 "최면"을 이용한 "전생" 치료를 진행하는 게 아니고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도 치료가 안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만 전생 요법을 적용 하셨다.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전생이 진짜면 어떻고 가짜면 어떻냐" 이다. 이 방법을 통해서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의 고통이 줄어 들고 치료 효과가 있는데 굳이 안 쓸 이유가 없다.

윤회 라는 말만 으로도 이 블로그를 읽는 일부 사람들은 경기를 일으키며 비판 할지도 모르겠으나 있다는 증거도, 없다는 증거도 없음을 겸손하게 받아 들이고 지금의 인류가 가진 "과학기술", "지식" 이라는 것이 얼마나 알량한 것 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솔직히 인류가 가진 의학 기술이라는 것이 아직 "모기에 물린 가려움" 조차 치료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수많은 사람이 매년 여름마다 모기의 공포에 떨며 사는데 기껏 나온게 가려움 완화제 정도이다. 난 그거 발라도 별로 완화 되는 것 같지는 않더라.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 때문에 모기를 두려워 하나? 일부 열대 지방에 사는 분들은 그럴 수 있지만 대다수의 온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가려움"이 무섭지 극히 낮은 확률의 전염병은 별로 두렵지 않다. 그 하찮은 가려움도 치료를 못하는 수준의 의학 기술로 "최면", "전생", "윤회"를 비판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뜻이겠지.

개인적으로도 윤회에 대해 약간의 호기심은 있었다. 우리나라 문화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기독교인 이라도 "목사"님이 으르렁 거려서 그렇지 윤회라는 것에 대해 조금씩은 관심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살짝 조미료 치자면... 원래 기독교도 윤회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슬람에도 당연히 윤회가 있고. 그런데 사람이 윤회를 통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하면 "목회자"의 권위가 없어지고, "면죄부"를 팔아 먹을 수 없어서 몇 번의 종교회의를 거치며(대표적으로 이케아 총회) 경전에서 "윤회" 관련 부분을 삭제했다. 의심되면 역사적 사실을 찾아 보시라.

어쨋든, 다시 독후감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미약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버리고 탐구, 수용 하는 자세를 보여 주신 것이 너무 좋았다. 맞다. 아직 우리 인류를 좀 더 공부 해야 한다. 특히 나는 더 많이 공부 해야 한다.

그리고 도구가 무엇이건 그게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한다면 눈치 때문에, 명성 때문에 사용하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도 전생 여행 한번 해보고 싶은데... 내 정신 상태가 꽤 건강해 보여서 이번 생에는 기회가 없을 것 같다. 심각한 상태 아니면 이 방법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시니...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언디바이디드:온전한 존재 - 닐 셔스터먼

 글쓴날 : 2025.10.19

언디바이디드: 온전한 존재 | 닐 셔스터먼 - 교보문고 

 근 미래. 장기 이식의 수요가 늘어나고, 항상 그렇듯이 장기 공급은 턱도 없이 부족하다. 사고나 선천성 기형에 의한 수요 뿐만 아니라 낡은 장기를 교체 해가며 젊음을 유지하려는 수요가 어마 어마 하다. 사람이 그렇지 뭐... 건강, 아름다움, 젊음에 대한 욕구는 나이 들수록 더 강해질 것이니...

장기 밀매가 암시장에서 큰 수익 원이 되자 이 시장을 양지로 끌어 올려 장기 거래가 합법화 된다.

언제부터 인가 문제아들(아들이 아니다. 문제아 의 복수 형이다.)의 부모로부터 언와인드 동의를 받아서 이들을 교화 시킨다는 명분으로 강제 수용하고 애들을 조각조각 분해해서 판매하는 사업자를 인정한다.

더 나아가서, 부모의 동의가 없어도 공권력으로 언와인드 시킬 수 있다는 법안까지 발의 된다.

여기 까지가 이 책의 배경이다. 

당연히 혈기 왕성한 10대 애들이 고분고분 수용되어 있지 않는다. 탈출하는 넘들이 부지기수고, 이 애들을 거둬서 보호해 주는 사람, 이 애들을 선동해서 언와인드 업자를 공격하는 사람, 조각나 팔린 후 남은 부산물을 모아 모아 프랑켄슈타인 같은 군인을 만들려는 군대, 도망간 애들을 추적해서 잡아다가 기어이 조각조각 팔아 치우는 회사들의 이야기.

주제만 보면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은데 읽기에 부담스럽거나 끔찍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애를 기계에 넣는다. 부위 별로 포장되어 나온다" 정도가 좀 잔인하고, 가까스로 살아난 아이들의 수술 흉터(전신을 난도질 했으니 바느질 자국이 꽤 길고 크게 나 있겠지)를 상상하는 게 가장 끔찍한 장면이다.

이야기는 굉장히 재미있다. 등장인물이 좀 많아서 처음에 동기를 맞추기 어렵지만 전체 이야기의 구성이 아름답게 치밀하다. 외국 서적 번역하시는 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은 건 한 사람의 이름을 계속 동일하게 번역해 주시면 좋겠다. 조금 전에 카뮈 였는데 갑자기 캠이 등장하면 맥락을 짚어서 가며 같은 애구나... 하고 추가적인 연산을 해야 된다. 원문이야 의미가 있어서 그렇게 여러가지 형태의 이름을 사용하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태어나기 전 "태명" 과 초등학교 때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 취직 후 일하면서 듣는 "성"+"직급" 정도의 호칭만 가진다. 내 생각에 한국 소설에 등장하는 김대리-김개똥씨를 현지어로 번역 하면서 원문 그대로 김개똥 또는 김대리를 섞어가며 사용하진 않을 것 같다. 그들의 문화에 맞게 적용을 하겠지... 그러니 번역가 분들 제발 우리 문화도 존중해 가며 번역해 주시길 바란다. 나는 캠과 카뮈의 호칭에서 오는 의미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내가 애를 키워 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는데 얼마나 애가 밉상짓을 해야 부모가 저런 동의를 해서 애를 치워 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끔 들리는 청소년 폭력 기사들 보면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걔들이 뭘 했건 조각난 상품 취급을 받아 마땅하다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사형이나 무기 징역을 선고해서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켜주면서 사회로부터 고립 시켜야 하지 않을까?

책의 시작부터 강력한 갈등이 시작된다. 좀 당황했다. 그래도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다.

다 읽고 나니 "언와인드-디스톨리지" 시리즈 중의 마지막 책이더라.

첫 번째부터 나열해 보면

  • 언와인드 : 하베스트 캠프의 도망자
  • 언홀릭 : 무단이탈자의 묘지
  • 언솔드 : 흩어진 조각
  • 언디바이디드 : 온전한 존재

이다. 중간 중간 근거 없는 과거 이야기, 쟤들 왜 싸우지? 하는 궁금증 들이 앞선 책의 제목을 보니 대충 이해가 가면서 감이 잡혔다.

안 읽은 앞선 세 권을 굳이 찾아서 읽어볼 생각은 없다. 이미 다음에 읽으려 대출 받은 책이 두 권 있으니 그걸 다 읽고 나서 고민해 볼란다.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자비의 시간 - 존 그리샴

 글쓴날 : 2025.10.17

자비의 시간 1 대표 이미지자비의 시간 2 대표 이미지

 얼마만에 존 그리샴씨의 글을 읽는지 모르겠다.

까마득한 예전, 정말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팰리컨 브리프", "의뢰인"등 피를 끓게 하는 이야기를 해주시던 그리샴씨가 아직도 글을 쓰신다닌... 고맙고 반갑고...

이 글의 배경은 이렇다.

동거중인 남,녀 나이는 30대 중반.

여자한테 아이가 둘 있다. 첫째 아들, 둘째 딸.

처음 동거를 시작한 이후 몇달만에 남자는 동거녀의 자식들이 부담스러워 졌고...

술 먹고 온 날은 동거녀에게 가혹한 폭행을 행사한다. 무려 1년 넘도록...

동거녀만 팼겠나? 애들도 당연히 팬다. 물론 애들 엄마를 더 심하게 팬다. 애들 엄마와 아이 둘은 그동안 이 집에서 나가면 갈 곳이 없는 우울한 삶을 살아왔다.

이 남자. 직업이 경찰이다. 사회에서는 유능하고, 용감하고, 다정하고, 나름 외모도 빠지지 않고... 등등으로 직장 및 지역에서 평판이 좋았다. 그러면서 동거녀와 그 애들한테는 무한히 잔인하던, 한마디로 찌질한넘... 애 엄마가 신고를 해도... 유야무야 넘어간다.

그 날도 역시 이 새끼는 만취해 들어와서 여자를 죽도록 팼다. 애들은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심하게 두들겨 맞은 상태. 아들은 이렇게 살다가는 저 넘이 우리도 죽이겠다 는 공포에(나라도 그랬을 거다) 이 찌질한 넘이 술에 쩔어서 잠들었을때 그 넘의 총으로 관자놀이를 쏴서 죽여 버린다. 겨우 16살 꼬마가....

바로 경찰에 체포된 아들, 죽은 줄 알았던 엄마는 턱뼈 골절들의 중상을 입고 몇 차례의 수술을 거친 후 회복.

재판을 하는데... 참 조바심 난다.

이 가족의 사연을, 얘가 그 새끼를 쏴버린 사연을 책 속의 등장인물 중에 누구도 모른다.

경찰을 죽여? 나쁜넘. 배은 망덕한 넘. 등의 비난만 쏟아지는 억울한 상황.

읽고 있는 나와 책속의 변호사 제이크 씨만 그 억울한, 절박한 사연을 안다. 이 애가 살인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사형이나 30년짜리 징역을 살아야 하나? 미치겠더라.

결론이 궁금하면 읽어 보시라. 재미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의로운 변호사 제이크씨를 응원하며 읽는다.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 하면서, 내가 그 아이가 된듯한 감정 이입을 한다. 그리고 엄청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베베 꼬아서 짜증 나는 상황도 없다. 초반에 안타까워 하다가 마지막 1/4 정도는 눈물 날 정도로 시원하게 전개된다. 역시 그리샴씨...

미국의 사법 제도와 우리나라의 사법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러운 부분도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법 이라는 것은 가해자에게 응당 의 댓가를 치르게 해서 피해자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 하는데 우리의 사법 제도는 어떤가... 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는 주로 피해자가 도망쳐야 하는 이상한 구조다. "자력구제"를 헌법이 금하고 있기에 결국 큰 도움 안되는 "공권력"에 의한 뜨뜻 미지근한 정의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

법이 피해자의 보상과 보호를 위해서 촘촘하게 작동할 자신이 없으면 피해자가 능동적으로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보장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총기 소유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야구 방망이로 나를 못살게 구는 놈을 패 버릴 권리 정도는 인정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왜 성폭력 가해자가 석방되면 피해자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나?

왜 어느 가족에게 폭력을 가하던 가해자가 석방되면 그 가족이 다른 곳으로 가야 하나?

물론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그래서 또 다른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으니, 섣불리 변경하긴 어렵겠으나... "정의"를 구현할 자격을 공권력만 가진 다는 건... 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술 한잔(실은 여러 잔) 마시고 들어와서 쓰는 음주 독후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청 쪽팔릴 듯...

 

2025년 10월 11일 토요일

B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글쓴날 : 2025.10.12

배드(B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 교보문고 

첫 번째 책 MAD에 이은 이야기다.

앞 선 MAD와 동일한 사람, 미친 여자가 주인공인...

내한테 책 제목을 번역하라고 했다면 첫 번째 책은 미친년, 두 번째 책은 나쁜 년 이라고 했을 것 같다.

앞의 책에서 이 여자를 휴지통에 빈 깡통 버리듯 툭 던져 버리고 차와 돈을 몽땅 들고 도망친 남자를 찾으려고 용쓴다. 실제 이 여자가 한 건 별로 없다. 개똥 추리를 해가며 런던, 부카레스티, 로마 등을 돌아 다니는데 실은 이 남자가 이 여자 뒤를 따라 다니며 이것 저것 조종을 하고 있었다. 여자가 이쁘긴 한가보다. 쓰레기처럼 버리고 나서도 이렇게 따라 다닌 걸 보면...

정신없이 작가가 끌고 가는 데로 질질 끌려 다니며 읽는 기분이다. 좀 더 달콤한 것 없나... 하는 기대를 하면서... 다 읽고 나니 기분이 좀 구리네... 읽을 땐 재밌었는데

이런 식의 스릴러는 대부분 범인을 쫓거나, 보석을 찾아 헤매.거나, 나쁜 놈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복수를 위해 추적하거나 등등 뭔가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이번에 읽은 이 두 권의 책 MAD, BAD는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특정한 목적 없이 닥치는 대로 지랄을 하며 다닌다. 그 남자를 추적한다 고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별로 절박하지 않았다. 그냥 그런 입장을 즐기며 여기저기 사고 치며 다니는 여자다. 그리고 사람을 겁나 죽여도 경찰은 이 여자한테 관심 없이 다른 사람을 살인자로 잡아 넣고... 그냥 하는 거 없이 밉상인 운 좋은 나쁜 미친 여자.

제발 이런 사람 인생 잘 풀리길 바라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막판에 또 한번 대판 사고를 친다.

번역을 잘 하신 건지 모르겠는데 문장이 굉장히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청양고추, 마카롱, 마라탕, 탕후루를 골고루 한번 씩 집어 먹는 느낌. 처음부터 끝까지 넘치는 자극에 감각이 마비될 지경이다. 오늘 저녁때 겁나 매운 비빔국수 한 그릇 말아 먹어야겠다.(난 아직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없다.)

막판에 저지른 사고를 어떻게 수습하지... 했는데 3번째 책 Dangerous가 있다. 이건 1, 2번과 달리 라임을 맞추지 않으셨네...

도서관에 이 책이 있나 찾아 봤는데 없다. 아쉽네... 국립 중앙 도서관도 검색해 봤다. 역시 없다.

3번째 책은 국내에 출판되지 않은 듯... 그래도 별로 궁금하거나 아쉽지 않다. 아마 위험하기까지 한 년이 됐겠지...

미치고 나쁜 위험한 년.

2025년 10월 8일 수요일

MAD - 클로이 에스포지토

 글쓴날 : 2025.10.08

전자책] 매드 | 클로이 에스포지토 | 알라딘 

세상에 작가도 많고, 이야기도 많다. 이 작가 분 글 처음 읽는데(난 대부분 처음 읽는 작가다.) 이야기가 독특하다.

한마디로... 미친년 이야기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

언니는 공부도 잘하고, 착하고, 바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고 등등

동생은 언제나 삐딱선을 탄다. 싸우고, 훔치고, 속이고, 불 지르고 등등

성인이 되서 언니는 꽤 괜찮아 보이는 남자를 만나서(돈도 많고, 잘 생기고, 몸도 좋고, 매너도 있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 살고 있다. 동생은... 신문사 3줄광고 부서에 근무하며 겨우겨우 월세 내면서 담배, 술, 가끔 마리화나, 더 가끔 코카인, 매우 자주 남자를 밝히며 산다.

어느 날 회사에서 잘리고, 쉐어하우스에 살던 친구들한테 쫓겨나서(월세를 안내고, 소리 지르고, 딴 애들 음식 훔쳐먹고 등의 혐의로) 우울해 있는데 언니한테 메일이 온다. 비행기 표 보냈으니 휴가차 시칠리아에 놀러 오라고, 와서 이쁜 조카도 보고, 나랑 회포도 풀자고...뭔가 마음에 안 들지만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언니한테 간다.

책 내용은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주인공은 미친년, 읽는 내내 이 여자한테 호감이 가지 않는다. 어쩌면 저렇게 밉살스러운 생각만 하고, 진상 같은 행동만 하고, 사악하고, 욕심꾸러기이고, 옆에 속 타는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지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지... 그저 내용을 보면 남자를 잘 꼬시는 걸로 봐서 이쁜가? 하는 정도. 아무리 이뻐도 저런 진상이라면 난 옆에서 못 버틴다.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사람이다.

첫째 날, 둘째 날은 이 여자 불평 들어 주다가 지친다. 내 친구나 가족 중에 저런 애 없어서 다행이다 싶다.

마지막엔... 좀 위안이 됐다. 이런 년은 저런 꼴 되도 하나도 안타깝지 않다. 

이런 인간 이렇게 망가져 버리자 갑자기 작가 분이 좋아졌다. 그래, 작가 분 이상한 양반인 줄 알았는데 정의로운 분이셨다. 

이런 진상을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흔하진 않다. 내가 읽은 책 중에도 무미건조한 사람 또는 정의로운데 까칠해서 주변 사람 피곤하게 하는 정도는 많이 있었지만 이런 밉상은 없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다. 7일간의 이야기다. 정신이 없다. 이 여자가 말려 들어갈 뻔한 이야기의 복선은 끝내 밝혀지지 않는데 차라리 말려 들어가는 게 더 좋았을 정도로 개고생 한다.

한 권 호로록 읽어버리고 허전 했는데 2번째 책이 있더라. 제목은 BAD. 제목 라임을 잘 맞추셨다. 2번째 책에서 마저 더 망가져 버려야 하는데... 설마 잘 먹고 잘 사는 결말은 아니겠지.

2025년 10월 3일 금요일

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글쓴날 : 2025.10.04

화성 연대기 | 레이 브래드버리 - 교보문고 

1954년에 출판된 책이다. SF소설이긴 한데 첨단 기술이나 상상도 못한 통신 방식이나 거대 괴수같은게 등장하지 않고 모험, 위기 같은 것도 없다.

이미 우리는 스피릿, 오퍼튜니티, 큐리오시티, 퍼서비어런스등 여러대의 화성탐사 로버를 보내서 화성의 환경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구글 마스에서 화성 표면 사진도  보여준다. 소설을 읽으며 이런 사실들을 전제로 깔고 보는건... 싸우자는 이야기다. 좀 겸손해지자.

물론 이 이야기를 쓰실 당시에도 화성이라는 곳이 인간에게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행성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다. 산소도 없고, 기압도 낮고, 춥고 등등. 그리고 작가분도 그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하지만 작가분은 이런 제약조건 다 무시해 버리시고 신대륙 발견후 정착하고자 도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셨다. 제목이 화성이지 그냥 척박한, 그런데 꽤 넓은 무인도을 어떻게 해보자고 들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몽환적이라고 해야 하나?

1999년부터 2026년까지 화성에 정착하고자 그곳으로 이주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것 저것 들어있다.(작가분은 이때쯤이면 인류가 화성에 갈수 있을거라고 기대 하신듯 하다.) 짤막한 여러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의 이야기에 연결성 같은건 거의 없다시피 느슨 하지만 신 개척치 특유의 활기, 긴장, 배경지명(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파란언덕이다) 등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초기 원정대 몇개가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정착에 성공하고, 대신 화성에 원래 살고 있던 원주민들(화성인)은 지구인이 옮겨준 전염병으로 대부분 죽어버린다. 지저분한 스페인 애들이 남미 원주민을 몽땅 학살한 상황과 비슷하다.

배경이 화성이다 보니 지구에서 경험하지 못한 이상한 상황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고, 살아 남은 화성인을 개종 하겠다고 찾아간 신부가 거꾸로 그들에게 교화되어 화성인을 신으로 믿게되는 경우도 있고, 지구의 생활에 찌들어서 화성으로 도피한 사람, 핵전쟁의 공포 때문에 화성으로 피난한 사람 등등...

어떤 장은 시를 읽는 듯 몽환적이고, 또 어떤 장은 다큐를 보는듯 사실적이고, 또 다른 장은 구구절절한 사연에 서럽기도 하고, 저런 이기적이고 꽉막힌 것들이 왜 화성까지 가서 저 지랄일까 하면서 분노도 하고 밑도 끝도 없이 이건 무슨 이야기지? 하면서 궁금해도 한다. 즐겁고, 힘차고, 성취해 내는 이야기는 한편도 없다.

어떤 장이든 앞.뒤 다 잘라내고 현재 그곳에서 격는 일만 쓰여진 글을 읽다보면 그들이 여기 오기전 지구에서 이런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저절로 하게된다. 내가 소설을 같이 쓰는 기분.

한장 한장이 살을 잘 붙이면 영화 한편씩 나올법한 스케일이다. 조선왕조실록에 "대장금" 이라는 이름 딱 세번 나왔는데 그걸로 36부작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극작가 들이다. 존경한다.

화성연대기 한챕터면... 2시간짜리 영화 한편씩 만들어 낼수 있을 것 같다.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결말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다. 그저...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렇다고 새드엔딩도 아니다. 또 다른 연대기가 시작할 것같은 엔딩 이었다... 정도로만 말하겠다.

재미있냐 물어보면 재미있다고 답하겠다. 그리고 꼭 한번 읽어볼것을 추천한다.

 

2025년 9월 30일 화요일

구월의 보름 - R.C 셰리프

글쓴날 : 2025.10.01

구월의 보름 | R. C. 셰리프 - 교보문고 

무려 1931년에 쓰인 책이다. 어느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가 추천했다는 말에 혹해서 대출 받았다.

런던 근교에 사는 소시민 스티븐스씨 가족(엄마, 아빠, 큰딸, 큰아들, 막내아들)이 매년 가는 2주간의 휴가를 간다. 이 가족은 매년 보그너 해변의 씨뷰 호텔에 머물렀다.

올해로 20번째. 애들은 다컸고(큰딸, 큰아들은 졸업후 사회 생활을 하고 있고 막내만 아직 어린이다.)

내용은 별거 없다. 휴가 준비를 한다. 기차를 타러 역으로 이동한다. 기차를 탄다. 보그너에 도착한다. 2주간 휴가를 즐긴다. 

무슨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험을, 위기를 만나는 것도 아니다.

휴가를 준비하고, 기차를 타고, 보그너에 도착했더니 이미 책의 절반을 지났다. 여기까지 참고 읽느라 이를 악물었는데... 이거 겨우 3일친데... 휴가 2주는 얼마나 더 이를 악물고 읽어야 하나... 앞이 캄캄하더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고, 바닷가 오두막을 빌려서 해수욕을 즐기고, 저녁때 호텔로 돌아와서 또 식사를 하고...

그냥 이런 이야기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재미없다. 왜 이런 글을 쓰셨지? 그리고 이런 책을 추천한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어떤 새끼지?

솔직히 내가 며칠 휴가를 가도 이들의 생활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나는 내 휴가를 누군가에게 굳이 글로 소개하지 않는다. 자랑질하려고 사진 몇장이나 공유하지... 

그냥 정물화 같은 책이다. 그림을 감상하듯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마을, 해변, 호텔의 내부구조, 장식을 상상하고(화려하지 않다. 소시민답게 평범하고 때론 우중충한 그런 배경) 실제 말로 토해 놓지는 않지만 각자가 가진 혼자만의 생각(합리화, 반성, 미안함등)을 엿보며 즐기는 책이다.

이런 저런 소소한 장면들을 표현하는 방식은 정말 놀랍다. 역시 작가다... 그리고 번역 하신분도 많이 고민 하셨을 것 같다. 영어에 없는 "의태어"를 적당히 버무려 넣으시며 원작의 감상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하셨다.(영어에 의태어 없는거 맞나?) 

내가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 봤지만 전공서적 말고 이렇게 재미없는 책은 처음 본다.

전공서적은 내가 이걸 알게된다, 이제 시험볼때 낙제는 안하겠다 정도의 재미라도 있었다. 

2025년 9월 27일 토요일

휴먼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 매트 헤이그

 글쓴날 : 2025.09.28

휴먼 / 매트 헤이그 ... 인간에 대한 비공식 보고서, 질서와 무한을 포기한 어느 외계인의 기록 : 네이버 블로그 

앤드루 마틴 이라는 수학자가 드디어 리만 가설을 증명했다.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고 공식 발표전에 동료 수학자의 검증을 요청하고 기다리다가...

이 사실을 알아버린 보나도리아 행성 외계인이 인류의 발전을 더 이상 허용해서는 안되기에 이 양반을 제거하고 그 사실을 아는 관련자도 제거하고 모든 자료를 제거하기 위해 동족중 1명을 지구로 파견한다. 앤드루 교수는 제거되고 파견된 외계인이 앤드루 교수로 위장해서 직장(학교)과 집에서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나 개인적으로는 보나도리아 행성인의 사고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생활 방식도 부럽고...

더이상 알아야할 지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최고의 지성으로 이루어진 사회. 갈등도, 감정도, 욕구도 없는 인종. 더 이상 추구할, 정복할 대상이 남아 있지 않기에 심심할정도로 평화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임무를 부여받은 가짜 앤드루 교수가 슬금슬금 지구인에 동화 되더니 나보다 더 사람같이 되어 버렸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개인적으로 이해되지 않지만...

겨우겨우 리만가설을 증명한 문서만 제거하고 지구인의 수학적 능력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않게 억제시키는 정도로만 일을 하시며 사랑을 알고, 감정을 알고 등등 순정만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머... 재미있다. 큰 고민 할 필요도 없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아서 읽기 버겁지도 않다.

지구에 살고 있는 지구인으로서 내가 지금 가진 "감정" 이라는 것이 참 거추장스러운데 그걸 굳이 가지려고 동족을 배신하고, 보나도리안인의 초능력도 포기하고... 이해가 안된다.

"외계인 알프"나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 정도의 재미를 준 책이다. 난 "솔로몬 가족"이 더 좋았다. 

2025년 9월 25일 목요일

살면서 꼭 한 번은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글쓴날 : 2025.09.26

살면서 꼭 한 번은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교보문고 

존 스튜어트 밀-이름만 알고 있던 유명한 철학자...

자유론 이라는 책을 인생에 한번쯤 읽어봐야 하지 않겠어? 라는 마음에 호기롭게 대출 받았다.

예상대로 겁나 어렵다. 논하고자 하는 주제의 특성상 행위나 생각이 비평의 대상이다 보니 주어가 살벌하게 길다.

"밥먹는 개를 건드리면 그 개가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과 같이 주어가 길고 주어가 긴 만큼 목적어는 더 길다. 읽으며 내 뇌와 글이 동기화가 안되니 읽은 부분을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며 힘겹게 읽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270여 페이지로 그다지 두껍지 않았다는 것과 책 중간중간 심심치 않게 삽화가 한가득씩 차지하고 있었다. 책의 내용과 삽화의 관련성은 모르겠다. 타인의 의지에 대해 개입할수 있는 범위를 논하면서 빅벤 삽화를 왜 넣어 두셨을까?

그리고 원문의 문제일수 있는데

무엇하고, 무엇하고, 무엇하고...

이거라면, 저거라면, 그거라면...

식의 서술들 거기다 가정법들... 철학자가 이렇게 쓰셔도 되는건가? 철학자라서 괜찮은가? 술 한잔 하시고 취기에 스스로 흥분해서 마구 써내려 가신 느낌...? 내가 밀 선생을 이렇게까지 까도 괜찮나?(죄송합니다)

어렵게 어렵게 한 단위씩 읽다보면 좀 허무해 진다.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성인 이라면 밀 선생이 말씀하신 주제를 이미 알 뿐 아니라 몸으로 깨우쳤을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하셨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공부를 많이 했다는 뜻 이겠지... 

물론 자유의 범위 즉, 개인이 주장하고 누릴수 있는 자유의 범위와 사회가 제약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등 우리가 다각도로 고려해야할 부분을 체계적으로 나누어 짚어 주신건(그것도 그 옛날에) 존중받을 통찰이라 하겠다. 

이 책의 또 한가지 문제는 "번역"인 듯하다. 번역이란 원문을 우리 언어로 기계적으로 바꾸는게 아니라 우리의 언어로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좀 기계적으로 번역 하신듯 하다.

그리고 많은 수의 오자. 특히 조사를 엉망으로 사용한 부분이 많다. 좀 불성실하게 번역 하신듯...

"이런 개인을 타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규제하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는 문장을 읽고 멍해지는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개인이" 라고 해야 맞는거 아닐까?

안그래도 긴 주어와 목적어와 서술어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운데 이런식의 조사 오용이 나오면 읽는 맥이 툭 끊어지면서 의미를 어색하게 만든다.

갑자기 "세번째로..." 가 나오면 당황한다. 첫번째, 두번째는 어디있었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꼼꼼하게 다시 읽어도 첫번째, 두번째는 없는 경우도 있다. 원저가 문제인지 번역이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불편하다. 

혹시라도 두번째 판을 내실 계획이라면 독한 마음 먹고 이런 저런 어색함들 수정해서 출판해 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부류가 "훈장질"하는 책이다. 머... 이건 내 취향이니 비평은 사양한다. 자유라는 것의 허용 범위, 구체적인 예시등을 해주시다가 "그러니까 이래야 한다" 고  말씀 하실땐 토나올 것 같았다. "꼰대새끼 지랄하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는 이미 격동의 시대를 보내며 자유, 민주, 평화등에 대해 개인의 고민의 깊이가 왠만한 나라의 철학전공 학사 학위자들보다 깊을 것이다. 아마 이 책의 저자인 밀 선생에 필적할 만큼의 깊이를 가진 사람도 많을 것 같다. 말이나 글로 표현을 못할뿐... 

지적 만족을 위해서 "자유론" 이라는 책을 꼭 읽어 보시고 싶다면 내가 읽은 이 번역본 말고 다른 번역본을 찾아 보거나 영어에 자신 있으면 원문을 읽어 보시길 권한다. 

2025년 9월 23일 화요일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 설레스트 잉

글쓴날 : 2025.09.24
PACT(Preserving American Culture and Trandition act)법이 발효된 미국.
물론 현실보다 과장된 미국의 모습을 배경으로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SF같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다.
PACT에 의해 해체된 가정. 불량부모 슬하에 아이를 키워서는 안된다는 명분으로 아이를 강제로 기관이나 위탁가정에 보내버리는 일이 적지않게 자행된다.
미국의 경제위기(이 책에서는 "위기"시절 이라고 표현하셨다)를 거치며 국민들은 이 위기의 핑게를 중국으로 지목한다. 불량국가 중국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 졌으니 미국을 사랑하지 않는, 중국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처벌하는 법 pact가 만들어진다.
중국인뿐 아니라 pact를 반대하는 사람도 비애국적 시민으로 간주하고 처벌할 구실로 삼았다.
이 책의 주인공 가정. 미국인 아버지(교수)와 중국계 어머니(시인)와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
시인인 어머니는 세상에 큰 관심을 두지않고 시를 가끔 발표하머 사시는데 그녀가 쓴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이라는 싯구 하나를 pact 반대시위자가 피켓에 적어 사용하다가 진압대의 유탄에 맞아 사망한다.
저 시를 쓴 사람이 누구냐... 어라 중국인이네.
끝났다. 이 작은 가족을 향해 감당하기 어려운 협박이 가해진다.
어머니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고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우울한 아동기를 보낸다.
여기까지가 이 이야기의 배경이다.

책의 전반부는 아들의 시각에서 건조하게 현 시대를 바라본다. 동양인 외모 때문에 이유없이 구타를 당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푹 절어 살고 있다. 거의 기억나지 않는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엄마를 찾아나선다.
책의 후반부는 엄마의 시각에서 자신의 삶을 변명한다. 아들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떠남과 자기같은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땀한땀 모아가며 몇년간 전국 각지를 떠돌아 다닌다. 시의 저자로서 거의 도망자 처럼 사회의 그늘로만 다니게 된다. 이전에 세상의 불행에 무심했던 과거를 반성하며...

글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를 죽이러 오는 살인마에 쫓기는 것도 아니고 전쟁터의 참호속에서 처절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아닌데 그만큼이나 팽팽하다. 한가득 당겨진 활시위 같은 긴장.
내가 그 안에서 같이 뒹굴며 도망치는 듯 뒤숭숭한 압박을 계속 받으며 읽게된다. 이런글이 재미있는게 내 인성의 문제인가?

독재자 치하의 살벌한 사회도 아닌데도 숨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독재보다 무서운 대중의 심판.
작가분이 이책을 2022년에 탈고 하셨다. 그때 미국 대텅이 누구더라...?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예전부터 그들은 피부색의 차별을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해왔으니...
인디언을 말살시키려고 그들의 아이를 강제로 납치해서 백인 아이들과 함께 교육시키고 결국 그들의 부모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만든 새끼들이다.
요즘 뉴스를 보면 지금 그 나라가 다시 이렇게 되어가는 듯 하다. 넘의 나라 쫌 썅 이면 어떠냐. 난 솔직히 그리되어 가는 모습이 고소하다. 힘만 쎈 천박한 것들.

2025년 9월 21일 일요일

베네치아에서 죽다 - 토마스 만

 글쓴날 : 2025.09.22

베네치아에서 죽다 | 민음사 

고전이다. 토마스 만 선생이 1875~1955년까지 생존하신 기간중에 펴내신 글이니 고전이라 칭해도 될것 같다.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지만 글이 무척 끈적 거린다. 거리에서 본 어떤 사람의 인상, 느낌 등을 설명하는데 한페이지 내지 두페이지를 사용하고 지금 보고 있는 해변의 인상을 설명하는데 세페이지 분량을 사용하고... 등등 이렇다. 술취한 아저씨가 앞에 앉아서 한말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갑자기 주제 바꿔서 또하고 또하고 또하고... 이 주제로 왜 넘어갔지? 언제 넘어갔지? 같이 술취한 나는 쫓아가기 바쁘다. 그냥 끈적한게 아니라 근쩍한 술 느낌? 읽다보면 나도 같이 취한다.

주인공은 현재 독일의 유명한 시인(토마스 만 선생은 아니다.)

50을 훌쩍 넘긴 이분이 긴 세월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시다가 "이제 나도 여행 한번 갈수 있는거 아냐?" 하는 일탈의 충동을 느끼자 마자 후다다닥 챙겨서 이탈리아의 베니스로 여행을 가셨다.

주인공 소개부터 여행충동을 느끼고 실제 베니스에 도착할때 까지가 책의 절반을 넘었다.(절대 후다닥은 아닌듯 하지만 시간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기대와 달리 날씨도 우중충 하고  호텔에 투숙중인 손님들 웅성웅성 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고... 해서 떠나려고 하다가 폴란드에서 온 가족의 막내 아들인 듯한 미소년을 발견한다. 애가 이뻣나 보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해번에서 비치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랄볼때 모두 이 소년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낸다. 애가 엄마와 누나들에게 질질끌려서 다시 호텔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 소년에게만 집중한다. 가서 머리라도 쓰다듬고 싶고, 말이라도 한번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억제해 가며 그냥 바라만 본다. 겨드랑이에 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열살 언저리 일 것이라는 추측도 하시고(자세히도 보셨다.)...

이러다가 "아 내가 쟤를 사랑하는 구나" 라는 자각이 오고 더 더욱 그 소년에게 집착하면서도 가까이 가질 못한다. 소아 성애자 였던것 같다. 어쩌냐 그렇게 태어나신걸... 이 양반 인성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하여간 자신이 그 소년을 사랑함을 깨달은 후 오는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그 폴란드 가족이 떠나기 전까지 자신도 그 호텔을 떠나지 못한다.

이 시기에 베니스에 "콜레라"가 유행하며 사람들이 죽고, 여행자들이 떠나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찾아 오는데 이 양반은 그래도 그 소년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고 계속 근처를 떠돌며  베니스에 머무르셨다.

이러다가 망하셨다. 콜레라에 감염되고 폴란드 가족이 떠나는날 오후에 해변에서 돌아 가신다.

이걸로 끝.

공부를 많이한 우리의 상식으로 볼때 콜레라에 걸리면 하루종일 설사에 구토에... 모양 빠지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의 그런 모습은 하나도 안보였다. 그냥 며칠을 불편해 하며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가셨다. 현대 소설이었다면 이런 부분도 꽤 그로테스트하게 묘사했을텐데 토마스 만 선생이 이 작가의 마지막 품위는 지켜주고 싶으셨나보다. 아니면 콜레라의 증상을 모르셨거나...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보니 온갖 심리학자(융, 프로이트 등)의 이론을 들먹이며 주인공의 행위를 통한 작가주의 비판이네.. 하시는데 소설하나 읽자고 심리학을 먼저 공부하긴 좀 억울하다.

이 독후감의 앞에서도 말했지만 글이 달콤하게 끈적거린다.(취기도 쫌 오고) 그냥 이 글 자체를 즐기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독후감을 쓸때 책의 내용은 말하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이 책은 이야기가 너무 단순해서(책도 얇다. 학생때 많이 보던 사다리문고 시리즈 정도)...

이 글은 내용을 읽는게 아니다. 글 자체를 즐겨라. 그림을 볼때 물감의 종류, 캔버스의 가격, 그림을 그릴 당시 그 도시 인구의 GDP 같은것이 중요하지 않듯이 좋은 그림을 보는 자세로 글을 즐기면 된다.

토마스 만 선생의 다른 글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2025년 9월 20일 토요일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 그래디 핸드릭스

 글쓴날 : 2025.09.21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영화를 보는 취향에 따라 슬래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장르의 영화를 즐겨 봤는데 나이들다 보니 별로 안좋아하게 되더라.

내가 본 슬래셔 영화중 생각나는 제목은 스크림, 나이트 메어, 13일의 금요일 정도...

슬래셔 영화는 최후의 여성 출연자 1명이 괴물같은 살인자를 때려잡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생존자를 "파이널 걸" 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등장하시는 여성 6명은 실제 끔찍한 학살의 현장에서 숨고, 다치고, 도망치고 등등 죽도록 고생하다가 결국 나쁜넘을 죽이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우리가 영화로 보니까 "아... 저 분은 이제 행복하게 잘먹고 잘사시겠군" 하고 끝낼 수 있지만 실제 그 상황에 있던 사람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인생의 대부분을 공포에 쩔어 살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시는 6명을 치유하기 위해 심리상담사 박사님(이 양반도 여자분이다)이 파이널걸 서포트 그룹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생존자들의 심리 상담을 16년째 해오고 계셨다.

많은 사람은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서 결혼, 마약, 외딴목장으로의 은둔등을 선택했고 이책의 1인칭 화자는 편집적으로 보안에 신경을 쓰며 생존에 필요한 일 이외의 외출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토리로 지낸다. 16년의 치료가 제일 효과없던 환자이다.

어느 정기모임에 한명의 회원이 벌써 두번째 결석하고 연락도 안되더니... 살해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외출한 사이에 집이 불타고, 창문으로 총알이 날아들고... 누군가 이 회원들을 차례차례 죽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은 주인공 리넷 타킹턴 양.

나름의 추리를 하며 도주하고, 회원들을 구하려고 용써보는데 취미로 쓴 소설같은 글을 누군가 해킹으로 빼돌려서 회원들에게 뿌리고, 이로 인해 회원간에 심각한 오해가 발생하고...

이야기가 숨쉴새도 없이 바쁘게 흘러간다. 급류와 폭포가 줄지어 서있는 개천을 갸냘픈 카누한정에 올라 앉아 흘러가는 느낌이다. 뒤집히는데로, 튀어 오르는데로, 바위에 부딪히는데로 버티면서 급류가 잔잔한 호수를 만날때까지 버텨야만 하는 느낌으로 읽는다.

대량 학살 이야기는 연쇄살인범 또는 무차별학살(슬래셔) 부류로 나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는 죽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으며 죽고, 죽은 후 그 "사람"으로 기억된다. 전쟁이나 재난 이야기에서 죽는 사람은 그저 "숫자"로만 처리되는 것에 비하면 꽤 "인간 존엄성"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연쇄살인범을 잡는 이야기는 범죄자의 성격, 희생자의 유형등을 학술적으로 분석해서 다음 살인의 시기와 피해자를 예측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고(죽은 분들한텐 죄송하지만) 슬래셔 이야기는 도망자의 관점에서 어떻게 살아 남을지에 대한 이야기와 누가 나를 노리는 거지? 하는 나름대로의 개똥분석을 즐긴다.

읽다가 도망자에게 과도하게 감정이입이 되서 나와 도망자의 관점이 비슷해지고 동일한 넘을 범죄자로 추론해 버리기 때문에 짜릿한 "반전"을 감상할 수 있다. 개떡같인 쓴 소설은 말도 안되는 반전이 일어 나지만 이 책은 개떡 아니었다.

화자의 관점에서(이 양반 페미니스트 인듯) 세상 모든 남자들은 몽땅 다 개새끼 인것처럼 묘사 하다가 결국 반전부분에서 쓸만한 것들도 있긴하네... 정도로 마무리된다. 작가가 페미니스트이신가? 해서 찾아봤다. 남자더라. 남자도 페미니스트 할수 있다. 

2025년 9월 17일 수요일

가축인 야푸 - 누마 쇼조

 글쓴날 : 2025.09.18

가축인 야푸 | 누마 쇼조 - 교보문고 

내가 지금까지 읽다가 포기한 몇 안되는 책중의 하나가 되었다.

1950년대에 일본작가가 쓴 글이라는데... 내 생각에 이 양반 변태다.

먼~~~ 미래에 지금의(1956년)의 시대로 시간관광을 온 유럽인의 기체가 불시착했고 그 근처에 있던 일본인 남자와 독일인 여자 커플이 우연히 그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불시착한 관광객(여자 1명)이 사는 시대는 백인이 인간이고 흑인은 노예이고 일본인은 가축인 시대이다. 책에서 굳이 황인종은 일본인만 언급을 하기에 나도 이렇게 쓴다. 이 작가놈이 아시아인 모두를 그렇게 도매로 팔아 버렸으면 저주받아 마땅한 인간이다.

어쨋든, 어찌 저찌 미래로 가게된 이 커플중 남자는 강제로 가축화 시술? 수술?을 당하고 여자는 내가 어떻게 여태 저 남자를 사람으로 생각했지? 하면서 그들의 세계관에 동화되어 버리는 부분까지 읽다가 점심때 먹은 짜장면을 토할것 같아서 덮어 버렸다. 글을 쓰는 지금도 못볼것을 본 것처럼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후회한다. 이 따위 책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표지에 써있듯이 "극찬"한 미시마 유키오 라는 사람도 만만찮은 변태인가 보다.

혹시... 사람 팔 다리를 잘라서 키를 조절후 의자나 발받침으로 사용한다거나, 화장실 변기대신 이 가축의 입을 이용해서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하거나, 유전자 조작으로 팔뚝만한 크기의 인간으로 만든 다음에 아이들이나 앵무새의 장난감으로 사용하는 광경등을 상상하며 즐거움을 느낄수 있다면...

다른 사람한테 읽었다는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볼것을 권한다.

"지적유희가 낳은 기서"라는 저 표지의 글에 속지 마시라.

난해해서, 이해하기 힘들어서, 너무 지겨운 전개라서... 등등 책을 읽다가 포기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토할것 같아서 덮어버리기는 처음이다. 책에 대한 평가를 주로 후하게 주려하고 내가 감히 평가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감상만을 남길 뿐이다. 그런데 이책은 감히 평가 하겠다... 그냥 쓰레기다.

예전에 너무 잔인하게 묘사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적이 있다. 제목은 뭔지 기억 안나는데 대충 칼 이나 악귀를 소재로 쓰는 만화에 잔인한 부분이 많고 또 이것을 과장한다.

그래 잔인한 것들은 그렇게 봐줄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더럽다. 

2025년 9월 16일 화요일

마지막 황제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7

마지막 황제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다.

스칼지 씨의 책 이름 작명 기준에 공감하기 어렵다.

그냥 상호의존성단1-무너지는 제국, 상호의존성단2-타오르는화염, 상호의존성단3-마지막황제

이렇게 작명만 하셨어도 처음 이 작가를 만나고 책을 읽으려고 할때 순서에 맞춰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마치 전~~~혀 다른 이야기 인것 처럼 작명을 하시니...

어쨋든,

그레이랜드 황제가 온갖 음모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며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을 엔드 행성으로 이주 시키려는 계획, 플로우 물리학자 마르스의 치열한 연구, 기타 등등

많은 사람과 사건이 빡빡하게 얽혀서 긴장감있게 전개 되는데...

책의 마지막은 좀... 아쉽게 끝나더라.

책 내용 슬쩍 흘리기는 싫지만... 굳이 이 양반이 죽었어야 하나? 하는 부분도 있고

전에 거기서 생긴 반란은 어떻게 정리 한거지? 하는 궁금함도 있고,

저딴걸 왜 굳이 살려 두지? 하는... xxx도 있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아쉬움도 있다.

너무 긴 이야기를 쓰시다 보니 좀 지친것 같다. 출판사와 약속한 기간과 책 권수가 있으니 어쩔수 없던 사정도 있으시겠지만 스칼지씨의 글이 이렇게 마무리 되는건 좀 많이 섭섭하다.

이야기의 주제 자체가 모두 죽느냐, 쫌 덜 죽느냐, 조금만 살아 남느냐 하는 우울한 배경이라 꿈같은 해피엔딩을 바라지 않았고, 숭고한 희생들(겁나 많은 사람의)을 거름삼아 많은 사람이 살아 남는 유치한 결말도 바라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게 까칠할지도 모르겠지만 작가라는 직업이 누구나 할수 있는 상상, 뻔한 결말을 만들어 내는 수준은 아니어야 할 것 같다.

이전의 책들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서 느꼈던 만족감 만큼의 흐믓함은 없었다.

이 분도 잠시 휴식이 필요 하셨겠지... 이 책이 2020년대 초에 나왔으니 몇년 푹 쉬시고 더 좋은 글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년 9월 13일 토요일

헌책 식당 - 하라다 히카

 글쓴날 : 2025.09.14

헌책 식당 | 하라다 히카 - 교보문고 

오랜만에 일본작가가 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인간계의 책을 읽었다. 여태 우주 공간에서 전투하다가 잠시 휴가나온 기분으로, 표지가 이뻐서 고른 책이다.

헌책방을 운영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 가신후

할아버지의 여동생이 가게를 물려 받아 영업을 하고, 할아버지 생전부터 자주 찾아오던 문학전공의 조카손녀가 짬짬이 고모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있다.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고, 각 에피소드마다 별거아닌 시시콜콜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주변의 식당주인, 출판사 직원, 다른 헌책방의 사장, 고모 할머니 친구, 조카 손녀의 대학교수등) 찾아오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한번은 할머니의 1인칭 관찰 시점으로, 또 한번은 조카손녀의 1인칭 관찰 시점으로...

그리고 하나의 에피소드는 그 사연에 도움이 될만한 "헌"책이 추천되고, 주변 식당, 카페의 "음식"이 나온다.

나같은 유물론자의 시각으로 볼때 전~~~혀 중요하지 않은, 큰 의미없는 이야기들.

아들한테 미안했다, 선생님한테 미안했다, 친구가 그립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등 별거아닌 잡담들이다. 그런데 나 같은 유물론자를 홀리고, 울리고, 아침에 받아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망각하게 만든다. 정신 차리고 보니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마셨다. 글 참 잘 쓰신다.

새책 서점이었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누어지는 자리를 만들기 어렵지 않았을까?

전자책은 더더욱 어림도 없을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나무한테 좀 미안 하지만 모든 책을 전자화 하는건 반대한다. 

결국 사람은 사람을 만날때 편안, 불편, 시기, 질투, 행복, 만족등 "감정"을 가질 수 있게된다. 그리고 아직 싱싱한 새책 보다는 누군가의 손이 탄, 구하기 어려워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헌책 이기에 사람간의 교감이 더 많이 일어날 것 같다.

물론 내가 책을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과 다르다. 난 유물론자니까...(짐 늘어 나는거 싫고, 무겁고...)

친구들과 수다를 털고 있는데 나를 가르치려는, 나를 이기려는, 나에게서 뭔가 얻어 내려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는 금방 피곤해진다. 반면에 서로간에 아무 이해가 없는 이야기, 예를 들어 어제 본 영화, 어제 읽은 책, 언제가 가본 몽골 사막에서 만난 꼬마, 아프리카에서 나를 도와주신 현지인 할아버지, 외국에서 일할때 만나면 즐거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들려주면 행복하게, 편안하게 시간이 흘러 간다.

그런 느낌으로 이 책을 읽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땐 살짝 눈물도 글썽 했다.

나. 비록 유물론자 이지만 이런 책 읽으면서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정도의 감정은 가진 사람이고 내가 감정을 가졌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 시켜준 이 책이 고맙다.

일본을 한번도 가본적은 없지만 이 책의 서점이 있다는 "진보초" 라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가... 접었다. 일본어 1도 모르는 사람이 가봤자 아무리 책이 좋다해도 한글자도 못읽을 거라... 그냥 먹는거만 엄청 찾아 다니다 올것 같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식탐이 별로 없다.

책 이라는 매체는 그냥 물질 이전에 "생명"을 가지고 있던 "식물"의 시체이다. 한때 살아 있던 생명에 대한 존중을 담아 이 책을 추천한다. 

2025년 9월 12일 금요일

타오르는 화염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3

타오르는 화염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무너지는 제국이 큰 아쉬움을 남기며 끝나는줄 알았는데 다음책이 있었다. 바로 이 책 타오르는 화염.

상호의존성단을 유지시켜주는 플로우가 곧 붕괴할거라는 과학자의 예측이 발표되고 제국의 각 왕조는 요때다 싶어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나름대로의 음모가 진행된다.

황제 그레이랜트2세는 흉악한 음모에 대항하기 위한 작전을 구상하면서도 플로우가 붕괴되어 고립된 경우 인류를 살아남게 하기위해 과학자들에게 연구를 지시한다.

200년전에 플로우가 붕괴되어 연락이 끊어진 달라시슬라에 간헐적 플로우가 다시 열린 틈을 이용해서 그곳으로 투입된 과학자 마르스는 아직도 살아 남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그곳에 고립된 "지구"에서 온 함선도 발견하여 플로우의 비밀에 좀더 접근할수 있었다.

이 와중에 황제를 제거하려는 일당이 파견한 군함에 마르스가 타고온 배가 파괴되고...

독후감을 쓰면서 책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최소한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주 내용이 귀족들간의 음모이기에 그들간의 대화(이간질, 작당, 밀담등)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번역하신분의 실수? 의도? 인지 또는 출판사의 실수인지 모르겠는데 A와 B가 작전을 이야기하다가 줄바꿈도 없이 갑자기 A와 C가 또다른 장소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하고 또 줄바꿈도 없이 A와 D가 이야기를 한다.

갑자기 대화 주제와 대화 내용과 대화 상대가 바뀌는... 장조 음악을 듣고 있는데 잠시 휴식도 없이 갑자기 한마디 안에서 단조로 바뀐 느낌. 읽는데 심하게 불편했다. 농락당한 억울함. 독자들이 안졸고 열심히 읽는지 확인하려 한건가? 

이 시리즈는 "노인의 전쟁"과 다른 배경에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성간 여행에 도약 대신 플로우라는 인간이 통제할수 없는 개념을 도입해서 긴장의 농도가 한층더 깊어졌다.

예전에 읽은 "엔더의 게임"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엔서블" 이라는 신박한 통신장치도 없어서 성단간에 정보교환은 무인기에 실려 플로우를 타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교환도 불가능한 상황들이 좀더 현실적인 제한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작가들 참 대단하시다.

직전의 책 "무너지는 제국"만 있었으면 이렇게 흥미진진 하지는 않았을텐데 두번째 책을 읽으니 첫번째 보다 몰입도가 강해진다. 

좋은건 이책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지막 황제"라는 진짜 마지막 책이 있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관악중앙도서관에는 없고 관악글빛도서관에 있길래 대차 신청을 해두었다. 설렌다.

2025년 9월 9일 화요일

무너지는 제국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10

무너지는 제국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데 "플로우" 라는 원인모를 현상을 발견한다. 물리학이라는게 다 그렇다. 원인은 모르지만 모델링을 통한 계산을 이용해서 예측할수 있을 뿐이다. 그 모델링 이라는게 겁나 복잡해서 일반적인 인간의 이해력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초 고난도 수학만이 장애물이다.

까짓거 이해 못하면 어떠냐. 난 베루누이 정리를 이해하지 못했어도 비행기를 잘 이용한다.

하여간, 우주에 여기저기 뻗어 있는 플로우를 이용해서 인류는 허브 라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 행성계에 무척 잘 분업화된 조직을 운영해서 "상호의존성단" 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60광년 거리쯤은 플로우를 이용하면 1년안에 도착할 수 있다.

약 1,000년전 지구와 연결되어 있던 플로우가 붕괴되어 지구는 전설로만 남았다. 그리고 200년전 한 행성에 연결된 플로우가 순식간에 붕괴되어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상황은 전혀 모르는 상태이다. 아마 먹을게 없어서 전멸했을 것이다... 라고 추정만 한다. 플로우가 왜 있는지 모르듯이 왜 붕괴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인류의 의지와 다르게 우주에 랜덤하게 분포하는 플로우는 우연히 특정 행성을 중심으로 여기 저기로 이동할수 있게 망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행성의 이름이 허브이다.

행성계의 최변방에 위치한, 발견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제야 뭔가를 해보려는 곳이 "엔드"이다(and가 아니고 end일 것이다. 영문 철자가 쓰여있지 않지만 설마 "and"는 아닐것 같다.) 아직은 가난하고 안정적이지 않아서 뒤숭숭한 곳.

플로우의 출구에 있는 대부분의 행성은 사람 살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대규모의 우주정거장 또는 지하도시 형태로 각각의 왕국이 건설 되었다. 농사를 짓는 왕국, 특정 공산품을 생산하는 왕국, 특정 자원을 채굴하는 왕국등...

엔드 행성만이 인류가 정착 가능한 암석형 행성으로 안정적으로 살수 있는 곳이지만 이미 다른 왕국들이 경제권을 꽉 쥔 상태에서 이 행성의 발전을 구조적을 방해하며 발전을 가로 막고 있었다. 몇년에 한번씩 반란이 일어나서 안정적인 지배권력이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

처음에 허브라는 곳에 자리잡은 가문이 지리적 잇점을 이용해서 인류 거주지역을 왕래하는 무역선을 대상으로 삥을 뜯으며 최강의 자리를 차지하고 황제의 지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 황제의 지위는 아주 굳건하다. 침략을 통한 교체? 불가능하다. 플로우의 출구는 우주선 1대씩만 나올수 있기에 출구에 대포 1문씩만 배치해둬도 침공은 불가능하다.

어느 플로우 물리학자가 조만간 플로우가 재배치 되어 "엔드" 행성이 플로우의 중심이 될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내용을 비밀리에 입수한 가문이 엔드 행성을 지배한 후 자기가 우주의 황제가 될 계획을 세운다.

또 다른 물리학자는 조만간 플로우가 붕괴하여 모든 왕국들이 고립될 것이며, 철저히 분업화된 각각의 왕국은 몇년내에 자연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이 결과를 입수한 황제 가문은 인류를 다만 몇명이라도 더 엔드 행성으로 이주시켜서 인류의 생존을 유지할 계획을 만든다.

두가지 다른 이론, 두가지 다른 계획이 충돌하며 어쨋든 엔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야기는 결론을 보여주지 않았다. 플로우의 재배치를 믿고 까불던 가문이 음모가 들통나서 폭망한다는 이야기 까지만 있고 실제 플로우가 어떻게 됐는지는 상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조그만 행성 "지구"와 비슷하다. 세계화 라는 이름으로 각 국가들이 나름의 특화된 산업으로 공조가 꾸준히 유지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생산과 유통이 무기가 된 세상. 어느날 갑자기 당연한줄 알았던 "부력" 이라는 물리현상이 붕괴되어 물위에 아무것도 띄울수 없게되고 "전자기력"이 사라져서 자동차와 기차가 이동할수 없게 되다면 효율 위주로 분업화된 세상은 몇년대로 무너져 버릴 것이다. 살아 남으려면 쌀가마니 지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한다.

너무 효율적인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2025년 9월 8일 월요일

레드 셔츠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9

레드셔츠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이 책도 존 스칼지식 시니컬한 유머가 가득하다.

우주 함대의 기함 인트레피드호는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처럼 선도적인 탐사업무를 주로 처리한다. 그러다 보니 위험이 확인되지 않은 행성에 들어 가기도 하고, 매복하고 있던 적과의 전투도 자주 발생한다. 당연히 사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책의 주인공 시점에서 볼때

저 대위는 어떻게 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결국 살아나고, 총상을 입어도 2주, 외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살이 거의 녹는 상태에서도 2주, 식인 벌레에게 어깨를 물어 뜯겨도 2주면 멀쩡하게 일어나서 마치 한번도 다친적 없는 사람처럼 다음 임무를 처리하러 나간다.

저 기술 장교는 뭔지도 모를 현상을 분석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 결과를 그냥 5초만 보면 해결책을 만들어서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물론 잘 된다.

함장은 그냥 배에만 있는데 항상 전투에서 이기고, 그렇게 많은 사상자를 내는데도 자리를 유지한다.

전함이 적의 공격을 받으면 항상 6번에서 12번 사이의 갑판만 피격을 당한다. 그리고 2주면 뚝딱 수리가 완료되서 작전투입이 가능해 진다.

다른 전함에 근무할때 이런 상황을 본적이 없는 잔잔바리 선원들은 이게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뭔가 억울하다. 수많은 내 동료들은 그 임무들에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는데 저 대위는 항상 살아남고, 며칠밤을 지새워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는데 그 장교는 5초만에 답을 찾는다.

이 전함은 항상 이랬나? 해서 전함의 이력을 찾아 보니 최근 몇년전부터 이런 일이 발생했다. 함장이 교체된 이후.

뭔가 공포소설인가? 외계귀신이라도 나오는 이야기인가? 하는 궁금함이 스르륵 발끝부터 스며들어 온다.

잔잔바리중 한명이 가설을 세운다. "이건 드라마야". 어디선가 함장, 대위, 기술장교가 주인공이고 자신들은 그저 등장인물들인 드라마가 이 전함에 연결되었다는 가설. 과거의 드라마를 열심히 검색해 보다가 2012년에 방영한 "인트레피드" 라는 드라마와 자신들의 상황이 거의 일치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작전과 그 과정에 발생하는 도플갱어적인 만남들이 주된 이야기이다.

레드셔츠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배우들중 존재감없이 사망하는 선원들의 상의가 붉은색이어서 나온 "하찮은 죽음"의 상징이다.(머릿말에서 봤다. 레드셔츠 라는 단어가 아예 그런 의미로 굳어 버린듯)

존스칼지씨가 계속 우려먹으시던 "개척연맹" 에서 드디어 빠져 나왔다. 물론 이 전함도 개척연맹 소속일지 모르지만... 

2025년 9월 5일 금요일

작은 친구들의 행성 - 저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6

작은 친구들의 행성 | 폴라 데이 앤 나이트 Polar Day & Night | 존 스칼지 

존 스칼지씨의 개척연맹 우주에서 발생하는 하나의 에피소드 이다.

이 양반 "개척연맹" 이라는 소재를 참 다양한 방법으로 우려내신다.

자라투스투라 라는 자원 개발 기업이 우주 곳곳의 행성을 탐사하며 쓸만한 자원을 채굴하고 있다.

또 개척연맹의 법도 많이 발전해서 "지성체"가 존재하는 행성의 자원과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아직 기술적으로 덜 발전한 지성체(인류로 따지면 원시인 수준의)가 존재 한다면 그 행성에 대한 소유권을 인류가 가질수 없다는 규정이고 그 규정들이 꽤 잘 지켜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행성에서 겁나 가치있는 자원을 발견했는데 그곳에 "지성체"로 추정되는 생물이 살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그들은 지성체가 아니라고 우기고 싶을 것이다.

자라23 행성에서 발견된 "태양석"(뭔지 모르겠는데 겁나 비싼) 광맥을 발견했는데 하필 요때 "보송이"라는 좀 똘똘해 보이는 생명체가 발견된다.

이들의 지성체 여부를 증명하려는 사람들과 그걸 인정해서는 안되는 기업간의 암투와 법정 투쟁이 이어진다.

생명체를 발견한 사람과 그들을 연구하려는 과학자를 암살 하려는 시도, 기업의 이익 보호와 보송이 보호를 위한 변호사들의 법정 다툼이 재미있다.

발견된 자원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공포스러운 존재(에일리언 또는 사람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가혹한 환경등)를 소재로한 이야기는 지금까지 꽤 많이 봤다.

반면에 이런 귀여운 존재를 등장 시켜서 사람이 그들을 보호 하려는 깜찍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신 작가분의 상상력에 한번 더 엄지척을 보낸다.

이야기를 만들고 소비하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류의 소재에 별다는 이견을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만약에 실제로 인류가 이런식으로 우주에 진출할 기술과 자본을 가질 날이 온다면 결과는 별로 아름답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그들이 우리보다 발전했고, 도덕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인류보다 우월해서 인류가 감히 건드릴 엄두를 못내기를 바란다. 우리가 들어가면... 거긴 끝난다. 지구 곳곳이 엉망이 됐듯이...

아직 읽어야할 스칼지 씨의 책이 몇권 더 남아 있다. 소비할 책이 더 남아 있는 동안 푹 빠져서 즐기겠다. 

2025년 9월 2일 화요일

모든 것의 종말 - 존 스칼지 그리고 "노인의 전쟁 세계관"

 글쓴날 : 2025.09.03

모든 것의 종말 1 대표 이미지모든 것의 종말 2 대표 이미지 

노인의 전쟁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가?

이전 편인 휴먼디비전에서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를 설명한다.

휴먼디비전에서 누구인지 모를 적의 공격으로 지구와 개척연맹, 콘글라베가 서로를 의심하고 자기가 한짓 아니라고 우기거나 설명하는 내용들 이었다.

여기에 등장한 윌슨(CDF군 출신 기술자), 아붐웨(개척연맹 외교관), 로언(지구 대표 외교관), 슈미트(아붐웨 대사의 비서), 소르발(콘클라베 지도자, 라라 행성 출신 외계인) 등이 주요 인물이고 이들이 "모든 것의 종말"에서 계속 활약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역선 챈들러호가 누군가에게 나포되고 조종사(레이프 다킨) 1명을 제외한 모두가 사살된다. 이 불쌍한 조종사는 뇌가 적출되어 챈들러호의 일부가 되고 고문 약물 때문에 자신을 납치한 조직의 명령에 복종해야만 한다.

이 와중에 귀신같은 해킹 능력으로 뇌와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해킹하여 함선의 제어권을 손에 넣고 탈출에 성공, 개척연맹으로 도주한다.

이 친구가 도주하면서 들고 나온 정보를 통해서 개척 연맹은 "이퀄리브리움" 이라는 조직을 알게 되고 이 조직의 최종 목표인 콘클라베 해체를 위해 지구와 개척연맹을 이용하려는 계획을 파악한다.

이전 편 휴먼디비전에서 누구인지 모를 나쁜 넘들이 얘들 이었다. 

이제부터 엄청난 불신이 쌓여있는 3개 조직(콘클라베, 개척연맹, 지구)의 숨막히는 외교전이 주요 내용이다. 결론은... 읽어 보셔라. 그냥 내용 조금 스포일 해보면 팽팽한 긴장과 불신속에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데 길게 가지는 못할 것 같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노인의 전쟁 시리즈 총 8권(어마어마하다)을 읽는데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 시리즈를 기획할때 이렇게 긴 장편을 생각하고 쓰신건지 모르겠는데 이야기의 구성이 몹시 치밀하다. 물론 이 긴 이야기를 몇번씩 다시 읽으며 곱씹으면 어딘가 헛점이 보일지 모르겠으나 몰입도가 강해서 한번 읽는 것 만으로 영혼이 탈탈 털리는 기분이라 다시 읽기를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몇번의 책을 그렇게 했듯이 몇 년의 시간이 지난후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노인의 전쟁 세계는 대충 아래 4개의 거대한 조직과 

  • 지구, 개척연맹의 인류 진영과
  • 콘클라베 라는 외계 지적 존재들의 연합체
  • 기타 혼자 잘먹고 잘살겠다는 외계 종족들(르레이, 오빈...)
  • 콘클라베를 제끼겠다고 생겨난 이퀄리브리엄

이들 사이를 오가며 전쟁, 외교를 하는 사람들

  • 존 페릴, 제인 세이건(노인의 전쟁 첫 3권에 등장하는 주인공 부부)
  • 샤를 부탱(뇌 과학자), 조이 부탱(샤를의 딸, 샤를 사후에 존-제인이 입양)
  • 히코리, 디코리(오빈 행성인. 조이 부탱의 경호)
  • 윌슨(CDF의 기술자), 아붐웨(개척연맹 외교관), 소르발(콘클라베 대표)

등이 적당한 밀도로 얽혀서 이야기가 만들어 진다.

스칼지 씨의 책을 몇권째 읽다보니 이 분의 글이 재미있는 이유가 "간결하면서도 정확한 묘사" 인 것 같다.

시리즈를 다 읽고나니 이제 진짜 상실감에 빠져 허우적 거릴 시간이 온것 같다.

2025년 9월 1일 월요일

휴먼 디비전-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9.02

휴먼디비전 1 | 존 스칼지 - 교보문고휴먼디비전 2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노인의 전쟁 시리즈에 이어서 출간된 책이다.

노인의 전쟁에서 우주 스케일의 행성간 전쟁, 외교 문제등이 주제였고 마지막편 "마지막 행성" 에서 존 페리씨(주인공)가 우주개척연맹의 비리를 폭로하며 지구인들에게도 외계 지적 존재를 소개한다.

이제 지구도 본격적으로 우주무대에 등장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0년간 지구는 우주개척연맹의 계획적인 스크리닝으로 우주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봉쇄되어 있었고 외계문명의 존재도 몰랐다. 그저 외계 행성의 개척과 방어를 위한 인력을 착취 당하며 지금 처럼 국가간의 분쟁이 계속되어 있다. 우물안 개구리 처럼.

존 페리씨의 영웅적 행동으로 지구는 개척연맹과 계속 친하게 지내거나(지금 처럼 인력을 착취 당하면서) 콘클라베 라는 외계 문명 동맹에 가입하거나... 선택을 해야 한다.

개척연맹은 인력을 꾸준히 공급 받기위해서  어떻게든 지구를 기존과 같은 자기네 통제하에 두고 싶었고 콘클라베는 지구를 자기네 동맹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모, 간첩질, 게릴라식 전투등이 이어진다.

누구의 소행인지 모를 개척연맹과 콘클라베의 무역선 실종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지구인을 달래기 위해 파견된 개척연맹의 외교관이 탑승한 전함이 공격을 받아 상당수의 지구 외교관과 개척연맹 외교단의 피해가 발생한다.

책의 끝까지 이런 일을 벌인 넘이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다.

작가분이 다음 책을 쓰시기 위한 작업인지 모르겠는데... "모든 것의 종말" 이라는 이야기가 이 다음의 이야기 인듯하다.. 

개척연맹의 외교관, 함장, 격렬한 전투를 처리해 주는 CDF 출신 기술요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앞의 세권(노인의전쟁,유령여단,마지막행성)을 다 읽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가 그 이후의 이야기 "휴면 디비전"을 발견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아직 "모든 것의 종말"이 남아 있어서 기쁘다.

2025년 8월 27일 수요일

신 엔진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28

신 엔진 : 알라딘 

존 스칼지씨의 글에 푹 빠졌다. 도서관에 비치된 이 양반의 책을 다 읽을때 까지는 계속 이 분 책만 읽어 제끼려고 한다.

新엔진 아니고 엔진 이다.

스칼지씨의 책에는 시니컬한 유머가 마블링 잘된 소고기의 하얀 반점처럼 글 여기저기 송송 박혀있다.

그런데 이 책 신엔진은 웃음기가 싹 빠졌다. 한마디의 유머없이 사뭇 엄숙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들이 믿는 신 "주"와의 싸움에 져서 포획된 "신"이 우주선의 엔진의 역할을 한다. 싸움에 졌어도 "신" 이기에 60광년정도는 뚝딱 이동할 수 있다.

시대적 배경은 모르겠으나(아마도 까마득한 미래 또는 역사 이전의 과거 일듯) 이들의 문명은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함선도, 무기도 사람들의 믿음이 없으면 고장 나거나 동작하지 않는다. "주" 에 대한 믿음.

최고의 권위는 주교가 쥐고 있으며(번역이 주교일뿐 현재의 카톨릭 신앙과는 관련 없어 보인다.)

어느날 테페함장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으로 가서 그들에게 "주"의 믿음을 전파하라는 임무가 주어지고 "믿음"에 충만한 함장은 정의호를 타고 정의호에 포획된 "신" 나부랭이를 채찍질해서 그 행성까지 날아간다.

행성에 도착 후 몇명의 부하와 사제를 데리고 촌장을 설득 및 협박해서 믿음을 전파하고 촌장의 아들을 첫번째 신자로 만들기 위한 의식을 행한다.

이들의 "주"가 그 아들을 통해서 이 행성에 오셨는데... 어라 이 양반이 사람들을 잡아 먹는다. 이들의 "주"는 기대했던 전지전능하고 정의로운 신이 아니라 그저 군림하고 식량을 찾는 양아치였다. 짜증나게도 겁나 힘세고 똑똑하고 싸워서 이길 방법이 없는 자식이다.

부하와 사제를 데리고 허겁지겁 자신의 함선으로 돌아온 함장은 자신이 목격한 "주"의 실체에 신앙심을 잃어간다. 함장만 봤나? 부하들도 봤고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나가고 모두가 신앙심을 잃었다. 함선의 엔진으로서 결계에 갇혀있던 하잖은 "신"은 결계가 부서지자 탈출해서 선원들을 먹어 치운다. 결계도 선원들의 신앙심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함선에 있는 함장의 연인 샬레 양은 아직 "주"의 실체를 모르기에 자신의 몸을 통해 우리 "주"를 불러 저 하잖은 신을 이겨내려고 시도한다. 나타나신 "주"는 샬레양을 맛나게 잡수시고 우리 함장님도 먹어버리려 하는데 결계가 풀리고 많은 식사로 체력을 회복하신 하잖은 신이 자신을 통해 또 다시 자신들의 더쎈 신을 소환한다.

더쎈 신이 "주"를 제압하고 자신을 소환한 하잖은 신에게 정의호의 모든 인간을 잡아먹어 버리라는 명을 내리고 뿅 사라지신다.

 이게 먼소리냐... 내가 뭘 빼먹고 읽었나? 해서 한번 더 읽었다. 책이 통째로 시니컬 코미디인가?

스칼지씨 답지 않은 글... 어떤 이야기를 하시고 싶었지?

책에 작가의 말이 한마디도 없다. 보통 머릿말이나 마치는 글에 작가의 생각을 써두는데 이 책에는 아무것도, 한마디도 없다. 우리 죄없는 옮긴이만 애써 변명을 해 두셨다. 현대 사회의 종교를 비꼬는 것인지(베베 꼬여 허리가 똑 끊어져도 그들이 할말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다만) 단순히 종교를 SF화 해서 이야기를 하신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주인 - 로버트 휴 벤슨

 글쓴날 : 2023.02.07

세상의 주인 

프란체스코 교황이 추천한 책


100년쯤 전에 쓴 책인데 세계화 라는 현대의 흐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전 세계가 3개 권역으로 통일되고

통일된 각각의 세계는 합리, 인본을 주요 가치로 삼아 변화해 가고 있었고 비합리적이고 사람보다 신을 더

가치있게 평가하는 종교가 박해를 받는다는 내용이 주제로 쓰여있다.

솔직히 나는 그렇게 종교가 박해받고 사라져가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글쓴이의 의도는 그런 세상은 슬프다고

웅변하는 모양새더라고...

교황도 세계화에 따른 획일화가 세상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경고 하기위해서 이 책을 추천 하신것 같고...

 

나도 획일화에는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그 반대의 힘이 반드시 종교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하거든.

100년전 책이라 그 당시의 문체가 그대로 느껴진다. 겁나 세밀한 상황, 주변에 대한 묘사가 읽기 어렵게도

하지만 나름의 멋이 있네. 한동안 글로 묘사된 것을 읽고 상상해 내던 감각이 많이 무뎌진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

좋은 책이다. 어느 관점을 더 선호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이가 자신의 시각대로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모비딕-허먼 멜빌

 글쓴날 : 2023.02.19

모비딕(무삭제 완역본) | 허먼 멜빌 - 교보문고 

어릴때 동화로 읽은 모비딕 이라는 책은 자신의 다리를 잃게 만든 모비딕이라는 고래를 쫒는 에이햅 선장의 모험

이야기였다.

도서관에서 최근에 출간된 완역본을 발견하고 어릴때의 기억을 더듬으며 신나는 바다 이야기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 읽은 동화버전이 아닌 정식판본의 모비딕은 해양 모험소설이 아니었다.

691페이지에 달하는 긴 내용에 들어 있는 내용은 "포경업"에 관한 다큐멘터리 소설이었다.

EBS다큐멘터리 "극한직업"을 보는 것 같았다.

당시 세계에서 포경업의 경제적 위상, 고래 한마리의 가치, 고래를 잡기위한 도구,

고래를 찾고 추격해서 사냥하는 방법, 잡은 고래를 해체하는 방법, 해제한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

추출된 고래 기름의 정유 방법, 고래의 해부학적 구조, 항해방법,

포경선에 일하는 뱃 사람들의 나름의 사연들이 빼곡히 들어 있다.

고래의 기름을 추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책장에 끈적, 미끄덩한 기름이 베어 나오는 듯 하고

포경선과 포경장비들을 이야기 하는 동안엔 날카로운 작살의 날에 손등의 솜털이 깍이는 듯하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포경선에 올라탄 선원들, 항해중에 마주하는 다른 포경선의 이야기들, 고래에 얽힌 신화,

전설등...

에이햅 선장이 모비딕을 만나 추격하고 사냥하는 부분은 책 전체의 10%도 안된다.

작가인 허먼멜빌씨가 포경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서 이토록 선명한 글을 남기실 수 있던것 같다.


책을 절반쯤 읽고나니 멜빌선생의 유머코드가 보이고 읽으며 배시시 웃게되는 장면도 여러곳 있다.


모비딕에 관한 여러곳의 간단한 감상평들인 "나만의 모비딕을 찾아 인생을 모험처럼 살라는 격려의 말"은...

구라다. 그런 말씀 하신분들 모두 동화버전의 모비딕만 읽어 보신듯 하다.


이 책을 읽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은 엄청난 양의 참조다.

생전 처음듣는 신화, 역사, 성경속 인물들이 현재 상황에 맞춰 한번씩 은유로 호출되는데... 어렵더라.

각 페이지마다 각주 또는 원주가 붙어 있지만 그런거 일일이 보게되면 독서의 흐름이 깨져서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쓰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셨을텐데 겨우 며칠 읽은 내가 평가할 자격은 안될 것이나...

워낙 오랜시간 쓰여진 책이다 보니 조금씩 어긋난 빈틈들이 보이는건 어찌할 수 없나보다.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것 같던 초반의 등장 인물이 존재감이 없어 진다거나...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도 훌륭한 영어문학작품으로 인정되는 이 책을 한번은 읽어 봐야 할것 같았다.

(영어로 쓰인 원문을 읽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나 모비딕 읽어본 사람이다. 

2025년 8월 26일 화요일

노인의 전쟁 시리즈 - 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27

3권의 엄청 두꺼운 책이 하나의 시리즈이고, 조이 이야기라는 외전이 한권 더있다. 세이건의 일기라는 책도 있는데 이건 도서관에 없어서...

1. 노인의 전쟁

2. 유령 여단

3. 마지막 행성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순서 무시하고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이 작가분의 세계관을 이해 하려면 처음부터 읽을 것을 권한다.

나도 이런 시리즈인줄 모르고 마지막 행성 부터 대출 받았다가 책 머릿말에 앞의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길래 1, 2번도 대출 받아 순서대로 읽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 "마지막 행성"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으면서 깊은 허무감에 젖었다. 당분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날 기회가 없을것 같아서... 

1. 노인의 전쟁

노인의 전쟁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지구에 사는 인류가 우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도약" 기술이 발명 되면서 꿈도 못꾸던 먼 우주를 쉽게 여행할수 있게 되면서 정착 가능한 행성을 찾아 인류를 이주 시키고, 다른 외계 지성체를 만나서 싸움도 하고, 전쟁도 하는 세상 복잡한 상태가 무르익은 우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구에서 75세를 넘긴 사람에 한해서 입대 지원을 받는 우주개척방위군.

책에서는 CDF(Colonial Defense Force) 이니... 액면으로는 식민지 방위군인데 우주개척방위군이 더 적절한 표현 같다.

존 이라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랑하는 아내 캐시가 돌아 가시고 존 페리씨는 입대를 결심 후 CDF에 지원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나이든 사람이 어떻게 군인이 되라는 건지 모르는 상태로 입대한다.

CDF는 살벌한 우주전쟁에 투입할 군인을 모집하는데 한참 일할 "젊은이"를 소모하기보다 이제 살만큼 사신 노인을 군인으로 만들어 인력자원을 보호하려는 용도였다고... 하더라.

존 페리 할아버지가 입대후 "피닉스"라는 행성(방위군 사령부가 있는)으로 도약하고 거기서 "강화된 육체"를 받게된다. 사람의 의식을 이동 시킨다는 정말 재밌는 SF적 설정. 이 기술을 만드신 부탱 박사가 다음에 이어질 책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새로운 육체를 받고 훈련을 마친 후 "코렐" 이라는 식민행성을 빼앗으려는 외계 종족 "르레이", "콘수"등의 종족과 전쟁을 한다.

거의 죽을뻔한 고비를 넘기고, 수많은 전우들이 죽는 과정이 꽤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창이 오른쪽 쇄골에 꽂혀서 왼쪽 옆구리로 튀어 나온다든지, 전우의 배가 갈라져서 내장이 흘러 내린다든지... 등등

물론 전투과정이 더 재미있고 자세하다. 이런 묘사를 위해서 실제 전투를 기록한 전사를 많이 공부하신듯 하다.

그리고 죽을뻔한 자신을 구해준 특수부대 여군의 얼굴이 자신의 아내였던 캐시를 너무나 닮은 제인 세이건에 대한 떡밥을 뿌려둔다. 두번째 이야기로 넘어 가기전에 둘이 만날 기회도 만들어 지고... 밥도 같이 먹고, 아내 캐시의 이야기도 전해주고 등등...

2. 유령 여단

유령여단 | 존 스칼지 

1편과 달리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에 잠시 나왔던 "부탱" 박사를 클로닝한 군인과 제인 세이건, 존 페리(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인류를 배신하고 오빈 이라는 외계 종족에게 기술과 인간의 작전을 팔아 넘기고 죽은 것으로 알려진 부탱 박사, 오빈의 습격으로 역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부탱 박사의 딸 조이.

부탱이 왜그랬을까? 또 부탱이 뭘 알고 있었을까? 알아야 했던 CDF는 부탱이 실험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사해둔 자신의 의식 정보를 이용해서 "디렉" 이라는 강화 육체를 만들고 그안에 부탱박사의 의식을 부어 넣어봤는데 처음에는 기대와 달리 영 신통치 않았다.

여차저차한 사연을 거치며 조금씩 부탱의 기억을 찾아가는 디렉, 알고보니 부탱이 죽은게 아니라 오빈 종족이 데려가서 보호하고 있다는 첩보, 그냥 둘수 없다며 부탱을 다시 찾아오려는 작전.

찾으러 갔더니 조이양도 아빠랑 같이 살아 있고...

이 이야기 역시 숨쉴틈 없이 긴박하게 진행된다. 치밀한 작전, 현실적인 묘사를 읽다 보면 코끝에 살짝 피비린내가 스치기도 하고...

이야기가 끝날즈음에... 콘클라베 라는 범 우주 연맹 조직이 튀어 나온다. 이 역시 다음 책을 위한 떡밥이다. 이 책에 주로 나오는 종족들인 인류, 콘수, 오빈, 르레이 외에 듣보잡들 약 400여개 종족이 연맹을 구성해서 "우리끼리 잘 나눠 먹고, 다른 넘들이 새로운 행성을 찾으면 박살내자" 라는 의지를 가지고 뭉쳤다. 

여기서 존페리 씨는 제인 세이건과 함께 전역후 보통 인간으로서의 삶을 택한다. 

3. 마지막 행성

마지막 행성 | 샘터 외국소설선 6 | 존 스칼지 | 알라딘 

다시 1인칭 존 페리씨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허클베리 행성에서 조이(부탱 박사의 딸)를 입양해 농사지으며 유유자적 살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예전 장군이 새로운 행성 개척민의 대표를 맡아 달라고 부탁한다.

존페리, 제인 세이건, 조이 그리고 조이를 거의 신으로 섬기는 오빈종족에서 파견한 조이의 보호자 히코리, 디코리 가 새로운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오빈 종족이 왜 조이양을 거의 신으로 섬기는 지는 유령여단에서 기구한 부탱 박사의 삶을 이해해야 된다.

개척연맹에 의해서 "로아노크"라는 새로운 행성의 2,500명 개척민 대표를 맏게된 존 페리 부부.

열악한 환경의 새로운 행성 로아노크, 그리고 갑자기 끊어진 개척 연맹과의 연결, 콘클라베 세력이 이 행성을 조지기 위해 위협을 가하는 상황. 이 행성에 이미 살고 있던 원시 부족의 위협(뗀석기시대 쯤의 문명 수준을 가진).

새로운 모험을 찾아 왔다가 완전 망했다.

개척연맹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이 행성을 버리는 미끼로 사용한 것이고(초기 개척민 2,500명쯤은 전쟁의 명분을 만들기 위한 작은 희생양 삼았다.),  이 사실을 알아버려 빡친 존 페리씨와 제인 세이건 부부는 이 행성의 주민들을 구하기 위해 죽을똥 살똥 용쓴다.

1, 2편의 화려한 우주 전쟁 액션 보다는 낯선 환경의 적응과 외계 종족과의 "외교"가 주된 이야기다.

여기서 수양딸 조이 양이 갑툭튀로 엄청난 일을 해낸다. 읽다보면 이 꼬마애가 어떻게 이런일을 해내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아무리 똑똑해도...

외전. 조이 이야기

조이 이야기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3편 마지막 행성에서 뭔가 허술했던 부분에 대한 공백을 메꿔주는 이야기다.

조이양이 주인공이다.

마지막 행성이 존 페리씨 관점의 이야기 이고

조이 이야기는 조이 양 관점의 이야기 이다.

동일한 시간대, 동일한 배경에서 각 인물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절대로 굳이 읽어볼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겠다. 이 책도 반드시 읽어 보아야 마지막행성의 부실한 부분이 의도된 구멍이었음을 알게된다. 책한권 더 쓰고 싶으셨나보다 했는데 이렇게 구성하지 않았으면 마지막행성의 분량이 두배는 넘었을 것이고 이야기의 전개도 속도감이 없어서 힘이 빠졌을 것 같다. 

작가가 남자이도 보니 10대 소녀였던 적이 없을 텐데도 10대 소녀관점의 생각들이 잘 묘사 된것 같다.(물론 나도 10대 소녀였던 적이 없어서 이게 맞는건지는 모르겠다.)

2025년 8월 19일 화요일

구원의 날-칼리 윌리스

 글쓴날 : 2025.08.19

구원의 날 - 예스24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인류가 거의 폭망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재건한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이전 세대의 인류가 새로운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몇대의 우주선을 보냈는데 모두 연락이 두절되고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진후 조그만 무인 연락선이 지구 근처에서 하우스오브위스덤호에 포획됐다.

그 우주선의 메시지는 이미 몇백년전에 기록된 내용이라 긴 여행동안 우주 방사선의 영향으로 데이터가 파괴되어 일부만 복구할 수 있었는데 그 복구 과정중에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망하고 어린 남자 아이 한명만 탈출선을 타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우주선안에 전염병이 돌아서 전원 사망이라는 소문만 돌고 그 전염병을 퍼트린 것으로 추정되는 나쁜 과학자가 있었다는 괴담... 

그리고 약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는 자체 방어 시스템이 있어서 상황 파악을 위한 접근조차 불가능해져서 "접근금지" 영역으로 남아 지구 궤도상에 돌고 있다.

여기까지가 배경이고....

지구에 재건된 문명은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과 그게 싫어서 도시 바깥으로 나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두개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이들을 난민이라 불렀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를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고 만들고자 했던 난민들과 그 조직 소속의 "전염병을 퍼트린 나쁜 과학자의 딸", 제도권에 살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둘이 주인공이다.

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생존자 아들의 1인칭 시점이 교차로 전개된다.

정신줄 놓으면 내가 보는 "나"가 얘인지 쟤인지 헷갈릴때가 있더라.

여객선을 납치한 조직(딸이 속한)과 여객선에서 납치된 인질들(아들이 속한)이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활극이 끝나고 결국 제도권의 의원들이나 난민들의 지도자나 모두 똑같이 나쁜 개새끼더라는...

그다지 해피 엔딩도 아니고 허무한 새드 엔딩도 아니다. 쫌 쑥쓰럽게 "진실, 인류애"등을 들먹거리며 이야기가 끝을 맺는데 많이 아쉽지도 않고, 여운도 별로 남지 않는다.

머리통이 날아가고, 뭔가에 맞아서 몸이 관통되며 피와 살점과 뼛조각이 무중력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광경과 10년넘게 표류해서 그 안에 있던 탑승객들의 말라 비틀어져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상상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다.

내가 싫어하는 고리타분한 남녀 관계, 등장인물간의 쓸데없는 갈등 같은게 없어서 좋았다.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으스스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읽을만 하다.(나는 에일리언 팬이다. 요즘도 가끔 1편부터 프리퀄까지 정주행 하며 감상한다.)

2025년 8월 18일 월요일

스타터 빌런-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19

스타터 빌런(Starter Villain)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식전에 사탕 한알만 먹어도 식욕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한밤중에 배고파서 와작와작 씹어먹는 당근빼고.

식전에 먹어도 식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반대로 식욕을 돋궈주는 그런 음식들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먹는 동안 즐겁고, 먹고 나서 포만감따위 느껴지지 않고, 이제 쫌 묵직한 책 읽어볼까? 하는 의욕도 생긴다.

찌질하게 살고 있는 이혼남(애는 없고, 전 처는 멋진 남자 만나서 겁나 잘 먹고 살고 있다), 신문 기자일 하다가 이래저래 그만두고 초등학교 임시교사 아르바이트 하면서 겨우겨우 연명하며 산다.

유산이라고 받은 집도 배다른 형제들과 공동명의 이고, 그나마 아버지가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신탁에 걸어둬서 쫓겨나지 않고 살고 있다.

어느날 5살 이후로 얼굴도 못본 외삼촌이 돌아 가시고, 그 양반 변호사라는 사람이 찾아 왔는데...

이쯤되면 짐작될거다. 겁나 부자, 혼자사는, 내가 유일한 혈육인... 그런 삼촌의 상속 관리자가 나를 찾아왔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거의 올리버트위스트다. 신파극인가?

신파는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이 불쌍한 조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삼촌은 범죄조직에 연루된 엄청 구린듯 멋진 사람 이었고, 삼촌이 가지고 있던 재산, 첨단 기술 회사등을 호로록 먹겠다고 덤비는 또 다른 거대 조직의 도전...

변태 돌고래, 천재 고양이, 더 변태인 대왕고래 등등 판타지 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고리타분한 남여상열지사도 없고, 식상한 배신자도 없고, 갑자기 숨겨진 능력이 드러나는 천재적인 주인공도 없다. 그냥 한가지 이야기에 충실하며 끝까지 흘러간다. "단순하다". 

SF는 아니고 영화 킹스맨 정도? 심각하게 읽을 내용은 1도 없다. 그리고 읽으면서 지루할 상황도 1도 없다. 거기다 해피엔딩이다.

책읽으면서 흐믓하면 됐지 뭘 더 바라나. 딱 내스타일 이다.

이글 쓰신 존 스칼지씨의 글이 너무 맛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맛있게 매운 낚지볶음 한사발 비벼먹고 한잔 가득 따라 마시는 시원한 냉수의 맛.

도서관에 이분이 쓰신 책이 몇권 더 있길래 낼름 대출 받았다.

M
T
G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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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5일 금요일

체인 갱 올스타전-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글쓴날 : 2025.08.16

체인 갱 올스타전 |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 교보문고 

저자의 성함이 "나나 크와네 아제 - 브레냐" 이기에 두명의 공저인가? 했다. 한명이더라. 필명인지 본명인지 모르겠으나 이름에 대쉬 표시 들어가는게 불법은 아니니...

장기수 또는 사형수중에 지원자를 모아서 3년을 버티면 사면, 면책, 석방 시키는 조건으로 데스매치를 벌이는 깜찍한 미래의 이야기다.

그저 그런 액션 소설... 오랜만에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며 즐겼다.

크게 4개의 팀이 나온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는 팀, 나중에 이들과 적수가 되는 두개의 팀, 이런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팀(이들은 죄수가 아니라 그냥 인도주의적 민간인이다.)

거기에 이 매치를 이용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듯한 양아치 회사와 정부. 

죄수로 구성된 3개의 팀에 마지막 매치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각 팀 알파들의 과거사(?)로 구성된 이야기다.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팀에서 모의하는 뭔가 큰 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들은 그냥 그러다가 끝나더라.

실망 했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거만한거 아닐까? 해서 책의 말미에 작가가 써두신 "감사의 말"을 꼼꼼히 읽어보니 한국 사람은 들어서만 알뿐 실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이라는 나라의 어두운 면"에 대한 고자질인듯 하다. 흑인은 범죄자라는 편견. 흑인 범죄자 따위 그러다가 죽든지 말든지 크게 개의치 않는 사회 분위기를 고발했다. "그러지 말자, 다르게 해보자" 같은 하나마나한 소리는 없다. 그래서 더 품위있고 당당해 보인다.

그래도 시위를 주도하던 사람들... 너무 허무했다.(죽은 사람은 없다.) 그냥 큰소리 몇번 지르고 말았다. 그들중의 일부 과거도 상당히 긴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 했는데 정작 이룬게 없다.

그리고 읽기 어려운 문장이 꽤 자주 나왔다. 말랑말랑한 주제라 쉽게 읽힐줄 알았는데 난해한 문장 만나면... 주어가 너~~~~무 길어서 한국어로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가 주어구나" 라고 분석해 가며 읽어야 했다. 예전엔 이런 글도 잘 읽었던것 같은데 나이 들다보니... 슬프다.

등장 인물들의 개인적인 감정 표현, 서로간의 관계 설명, 전투 행동등에 대한 묘사가 "윌리를 찾아라" 한페이지를 보는것 만큼이나 자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별거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 하면서도 주인공이 벌일 마지막 매치를 기대하면서 읽는데 숨이 찰 정도다. 헬스장 러닝 머신에서 뛰는 기분으로 읽게된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읽어 보기 바란다.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단식 존엄사-비류잉

 글쓴날 : 2025.08.13

단식 존엄사 - 예스24 

타이완의 재활의학과 의사가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인생의 마지막 수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격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아직 환자가 되어 본적은 없고 가족으로서 지켜본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직도 선득선득 꿈을 꾸곤 한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아득해 지는 우울함에 빠진다.

죽음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게 사실이다. 자식으로서 차마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는것은 누구라도 공감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신분의 어머니는 "소뇌실조증" 이라는 유전병 발현후 재활로 몇년 더 건강하게 사시다가 병세가 악화되자 스스로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시고 자식들은 그 과정에 동의를 했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마지막 몇달을 더 애뜻하게 보낼수 있었다.

내가 부모님을 떠나보낸 방법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읽으며 계속 생각나는 나의 그 마지막 몇달 때문에 도서관에 앉아있기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

이 책을 예전에 읽었다해도 내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 드릴때의 경험을 어머니도 하셨기에 연명치료를 거부하신다는 의사를 밝혀 두셔서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어려운 선택. 나도 결국 언젠가 맞이할 "판정"을 들은 후 이런 선택을 할수 있을까? 지금도 평소에 항상 죽음을 대비하며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연명치료 같은건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어쨋든 지금 하루 하루를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시간을 쓰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고는 있다.

우리 세대는 이미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정작 "죽음"을 준비 하시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다. 이번생은 망했으니 최소한 우리 자식 세대는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죽음"을 같이 공유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자식도 차마 우리한테 "죽음" 이라는 주제를 입밖에 내기 어렵다. 내가 이야기 해줘야된다.

한 세상 살면서 떠나 보내는, 또는 내가 떠나는 경험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도 많지 않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도 어렵다. 내가 갈때야 후회고 뭐고 없겠지만 떠나 보내는 입장에서는 어떤게 맞는 건지 선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존엄사" 라는 제도가 만들어 질지 모르겠으나 만들어 진다고 한들 "내가 떠날땐" 자신있게 그걸 선택하리라 생각 하지만 "나를 떠나 보낼때" 자식들이 그러시라고 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분들은 꼭... 늦기전에 자식들과 합의해 두기 바란다. 그들이 우리를 후회없이, 고통없이 보내 줄 수 있도록...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나를 닮은 동물사전-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글쓴날 : 2025.08.12

나를 닮은 동물 사전 - 예스24 

예전에도 자주 접할수 있었던 "잡학사전" 같은 분위기의 책이다.

다만, 잡학은 아니고 동물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원제는 "THE MODERN BESTIARY" 이다. "현대우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왜 "나를 닯은"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지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공감이 되질 않는다.

나같은면 "너를 닮은" 또는 "그 새끼를 닮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겠다. 

제목이야 어찌되었건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기괴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이것 저것 쓰셨다.

어릴때 어린이 잡지등을 통해서 소개되던 재미있는 동물의 소개 같은 건전한 내용은 아니다.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읽지 못하게 말려야 한다. 애들 이책 보면 울거나 토할 수도 있다. 부디 어른들만 읽어보기 바란다.

암기력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온 모든 동물들의 특징을 다 외워 버리고 싶다.

살면서 그런 넘들을 심심찮게 마주하는 경우가 있고, 그럴때 아주 재미있게 써먹을수 있을 것 같다.

기왕 써먹을거... 동물 이름이라도 재대로 인용해야지 "그딴짓 하는 동물이 있대" 수준의 인용은 부족하다.

식량이 부족하면 자신을 기꺼이 새끼들의 먹이로 내주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새끼를 잡아 먹는 엄마도 있고

기껏 만나서 힘들게 자식의 생산을 위한 일을 마치고, 남자 친구의 거시기를 홀랑 뜯어 먹어 버리는 무서운 여친들도 있다.

작가님의 의도는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동물 소개가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뿐이고 항상 강조하는 내용은 "그런데 이미 90%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다~~~~ 인간 때문이다." 는 안타까움이다. 어떤 종은 그 종의 보호를 위해 생태를 연구할 만큼의 개체도 남아있지 않다. 이 넓은 지구에서 250마리 남은 조약돌 만한 새를 어떻게 찾아서 연구를 하나...

저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토록 게걸스레 세상을 소모해 버리는 인간들이 더 이상한 것들 일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지구에 욕심꾸러기 인간들이 너무 많다.

어찌 보면 참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름의 유머 감각을 발휘 하셔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신다. 

2025년 8월 9일 토요일

너희 모든 좀비는-로버트 A. 하인라인

 글쓴날 : 2025.08.10

너희 모든 좀비는 | 로버트 A. 하인라인 - 교보문고 

이 분이 쓰신 단편 소설들을 모아둔 모음집 10번째 책이다.

도서관에 이전의 9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굳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재미를 주었다. (도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여긴 없더라.) 

20세기 초(1907)에 태어나셔서 1988년에 돌아가셨다.

이 분이 생존해 계시던 시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각각의 소재들이 "상큼" 했다. 굳이 그 시대를 고려해 관용을 베푸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짜릿한 모험도 아니고, 숨죽이게 만드는 스릴러도 아니고, 서늘한 공포도 아니다. 큰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질리지 않고 맛나게 계속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뻥튀기 같은 느낌. 소설 이라는게 "일반적", "일상적"인 이야기를 써두진 않는다. 그런 일상적 이야기를 찾아 읽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분의 글은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를(시간여행, 외계탐사, 초능력자 등) "일상적"인 말투로 풀어 놓으신다. 홀린듯이 읽게된다.

작가분이 일관성을 가진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한편씩 쓰신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발표 되었던 이야기들 모아둔 책이다 보니 각 편의 주제가 당연히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전 편의 여운이 남아서 지금 읽는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필요 하더라.

다행히 단편중에 긴(10페이지 내외) 글을 읽을때는 절반이 가기전에 이전 편의 여운이 가시고 지금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짧은(2,3페이지) 글은 이전 편이 남긴 물결에 휩쓸려서 자유낙하 중인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이 잘못된게 아니고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것이겠지. 

한편을 읽고 하루쯤 쉰후 다음편을 읽어야 그런 간섭 없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하고 보니 좀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