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9일 화요일

구원의 날-칼리 윌리스

 글쓴날 : 2025.08.19

구원의 날 - 예스24 

지금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인류가 거의 폭망하고 살아 남은 사람들이 재건한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이전 세대의 인류가 새로운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서 몇대의 우주선을 보냈는데 모두 연락이 두절되고 새로운 문명이 만들어진후 조그만 무인 연락선이 지구 근처에서 하우스오바위스덤호에 포획됐다.

그 우주선의 메시지는 이미 몇백년전에 기록된 내용이라 긴 여행동안 우주 방사선의 영향으로 데이터가 파괴되어 일부만 복구할 수 있었는데 그 복구 과정중에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한 사람들 대부분이 사망하고 어린 남자 아이 한명만 탈출선을 타고 살아 남을 수 있었다.

우주선안에 전염병이 돌아서 전원 사망이라는 소문만 돌고 그 전염병을 퍼트린 것으로 추정되는 나쁜 과학자가 있었다는 괴담... 

그리고 약 10년의 시간이 지났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는 자체 방어 시스템이 있어서 상황 파악을 위한 접근조차 불가능해져서 "접근금지" 영역으로 남아 지구 궤도상에 돌고 있다.

여기까지가 배경이고....

지구에 재건된 문명은 제도권에 있는 사람들과 그게 싫어서 도시 바깥으로 나가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두개 계급으로 나뉘어 있고 이들을 난민이라 불렀다.

하우스오브위스덤호를 자신들의 새로운 보금자리고 만들고자 했던 난민들과 그 조직 소속의 "전염병을 퍼트린 나쁜 과학자의 딸", 제도권에 살고 있는 "유일한 생존자인 아들". 둘이 주인공이다.

딸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와

생존자 아들의 1인칭 시점이 교차로 전개된다.

정신줄 놓으면 내가 보는 "나"가 얘인지 쟤인지 헷갈릴때가 있더라.

여객선을 납치한 조직(딸이 속한)과 여객선에서 납치된 인질들(아들이 속한)이 하우스오브위스덤에 탑승해서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활극이 끝나고 결국 제도권의 의원들이나 난민들의 지도자나 모두 똑같이 나쁜 개새끼더라는...

그다지 해피 엔딩도 아니고 허무한 새드 엔딩도 아니다. 쫌 쑥쓰럽게 "진실, 인류애"등을 들먹거리며 이야기가 끝을 맺는데 많이 아쉽지도 않고, 여운도 별로 남지 않는다.

머리통이 날아가고, 뭔가에 맞아서 몸이 관통되며 피와 살점과 뼛조각이 무중력 공간을 둥둥 떠다니는 광경과 10년넘게 표류해서 그 안에 있던 탑승객들의 말라 비틀어져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상상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다.

내가 싫어하는 고리타분한 남녀 관계, 등장인물간의 쓸데없는 갈등 같은게 없어서 좋았다. 

에일리언이나 프레데터 같은 으스스한 액션을 좋아한다면 읽을만 하다.(나는 에일리언 팬이다. 요즘도 가끔 1편부터 프리퀄까지 정주행 하며 감상한다.)

2025년 8월 18일 월요일

스타터 빌런-존 스칼지

 글쓴날 : 2025.08.19

스타터 빌런(Starter Villain) | 존 스칼지 - 교보문고 

식전에 사탕 한알만 먹어도 식욕이 좀 떨어진다. 그래서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나는 간식을 거의 먹지 않는다. 한밤중에 배고파서 와작와작 씹어먹는 당근빼고.

식전에 먹어도 식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반대로 식욕을 돋궈주는 그런 음식들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먹는 동안 즐겁고, 먹고 나서 포만감따위 느껴지지 않고, 이제 쫌 묵직한 책 읽어볼까? 하는 의욕도 생긴다.

찌질하게 살고 있는 이혼남(애는 없고, 전 처는 멋진 남자 만나서 겁나 잘 먹고 살고 있다), 신문 기자일 하다가 이래저래 그만두고 초등학교 임시교사 아르바이트 하면서 겨우겨우 연명하며 산다.

유산이라고 받은 집도 배다른 형제들과 공동명의 이고, 그나마 아버지가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신탁에 걸어둬서 쫓겨나지 않고 살고 있다.

어느날 5살 이후로 얼굴도 못본 외삼촌이 돌아 가시고, 그 양반 변호사라는 사람이 찾아 왔는데...

이쯤되면 짐작될거다. 겁나 부자, 혼자사는, 내가 유일한 혈육인... 그런 삼촌의 상속 관리자가 나를 찾아왔다. 이 정도면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거의 올리버트위스트다. 신파극인가?

신파는 여기까지고, 이제부터 이 불쌍한 조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삼촌은 범죄조직에 연루된 엄청 구린듯 멋진 사람 이었고, 삼촌이 가지고 있던 재산, 첨단 기술 회사등을 호로록 먹겠다고 덤비는 또 다른 거대 조직의 도전...

변태 돌고래, 천재 고양이, 더 변태인 대왕고래 등등 판타지 적인 소재도 등장한다.

고리타분한 남여상열지사도 없고, 식상한 배신자도 없고, 갑자기 숨겨진 능력이 드러나는 천재적인 주인공도 없다. 그냥 한가지 이야기에 충실하며 끝까지 흘러간다. "단순하다". 

SF는 아니고 영화 킹스맨 정도? 심각하게 읽을 내용은 1도 없다. 그리고 읽으면서 지루할 상황도 1도 없다. 거기다 해피엔딩이다.

책읽으면서 흐믓하면 됐지 뭘 더 바라나. 딱 내스타일 이다.

이글 쓰신 존 스칼지씨의 글이 너무 맛있다. 그리고 깔끔하다. 맛있게 매운 낚지볶음 한사발 비벼먹고 한잔 가득 따라 마시는 시원한 냉수의 맛.

도서관에 이분이 쓰신 책이 몇권 더 있길래 낼름 대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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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15일 금요일

체인 갱 올스타전-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글쓴날 : 2025.08.16

체인 갱 올스타전 |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 교보문고 

저자의 성함이 "나나 크와네 아제 - 브레냐" 이기에 두명의 공저인가? 했다. 한명이더라. 필명인지 본명인지 모르겠으나 이름에 대쉬 표시 들어가는게 불법은 아니니...

장기수 또는 사형수중에 지원자를 모아서 3년을 버티면 사면, 면책, 석방 시키는 조건으로 데스매치를 벌이는 깜찍한 미래의 이야기다.

그저 그런 액션 소설... 오랜만에 말랑말랑한 책을 읽으며 즐겼다.

크게 4개의 팀이 나온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있는 팀, 나중에 이들과 적수가 되는 두개의 팀, 이런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시위를 하는 팀(이들은 죄수가 아니라 그냥 인도주의적 민간인이다.)

거기에 이 매치를 이용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듯한 양아치 회사와 정부. 

죄수로 구성된 3개의 팀에 마지막 매치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각 팀 알파들의 과거사(?)로 구성된 이야기다. 데스매치를 반대하는 팀에서 모의하는 뭔가 큰 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들은 그냥 그러다가 끝나더라.

실망 했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거만한거 아닐까? 해서 책의 말미에 작가가 써두신 "감사의 말"을 꼼꼼히 읽어보니 한국 사람은 들어서만 알뿐 실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 이라는 나라의 어두운 면"에 대한 고자질인듯 하다. 흑인은 범죄자라는 편견. 흑인 범죄자 따위 그러다가 죽든지 말든지 크게 개의치 않는 사회 분위기를 고발했다. "그러지 말자, 다르게 해보자" 같은 하나마나한 소리는 없다. 그래서 더 품위있고 당당해 보인다.

그래도 시위를 주도하던 사람들... 너무 허무했다.(죽은 사람은 없다.) 그냥 큰소리 몇번 지르고 말았다. 그들중의 일부 과거도 상당히 긴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 했는데 정작 이룬게 없다.

그리고 읽기 어려운 문장이 꽤 자주 나왔다. 말랑말랑한 주제라 쉽게 읽힐줄 알았는데 난해한 문장 만나면... 주어가 너~~~~무 길어서 한국어로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가 주어구나" 라고 분석해 가며 읽어야 했다. 예전엔 이런 글도 잘 읽었던것 같은데 나이 들다보니... 슬프다.

등장 인물들의 개인적인 감정 표현, 서로간의 관계 설명, 전투 행동등에 대한 묘사가 "윌리를 찾아라" 한페이지를 보는것 만큼이나 자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별거 아닌 이야기라고 생각 하면서도 주인공이 벌일 마지막 매치를 기대하면서 읽는데 숨이 찰 정도다. 헬스장 러닝 머신에서 뛰는 기분으로 읽게된다.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읽어 보기 바란다. 

2025년 8월 12일 화요일

단식 존엄사-비류잉

 글쓴날 : 2025.08.13

단식 존엄사 - 예스24 

타이완의 재활의학과 의사가 어머니를 떠나 보내는 과정을 이야기한 책이다.

의학의 발달로 사람의 수명이 연장되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인생의 마지막 수년을 침대에 누워 보내야 하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은 격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나도 아직 환자가 되어 본적은 없고 가족으로서 지켜본 과정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아직도 선득선득 꿈을 꾸곤 한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아득해 지는 우울함에 빠진다.

죽음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선뜻 내키지 않는게 사실이다. 자식으로서 차마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 어렵다는것은 누구라도 공감해 주리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신분의 어머니는 "소뇌실조증" 이라는 유전병 발현후 재활로 몇년 더 건강하게 사시다가 병세가 악화되자 스스로 "단식 존엄사"를 선택하시고 자식들은 그 과정에 동의를 했고,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마지막 몇달을 더 애뜻하게 보낼수 있었다.

내가 부모님을 떠나보낸 방법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를 읽으며 계속 생각나는 나의 그 마지막 몇달 때문에 도서관에 앉아있기 민망할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라.

이 책을 예전에 읽었다해도 내가 나서서 이런 이야기를 할 용기는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떠나 보내 드릴때의 경험을 어머니도 하셨기에 연명치료를 거부하신다는 의사를 밝혀 두셔서 고통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아들의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어려운 선택. 나도 결국 언젠가 맞이할 "판정"을 들은 후 이런 선택을 할수 있을까? 지금도 평소에 항상 죽음을 대비하며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연명치료 같은건 받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어찌될지 모르겠다. 어쨋든 지금 하루 하루를 오롯이 나를 위해 나의 시간을 쓰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고는 있다.

우리 세대는 이미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각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정작 "죽음"을 준비 하시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다. 이번생은 망했으니 최소한 우리 자식 세대는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죽음"을 같이 공유해 두는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자식도 차마 우리한테 "죽음" 이라는 주제를 입밖에 내기 어렵다. 내가 이야기 해줘야된다.

한 세상 살면서 떠나 보내는, 또는 내가 떠나는 경험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실수를 통해 배울 기회도 많지 않고, 어떤 선택을 하든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도 어렵다. 내가 갈때야 후회고 뭐고 없겠지만 떠나 보내는 입장에서는 어떤게 맞는 건지 선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존엄사" 라는 제도가 만들어 질지 모르겠으나 만들어 진다고 한들 "내가 떠날땐" 자신있게 그걸 선택하리라 생각 하지만 "나를 떠나 보낼때" 자식들이 그러시라고 할 수 있을까?

결혼해서 자식이 있는 분들은 꼭... 늦기전에 자식들과 합의해 두기 바란다. 그들이 우리를 후회없이, 고통없이 보내 줄 수 있도록...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나를 닮은 동물사전-요안나 바그니에프스카

 글쓴날 : 2025.08.12

나를 닮은 동물 사전 - 예스24 

예전에도 자주 접할수 있었던 "잡학사전" 같은 분위기의 책이다.

다만, 잡학은 아니고 동물들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 처럼 원제는 "THE MODERN BESTIARY" 이다. "현대우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왜 "나를 닯은" 이라는 표현을 쓰셨는지는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공감이 되질 않는다.

나같은면 "너를 닮은" 또는 "그 새끼를 닮은" 같은 표현을 사용하겠다. 

제목이야 어찌되었건 "인간"의 관점에서 볼때 "기괴한" 동물의 행동에 대해 이것 저것 쓰셨다.

어릴때 어린이 잡지등을 통해서 소개되던 재미있는 동물의 소개 같은 건전한 내용은 아니다. 재미있게, 부담없이 읽을 수는 있지만 "아이"들은 읽지 못하게 말려야 한다. 애들 이책 보면 울거나 토할 수도 있다. 부디 어른들만 읽어보기 바란다.

암기력이 된다면 이 책에 나온 모든 동물들의 특징을 다 외워 버리고 싶다.

살면서 그런 넘들을 심심찮게 마주하는 경우가 있고, 그럴때 아주 재미있게 써먹을수 있을 것 같다.

기왕 써먹을거... 동물 이름이라도 재대로 인용해야지 "그딴짓 하는 동물이 있대" 수준의 인용은 부족하다.

식량이 부족하면 자신을 기꺼이 새끼들의 먹이로 내주는 엄마가 있는가 하면, 새끼를 잡아 먹는 엄마도 있고

기껏 만나서 힘들게 자식의 생산을 위한 일을 마치고, 남자 친구의 거시기를 홀랑 뜯어 먹어 버리는 무서운 여친들도 있다.

작가님의 의도는 신기하거나 재미있는 동물 소개가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뿐이고 항상 강조하는 내용은 "그런데 이미 90%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 다~~~~ 인간 때문이다." 는 안타까움이다. 어떤 종은 그 종의 보호를 위해 생태를 연구할 만큼의 개체도 남아있지 않다. 이 넓은 지구에서 250마리 남은 조약돌 만한 새를 어떻게 찾아서 연구를 하나...

저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이토록 게걸스레 세상을 소모해 버리는 인간들이 더 이상한 것들 일 것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지구에 욕심꾸러기 인간들이 너무 많다.

어찌 보면 참 비극적인 이야기를 나름의 유머 감각을 발휘 하셔서 씁쓸한 웃음을 짓게 만드신다. 

2025년 8월 9일 토요일

너희 모든 좀비는-로버트 A. 하인라인

 글쓴날 : 2025.08.10

너희 모든 좀비는 | 로버트 A. 하인라인 - 교보문고 

이 분이 쓰신 단편 소설들을 모아둔 모음집 10번째 책이다.

도서관에 이전의 9권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굳이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재미를 주었다. (도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여긴 없더라.) 

20세기 초(1907)에 태어나셔서 1988년에 돌아가셨다.

이 분이 생존해 계시던 시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도 각각의 소재들이 "상큼" 했다. 굳이 그 시대를 고려해 관용을 베푸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다.

짜릿한 모험도 아니고, 숨죽이게 만드는 스릴러도 아니고, 서늘한 공포도 아니다. 큰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질리지 않고 맛나게 계속 먹을 수 있는 담백한 뻥튀기 같은 느낌. 소설 이라는게 "일반적", "일상적"인 이야기를 써두진 않는다. 그런 일상적 이야기를 찾아 읽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이 분의 글은 그런 일상적이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를(시간여행, 외계탐사, 초능력자 등) "일상적"인 말투로 풀어 놓으신다. 홀린듯이 읽게된다.

작가분이 일관성을 가진 큰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한편씩 쓰신게 아니라 여러 해에 걸쳐 발표 되었던 이야기들 모아둔 책이다 보니 각 편의 주제가 당연히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전 편의 여운이 남아서 지금 읽는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필요 하더라.

다행히 단편중에 긴(10페이지 내외) 글을 읽을때는 절반이 가기전에 이전 편의 여운이 가시고 지금 이야기에 집중하는 방법을 찾게 되는데 짧은(2,3페이지) 글은 이전 편이 남긴 물결에 휩쓸려서 자유낙하 중인 롤러코스터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책이 잘못된게 아니고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것이겠지. 

한편을 읽고 하루쯤 쉰후 다음편을 읽어야 그런 간섭 없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일독을 하고 보니 좀 오랜 시간을 두고 읽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2025년 8월 4일 월요일

루시의 발자국-저:후안 호세 미야스, 후안 호세 아르수아가

 글쓴날 : 2025.08.05

도서관에 있던 사피엔스의 죽음, 사피엔스의 의식을 읽고 나니 이분들의 연작중 첫번째인 "루시의 발자국"이 궁금해 졌다.
혹시나 해서 도서관 홈페이지의 "도서신청" 메뉴에 신청을 했는데 한달도 안돼서 책이 들어왔다. 대한민국 훌륭한 나라다.
책을 읽고 보니 아... 이 시리즈는 이 책부터 읽었어야 하는구나... 라는 아쉬움이 생기더라.  그래도 어쩌냐 이미 2, 3번
을 읽어 버렸는데...(그것도 3번부터 거꾸로...) 아직 안 읽어본 사람들은 루시의 발자국부터 읽어 보길 권한다.
지식의 습득 순서는 중요하지 않고 두분의 관계 변화 과정을 즐기게 된다.(동성애 같은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라.)

미야스 할아버지가 아르수아가 교수를 잠시 만난 후 반해서 그와 함께 책을 써보기로 결심한 대목부터 시작된다. 처음엔 아
르수아가 교수가 더 까칠했고, 미야스 할아버지도 만만찮게 개구지셨다. 첫번째 책을 쓰신 이후부터 조금씩 서로 맞춰가신
듯 한다.

책의 전체적은 내용은 진화에 관한 것이다. 진화는 "인위적" 선택이나 창조가 아니라 "많은 우연의"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모여 살다보니 강이 만들어 진게 아니고 거기에 강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모여든 것이다. 강이 없는 곳에 살던 사
람들은 모두 떠나거나 멸종했고 우연히 강 옆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살아 남듯이.

도킨스씨 처럼 "이 멍청한 것들아 진화가 맞단 말이다." 라고 꾸짖는게 아니고 아이들을 달래듯이 "네가 사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조상의 뇌가 우연히 커지다 보니 큰 뇌를 위해서 열량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커진 뇌 때문에 사회성
이 발달했고 그래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져서 네가 태어날수 있었다." 라고 조근조근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을 들은 아이는
존재의 하찮음에 눈물을 글썽이면서 울게 되지 않을까? 잔인하지만 어쩔수 없다. 그 녀석도 나이들면 나처림 되겠지.

전체적으로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 인데(특히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들 정말 공부 많이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지식
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준다. 창조론다들 다 덤벼라 내가 상대해 주겠다. 는 근자감도 생기고...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은 까칠한 아루스아가 교수의 말을 미야스 할아버지의 유머와 감성을 섞어서 재미있게 쓰셨다는 것이다.


또 읽다보면 갑자기 잡생각이 끼어들어서 유체이탈 현상이 나타나며 기계적으로 몇페이지를 읽어버리는 일이 가끔 발생하는
데(이런 경우 뭘 읽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글의 흡인력이 좋아서 바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래서 내가 더 유식해 지는 것 같은 뿌듯함. 가끔 라마르키즘으로 진화를 설명하는 분들이 계신데(나도 가끔 그랬는데)
진화는 의지에 의해 발생하는게 아니고 우연의 결과라는 차분한 설명. (라마르키즘이란 기린이 높은 나무의 잎을 먹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목이 길어졌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진화론이다. 예전에 우리 담임 선생님도 나한테 이렇게 설명해 주신 기억
이난다. 무책임한 양반...) 이 책 읽으면 이런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미야스 할아버지의 감성적인 표현들이 가슴에 푹 박힌다. 기분이 안좋거나 우울할때는 "마치 수의 처럼 지면을 감싼
안개속을 걷는 듯한", "타이탄의 식도로 넘어가는 음식 덩어리 처럼 동굴을 지나가는 우리" 같은 표현을 하시고, 기분이 좋
을때는 "상쾌한 아침 바람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아편가루를 끌어와 삶의 고통을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것 같았다." 같은 말씀
을 하신다. 이런 표현들 읽으면 내가 책 속으로 녹아 들어가는듯 하다. 이런 표현을 하나씩 찾아내는 것도 책 읽는 재미중
의 하나다. 나중에 써먹어야지 하면서 메모도 해두고...

가장 눈이 반짝 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사회성을 가진 뇌로 인류가 진화를 했기 때문에 사람의 세상이 지금과 같은 국가, 종
교, 시장등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아... 지금 세상의 주요 종교들이 이런 형태를 가진 이유도 진화론
으로 설명이 가능하구나... 하는 깨달음?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면 읽어 보길 바란다.

세권의 책
1. 루시의 발자국
2. 사피엔스의 죽음
3. 사피엔스의 의식
강력 추천한다.
이번해는 이 책 세권이면 양심의 가책 없이 "나 쫌 읽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2025년 7월 30일 수요일

술술 읽히는 군주론-저:니콜로 마키아벨리

 글쓴날 : 2025.07.31

15년쯤 전인가? 군주론을 읽은적이 있다. 워낙 오래전이라 책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나고
고전적인 문체를 힘겹게 읽었던 것과
이 양반 완전 양아치네... 했던 어렴풋한 감정만 기억만 난다.

서가에서 "술술 읽히는 군주론" 이라는 제목을 보고 손이 갔다.
대부분이 한번쯤은 읽어 보았을 것이고(기억이 안날뿐) 책 내용은 감질날 정도로만 언급 하겠다.

지금 나이를 좀더 먹고 다시 읽으니(거기다가 쉽게 써두신) 느낌이 새롭다.
공감이 간다고 해야 하나?

이 책이 마음에 드는 이유는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만을 강조하는게 아니라
무척 현실적인 말을 한다는 것이다.
"매사에 선한일만 하려는 자는 선하지 못한자들 속에서 반드시 멸망한다"
이 말씀 하나로 끝났다고 본다. 선하면 뭐하나 망하면 끝이지.

군주는 군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라 국가, 국민의 영속성과 번영을 위해서
- 주변사람들을 선택하는 기준,
- 그들을 관리하는 상벌의 명확성,
- 운명적으로 반드시 다가오는 각종 재난, 전쟁에 대한 준비,
- 민심을 얻어야 하는 이유, 방법,
- 국민으로 부터 받는 평가중 피해야할 것들,
-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외교 정책 기준
등 상식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씀들 외에
- 기꺼이 악행도 감행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 누구보다 더 사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 어떤 비난도 감당할 강단도 있어야 한다.
는 말씀도 하신다.
먼저 선빵도 날리고, 미리 배신도 해버리고, 저지른 담에 쌩까고, 자비롭기 보다는 냉혹함을 보이고 등등
어쨋든 군주의 지위를 계속 유지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마키아벨리씨는 이렇게만 하라고 말씀 하신건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변하면 그에 맞춰서 필요한 만큼은 하라는 말씀 이시다.

영토를 정복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지금 시대에 적용하긴 어색한 부분도 있다. 

총26장(26페이지라는 말이 아니다.)에 걸쳐서 하나씩의 주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 그 생각의 기준이된 역사속의 어느 왕(망한 망, 흥한 왕)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는데
각 장의 예를 하나의 에피소드로 미니시리즈 같은거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무려 26개의 에피소드.
훌륭하신 작가팀이 적당히 각색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소리에 관한 책-저:캐스파 핸더슨

 글쓴날 : 2025.07.29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고를때 주로 "제목", "표지모양"을 보고 선택하게 된다.
특히 표지 모양은 서가에 꽂혀 있을때 보이는 책은 얇은 날이 제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가끔 책이 나를 고로는 경우가 있다.
제목도, 표지도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데 서가를 지나다닐때 마다 눈에 밟히며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느낌을 주는 책들이 있다.
며칠을 무시하다가... 결국 간택 당한다.
이책, 너무나 무성의한 제목 "소리에 관한 책"이 계속 나를 쳐다 보았고 홀린듯이 대출 받았다.

목차를 읽고, 머릿글에 들어 갔는데 그때부터 숨이 턱 막힌다.
일반적인 책이 가진 상,하,좌,우의 여백이 거의 없이 빼곡하게 글자로 채워진 답답한 비쥬얼로
나를 압도한다.  엄청난 중압감을 받으며 읽는다.
삼겹살 먹으러 갔는데 모든 테이블에 손님이 꽉 차서 바로 앞사람과의 대화도 힘들 정도로 시끄러운, 
숨이 턱까지 차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을 오르는,
화장실가고싶어 미치겠는데 길이 꽉 막힌 길위의 버스에 앉아 있는,
그런 느낌들을 받으면서 이 악물고 읽었다. 왜냐하면 난 간택 되었으니까...

원제가 "A Book of Noises" 인걸 보면 모든 페이지를 "잡음"으로 꽉 채우고 싶었던것 같다.

우주의 소리, 지구의 소리, 생명의 소리, 인류의 소리. 총 4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작은 주제로 여러가지 소리 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지구상의 생물이 소리를 사용하는 목적(번식, 사냥 등), 방법(퀴, 섬모, 심지어 뼈를 사용하는 종 등)등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 사용하는 소리에 대한 정의(언어, 음악, 공명, 채굴, 탐사등)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며
사람의 행동이 생물의 소리활동에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사람의 행동이 사람간의 정보교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좋은 소리, 침묵등이 사람에게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등 에 대한 넋두리를 늘어 놓으신다.

그리고 대체로 뻔한 훈장질이다.
자연을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지구를 너무 시끄럽게 하지 말자, 침묵도 웅변만큼이나 중요하다...
등의 말씀을 하시며 글을 마치신다.

작가분의 말씀에 백퍼 공감 하지만 결국 안되는 일이다. 이 작은 행성위에 사람이 너무 많다.
반어법 적으로 "인류라는 것들은 멸종되어 마땅하다" 라고 말씀 하시는것도 같고...  
우리 조금씩만 양보하며 살자와 같은 도덕론은 역사 내내 실패해 왔으니 기대할 것도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을 큰줄기로 말하자면 "짜증" 이다.
나혼자만 짜증낼 수 없으니 꼭 한번씩 읽어 보길 권한다.
 

2025년 7월 23일 수요일

수학의 중력-저:야우싱퉁.스티브네이디스, 역:박초월

 글쓴날 : 2025.07.04

별로 길지 않은 인생 살면서 이책 저책 읽어 보았지만 읽고나서 "뭐였지?" 하는 양심의 가책을 받게 만든 책들이 있다.

한번 읽어서 이해가 안되면 몇번 더 읽어서 이해를 시도 하는데 어떤 책은 그럴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이책 "수학의 중력"도 그중의 하나이다.

뉴튼의 F=ma 부터 시작해서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거쳐 최근의 "끈이론"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물리학자와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냥 그 분들이 이런 저런 방식을 시도 했고 그 "방식의 개념은 이랬다..." 정도의 다큐멘터리나 해설서들은 많다.

이 책을 쓰신 분(야우싱퉁)은 하버드대와 칭화대에서 현재 활동중이신 수학자, 물리학자이다. 본인에게는 쉽다고, 충분히 이해할수 있게 설명한다고 하신것 같은데 시작부터 "콱" 막힌다.

  • 민코프스키 시공간... 학교 다닐때 배운적이 있던가?
  • 리만기하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데... 그래 곡면상의 모양까진 알겠다. 근데 4차원?
  • 텐서. 헐... 난 절대 이런거 배운적 없다! 고 박박 우긴다. 배우긴 했던가?
  • 텐서미적분? 난 텐서도 모르는데 이걸로 미적분까지?
  • 슈베르트실트 반지름... 블랙홀의 중심으로부터 사건의 지평선까지의 거리.
  • 커 블랙홀...
  • 평탄한 공간?
  • 중력장 방정식
  • 통일장 이론
  • 끈이론

민코프스키 시공간과 리만기하학과 계량텐서라는 수학적 도구가 있었기에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할수 있었다는 대목까지 와서야 "아. 이책은 수학, 물리학 책이 아니라 발전 단계를 이야기 하신 거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계속해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있었기에 최근의 "끈이론", "초끈이론" 이 나올수 있었다고 열변을 토하신다.

초반의 "민코프스키 시공간"과 "텐서"에 대한 것만 참고 넘어갈수 있으면 나머지 부분은 적응할 수 있다.

아마 초반에 "개념설명"을 시도하시다가... 나 같은 애들이 책 던져 버릴까봐 "용어" 정도만 언급을 하신듯 하다.

주 내용은 물리학자들, 수학자들의 견제, 협조등의 과정이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많이 언급된다. 아인슈타인이라는 무거운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 발표하는 논문 하나하나의 중압감, 다른 학자들의 논문에 대한 결코 쉽지않은 평가, 그리고 나서 인식한 자신의 실수에 대한 용감한 대응, 가끔은 똥고집... 등

저자가 일반상대성이론에 푹빠진 사연도 책의 끝 부분에 말씀을 해주신다.

뉴튼형님께서 "난 거인의 어깨에 앉아 있었다"고 말씀 하신 것처럼 모든 과학의 발전은 이전의 결과와 실패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식상한 말씀도 있고...

책을 읽기 시작할때 나름 의욕을 가지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았다.

유튜브에 민코프스키 시공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더라.

나 어제는 민코프스키 시공간을 이해했었다. ㅎㅎㅎ(이거 유통기한이 짧다. 한시간도 안돼서 개념 엉망..)

텐서가 뭔가 찾아 봤더니 요즘엔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것 같더라는...  

레인보우 맨션 - 애슐리 반스

글쓴날 : 2025.07.24 

지금 실리콘벨리는 예전 닷컴기업 열풍처럼 우주개발 스타트업의 열풍이 불고 있다.

레인보우 맨션은 로켓 스타트업에 일하는 사람들이 거주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공유하고 있는 한 주택의 이름이다. 그 맨션을 거쳐간 사람들이 스페이스X, 플래닛랩스등의 우주 스타트업을 성공시켰다.

이 책을 쓰신 애슐리 반스라는 기자분이 5년에 걸쳐 몇개의 스타트업을 인터뷰한 내용을 가지고 쓰신 책이다.
인터뷰한 기업은

  • 스페이스X
  • 버진 갤럭티스
  • 로켓랩
  • 플래닛 랩스
  • 아스트라
  • 파이어플라이

등 이다.

글을 현장감 있게 잘 쓰셨다. 전투 현장에서 백병전을 벌이고 있는것 같은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읽게 된다.

올드 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개발은 각 나라의 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수십년간 사용할 위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우주급의 비싼 부품(나사 한개에 500달러, 고무링 한개에 1,000 달러등)을 사용하고,
온갖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들을 준비하느라 발사체와 위성의 가격은 수천억을 넘을 만큼 고가의 사업이었고 실패시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 생각들이 바뀌었다.

  •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 나사를 사용하고
  • 고가의 제어용 컴퓨터 대신 아이폰을 집어 넣고
  • 고체도 액체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의 추진제도 개발해 보고

까짓거 2,3년 사용하다가 버리고 새로 올리면 되는가 어닌가? 하는 비판들을 기반으로
저가의 위성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이 생기고(플래닛 랩)
발사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기 위한 도전들이 이루어 졌다.
스페이스X, 로켓랩, 아스트라, 파이어플라이 등이 저렴한 발사체를 개발하고 성공한 기업들이다.
(그래도 1회 발사에 100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기념으로 내 사진 한장 우주에 올려 두기엔 좀 비싸다.)
그리고 우주에 위성을 올리고자 하는 수요가 그렇게 많은줄 몰랐다.
인도가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그렇게 많은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줄도 몰랐다.(이건 쫌 기분 나쁘더라)

이들이 뚝딱 하고 발사체를 만들어 낸게 아니다.
우주궤도 정복을 위한 물리학, 자세제어를 위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은 이미 1960년대에 모두 정리 되었다.
문제는 수학공식, 이론을 가지고 실제 비행하는 물건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인데
"실체"를 만든 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국가에서 시행하는 사업에서는 굳이 고가의 "우주급" 자재와 부품을 채용했을 것이고...

로켓을 만드는 과정은 말 그대로 "투쟁" 이다.
초고온, 초저온, 초고압, 초고진동의 가혹한 상황에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방법을 찾아서 개선하고,
열악한 제작 현장에서의 불편함을 견뎌내고,
조여오는 자금의 압박을 해결해낸다.
또, 로켓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테스트하고 발사하려면 가능한 민간인이 없는 지역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들이 일하는 곳은 사막, 아무도 없는 해안등
사회의 기본적인 인프라도 없는 열악한 곳에서의 작업을 감수해야 된다.
궤도에 위성을 올리기 위한 이들의 과정을 읽다보면 나 같이 무척 정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은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로켓 이라는 물건의 특성상 실패를 반드시 거치게 되는데
(우리만 해도 나로호1차 발사 실패를 경험했다. 그런데 1회 실패는 굉장히 잘한 일이다.)
실패에 관대한 그들의 문화도 엿볼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 "제발 이번엔 성공해라" 하면서 그들을 응원도 하고
  • "아 쫌..." 하면서 그들의 실패에 같이 슬퍼하고
  • "저 새낀 사기꾼이네" 하며 분노도 하고
  • 몇번의 실패끝에 궤도에 위성을 올리는데 성공하는 대목에서는 울컥한다.(정말 눈물이 글썽 해졌다.)

일론 머스크 라는 사람이 그렇게 처절한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이 산이 끝인가 하고 넘어가면 또 더 험한 산이 나오는 과정을 몇년씩 해내는

로켓 괴짜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이 경험했을 좌절, 무기력, 가슴싸한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성공 했을때의 뿌듯함(내 어휘가 부족해서 이정도가 최선이다)이 부럽기도 하다.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불멸의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글쓴날 : 2025.07.21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확장된 표현형, 만들어진 신

이분이 쓰신책중 내가 읽어본 것들이고

이중에 "이기적 유전자"와 "만들어진 신" 만 대충 기억이 나고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이책 "불멸의 유전자"도 기억나지 않는 책들중에 1개로 남을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 어렵다...


지금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생물은 오랜 진화를 거치며 자연선택의 압력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하고 있고

그 결과의 합리성을 다양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서 증명해 보이는 내용이다.

생물의 이름들이 길고 낮설어서 그렇지 다양한 진화의 표현 방식 예시를 보면 알던 내용도 신기하긴 하다.

논리를 몇단계에 걸쳐서 이야기 하시다 보니 읽기가 편안하진 않다.

리처드 도킨스씨가 소설가는 아니니 이런 부분은 이해하자.


다른 학자들, 책들이 말하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지금은 너무 당연한 "진화" 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또

장황하게, 어렵게, 친절하게 설명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학자를 위한 논문도 아니고 학생을 위한 교과서도 아닌 "문학작품" 범주의 책을 또 한권 세상에 내 놓으신 이유가

무엇일까?

 

"진화론" 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화석학적, 유전자적 증거가 차고 넘친다 한들 인류 문명의 기록역사만 가지고는 그것를 실제 목격할

기회가 없기에 증명된 "정리"가 아니고 "론" 일 뿐이다. 이건 창조론도 마찬가지이고...

안타까운 것은 "창조론" 이건 "진화론" 이건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 논리적인 주장을 하며

- 토론과 설득을 거치는게

21세기를 사는,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의 자세일것 같은데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요한 공격을 해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이유인듯 하다.

(이 양반이 이기적 유전차 발표후 먹은 욕이 어마어마 하다고 들었다.)

이런 공격은 "창조론" 자들만 하지는 않는다. 과격한 진화론자들 역시 만만찮은 공격을 하기는 한다.

다만, 진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착하게" 읽히는 것은 사실이다.


"진화론" 의 "진화" 라는 말은 잘못 채용된 어휘인듯 하다.

"진화"가 아니라 "적응을 위한 변화"가 맞는 표현 아닐까?

다윈씨가 사용하신 Evolution 이라는 영어 단어가 실제 그들 문화권에서 어떤 의미인지는 내가 정확히 모르겠으나

"진화" 라는 우리에게 익숙한 어휘만 놓고 보면 뭔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생물은 발전한게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 한것 같은데...

랜덤하게 발생한 돌연변이들 중에 가장 그럴듯한 유전자가 자연선택에 의해서 살아 남고, 번식에 성공한 사실을

변경하자는게 아니라 어휘를 바꾸는게 어떨까 해서...

 

내가 진화론자안가? 창조론자인가?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 대답은 "하이브리드"이다.

단세포 생물에서 조금씩의 진화가 누적되어 지금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같은데

애초에 "첫" 단세포 생물의 "생명" 현상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둔것이 아닐까?

원시지구의 대기와 바다에서 "단백질" 덩어리가 만들어질수 있겠다 싶지만

이게 생명현상을 가지게 되기는, 그것도 우연히'...

쫌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버리진 못하겠다.

 

 

 

2025년 7월 10일 목요일

사피엔스의 죽음-저: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역:남진희

글쓴날 : 2025.07.10 

어릴때... 언제쯤이더라... 초등학교 4학년쯤?

밤에 자기전 갑자기 나에게도 언젠가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나이는 계속 먹는 것이고, 시간은 무자비하게 흘러 갈것이고, 죽음이라는 반갑지 않은 사건이 내게 반드시 생긴다.

어린 마음에 울었다.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하고 밤새 잠못잤다.

그 이후도 갑자기 죽음에 대한 공포가 번득번득 나를 찾아오곤 했었다.

혹시 전생이나 후생이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해보고...

그러다 나이를 먹고, 몇 번의 죽음을 목격하다보니 죽음에 대한 개똥철학도 만들게 되더라.

마크트웨인씨가 한 말씀중에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태어나기 전이나 죽은후나 똑같은 것이고

나는 태어나기 전에 힘들거나 괴롭거나 답답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듯이 죽은 후에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런 글을 읽은적이 있다.

그러네, 죽는다는 것은 이런 공포를 느낄 존재도 없어 진다는 뜻이니 굳이 두려워할 필요다 없다.

그리고 내가 돈못벌어 죽는 것도 아니고, 공부 안해서 죽는 것도 아니고, 재수없어 죽는 것도 아니고, 겁나 재수가 좋아도 안죽는 것도 아니다.

(실은 마크트웨인씨가 처음 하신말은 아니다. 그리스 어느 철학자 분이 하신 말씀인데 이양반이 표절) 

대충 이런 개똥 철학을 가지고, 살아 있는 동안 즐거울 생각만 하며 살기로 했다.

어짜피 피할수 없는거 걱정한들 뭐하나.

이제 죽음은 걱정하지 않는데 결국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서 많이 아프게 될건 두렵다.

그래서 열심히 운동도 하고, 뱃살도 빼고, 의학의 발달에 기대도 하고, 건강보험도 꾸준히 내고...

돈 모으는 재주가 없는게 좀 문제다.

하여간 어릴때 가졌던 공포심, 그때 했던 여러 고민들이 지금 나를 이렇게 살고 있게 만든듯 하다.

며칠전에 읽은 "사피엔스의 의식"을 쓰신 고생물학자와 소걸가의 두번째 프로젝트이다.

왜 생물의 진화는 죽음을 제거하지 않았는지,

왜 노화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질병들은 진화를 통해 극복되지 않은 것인지,

유전자의 이기적인 생존 욕구가 어떻게 작용해서 자연은 균형을 이루고 있느 것인지 등등의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과학적 실험 결과와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나한테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진화라는 자연선택설에 관한 담론으로 읽혔다.

동물의 크기와 수명의 관계,

아직 설명되지 않은 유전과 자원 효율성의 관계,

길항적다면발현 이라는 겁나 어려운 용어의 의미(나 이제 이게 무슨 뜻인지 안다.)

다윈주의, 라마르크주의 등 다양한 진화론의 비교를 통해 "진화론"을 좀더 이해 하게 된듯한...

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으며 몇살 더 어린 생물학자보다 수치가 더 좋은 것에 잘난체 하기도 하시고

내 생각과 다른 과학적 사실에 뒤돌아서서 투덜거리기도 하시고

배고파 죽겠는데 이 인간은 왜 말을 끝도 없이 하는거야...

이 책 쓰겠다고 내가 이렇게 까지, 이런데 까지 와야 하나? 등등

책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던 내용이 정리되는 즐거움외에 두 명의 싸움 구경도 재미있다.

쓰신분이 소설가이시다 보니 1인칭 작가 시점의 글이다.

3편을 먼저 읽고 2편을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소설가 분의 투덜거림이 더 심해지신 것 같다.  

2025년 7월 5일 토요일

사피엔스의 의식-저:후안 호세 미야스.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 역:남진희

글쓴날 : 2025.07.06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은 "뿌듯함"에 아드레날린이 넘쳐 흘러서 독후감이 좀 거칠게 써질것 같다.
진정시킨 후에 쓰려면 기억이 싱싱하지 않을 것 같아 촌스럽고 거칠게나마 썰을 풀어 두고 싶다.

정신없이 읽었다.
일독후 아쉬움이 너무 크게 남아서 한번 더 읽었다.
반납일자에 쫓기는 것만 아니면 한두달 후에 한번 더 읽어 보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읽고자 한다면 강력 추천한다.

제목만을 봤을때 "의식" 이라는 주제에 대해 꽤 어려운 어휘와 복잡한 뇌구조를 설명하는 책일 것으로 기대했다.
이해는 못하더라도 몇가지 어휘 머리에 담아두면 어디가서 아는척 하기 좋을 지식들...
그런데 기대와 달랐다.

신피질, 고피질, 편도체, 해마, 측두엽, 전두엽, 파충류의 뇌, 뉴런 같은 물리적 구조
기억, 주관, 관계, 감각, 배려, 희생, 신념등 물질적일것 같지 않은 것들에 대한 토론이다.

70세가 넘으신 과학자와 소설가가 가끔씩 만나서 "의식" 이란는 주제로 대화를 하신다.
고생물학자(후안 호세 아르수아가): 정신과 뇌는 수사적인 표현일 뿐 결국 동일한 "물질" 임을 주장하시고 아직 인류이 공부가 짧아서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인 측정등의 내용을 볼때 결국 인간의 의식도 기계적인 처리 결과일 뿐이다.(변수가 너무 많아서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모델링 및 계산이 겁나 힘들뿐..)
소설가(후안 호세 미야스): 뇌와 정신이 같다는 것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과 대리석과 같다는 의미라며 동의하지 않는다.

과학자분이 작가에서 특정 주제애 대해 설명하기 위해 스페인의 이곳 저곳을 방문하면서(마드리드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 있는 사람들, 동물들의 행동을 같이 관찰하며 설명하고
작가분은 자신의 의견을 추가하여 반론하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편하게 쓰여진 책인데도

  • 감각, 경험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뇌의 어느 부위에 저장되는지를
  • 포유류와 파충류, 조류의 뇌가 어떻게 다른지
  • 우리 몸의 신경망 밀도가 부위별로 얼마나 다른지
등등을 내가 알게 되더락.

글은 주로 소설가 후안 호세 미야스 씨가 쓰신듯 하고 이분 필력이 업청나다.
과학자의 논리적 설명과 소설가의 낭만적 희망이 책을 통째로 향긋한 커피에 담갔다 꺼낸 것처럼 향과 색상이 은은하게 배어있다.

스페인에 가서 이 두분이 갔던 산, 바닷가, 성당, 박물관, 공항등을 따라서 여행을 해보고 싶다.
순례자의 길도 가봐야 하는데...

책을 읽으며 알게된 사실인데 이 책이 이분들의 프로젝트 마지막 3편이었다.

  • 1편 루시의 발자국
  • 2편 사피엔스의 죽음
  • 3편 사피엔스의 의식

몇권 더 쓰셔도 좋을것 같은데 아쉽다.
 
관악 도서관에서 2편은 발견했는데 1편은 없더라... 사야 하나?

2025년 7월 1일 화요일

근대 괴물 사기극-저:이산화

글쓴날 : 2025.07.03 

초등학교를 다닐때 문방구 한켠에 꽂혀있던 "괴수대백과사전" 이란 책을 나만 기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당시 어린 남자 아이가 어딘가 존재할지 모르는 괴수는 제발 진짜로 존재했다고 믿는게 당연한 일이다. (나만 그랬나?)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며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도서관 서가에 꽂혀있는 "근대 괴물 사기극" 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다 공짜로 읽을 수 있는데 안읽어볼 이유가 없다.
일단 대출 받고, 이미 읽고 있던 겁나 재미없는 "케미스트" 라는 책을 읽어 치우는 동안 이 책을 읽고 싶어 생기는 조바심을 억눌렀다.(케미스트는 너무 식상한 추리 소설이라 독후감을 공유하진 않았다. 연애 소설이라고 봐야 하나?)
170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 퍼져나가던 "미지의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를 100년 단위로 정리해 두셨다.
이 책에 소개된 괴물중에는 심지어 생물 분류 체계를 만들고 "학명" 부여 기준을 제시하신 "린넨" 선생의 "자연의 체계"에 등재되었던 것도 있고, 존재에 대한 학술 논문이 발표된 것들도 있다.(공식적인 학명도 부여됐었다.)
단순히 흥미 거리로 괴물에 대한 소개를 한 것이 아니고 그 괴물들이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과학적으로 퇴출 되었는지에 관한 역사 책이다. "괴물 사기극의 역사" 라고 해도 될듯하다.
킹콩, 고질라 같은 상상속의 괴물(누구나 실제가 아닌것을 아는 괴물)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인어, 공룡의 후손, 요정, 우주인, 로보트등(이미 1700년대에 사람을 이긴 체스 로봇이 있던 것을 아는가?) 사람들이 실제 믿었던 것들에 대한 연대기이다.

괴물이 탄생한 원인은

  • 발견자 및 분석가의 실수
  • 아이들의 장난이 일파만파 퍼져버린 해프닝
  • 고의적으로 유명세를 타기위한 사기
  • 돈을 벌기위한 쇼
  • 인종차별을 정당화 하기 위한 똥고집
  • 무지
  • 정치적 풍자를 목적으로한 연출
  • 그냥 순수한 작가의 소설을 오해한 군중 등

여러가지 사연이 있지만 결국 괴물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는 이유는 "믿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이렇게 판판이 깨져버린 괴물의 역사를 보면서 실망도 하게되고
"아직 부존재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존재할수 있어"라는 실낱같은 희망도 가지고 있다.
 

  • 인어가 어딘가 숨어 살고 있는 바다,
  • 모켈레음베베가 어슬렁 어슬렁 걷고 있는 콩고의 밀림,
  • 네시가 헤엄치는 네스호

진짜라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세상을, 인생을 어떻게 과학적, 이성적 분석과 판단만으로 살아 갈수 있나...
난 좀 비과학적, 주술적인 면도 너그럽게 봐주면서 살고 싶고
세상에 대해서 사람이 모르는 부분이 아직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도 어린시절 꽤 심각하게 "은서동물학(Cryptozoology)"에 심취하셨던듯 하다.
이 책을 쓰기위해 조사힌 기간이 어마어마하고, 참고한 문헌의 목록만 봐도 존경심이 우러러 나온다.
   

2025년 6월 26일 목요일

셰익스피어4대비극-진영종 역

 글쓴날 : 2025.06.26

 도서관의 서가를 뒤적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내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각잡고 읽어본적이 있던가?

생각을 해보니 어릴때 소설 형태로 출판된 책을 읽었던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4대비극이라... 베니스의 상인은 아닌것 같고(이거 셰익스피어 작품 맞나?) 로미오와 줄리엣 인가?

어쨋든 희곡의 형식을 유지한 책을 읽어본적이 없는 건 분명하다. 이걸 여태 안 읽었다니...

책 표지부터 압도적이다. 표지에 아무글자도 없는 그냥 흰색이다. 게다가 겁나 두껍다. 엄두가 안나지만 대출을 받아 읽기 시작했다.

고전이라 굉장히 고리타분할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재미지다.

햄릿의 고뇌에 동감하고

오셀로의 미련함에 답답하고

리어왕의 둔감함에 짜증이 나고

맥베스의 사악함에 열불이 난다.

요 4개가 셰익스피어 형님의 4대 비극이라고 한다. 이전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직 성숙도가 낮아서 안쳐주고...

책의 구성은 등장인물들 소개와 연극의 각 막 마다 간단한 내용 설명이 들어 있어서 대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자주 접한 형식의 글이 아니다 보니 무대에 올라선 배우들과 그들의 대화를 상상하면서 읽는데 좀 난해했다. 연극을 많이 본 사람은 나보단 쉽게 접근할수 있을지 모르겠다.

번역하신분이 최대한 원서의 분위기를 즐길수 있게 번역하셨다고 그러는데 시적인 표헌들과 무지막지한 도치법, 구어체 문장들을 읽다보면 어디서 끊어야 하는지 난감하여 몇번씩 다시 읽어본 대사들이 많았다.

"연극을 많이 본, 음악을 사랑하는, 빨간 구두, 가방, 드레스로 깔맞춤을 한, 훤칠한 키의 미남 옆에 앉아있는 자 그대 여자여..."

이런식의 문장이 많아서 읽다가 누굴 말하는 거지? 헤매게 되더라.

또 시대적 상황이(1600낸대) 그래서인지 모르겠는데 얇은 여성혐오가 느껴진다.

유명한 작품들이고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을것이니 내용을 이야기 하진 않겠다.

이책을 읽으며 "서지학"이라는 단어를 배웠다. 남아있는 다양한 종류의 판본들을 연대순으로 배열하고, 어느 판본이 원본과 가장 가까웠을까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비극의 비밀"(한번 독후감을 공유한적이 있었나...?) 에서 고전을 연구하는 학문 "고문서학" 이랑 비슷한 것 같은데... 이 책을 쓰신분이 상당히 다양한 판본, 번역본을 공부하시고 집대성 해주신것 같아 고마웠다. 그 피곤한 공부를 이리 훌륭하게 해 주셨으니...

하여간 내 인생 첫 셰익스피어였고... 부디 마지막은 아니면 좋겠다.

언젠가 이야기 한것 같은데 이렇게 독후감을 공유하는 이유는 내가 책을 좀더 정성스레 읽기 위해서다. 누군가에게 공유해주려다 보니 읽으면서 메모도 하고 정리도 하고 등등 나에게 많은 도움이된다. 귀찮아도 꼬박꼬박 받아읽기 바란다.   

데볼루션-저:맥스 브룩스, 역:조은아

 글쓴날 : 2025.06.14

한마디로 오랜만에 읽은 끝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쓰신 양반 필력이 엄청나다. 포탈을 타고 책속에 쭉 빨려 들어간 느낌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남긴 일기와 사건이 종료된후 관련자들의 인터뷰가 조미료처럼 가미된 형식이다. 내용이 궁금하면 직접 읽어 보기 바란다.

이런책은 내용보다 필자의 글에 반해서 읽게된다. 물론 번역하신분 실력도 대단하시다.

미국 서북부 숲속 깊숙히 짱박아 개발한 조그마한 마을 그린루프가 배경이다. 통신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에너지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친환경 주택들. 그래도 불편한것 없다. 쇼핑을 하면 드론이 배달해 주고 광섬유로 연결된 인터넷은 굳이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게 만든다(술집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은 거기 못산다).

주민들은 예술가, 은퇴하신분, 재택근무하시는분 등 다양하다.

어느날 먼 북쪽의 레이니어 화산이 분화해서 흘러내린 용암으로 길이 막히고 통신이 끊겼다. 곧 겨울인데 난감한 상황이다.

거리가 문제되지 않고 부족함이 없던 상황에서

거리가 실감나고 모든게 부족해진 상태로 갑작스레 바뀌자 생존이 막막해진다.

구조대가 언제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 창고에 농사지을 준비도 하고, 사냥도 시도해 본다. 그런데 다가올 겨울이 문제가 아니다. 막힌길은 사람뿐 아니라 그 숲에 살던 다른 포식자도 식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빅풋 또는 사스콰치 같은 영장류 포식자의 습격. 심지어 꽤 똑똑한... 

보통 책속애 등장하는 인물들이 초반에 정리가 안된다.

특히 이쪽 문화에서는 성으로 불렀다가 이름으로 불렀다가... 정신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책에 출연하신 분은 11명이고 관련자 인터뷰에 3명정도이다.

둘쨋날 일기까지만 가면 다 정리되고 심지어 잘 알던 사람 같기도 하다.

일기의 중간중간에 제인구달 박사님이 묘사하신 침팬지의 자극적인 잔혹함을 적절히 끼워넣어서 독자들에게 점점 더 무서운 상상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짜증이 안난다. 출연하신 분들의 캐릭터는 모두 독특한데 다른소설이나 영화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밉상, 진상, 갈등, 충돌이 없다.

곰인형 떨어뜨렸다고 징징거려서 멀쩡한 아빠, 무고한 삼촌 희생되는 일도 없고,

강아지를 두고 나왔어요 하면서 죄없는 남편, 세상착한 옆집 아저씨 죽음으로 밀어넣는 아줌마도 없고,

그냥 지나 가자는데 굳이 확인해봐야 한다고 들어가서 순진한 남자친구 죽게 만드는 여자친구도 없고,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도 없고,

누가 너한테 대장하라고 했어? 라고 깐족거리는 새끼도 없다.

이야기의 주 소재인 갸날프게 유지되던 풍요로부터의 격리, 개 똑똑한 포식자와의 치밀한 대결에 충실하다. 이 포식자들과 싸우기 위한 계획만들기, 무기의 제작, 싸움만으로도 충분히 바쁘다.

나중에라도 깊은 오지에 들어가서 자연인처럼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다시 생각해 봐라. 인터넷은 언제라도 끊길수 있고, 하필 그때 날이 흐려서 태양광패널도 먹통이고, 차에는 배터리도 방전됐는데 멧돼지떼 오백마리가 우리집 마당을 헤집고 다닐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 - 저:칼리 윌리스, 역:유혜인

 글쓴날 : 2025.06.13

인공지능이 아마 인간보다 더 도덕적이고 현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책에 나온 인공지능 뱅가드는 단순한 목표지향적 인공지능 수준이 아니라 맹자의 사단론을 적용시켜도 이미 충분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사람이 지어낸 상상속의 이야기이니 뭐든 될수 있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보면 조만간 이정도 수준의 인공지능이 나타나도 놀랍지 않겠다.
몰입감이 상당한 책이다. 사고로 기구한 삶을 살게된 인공지능 전문가가 의문의 살인 사건을 조사하며 사악한 회사의 부정을 밝혀내는 과정이다. 워낙 뻔한 이야기 였지만 재밌다. 그럼 됐다.
 

대홍수이전의세계 Atlantis-저:이그나시우스 도넬리, 역:박지우

 글쓴날 : 2025.06.10

보통 책을 읽기전에 저자의 이력을 훑어본다.

예전에 어떤책을 읽는데 "이건 성경에서 나온 이야기 인데", "성경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등의 말씀을 계속 하시는 작가, 역자 분이 있었다.

인도 힌두의 경전 베다를 성경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우기는 황당한 주장(개인적으로 역겨웠던)을 하시는 분이 있길래 이양반 뭐 하시던 양반인가... 하고 책 표지쪽의 저자 약력을 봤더니 어느 교회 목사님 이시더라.

그 이후로 저자 약력을 보고 그쪽 계통이시면 아예 읽지 않는다. 이책의 저자는 이그시우스 도넬리 라는 20세기 초반에 돌아가신 오컬트계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라(이 책보고 안 거임) 그냥 대출 받았다가 역자 약력을 봤더니... 이런. 침례교 쪽 인사시더라... 기왕 대출 받은거 반납은 하지 않았고, 역자일 뿐인데 머... 이상하기야 하겠어? 하며 읽기 시작했다.

옛날에 쓰인 책이다. 거기다 전형적인 고전의 형식(대화체)가 많이 사용된 책이다. 책 초반부에 플라톤 형님이 "아틀란티스"에 대해서 말씀을 하시는 부분이 몇 페이지에 걸쳐 인용이 되는데 참 읽기 어렵다. 지형, 항구의 위치, 모양등을 그림한장, 사진한장 없이 말로만 서술하시는데.... 내가 옆에 종이두고 그 양반 말씀대로 그려가며 겨우 이해했다. 궁금한가? 읽어 봐라. 나혼자 고생할 수 없다.

책의 내용은

- 플라톤 형님의 묘사

- 현재 각 대륙의 오래된 문화에 남아있는 아틀란티스의 흔적(지명, 단어, 이름등)

- 지질학적으로 아틀란티스와 같은 대 격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고찰

- 바다속 지형(이 양반이 책 쓰실때가 1800년대 후반이니... 기술적으로 성숙하진 않았다.)의 증거

- 유럽 서쪽끝과 북아메리카 동쪽끝의 동식물 유사성(이것 좀 억지스럽긴 했다)

- 다른 민족과 종교의 홍수 설화

- 구세계(유럽,아시아)와 신세계(아메리카)의 문명 비교 등을(분량이 어마어마 하다) 예로 들어 주시고

그리스, 페니키아, 중동, 북유럽, 아시아, 아메리카의 신화를 통해서 아틀란티스로부터 유래된 것이라고 주장하시는데

내가 보기엔 좀 억지 같더라.

이랬을 것이고, 저랬을 것이고, 것이고, 것이고...의 억지와

그랬다면, 저랬다면, 다면, 다면...의 겹겹이 쌓인 가정을 해두고

모두가 알다시피... 라고 하면서 말도 안되는 동의를 받아두는 등...

쫌 짜증스런 부분이 많았다.

저자분이 1800년대에 사시던 분이라 종교적, 인종적 편견이 당연한 시대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빈정상하는 부분이 너무 많더라는...

세상 모든 문화와 문명이 아틀란티스의 유산이라는 주장을 하기위해 그 많은 신화, 유물, 문헌등의 참조를 보면 공부한 양이 어마어마 하셨다는 점은 인정한다.(존경할 만한 분은 아니다.)

총 5부, 2권의 책으로 출판됐는데 오랜만의 독서때문인지 몰입해서 읽기 어려운 책이었다. 겁나긴 서술들...예를들어 나침반 이라는 발명품을 1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이야기 한다. 그게 그렇게 길게 써야할 내용인가? 읽어도 읽어도 이 양반의 수다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스컹크웍스-저:벤리치, 역:이남규

글쓴날 : 2025.06.05

도서관 신착도서 서가를 훓어 보다 발견한 스컹크웍스.

무기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은 세계적인 방산회사 록히드마틴의 이름을 몇번 쯤 들어보았을 것이고 그 회사내의 별동대 스컹크웍스라는 조직에 대해서 어렴풋한 환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다. 이책을 안읽어 볼수 없다. 공대생이라면, 그래서 신제품 개발이라는 일을 해본 사람들 이라면 이 환상적인 조직에 몸담고 싶어질 것이다.

스컹크웍스라는 톡특한 조직을 만들고 발전시킨 초대 부서장 존 켈리라는 인물과 그 뒤를 이은 이 책의 저자 밴 리치라는 인물이 성공한 개발, 실패한 개발들을 이야기 하고있다.

물론 외계인 고문등의 비밀프로젝트들은 언급하지 않았다.

전설적인 U-2 정찰기, 최초의 스텔스 전폭기 F-117, 아직도 최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SR-71(이건 원래 RS-71 이었는데 공군 장군이 이름을 잘못 발표하는 바람에 SR-71이 되었다).

실패한 수소연료 폭격기 개발, 무인정찰기 태그보드, 스텔스 전함등의 개발 이야기도 재미있게 말해주고 계신다.

이 조직은 나의 상상과 달리 천재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물론 나보다 유체역학, 열역학등 물리 영역과 전장을 위한 전자공학, 소프트웨어등을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겠지만 천재는 아니더라는... 이쯤되면 나도 거기서 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도 해보게 된다.

바닥엔 기름때 잔뜩낀 부품들이 굴러 다니고, 공작기계들의 소음이 가득하고, 항공기 각 체계를 통합하기위한 엔지니어들의 원활한 소통이 시끄럽게 이루어지는 환경... 딱 내과다.

이 조직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많은 선도적 무기를 만들어 낼수 있었던 이유는 효율적인 관리, 실패할 자유, 끈질긴 실험등에 있었다. 새로운 항공기를 만들며 굳이 모든 부품을 새로 설계하지 않고 이미 잘 쓰고있는 항법장치, 카메라. 엔진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짧은 시간내에 시제기 두세대 정도는 뚝딱 만들어 내는 추진력과 전체를 통섭하고 있는 훌륭한 리더,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 경영진등의 찰떡같은 합이 있었다.

저자가 이야기 하고싶었던 내용은 스컹크웍스풍의 효율적인 조직(통제나 관리는 조금 느슨해 지더라도)이 치열한 경쟁 분야에서 승리하기 위해, 또 꾸준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인것 같다. 특히 켈리존슨 이라는 인물에 대해 내 주변의 누가 그런류의 리더였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나 그런류의 사람이 아니다) 

호모포에티카-저:최상욱

 글쓴날 : 2025.06.02

제목이 참 말랑말랑하다. 시쓰는 인류. 크게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제목 그대로 인류가 언어를 만들고 문자를 발명하고 세상 모든것과 현상들에 이름을 지어주면서 신성성이 부여되고 신화가 탄생하고 종교로 발전한 과정을 작가 나름의 공부를 바탕으로 쓰여있다. 어렴풋이 알던 그리스 신화의 내용들, 기독교에 사용된 각종 사실 혹은 이야기들에 대한 철학적 해석들을 흥미롭게 읽을수 있다.

2부는 신화와 철학자를 시대순으로 비교해가며이야기가 이어진다. 디오니소스와 니체의 대치성을 비교하고 오이디푸스, 오디세이아 를 소개하면서 칸트, 헤겔, 맑스로 이어지는 현대 철학의 개념들을 소개해주신다. 니체 부분을 읽으며 "이 새끼 지랄하네" 라고 혼잣말을 한거보면 나도 꽤 나이 들었나보다. 아마 이 책의 저자께서도 그런 느낌이지 않으셨을까?

이후 사회비판론의 역사를 이야기 하면서 그 배경이된 카프카와 까뮈씨의 저작들을 설명해 주시는 공부의 깊이를 느낄수 있었다. 한페이지 정도 소개한 홉스와 로크의 사상을 비교한 부분은 불과 몇달전까지의 우리 상황을 되돌아보게 만든 저자의 의도도 읽을수 있었다.(홉스, 미친 나쁜새끼... 내 생각이다.)